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71
71화 – 같이 무대를 씹어 먹어봅시다!
SBC의 ‘생방송 뮤직 대전’을 두고 커뮤니티는 시끌시끌했다.
왜냐면 추억의 가수 인기 순위에서 에이비가 1등을 했고, ‘뮤직 대전’ 연출팀이 그녀를 섭외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에이비를 섭외한다고? 가능하냐?
└다른 방송사에서 매일 에이비, 에이비 노래를 불렀는데 다 실패하지 않았냐?
└SBC는 매년 열정은 넘치는데···.
└난 기대 안 할래···.
└나중에 섭외 못해서 죄송하다고 공지 올릴 듯···.
그때 ‘뮤직 대전’에서 백두대간 밴드를 섭외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에이비는 포기한 건가? 근데 백두대간이라니···.
└백두대간 밴드···. 뭐, 나쁘진 않지.
└형님들 백두대간 밴드가 누군가요?
└백두대간을 모르는 사람도 있네.
└불꽃 록커 김치형 모름?
└백두대간을 모르네···. 세월 참···.
└하여튼 곧 에이비 섭외 못해서 죄송하단 공지 올리겠네.
이어서 90년대 10대들의 우상이었던 UFO를 섭외했다는 얘기가 들렸다.
└UFO? 진짜? 얘들을 모았다고?
└꺄아아~! UFO 오빠들~ 사랑해요~!
└오빠는 무슨 ㅋ 아재들이지. 그래도 기대는 되네.
└UFO 예전처럼 춤출 수 있으려나?
└ㅋㅋ 백두대간에 UFO면 ‘뮤직 대전’ 볼만하겠네.
그리고···. 어마어마한 소문이 강타했다.
윤수희가 SNS에 댄스 연습을 하는 사진을 올리며···.
[12월 18일, ‘뮤직 대전’에서 만나요. 트리아이나, 기다려줘서 고마워♥]천재 가수 에이비의 영원한 라이벌.
여왕 윤수희가 ‘뮤직 대전’으로 복귀한다!!!
└‘뮤직 대전’ 미쳤구나! 윤수희를 섭외하다니!!!
└담당 PD 격하게 사랑한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트리아니아여! 여왕께서 돌아오셨다!!!
└‘뮤직 대전’ 직관 가즈아!?
└이거 느낌이···. 추억의 가수 1위부터 5위까지 전부 섭외하려는 거 같은데···.
└에이, 설마···.
└플루토는 유체리가 행방불명됐잖아.
└일단 에이비 섭외 확정이나 됐으면 좋겠다.
└윤수희랑 에이비 둘 다 나오는 무대라니···. 와, 얼마 만이냐?
└기대된다!
그리고···.
[천재 가수 에이비, 12월 18일 ‘뮤직 대전’ 출연 확정.]커뮤니티는 폭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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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
KBC ‘개가 좋다’ 메인 PD 김치형은 팀원들과 식사를 하면서 SBC ‘뮤직 대전’ 라인업을 보며 말했다.
“에이비의 피날레 무대 전에 스페셜 게스트 두 팀은 누구야? 또, 누굴 섭외한 거지? 괜히 궁금하게···. 젠장! 얘네는 왜 맨날 쓸데없이 연말 가요 무대에 힘을 쏟냐?! 인력이 넘치는 거야? 돈이 많은 거야?”
AD 최윤아는 김치를 우물우물 씹어 삼키더니,
“KBC ‘가요 페스티벌’처럼 기본만 하자 마인드 보다는 백 배 낫죠.”
“···윤아야, 넌 KBC PD인데 왜 SBC 편을 드냐?”
“사실을 말한 거뿐인데요?”
“야! 암만 그래도 1%대 시청률까지 떨어진 ‘뮤직 대전’보다야···.”
“과연 올해도 1%대일까요?”
“그건···. 에라···. 모르겠다. ‘뮤직 대전’이고 나발이고 우리는 ‘개가 좋다’ 연말 특집 준비나 하자!”
최윤아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뮤직 대전’ 담당 PD가 ‘멍멍산’ 메인인 거 아시죠? 오늘 시청률에 따라서···. ‘멍멍산’ 연말 특집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요.”
“···알아, 알아. 잔소리 좀 그만해.”
“잔소리가 아니고···.”
“그만!”
김치형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젠장, 강동수 그 미친개···. 대체 어떻게 에이비를 섭외한 거지?”
김치형의 말에 한쪽에서 식사 중이던 파마머리를 한 귀여운 외모의 여자, 박채연 작가가 움찔했다.
그때 막내 조연출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뒷돈이라도 찔러 준 거 아닐까요? 아니면, 혹시 외모가 잘생겨서 에이비를 유혹해서···.”
