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74
74화 – 가즈아!!!
윤민철 이사는 대화를 나누자는 체리의 말에 임 사장과 통화를 끊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체리야, 오면 온다고 말하지. 그럼 내가 마중을···.”
“제가 어디 가는 걸 오빠한테 보고해야 하나요?”
“···아니, 그건 아니지.”
윤민철은 눈가를 살짝 떨었다.
동시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말도 없이 ‘뮤직 대전’에 출연하고 나서부터 연락이 뜸한 그녀였다.
‘뭔가를 알게 된 건가? 아니면···.’
아직은 체리랑은 사이가 틀어지면 안 된다.
체리는 김복자 회장의 총애를 받고 있으며, 친모 윤미진은 그룹내 상속 서열 2위다.
그 후광으로 체리는 누구도 함부로 못 한다.
물론 체리가 보유한 그룹 내 주식도 꽤 되고···.
하여튼!
‘어떻게든 이 X과 잘 얘기를···.’
그때 체리가 말했다.
“설희가 그러더라고요.”
“응? 누구?”
“저랑 같이 플루토 멤버였던 한설희요.”
“······.”
“제가 미친개 씨를 만나고 싶다는 연락···. 받은 적 없다고요.”
“그럴 리가···. 아무래도 뭔가 착오가 있었나 봐. 내가 비서한테 확인을···.”
체리가 폰을 꺼내더니 녹음 파일 하나를 재생했다.
[강동수 PD님, 오랜만입니다. 블랙 캣츠 윤민철입니다.]그 순간,
[돌려 말하는 거 싫어하시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거래하고 싶습니다.]윤민철의 안색은,
[유체리, 어딨는지 알려드리죠.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이번 뮤직 대전···. 우리 블랙 캣츠 가수를···.]창백하게 질렸다.
동수의 폰을 다시 뺏기 위해 사람을 여러 번 보냈지만, 전부 실패했다.
그 이후, 노심초사 강동수가 언제 녹음 파일을 터뜨리려는 건지 걱정됐는데···.
유체리한테 주다니!
‘강동수 이 미친 XX가···!’
체리는 웃으며 말했다.
“이것 말고도 많은 일을 한 거 같던데···.”
“체리야, 이건···.”
“제가 아무래도 사람을 잘못 봤던 거 같네요.”
“잠깐! 네가 오해하고 있어! 이건 모두 회장님께서···.”
그때 체리가 쿡쿡 숨죽여 웃었다.
윤민철은 말을 멈췄다.
그때 그녀가 물었다.
“할머니한테 물어볼까요? 정말 이딴 식으로 사업 확장하라고 했는지?”
“그건···.”
“오빠는···. 목줄이 좀 필요할 거 같네요.”
“체, 체리야, 그게 무슨···.”
그때 체리가 스마트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랜마~! 블랙 캣츠 ME가 가질래요. Yes~! 민철 오빠는···. 데리고 있을래요~! 땡큐~!”
“······!”
윤민철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유, 유체리가 블랙 캣츠를!? 안 돼! 내가 여기에 들인 공이 얼만데! 갑자기!?’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아이리스 보석 말인데요···.”
윤민철은 움찔했다.
그의 아버지가 사장으로 있는 아이리스 보석은 계열사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큰 회사다.
‘갑자기 아이리스 보석은 왜···.’
그때 체리가 윤 이사를 힐끗 보더니,
“내부 감사를 진행해보는 건 어떨까요? 민철 오빠가 사업하는 꼴이 영 지저분해서요. 누구한테 이런 걸 배웠을까 싶어서요. 네, 고마워요.”
그녀가 전화를 끝내자, 윤민철이 다급하게 말했다.
“너, 체, 체리···!”
“대표님.”
“뭐?”
그녀는 생긋 웃으며,
“대표님이라고 불러요. 이제 블랙 캣츠는 제 거니까요.”
“······!”
“그리고!”
그녀는 차가운 눈빛을 하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강동수 PD, 건드리지 말아요!”
윤민철은 고개를 떨군 뒤 인상을 썼다.
‘미친개···. 이 개XX···!’
= = = = = = =
동수는 아이리스 양조 김만복 실장과 통화를 끝내며 중얼거렸다.
“나한테 광고 제안이 들어오다니···.”
[정확히는 한설희와 함께다.]“그건 그렇지.”
슬쩍 오른쪽 손등으로 시선이 향했다.
“······.”
잠시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을 하는데, 가온이 물었다.
[어떻게 할 거지? 수락할 건가?]“글쎄다. 정확하진 않은데···. 찍어도 별 상관없을 거 같고···.”
[수락하고 은행의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자.]동수는 인상을 팍 쓰더니,
‘인마, 노예가 뭐냐? 노예가···.’
[매달 월급의 일부를 갖다 바치는 게 노예가 아니면 뭐지?]‘빌린 걸 갚는 거지. 거래라고 거래.’
[데이터 분석 결과 당신은 매달 손해를 보고···.]‘그만해. 인마, 자꾸 그러면 물어버린다!’
