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87
87화 –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레나 포스터는 강남희 할머니를 만나지 않고 돌아가겠다고 했다.
윤하얀과 동수는 얼굴이라도 뵙고 가라고 했지만···.
“저도 보고 가고 싶지만···. 지금 안 뵙는 게 강 PD님한테는 더 좋을 거 같은데요? 후후.”
묘한 말을 했다.
동수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윤하얀은 뭔가 눈치챈 듯 움찔했다.
떠나기 전 레나와 동수는 명함을 교환했다.
레나는 빙긋 웃었다.
“제 명함을 보고 안 놀라시네요?”
동수는 움찔하더니,
“···놀랐습니다. 내색을 안 하는 거뿐이죠.”
“그런가요?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살펴 가십쇼.”
레나가 저 멀리 사라지자 윤하얀은 말했다.
“대박···. 저렇게 젊은 핫플렉스 부사장이라니!?”
“그러게요. 능력자네요.”
동수는 명함을 요리조리 살펴본 뒤, 지갑에 넣었다.
그때 윤하얀이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실 건가요? 레나 씨, 활용하실 거죠?”
“당연히 활용해야죠.”
“생각하신 연출이 있으세요?”
“뭐···. 너무 어렵게 생각 안 하려고요. 할머니와 누렁이가 사는 집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고 하면서···. 음···. 패스!”
“네?”
“그 뒤는 윤 작가에게 패스! 어떤 식으로 연출하면 좋을지 아이디어 부탁~ 해요~!”
“CP 되시고 능글맞아진 거 같아요.”
“이제 미친개 졸업하고 능구렁이 될까요?”
“그건 좀 어려우실 거 같은데···.”
“푸하핫! 그렇죠? 일단 방송국으로 가시죠!”
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방송국으로 향했다.
택시에 탄 윤하얀은 팔짱을 “흐음~!” 하고 어떤 식으로 레나 포스터를 등장시킬지 고민했다.
동수는 그녀를 힐끔 보더니,
“생각이 잘 안 나면 그거 해보는 게 어때요?”
“뭐요?”
“세 번째 변신이요! 필력이 우주 깡패가 되잖아요!”
“···도와줄 거 아니면, 장난치지 마요. 진지하게 고민 중이니까.”
“네, 죄송합니다.”
멍멍산 회의실에 도착했을 즈음, 윤하얀은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말했다.
전부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그래서 동수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때 ‘인기 뮤직’ 쪽 업무를 끝낸 막내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두 분 다 오셨군요. 미팅은 잘하셨어요?”
“하하, 뭐, 그냥···. 아! 옥상은 이따 밥 먹고 가자.”
“후후, 전 언제라도 좋아요.”
그때 윤하얀이 입을 열었다.
“박 PD! 혹시 말이에요···.”
그녀는 막내에게 레나 포스터와 만난 걸 말했다.
그리고 그녀를 어떻게 하면 멋들어지고 드라마틱하게 등장시킬 수 있을지 고민된다고 물었다.
그러면서 아이디어까지 설명하자, 박지혜는 빙긋 웃더니 대답했다.
“전부 좋은 의견인데요. 저라면 쉽게 연출할 거 같아요.”
동수와 윤하얀 모두 고개를 갸웃했다.
박지혜는 의자에 앉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머나먼 미국에서 우리 방송을 보고 은혜를 갚기 위해 찾아온 여성···.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드라마틱해요. 특별하게 연출할 필요 없이, 그냥 손님이 찾아왔다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 참고 자료 같은 게 있으면 좋겠네요. 육 년 전 총기 난사 사건과···. 아! 할머님 아드님에 대한 인터뷰도 찾아보면 좋겠어요. 분명 총기 난사범을 막으면서 죽기 직전까지 아이들을 보호하셨다고···. 어라? 왜, 왜들 그렇게 보세요?”
동수와 윤하얀은 반짝이는 눈으로 막내를 보더니,
“역시 우리 막내가 최고다.”
“미친개는 CP로 가요. 난 복덩이 PD랑 프로그램 제작할 거야.”
“그럴까요? 허허. 우리 복덩이 덕에 미련 없이 은퇴할 수 있겠어!”
박지혜는 당황하며,
“서, 선배님! 은퇴라뇨! 그, 그리고 놀리지 마세요!”
“푸하하핫! 장난이다, 장난! 그런데 우리 막내 아이디어 아주 좋아! 그래! 괜히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지! 이야~! 좋아! 좋아!”
“맞아요! 저도 박 PD 얘기 듣고 필이 팍! 왔어요! 역시 복덩이! 최고예요!”
“아이참···. 복덩이라뇨···.”
막내는 몹시 부끄러워했다.
하여튼!
연말 특집 3부는 막내의 아이디어대로 연출하기로 했다.
