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75
75화 – 안녕HA세YO!
원로 배우 한창훈.
그는 아역 배우로 데뷔해서 수십 년을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젠틀하고 부티나는 외모 덕분에 젊은 시절에는 부잣집 도련님 역을 자주 했고, 나이가 들어서는 회장님 전문 배우가 됐다.
그런 그가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건 8년 전쯤, ‘옥탑방 돈키호테’라는 단편 드라마 주인공을 맡고 나서다.
그는 옥탑방에서 손녀와 함께 폐지를 주우며 사는 노인의 모습을 너무도 생생하고 매력적으로 연기했다.
덕분에 ‘옥탑방 돈키호테’는 전무후무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한, 그 단막극은 여러 스타를 탄생시켰다.
멍청하고 착한 역할만 하던 남궁호의 악역 변신.
모두의 사랑을 받는 국민 여동생 김초롱.
그리고···.
걸그룹 플루토의 멤버이자, 악마의 재능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연기력 선보인 유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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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얀에게 한창훈 섭외 방법을 듣던 동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산신령 같은 한창훈 선생님께 ‘옥탑방 돈키호테’ 보자고 하면서 캐스팅 하라는 얘기에요?”
“에이~ 그게 아니죠!”
윤 작가가 “쯧쯧.” 고개를 젓자, 동수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그러면 더 자세하게 말해줘요.”
그때 박지혜가 말했다.
“체리 씨가 한창훈 선생님과 친분이 깊어요. 윤 작가님은 아마 체리 씨한테 부탁해서 한창훈 선생님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하라는 말 같아요.”
“어? 그래?”
그러자 윤하얀이 엄지 척을 하며,
“역쉬! 우리 복덩이 PD님! 메인 PD를 바꿔야 하는 거 아냐?”
동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막내라면 인정! 막내야! 네가 해라, 메인 PD!”
박지혜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두 분 다 그만 놀리세요.”
“호하핫! 진심이라고요!”
“푸하핫! 나도 진심이라고!”
하얀 작가와 미친개는 계속 막내를 놀렸다.
그때였다.
-뾰로롱!
요정 가온이 나타나더니,
‘흑염소 먹고 싶어서 그러지?’
[Yes! Move! Move!]동수는 속으로 혀를 찬 뒤, 팀원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밥 먹고 나서 회의 이어갈까?”
“콜!”
“네!”
복도를 걸어가다 김밥을 들고 가던 민성아와 마주쳤다.
동수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여! 성아! 흑염소 먹으러 가는데, 같이···.”
민성아는 그를 보자마자 몸을 돌려 비상계단으로 뛰어갔다.
동수는 무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뭐야, 왜 저래? 귀신이라도 본 거처럼···.”
윤하얀이 동수를 힐끗 보며 물었다.
“민 작가랑 싸웠어요?”
“아니.”
그때 막내가 조심스레 말했다.
“민 작가, ‘뮤직 대전’ 이후로 조금 이상한 거 같아요. 회의 때 말도 없고···.”
“흠···. 뭔 일 있었나? 이따 한 번 물어봐야겠네.”
그러면서 민성아한테 톡을 보내는 동수.
윤하얀은 그런 동수와 민성아가 사라진 곳을 번갈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 = = = = = =
민성아는 비상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바보, 멍청이, 머저리···.’
그때 톡이 왔다.
강동수였다.
└미친 PD: 성아야, 이따 커피 우유 마시자! 옥상으로 커먼!
민 작가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한겨울인데 왜 옥상에서 보자는 거야.”
답장을 보내야 하는데···.
쉽사리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동시에 그때 기억이 떠올랐다.
‘뮤직 대전’ 당일, 주조정실에서 동수가 했던···.
[나도 ‘인기 뮤직’ 녹화 때 성아랑 다퉈봤는데···. 귀엽던데?]그 말이···.
“으아아···.”
민성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날 이후 계속 동수의 그 말이 귓가에 울렸다.
명상과 요가를 하며 잊어보려고 해봤지만, 개뿔!
‘귀엽던데?’라는 말만 더 또렷하게 떠올랐다.
“미쳤어···. 난 미친 게 분명해. 으아아.”
살면서 이랬던 적이···.
“······.”
있다.
딱 한 번.
혼자서 속앓이를 하다가 떠나보냈던,
그녀의 첫사랑, 황진호(두루치기 셰익스피어 사장).
그에 대한 진심을 깨달았을 때···. 이랬었다.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에도 ‘혹시 진호가 찾아온 건 아닐까?’ 미친년처럼 설레발치던···.
