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81
81화 – 차례를 지켜요. 응?
이른 아침, 변우민 국장은 사장실로 향했다.
비서가 그에게 인사를 건네며,
“안녕하세요. 변 국장님.”
“사장님, 안에 계시지?”
“네, 그런데 지금 중요한···.”
변 국장은 그 말을 무시하고 문을 향해 걸어갔다.
비서는 화들짝 놀라더니,
“국장님! 잠시만요! 지금···!”
그러나 변우민은 벌컥 문을 열었다.
사장실에 서 있던 송민용은 흠칫 놀라더니,
“변 국장, 자네 왜···.”
“사장님!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인사입니까!? 국장인 저와 상의 한 번 안 하고 강동수를···!”
송민용 사장은 살짝 당황하더니,
“변 국장! 너 지금···!”
“사장님! 예능국을 개판으로 만드실 생각이십니까? 강동수 위로 선배가 몇이고! 잘 나가는 PD가···!”
비서가 변우민을 말리며 소리쳤다.
“국장님! 나오세요! 지금 이러시면 안 돼요!”
“놔! 사장님! 무슨 생각으로 이런 미친 결정을 하신 건지 모르겠지만···! 이건 아닙니다! 강동수 CP 진급 당장 철회해 주십쇼! 안 그러면···!”
그때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 그러면 뭐?”
“······?”
변우민은 그제야 소파에 앉아 있던 노인을 발견했다.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지?’
송 사장은 황급히 노인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이런 실례를···.”
그 말에 변 국장은 눈가를 흠칫했다.
‘회장님···?’
변우민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때 노인이 말했다.
“아냐, 아냐. 실례는 무슨. 그나저나 민용이 자네도 많이 변했군. 아니, 늙은 건가?”
“네? 그게···.”
“부하직원이 이렇게 거리낌 없이 사장에게 대들 수 있다니 말이야. 허허.”
송민용은 어색하게 웃으며,
“그게···. 시대가 시대니만큼···. 하하.”
그런 뒤 송 사장은 노인 몰래 변우민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이때 변 국장은 노인이 누군지 알아차렸다.
‘담우철 회장···!’
그와 상의도 없이 강동수가 CP로 승진되고 신설된 제작 7팀을 맡은 게 너무 어이없고 화가 나서 일을 저질렀는데···.
지뢰를 밟았다!
담 회장은 변우민을 보며 재차 물었다.
“그보다 아까 하던 말 계속해봐. 강동수 PD 진급 취소 안 하면 뭐? 어쩐다고?”
“······.”
“민용이에게 하듯 편하게 말해봐. 어서.”
변우민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대답을 안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어떤 말을 하느냐는 거다.
아까 하려던 말을 해야 하나?.
‘아니, 그건 안 돼. 사표를 쓰겠다는 개소리를 했다가···.’
결국, 그는 주먹에 힘을 꽉 주며,
“아, 아무 말 안 하려고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담 회장은 그런 변 국장을 빤히 보더니 피식 웃으며 중절모를 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송 사장이 공손한 목소리로,
“회장님, 차라도 한 잔 더···.”
“아냐. 일 처리 잘했나 궁금해서 온 거니까.”
“그럼, 주차장까지···.”
“됐어. 자네 할 일이나 해.”
“네···.”
담우철은 고개 숙인 변우민 옆을 지나쳐가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미친개 상사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재미없구먼.”
“네···?”
변우민은 당황한 표정을 했다.
‘왜 저분이 강동수를···.’
그렇게 담 회장이 나가고···.
-퍼억!
송민용이 변우민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컥!”
“이, 이 미친 XX! 너 돌았냐? 같이 옷 벗고 싶어!?”
“사, 사장님···. 저는···. 사장님이 강동수를···.”
“그래서 뭐!? 맞짱 뜨자고!?”
“아뇨!”
“XX! 누구는 낙하산 인사 좋은 줄 알아!? 너 이 XX는 나를 아직 몰라!?”
“사장님···.”
“평소에는 진중한 척 꼴값을 떨더니! 야! 변 국장! 내가 왜 이딴 인사를 했는지 어련히 알아서 말해줄까! 어!?”
“······.”
변우민은 고개를 떨궜다.
송 사장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소파에 털썩 앉으며,
“강동수 진급···. 회장님 지시야.”
“회장님이 왜···.”
“‘멍멍이와 산다!’ 팬이시란다.”
변 국장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네? 뭐, 뭐라고요?”