그러자 최윤아가 인상을 쓰며,
“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런 식으로 섭외될 에이비였으면, 애초에 섭외됐어.”
“전 그냥 웃자고 한 소리인데···.”
“남의 노력을 폄하하는 게 웃기니?”
“···죄송합니다···.”
막내 조연출이 고개를 떨구자, 김치형이 어색한 얼굴로 나섰다.
“막내야 고개 들고 밥 먹어. 그리고 윤아 너! 막내가 웃자고 한 소리에 왜 죽일 듯이 달려들어!”
“막내가 도가 지나친 말을···.”
“야, 야 그만! 그만! 적당히 좀 해. 백번 옳은 말도 자꾸 들으면 짜증 나는 법이야!”
“······.”
최윤아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더 대꾸하진 않았다.
김 PD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너무 맑은 물에서는 물고기가 못사는 법이다. 너도 메인 달고 작품 하려면···.”
“······.”
김치형은 최윤아가 말없이 밥을 퍼먹기 시작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
‘윤아 얘는 실력은 있는데, 융통성이 너무 없어···.’
그때 젓가락으로 깨작깨작 밥을 먹는 박채연 작가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박 작가···.”
“네?”
“전에 SBC 미친개랑 일하지 않았어?”
“아···. 그게···. 조금···.”
“그 인간 어때? 나도 소문으로만 들어서···. 실제로도 완전 미친놈이야?”
박채연은 잠시 고민하더니, 곧 웃으며 말했다.
“옛날이라 기억이 잘···.”
“그땐 그냥 평범했나 봐? 미친 XX였으면 절대 잊지 않을 텐데···.”
“그냥 잠깐 일한 사이여서···. 호호.”
“그래? 그럼···.”
김치형이 재차 강동수에 대해서 질문하려는 순간,
밥을 먹으며 스마트폰을 하던 FD가 소리쳤다.
“헉! 대박!?”
김 PD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뭐야? 돌이라도 씹었냐?”
“PD님! ‘뮤직 대전’ 스페셜 게스트···. 플루토래요!”
“플루토? 걸그룹 플루토?!”
“네! 그것도 엑X디아에요! 와···. 진짜! 미쳤다!”
김치형은 인상을 찌푸리며,
“엑조X아가 뭐야?”
“완전체라고요! 완전체! 4인조 전부 출연한대요! 유체리 찾았나 봐요! 지금 커뮤니티 난리에요!”
그 말에 ‘개가 좋다’ 팀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죽었다는 소문까지 들리던 유체리를 섭외하다니···.
김 PD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강동수 대체 뭐 하는 XX야? 허! 허허허!”
= = = = = = =
일산, 킨텍스.
‘뮤직 대전’ 오프닝이 화려하게 시작됐다.
첫 무대 순서는 미래 기획사의 3인조 걸그룹 ‘리브’였다.
그들은 타이틀곡으로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이어서 랩퍼 사이다커피와 리브의 합동 공연이 이어졌다.
주조정실에 있는 박대철 PD는 옆에서 기타 악보를 보고 있는 동수에게 말했다.
“넌 진짜 미친개가 분명해.”
“뭐야? 왜 갑자기 시비야?”
“시비가 아니고, 어떻게 저 무대에 서겠다고 생각을 하냐?”
“생각만 한 거 아닌데, 진짜 오를 거야. 그래서 형을 부른 거잖아. 방송을 부탁해요~.”
“···미친개···. 완전 미친개···.”
“거, 자꾸 미친개, 미친개 하지 마. 성아도 있는데···. 성아 미친개인 거 몰라?”
큐시트를 체크 중이던 민성아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노가리는 둘이서만 까세요.”
그러자 박대철이 어색하게 웃으며,
“민 작가, 민 작가한테 미친개라고 한 거 아닌 거 알지?”
“네.”
그녀가 휙! 하고 나가자 박 PD는 동수에게 물었다.
“···야, 민 작가 나한테 화난 거 맞지?”
“아니, 전혀 신경 안 쓰는 거 같은데?”
“그래? 어휴···. 저 여자는 약간 임 작가 느낌이어서···.”
“아니, 아니. 둘은 다르지.”
“마녀랑 미친개···. 뭐가 다르냐?”
동수는 피식 웃으며,
“임 작가는 내 사람 아니면 가차 없어. 아주아주 냉정한 사람이야.”
“그렇지. 맞아. 임 작가 완전 얼음땡이···.”
박대철은 말하다 말고 주변을 휙휙 둘러보더니,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지금 여기 임 작가가 있을 리가 없지···.”
동수는 혀를 차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눈치 보면서 임 작가랑 일하고 싶어?”
“인마, 임 작가 능력 몰라서 그러냐? 기획부터 섭외, 출연진 관리까지 아주 척! 척! 척! 상전으로 모시더라도 같이 일해야지”
동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하여튼, 성아는 조금 달라.”