[···알았다.]광고는 이틀 뒤 점심때 미팅을 하고 정하기로 했다.
동수는 다시 임혜숙 작가를 찾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도토리’ 회의실에 그녀는 없었다.
그는 큐시트를 체크 중이던 양 PD(도토리 조연출)에게 물었다.
“야, 임 작가 어디 갔냐?”
“국장님 뵈러 갔습니다!”
“국장? 왜?”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 알았어. 땡큐!”
“안녕히 가십쇼!”
동수는 회의실에서 나와 국장실 쪽을 보며 중얼거렸다.
“변 사또랑 무슨 얘기를 하러 간 거지?”
[도청해볼까?]“···아냐, 뭐, 일이 있는 거겠지. 그냥 회의실로 가자. 윤 작가랑 막내 기다리겠네.”
[당신 의견에 동의한다.]그는 ‘멍멍산’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에서 윤하얀과 박지혜가 도란도란 얘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 미안! 자, 그럼! 연말 특집 회의 시작합시다!”
“네, 선배님.”
“좋아요!”
“윤 작가, 기획안 완성됐죠?”
“물론이죠! 여기요!”
그녀는 프린트한 기획안을 동수에게 내밀었다.
『희망 프로젝트』
동수는 표지에 적힌 프로젝트 제목을 보고 빙긋 웃었다.
“희망이라···. 깔끔하고 좋네!”
“참고로 박 PD가 중간중간 많이 도와줬어요! 덕분에 아주 좋은 기획안이 나왔어요!”
“막내가요?”
동수가 박지혜를 쳐다보자, 그녀는 조금 쑥스러운 얼굴로,
“도움은요···. 그냥 제 생각을 몇 번 말한 건데···.”
“그 생각이 아주 베리 굿이었다고요!”
“헤헤···.”
두 사람의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아 동수는 엄지 척을 하며,
“이야, 우리 팀, 아주 좋아! 으하핫. 그럼 어디 기대하고 읽어보겠습니다!”
동수는 차근차근 기획서를 읽었다.
정리하자면, ‘하치 이X기’에 등장하는 하치라는 강아지처럼 반려인을 잃었거나, 반려인에게 버려져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 강아지에게 새로운 반려인을 찾아주는 내용이다.
다만, 강아지뿐만 아니라 반려인이 되는 사람도 마음의 상처가 있는 사람으로 섭외해서···.
“둘이 함께 지내면서 서로의 상처를 위로해주는 내용이라···.”
“어때요? 괘, 괜찮나요?”
동수는 진지한 목소리로,
“윤 작가.”
“왜, 왜 그래요? 마음에 안 드는 거라도···.”
“점심으로 뭐 먹고 싶어요?”
“네···?”
그는 씨익 웃으며,
“이야, 기획안 아주 잘 빠졌네! 좋아! 좋아! 나이스! 베리 굿!”
“저, 정말요!?”
“고럼! 고럼! 으하핫! 오늘 점심은 내가 쏠게!”
동수는 그녀의 컨디션 기능을 확인했다.
컨디션을 높이기 위해선 ‘흑염소 수육’을 먹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막내야! 저번에 갔던 흑염소 식당 예약해라! 오늘 우리 윤 작가 보양식 좀 챙겨줘야겠다!”
“네! 선배님!”
“흐, 흑염소요? 먹어본 적 없는데···.”
“먹어봐요! 수육이 아주 죽여줘!”
“그래요···?”
윤하얀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했다.
동수는 다시 기획안을 살펴보며,
“근데 이거 캐스팅이 중요할 거 같은데···.”
첫 번째는 상처받은 강아지.
두 번째는 사연 있는 반려인.
그리고 세 번째는···.
‘MC라···.’
동수는 턱을 쓰다듬다가 물었다.
“우선···. 상처받은 멍멍이들은 찾았어요?”
“네! 여기 멍멍이 캐스팅 목록이요! 연말 특집 프로젝트니까.”
“흠···.”
여섯 마리 멍멍이 프로필을 차례차례 확인했다.
[도봉산 절름발이 ‘똥개’] [친구를 지키는 ‘누렁이’] [응급실 ‘토리’] [수락산 짬 타이거 ‘점박이’] [관악산 망부석 ‘백구’] [떠돌이 강아지 ‘봉이’]“윤 작가는 어떤 멍멍이가 좋을 거 같아요?”
“저는 ‘누렁이’나 ‘백구’가 좋을 거 같아요. 둘 다 사연이 워낙 슬퍼서요. 특히, 누렁이의 사연은 사회적으로 이슈이기도 하고···.”
“흠, 누렁이랑 백구라···.”
동수는 두 강아지의 프로필을 다시 읽어보다가 막내에게 물었다.
“막내는 뭐가 좋을 거 같니?”
“전 누렁이요.”
“왜?”
박지혜는 프로필 내용 중 한 부분을 가리키며,
“누렁이는 ‘사람’의 접근을 거부하고, 강한 공격성을 드러내서 무척 위험하다는 내용 때문에요.”