민성아는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내가 미친개 PD를? 아냐···. 이건···. 그냥···. 그래···. 분해서 그래. 분한 거야!’
그녀는 입꼬리를 파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누구한테 귀엽다는 거야. 내, 내 나이가 서른 중반이라고···. 그, 그건 놀리는 거지. 그래···. 맞아.”
그녀는 동수에게 답장을 보냈다.
└민성아 : 바빠요.
그러다가 잠시 고민···.
‘너무 매정하게 보냈나?’
톡을 한 번 더 보냈다.
└민성아: ‘동물 농원’ 연말 특집 회의 있어요.
‘이 정도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다가 또 고민···.
‘강 PD보다 동물 농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면···. 인기 뮤직 생활이 불편할 수 있으니까.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을···.’
재차 톡을 보냈다.
└민성아: 신진규 PD가 요즘 저기압이어서요. 아무래도 CP 진급 때문에···.
└민성아: 당장 금요일부터 촬영인데, 아직도 기획을 마땅치 않아 해서요.
└민성아: 이번에 ‘라이어 킹’에서 연말 특집으로 임혜령을 섭외해서 ‘캡틴 아이언 특집’을 준비해서···.
└민성아: 신 PD랑 담 PD가 2팀 팀장으로 경쟁···.
장문의 톡을 보낸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쯤이면 이해해주겠지?’
그때 동수에게 답장이 왔다.
└미친 PD: ㅇㅇ. 어쩔 수 없지! CU!
“······.”
초성체가 마음에 걸렸다.
왠지 서운해하는 거 같은데···.
그렇지만 다음에 보자는데, 더 얘기해봤자 뭐 한단 말인가.
민성아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밥이나 먹자.”
비상계단을 나가려는데, 갑자기 위층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2팀 팀장은 누구로 할 건데?”
“아직 고민 중입니다.”
“에이, 그래도 추가 기우는 쪽은 있을 거 아냐?”
“그게···.”
익숙한 목소리였다.
민성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2팀 팀장···?’
고개를 빼서 살피니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드라마국 신경민 국장과 예능국 변우민 국장이다.
신 국장하고는 예전에 드라마 보조 작가를 할 때 오가며 안면이 있는 사이고, 변 국장과는 예능국 국장이니 조금 더 친분이 있는 정도다.
그보다 그녀의 관심을 끈 건 그들의 대화 내용이다.
‘설마 CP 진급 얘기를 나누는 건가?’
민 작가는 눈을 반짝였다.
어쩌면 변 국장의 생각을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신 PD한테 변 국장 생각을 말해주면 현장 분위기가 조금 나아질지도 몰라.’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가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일단은 신 PD가 되는 게 큰 말이 안 나올 거 같기는 한데···.”
“그렇지. 그렇지. 공수철 다음이 진규잖아. 아, 대철이도 있나?”
“박 PD는 교양국 출신이라 벌써 팀장을 맡으면···.”
“인마, 출신이 뭔 상관이야? 일만 잘하면 그만이지.”
“저도 출신을 따지는 건 아니고···.”
민 작가는 박대철에겐 미안했지만, 속으로 ‘나이스!’라고 생각했다.
‘무난하게 신 PD가 되는 분위기인가?’
그때 신경민 국장이 재차 물었다.
“그럼 다른 후보는 또 누구인데?”
“담 PD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담윤호? 좀 이르지 않나?”
“신 PD보다 실력이나 인망이 좋아서···. 그리고···.”
“다른 CP들은 뭐래?”
“1팀장이랑 4팀은 담 PD를 밀고 있습니다. 5팀장은 모르겠다고 했고, 6팀장은 신 PD가 되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3팀장은 민재였나? 걔는 뭐래?”
“그게···.”
민성아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자 귀를 더 가까이 가져갔다.
‘뭐야? 누구라는 거야?’
그때 신경민 국장이 큰 목소리로,
“뭐? 강동수? 미친개? 걔를 추천했다고?”
민 작가는 흠칫했다.
‘강 PD를···?’
변 국장이 난처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님, 조용히 좀···.”
“이야, 민재 고놈 재밌는 짓을 하네. 걔 벌써 자기 파벌 만들려는 거냐?”
“그건 아니고···. 이번에 워낙 큰 건을 했고···. 원래부터 강 PD를 좋게 봐서···.”
신경민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사람 속 모르는 거다. 그래도 뭐···. 완전 터무니 없는 추천은 아니네. 요즘 아주 핫하잖아. 사장님도 좋아하고.”