그는 힐끗 민성아가 나간 문을 쳐다보더니,
“···쟨 고슴도치야. 고슴도치.”
“······?”
“겁이 많아서 가시를 드러내는 애라고.”
.
.
.
민성아는 놓고 온 게 있어서 다시 주조정실로 들어가려고 했다.
문을 살짝 연 순간, 동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여튼, 성아는 조금 달라.”
“······?”
무슨 얘기인가 귀를 기울이니,
“···쟨 고슴도치야. 고슴도치.”
“······?”
“겁이 많아서 가시를 드러내는 애라고.”
민성아는 흠칫했다.
‘뭔 소리를···.’
그때 박대철이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야, 너 민 작가 소문 못 들었냐? 저 여자, 드라마 판에서 유명해. 보조 시절에 메인 작가랑 머리채 잡고 싸운 적도 있고···.”
“혈기왕성할 때는 다 그렇지, 뭐. 나도 담윤호 그 자식이랑 멱살 잡고 한 두 번 싸웠어?”
“인마, 그거랑은···. 다르지.”
“머리채나 멱살이나.”
“···하, 하여튼 지금도 장난 없다더라. ‘동물 농원’ 녹화 때도 매번 신 PD랑 다투고 아주 미친개처럼···.”
“나도 ‘인기 뮤직’ 녹화 때 성아랑 다퉈봤는데···.”
동수는 피식 웃더니,
“귀엽던데?”
“······!”
민성아는 눈을 크게 뜨더니, 곧장 문을 닫았다.
가만히 문 앞에 서 있다가···.
불현듯 동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귀엽던데?]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다시 동수의 말이 생각났다.
[귀엽던데?]“미친개 PD···. 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뭐하세요?”
“······!”
민 작가는 갑자기 나타난 박지혜 때문에 화들짝 놀랐다.
“아, 아뇨. 그냥···. 가, 가 볼게요!”
횡설수설하고 저편으로 사라지는 민성아.
박지혜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주조정실로 들어가서 동수에게 말했다.
“선배님, 의상이랑 메이크업 하셔야죠.”
“···뭔 메이크업이야. 어차피 복면 쓰고 하잖아.”
“그래도···.”
“됐어. 옷도 그냥 네가 적당히 골라와.”
“네!”
동수는 악보를 내려놓고 박지혜에게 물었다.
“그보다 선배님들 분위기 어때?”
동수가 선배라고 칭할 사람은 추억의 가수들이었다.
박지혜는 천천히 대답했다.
“백두대간 밴드는 분위기 아주 좋아요.”
“그분들이야 뭐···.”
“UFO는···. 각각 개인 대기실 쓰고 있어요.”
“···아주 꼴값들을 떠네.”
“아하하···. 그리고 윤수희나 에이비는 함께 있어요. 들어가 보진 않았는데···.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절친이랬으니까. 그럼···. 플루토는?”
“체리 씨는 아직 도착 안 했고요···. 셋은 같이 있는데···. 분위기가 조금···.”
“그래?”
동수는 팔짱을 끼며 미간을 좁혔다.
그때 가온이 말했다.
[한설희가 대기실에서 벗어났다. 건물 밖으로 향하고 있다.]‘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박지혜가 물었다.
“선배님, 어디 가시려고요?”
“X 싸러.”
박지혜는 얼굴을 붉히고 당황하며,
“···다, 다녀오세요.”
“오냐.”
박대철은 동수를 보며 중얼거렸다.
“저거, 저러니까 수정이한테 차였지. 쯧쯧.”
그때 박지혜가 눈을 반짝이더니,
“박 PD님.”
“응? 왜?”
“그···. 수정이라는 분, 어떤 분이세요?”
“뭐? 아···. 그게···.”
그가 머뭇거리자 박지혜가 재빨리 말했다.
“동수 선배님이 좋아하셨던 분이란 건 알고 있어요. 근데 자세한 얘기는 몰라서···. 궁금해서요. 헤헤.”
박 PD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힐끗 동수가 나간 문을 보며,
‘딱히 비밀은 아니니까···.’
“얘기하자면 긴데···. 그냥 좋아한 정도는 아니야.”
“네? 그럼···.”
“고등학교 때부터 십 년 정도 짝사랑했어.”
박지혜는 깜짝 놀랐다.
“십 년이요···?”
“뭐···. 근데···. 결론은 차였어. 수정이 걔가 좀 뭐랄까···. 연애 쪽엔 관심이 없달까? 담백하달까···.”
“뭐 하는 분이신데요?”
“PD야, 드라마 PD. 들어봤을걸? ‘열혈경찰 도도해’랑 ‘전왕 무림 정복기’ 연출한 김수정이라고 이번에 골드해머 스튜디오로 간···.”