“그럼, 촬영하기 어렵잖아.”
“그렇지만 이런 강아지가 사람을 반려인으로 받아들이면 더 드라마틱할 거 같아요.”
윤하얀도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 끝에 먹는 밥이 꿀맛이죠!”
“그건 그렇지만···.”
그때 동수는 문득 조연출 때 일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편안하게 촬영했던 현장은 결과가 개떡 같은 경우가 많았고, 개처럼 굴렀던 현장은 시청률이 높았지···.’
그때 가온도 말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도 있지 않나?]‘그건 그렇지. 가온 네 생각은 어때?’
[앙상블 점수가 100점인 두 사람이 누렁이를 추천했다.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나? 누렁이 GO.]‘그렇네.’
윤하얀도 현재 유니크 앙상블 데이터가 발동해서 S등급이 된 상태였다.
동수는 씨익 웃으며 소리쳤다.
“좋아! 누렁이! 너로 정했다! 윤 작가, 누렁이에 대해 심층 조사 부탁해요~!”
비스트 마스터 윤하얀은 경례하며 대답했다.
“예!”
“자, 그럼 다음은 사연 있는 반려인인데···.”
윤하얀은 조금 고민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사실 반려인은···. 제가 아는 분이거든요.”
“아는 분이요?”
“네···. 출연 청탁을 받고 그런 건 아니고···. 이분이 출연해서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에···.”
동수와 막내는 고개를 갸웃했다.
대체 누구길래 늘 밝던 윤하얀의 안색이 어두워진 건가 싶었다.
윤 작가는 그들에게 프로필을 내밀었다.
“이분이세요.”
동수는 프로필을 확인했다.
[성명: 강남희(여) / 나이: 77세 / 직업: 건물주]그는 직업을 보고 흠칫 놀랐다.
이건 조물주보다 위대하다는···.
“윤 작가, 이 할머니랑은 어떤 관계인가요?”
“옛날에 제가 살던 옥탑방 집주인이세요. 어렵고 힘들 때···. 절 많이 도와주셨던 분이에요.”
“음, 그렇군요. 그런데···. 이분은 조금···.”
시청자들이 보기에 건물주, 집주인 이런 사람의 사연은 별로 공감하지 못할 거 같았다.
돈 많고 호의호식하는 사람들의 엄살이라고···.
하지만···.
‘윤 작가는 지금 앙상블 점수가 100점이지. 괜한 제안을 하는 건 아닐 텐데···.’
그때 박지혜가 물었다.
“이 할머니, 어떤 사연이 있으신데요?”
“사실···. 말을 못 하세요···.”
“말이요?”
“그리고···. 외출도 안 하고 밥도 안 먹고 이불에 누워서만 지내서 등에 욕창까지···.”
동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그···. 알츠하이머···.”
“아니에요. 그게 아니고···. 마음의 상처가 깊으셔서 그래요···.”
“마음의 상처요?”
윤하얀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사실 주인 할머니께 아들이 한 분 있었어요. 미국에 이민 갔는데···.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정말 사랑하시고 자랑스러워하던 아들이었어요. 미국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을 한다고···.”
“······.”
“그런데···. 육 년 전에 있었던 총기 사건에서 아이들을 지키다가 그만···.”
동수와 막내는 할 말을 잃었다.
이런 비극적인 사연이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그 충격으로 쓰러지셨어요. 그리고 마음의 문을 닫고···. 지금까지···.”
“······.”
“······.”
“전에는 유일하게 관심을 보이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이젠 그것도 흥미를 잃으셨어요. 마치 멀리 떠날 분처럼···.”
윤하얀은 두 손을 기도하듯 잡으며,
“···저는 할머니를 꼭 도와드리고 싶어요. 그분은 제가 어렵고 힘들 때···. 유일한 희망이 되어주신 분이에요. 그래서···.”
그 순간 동수는 깨달았다.
【Though the sun is gone, I have a light. (태양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 줄기의 빛이 내게 비췄다.)】
이게 윤하얀의 유니크 앙상블 데이터라는 사실을···.
동수와 박지혜는 시선을 마주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윤하얀의 손을 잡았다.
윤 작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둘을 번갈아 봤다.
“두 분···.”
동수는 씨익 웃으며,
“강남희 할머니로 가죠! 캐스팅 부탁해요!”
“강 PD님···.”
막내는 윤하얀의 손을 더 꼬옥 쥐며,
“윤 작가님, 힘내요. 할머니···. 꼭 좋아지실 거예요.”
“고마워요. 박 PD···.”
그때 동수가 물었다.
“자, 그럼 MC만 정하면 되는데···. 누가 좋을까요?”
윤하얀이 웃으며 말했다.
“주인 할머니가 좋아하던 분이 있어요! 그분이 MC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누군데요?”
“한창훈 선생님이요!”
그러자 가온이 소리쳤다.
[대배우 한창훈 선생님!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