“······.”
“뭐야? 표정이 왜 그래? 꼭···.”
민성아는 둘의 대화가 잘 들리지 않아 인상을 썼다.
그렇지만 대충 짐작은 됐다.
‘변 국장은 강 PD 추천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그때 제작비 횡령에 대한 소문이 떠올랐다.
동수가 심의부로 좌천되고 제작비를 빼돌린 게 그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범인이 누구인지는 아직도 미궁이다.
어쨌든 징계가 취소되어야 했지만···.
동수는 본인 프로그램에서 벌어진 일이니, 책임지겠다며 심의부에 계속 남겠다고 했다.
예능국에서도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동수를 희생양으로 삼았고···.
들리는 말에 의하면,
‘담 PD한테 여자를 뺏기고 자포자기였다나?’
하여튼 중요한 건···.
‘강 PD가 범인인지 확실하지도 않았던 때에 그를 징계한 게 변 국장이라는 거지.’
민성아는 괜히 변 국장한테 짜증이 났다.
그때 신경민이 말했다.
“너···. 그런 식으로 하다가 후회한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뭐, 알아서 해라. 예능국장은 너니까.”
둘이 비상계단에서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민성아도 나가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신 PD는 이번 연말 특집으로 큰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멍멍산’과 함께 하는 연말 프로젝트를 엎은 게 그녀였기 때문이다.
신 PD가 진급에 실패하면···.
‘나도 동물 농원에서 쫓겨나겠지.’
씁쓸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동수한테 더 신경이 쓰였다.
한숨을 내쉬며 복도에 있는 자판기로 다가가며 생각했다.
‘변 국장이 강 PD를 무척 싫어하는 거 같은데···.’
뜨거운 블랙커피 버튼을 누르며 중얼거렸다.
“강 PD···. 이러다가 계속 진급도 못 하고···. 만년 PD 생활만 하다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안타까운 표정을 하는데···.
변우민 국장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게 보였다.
“······.”
민 작가는 싸늘한 표정을 짓더니,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인사하는 척 살짝 고개를 숙이며,
“안녕하···. 어머!”
미끄러지듯 그에게 블랙커피를 뿌렸다.
-촤악!
“크악!”
“어머, 죄송해요. 어떻게···. 셔츠가 다···.”
“···크으···. 조심 좀 하지···!”
변우민은 버럭 화를 내려다가 연신 죄송하다고 하는 민성아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더니,
“···됐으니까. 가봐요.”
“네, 그럼···.”
민 작가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몸을 휙 돌렸다.
그녀는 화장실로 들어가는 변 국장의 뒷모습을 힐끗 보더니, 혀를 살짝 내밀며 메롱 했다.
‘쌤통이다.’
그녀는 도시락을 먹으러 휴게실로 향하며 생각했다.
‘강 PD···. 이번 연말 프로젝트 잘 됐으면 좋겠네.’
변 국장 코를 납작하게 해줄 수 있게!
= = = = = = =
흑염소 수육을 먹던 동수는 윤하얀에게 물었다.
“그런데 한창훈 선생님 폰도 없다는 거 같은데···. 체리 씨라고 연락할 방법이 있을까요?”
“폰이 없는 건 아니래요. 친한 분들한테만 번호를 알려줘서 그렇지.”
“아, 그럼···.”
윤하얀은 수육을 쌈에 싸서 꼭꼭 씹어서 꿀꺽 삼키더니,
“체리 씨라면 번호를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리죠!”
“아하! OK! 근데 윤 작가···.”
“네?”
“이에 상추 꼈어요.”
“어머!”
손거울을 꺼내는 윤하얀을 보고 피식 웃던 동수에게 박지혜가 물었다.
“선배님, 제가 체리 씨한테 연락해볼까요?”
“아냐. 너는 현장 섭외에 신경 써. 체리 씨는 내가···.”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동수는 “잠시만~!”이라고 말한 뒤 폰을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다.
‘누구지?’
-뾰로롱
요정 가온이 나타나더니 말했다.
[블랙 캣츠 대표실에서 걸려온 전화다.]동수는 미간을 좁혔다.
‘블랙 캣츠···?’
거기서 왜···.
‘설마, 또 윤민철···.’
동수는 고민하다가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강 PD님, 안녕HA세YO!]응? 이 목소리는···?
“체리 씨?”
[네!]동수는 눈을 휘둥그레졌다.
이 사람이 어째서 블랙 캣츠 대표실에서 연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