그녀는 박대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 = = = = = =
추억의 가수 ‘플루토’ 대기실.
한설희, 윤승아, 박나윤이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앉아 있다.
윤승아는 조용히 독서 중이었고, 박나윤은 다리를 꼬고 앉아 무척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한설희는 그런 둘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때 박나윤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유체리, 이 X은 왜 안 와? 주인공 병 걸린 거야 뭐야?”
“언니, 그게···.”
“너한테 안 물어봤어.”
“······.”
“진짜···. 드라마 촬영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애들 장난 같은 무대엔 왜···.”
한설희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애들 장난···.’
그때 윤승아에 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나윤아, 그만. 우리가 설희 마음을 이해해주자.”
“이해는 무슨 이해! 언니는 짜증도 안 나? 설희 얘 때문에 바쁜 스케쥴 쪼개가면서 노래 연습하고···.”
-탁!
그때 윤승아가 책을 덮더니 한숨을 푹 내쉬곤,
“너만 짜증 나는 거 아니야. 그래도 설희는 한때 우리 팀이었어. 도울 수 있으면 도와야지.”
“언니는 참···. 속도 좋다.”
그때 고개를 떨구고 있던 한설희가 말했다.
“···도움을 바라고···. 이 무대에 오르려는 게 아니에요.”
“······?”
“뭐···?”
“···언니들은···. 다 잊었나 봐요.”
설희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우리 죽을 때까지 플루토라고 했었잖아요···. 늘 함께라고···!”
윤승아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떨렸다.
박나윤도 움찔했지만···.
“언제 적 얘기를 하는 거야. 그런 유치한 약속···.”
“나윤아···.”
윤승아가 박나윤을 말리려는 순간, 한설희가 벌떡 일어났다.
“언니들은···!”
“······.”
“······.”
“···미안, 미안해요. 저 잠깐···.”
한설희가 밖으로 나가고, 대기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윤승아는 살짝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책을 펼치며 말했다.
“따라가서 위로라도 해주지?”
“위로는 언니 역할 아니었어?”
“플루토도 아닌데, 내가 왜 하니? 그리고 잘못은 네가 했잖아.”
“내가 뭐 틀린 말 했나? 언니도 신인 때 한 약속 잊고 지냈잖아.”
“안 잊었어. 무시한 거지.”
“뭐?”
“약속보다 내 꿈이 더 중요하니까.”
“언니···. 참 이기적이다.”
“너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네.”
박나윤은 한설희가 나간 문을 빤히 보다가 인상을 찡그리더니,
‘애도 아니고 왜 질질 짜···.’
신경은 쓰였지만···.
“···곧 오겠지.”
그녀는 외면하고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였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윤승아와 박나윤은 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문이 열리고 체리가 들어왔다.
“모두 오랜만! 둘 다 더 예뻐진 거 같네?”
그리고···.
“······.”
“······.”
윤승아와 박나윤은 손에 든 책과 스마트폰을 떨어트리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체리···. 너 왜 휠체어···.”
“야, 유체리···. 너 왜···.”
체리는 히죽 웃더니,
“사고로 다리를 다쳤거든. 못 걸어. 헤헤.”
“······!”
“······!?”
“그런데 설희는 어딨어? 우리 예쁜 막내 오랜만에 보고 싶은데···.”
.
.
.
한설희는 대기실에서 나와 복도를 걸으며 생각했다.
‘무대에 오르고 싶지 않아···. 무서워···. 싫어···.’
아닐 거라고 외면하고 있던···.
언니들의 진심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반지하 빌라 거실에 모여 앉아 비빔면을 나눠 먹으며···.
‘우리 떡상해도 절대 플루토 탈퇴하기 없기!’
‘유체리, 너 카메라 울렁증 못 고치면 쫓겨날걸?’
‘고칠 거거든! 박NA윤! 너나 잘해!’
‘얘들아, 싸우지 말고, 우리 구호를 정해볼까?’
‘설희야~! 우리 예쁜 막내가 정해봐!’
‘제, 제가 말입니까? 그, 그러면···.’
밖으로 나온 한설희는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우리는 플루토···. 죽을 때까지 플루토···. 죽어서도 플루토···. 영원히 플루토···.”
“어디 갑니까?”
“······!”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동수가 서 있었다.
한설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강 PD님, 여긴 어떻게···.”
“화장실 가던 길에 설희씨가 보여서요.”
“······.”
“어디 가는 겁니까?”
“저는···.”
“도망치지 마십쇼.”
“네?”
동수는 진지한 눈빛으로,
“저 혼자 무대에 서게 할 겁니까? 우리는 한설희와 미친개 밴드잖아요.”
“······!”
그는 손을 내밀더니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같이 무대를 씹어 먹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