“강동수가 제작하는 ‘멍멍이와 산다!’ 팬이라고! 승진도 시키고! 성과금도 팍팍 주고! 강 PD 종편이나 제작사에 뺏기지 않게 팍팍 밀어주란다!!!”
“뭐, 뭔 그, 그런···! 그렇지만 이런 낙하산 인사는 예능국 기강을 흔듭니다!”
“그럼 가서 회장님께 따지던가!?”
“그건···!”
“뭐? 강동수 진급으로 기강이 흔들려? 개판이 돼? 미친X 그렇게 만들지 말라고 너한테 월급을 주는 거야! 에라이! XX 같은 놈! 꼴도 보기 싫으니까, 꺼져!”
“···네, 죄송합니다.”
변 국장은 힘없이 사장실에서 나갔다.
‘이렇게 되면 CP 진급을 노리던 담윤호나 신진규가 강동수를 좋게 안 볼 텐데···. 그렇게 되면···.’
“후우···.”
그는 복도를 걸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 = = = = = =
담윤호는 게시판에 붙은 인사 공고를 보더니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크게도 붙여놨네. 승진한 게 동네 자랑인가?”
옆에 있던 최다혜가 조심스레 물었다.
“선배님 기분 안 나쁘세요? 완전 낙하산 인사잖아요. 갑자기 강 PD가 CP로···.”
“왜 기분 나빠야 하는데?”
“강 PD한테 진급 밀린 거···.”
“딱히 진급을 노린 적 없어. 어차피 때 되면 CP 달고 국장 될 텐데···.”
자신감 넘치는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하긴···.”
그는 스타 PD이자 대명 그룹 회장의 손자이다.
승진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이게 뭔 낙하산이야. 강동수 실력 좋으니까 진급된 거지. 종편 같은데 강동수를 뺏기지 않으려고 이런 조치를 한 거 같은데···. 오히려 땡큐지.”
“네? 왜요?”
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실력 없이 짬 찼다고 진급하는 것보다 이게 모두한테 좋은 거잖아.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
그때 한켠에서 인상을 쓰고 공고를 보던 신진규(동물농원 PD)가 버럭 소리쳤다.
“담 PD, 그거 나한테 하는 말이야?”
“전 딱히 누구라고 한 적 없습니다만.”
“······!”
담윤호는 그를 보며 비릿하게 웃더니,
“신 PD님, 찔리시나 보죠?”
“······!?”
신진규는 얼굴을 살짝 붉히더니,
“젠장!”
휙! 몸을 돌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최다혜는 걱정스레 말했다.
“선배님, 괜히 신 PD님 자극하면···.”
“저 양반이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에···. 없네요···.”
담 PD는 팔짱을 끼고 인사 공고를 빤히 쳐다봤다.
문득, 남오균 비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회장님께서 아무래도 강동수를 키워보려는 거 같습니다. 윤지 아가씨 짝으로 어떤지도 여쭤보시고···. 아마 송민용 사장 후임으로 염두에 두고···.]‘미친개가 사장···?’
그는 피식 웃더니 중얼거렸다.
“개판이네. 개판이야.”
= = = = = = =
‘멍멍이와 산다!’ 회의실.
윤하얀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강 PD님! 아! CP님이지! 오늘 저녁은 소고기로 가죠!”
박지혜도 물개박수를 치며,
“찬성이에요!”
-뾰로롱!
요정 가온도 나타나더니,
[나도 찬성이다. 소고기 가즈아!]동수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 그렇죠. 소고기 먹죠. 그런데 어···.”
“뭐에요~! 승진했는데 표정이 왜 그래요? 안 기뻐요?”
“아뇨, 아뇨. 기쁘긴 한데···. 음, 뭐랄까? 조금 얼떨떨해서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승진이다.
꿈 같기도 했고···.
하지만 현실이다.
“갑자기 CP라니···. 허, 참···.”
그때 윤하얀이 엄지 척을 하며 말했다.
“강 CP님이 잘하셨으니까 진급한 거죠! 이번 ‘뮤직 대전’ 완전 레전드였잖아요!”
박지혜도 활짝 웃으며,
“윤 작가님 말이 맞아요! 선배님 CP 승진은 당연해요! SBC 인사팀이 일을 제대로 하네요!”
“하하, 둘 다 땡큐, 땡큐.”
동수는 생각했다.
‘이거 혹시···. 지니 회장님이 벌인 일인가?’
가온이 동수 옆으로 날아오더니 말했다.
[그럴 확률이 높다.]‘···나 혹시 잠결에 지니 회장님한테 전화해서 소원권 썼냐? CP 진급시켜달라고?’
[아니. 당신은 지난밤에 잠꼬대도 안 하고 잤다.]‘그럼, 대체 왜···?’
[당신, 그런데 이렇게 있을 때가 아닌 거 같다. 곧 있으면 오금숙과 미팅이다.]동수는 “아!”하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팀원들을 보며 말했다.
“자자, 일단 축하 파티는 소고기 먹는 거로 해요. 고깃집은 내가 이따 예약할 거고···. 막내야, 사람들 불러라. 멍멍산 팀원들이랑 인기 뮤직도···.”
“큐티 걸즈도 부를까요?”
“그래, 불러.”
그러자 윤하얀이 웃으며,
“미친개 밴드도 불러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하, 미친개 밴드는 휴가 갔고 설희 씨만 부르죠! 하여튼! 파티는 이렇게 하는 걸로 하고···. 일단 오금숙 배우님과 미팅을···.”
그때였다.
-똑똑
누군가 노크를 했다.
박지혜가 재빨리 일어나 문을 열더니,
“누구세···. 어? 아!?”
동수와 윤하얀도 누군가 싶어서 문쪽을 쳐다봤다.
거기에는 화려한 밍크코트를 입은 오금숙 배우가 서 있었다.
“하이~!”
동수는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여긴 무슨 일로···.”
“오전 스케쥴이 취소돼서~ 연출팀하고 빨리 친해지려고 왔지.”
“아, 그렇군요···.”
오금숙은 자연스럽게 문을 닫고 회의실로 들어오며 물었다.
“근데 어느 쪽이 작가님이야?”
그러자 윤하얀과 박지혜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멍멍이와 산다!’ 메인 작가 윤하얀입니다!”
“안녕하세요! 조연출 박지혜입니다!”
“다들 반가워~! 그리고 윤 작가!”
“네?”
“곰탕 잘 먹었어. 요리 솜씨 좋던데~! 굿!”
“아하하, 감사합니다···.”
오금숙은 이어서 박지혜를 보더니,
“자기는 마스크가 PD보다는 배우에 어울리는데···. 우리 기획사에 오디션 보러 올 생각 없어?”
박지혜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아, 저는 그게···.”
그러자 동수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하핫! 오 선배님! 우리 막내는 안 됩니다! 막내가 ‘멍멍이와 산다!’ 복덩이거든요! 마스크 좋은 놈 찾으시면 저어~기 옆에 회의실에 담머시기라고 있는데 걔를 소개해드릴까요?”
“강 PD 견제하는 거야? 그러니까 더 탐나네!”
둘 사이에 낀 박지혜가 난처한 표정을 짓자, 오금숙이 깔깔 웃으며,
“장난이야! 장난!”
멍멍산 팀원들은 그녀와 만난 지 오 분도 되지 않았는데 진이 빠진 기분이었다.
동수는 오금숙에게 제일 푹신한 의자를 내밀며,
“여기 앉으세요! 막내야 카페 가서 메뉴 찍어서 연락해!”
“네!”
“아냐~! 됐어! 그냥 물이나 한 잔···.”
“어휴! 아닙니다! 막내야! 총알처럼 뛰어가!”
“네!”
박지혜가 재빨리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어? 국장님···. 안녕하세요!”
변우민 국장이 나타났다.
그는 막내의 인사를 무시한 채 회의실로 들어오더니, 문을 등지고 앉아 있는 오금숙을 힐끔 보며 생각했다.
‘이 여잔, 누구지?’
잠시 의문을 품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CP 진급에 대한 거였다.
그는 동수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강동수, 나와. 얘기 좀 하자.”
동수는 올 게 왔다고 생각했다.
‘진급 때문에 변 사또가 지X하러 올 줄 알았는데···. 타이밍 참···.’
동수는 오금숙한테 우선 양해를 구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다
그 순간, 오금숙이 말했다.
“나~ 거짓말 다음으로 싫어하는 게 새치기인데···.”
그녀는 힐끔 변우민을 보더니,
“변 국장, 차례를 지켜요. 응?”
변우민은 흠칫 놀라더니,
“오, 오 배우가 왜 여기에···.”
“뭐예요? 국장이란 사람이 내가 왜 여기 있는 줄도 몰라요?”
“아니, 그게···.”
변우민은 당황하며 동수를 쳐다봤다.
그러자 동수가 어색하게 웃으며,
“아, 보고드리는 걸 깜박했네요. 이번 연말 특집에 오금숙 선배님을 MC로 섭외했습니다!”
“······!?”
오금숙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제 알았죠? 나가서 기다려요, 변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