동수는 호탕하게 웃으며,
“오늘은 막내가 먹고 싶은 메뉴로 가즈아!”
“콜! 복덩이 PD님, 뭐 먹고 싶어요?”
박지혜는 방긋 웃으며,
“두 분이 드시고 싶은 걸로 먹어요.”
그때였다.
-똑똑
노크와 함께 예상치 못한 손님이 멍멍산 회의실을 찾아왔다.
바로, 앨리스 엔터 황선우 팀장이다.
“실례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모두 오랜만에 뵙는군요.”
동수는 흠칫했다.
‘저 사람이 여긴 왜···.’
-뾰로롱!
그러자 요정 가온이 나타나더니 말했다.
[당신 황선우 번호 차단 풀지 않았다.]‘아···.’
[내가 까먹을 거 같다고 했지?]‘···시끄러워.’
동수가 어색한 표정을 짓자, 황선우가 그를 빤히 보더니 말했다.
“···강동수 CP님, 일전에 체리 일로 제가 연락을 무시했던 건 사과드리겠습니다.”
“아, 그건···.”
“그러니까 번호 차단한 것 좀 풀어주시겠습니까?”
“하하, 알겠습니다. 알겠어. 제가 짜증이 나서 차단하고 깜박했네요!”
“······.”
“자! 풀었습니다! 그럼 왜···.”
그때 황선우가 들고 있던 쇼핑백을 테이블에 올려두더니,
“CP 진급 축하드립니다. 이건 선물입니다.”
“가져가세요. 선물은···.”
“두고 가겠습니다. 필요 없으시면 저희 엔터로 보내주세요. 물론 착불로 보내셔도 됩니다.”
“······.”
동수는 만만치 않은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동수는 박지혜와 윤하얀에게 눈짓을 했다.
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일단 앉으시죠.”
“네, 감사합니다.”
“차는 따로 없고···. 물이라도 마실래요?”
“괜찮습니다.”
“뭐, 싫다면···. 그래서 왜 오신 겁니까?”
“저희 엔터랑 계약하시겠습니까?”
“···계약이요?”
동수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앨리스 엔터가 제작사도 했던가요? 아니면, 혹시 이번에 사업을 새로 시작···.”
“아닙니다. PD로 계약을 하자는 게 아니고, 미친개 밴드···.”
“······.”
“그러니까 가수로 계약하자는 겁니다.”
“······.”
“······.”
“푸하하핫! 지금 이건 농담이죠? 저한테 가수하라고요? 푸하하핫!”
“···진심입니다. 요즘 미친개 밴드 인기는···.”
동수는 책상을 손바닥으로 탕! 치더니.
“거기까지!”
“······.”
“설득하려고 하지 마시고, 거기까지만 하십쇼.”
“강 CP님···.”
“제가 무대에 올랐던 건 방송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한설희 때문 아니었나?]‘···조용히 해!’
[OK.]요정 가온이 사라지자 동수는 두어 번 헛기침을 한 뒤,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말했다.
“전 죽어도 촬영 현장에서 뒈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미친놈입니다. 가수는 관심없수다!”
황선우는 그런 동수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죠.”
“네, 살펴가십쇼.”
회의실에서 나가려던 선우는 멈칫하더니, 동수를 돌아보며 말했다.
“윤민철 이사 말입니다.”
“···그 사람이 왜요?”
“요즘 대명 그룹 사람들하고 자주 만난다는 거 같습니다.”
“······?”
“그럼···.”
황선우는 그렇게 밖으로 나갔다.
동수는 그가 나간 문을 빤히 보더니,
“윤민철 이야기는 왜 갑자기 하는 거야?”
[당신에게 경고하는 거 같다.]‘경고? 쟤가? 나한테? 왜?’
[황선우는 당신에게 적대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심지어 이번에는 호의까지 품고 있는 거 같았다.]‘호의? 으음···.’
문득 한설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선우 오빠는 플루토를 정말 아꼈던 사람이에요. 모두가 포기하고 망했던 우리 그룹을 마지막까지 믿어줬거든요.’
동수는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에라, 모르겠다. 호의를 품든 말든 뭔 상관이야. 나한테 피해오는 것도 없는데!”
[···당신의 생각 회로는 참 단순하군.]‘놀리냐!?’
‘만나든 말든 뭔 상관이야.’
지금 중요한 건,
“연말 특집 3부 제작이야!”
[당신의 의견을 존중한다.]그때였다.
-띠리리!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누구지?’
[데이터 검색···. 레나 포스터다.]“······!”
동수는 눈을 크게 뜨더니 전화를 받았다.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강동수 PD님, 안녕하세요.]그는 모른 척 물었다.
“···누구십니까?”
[레나 포스터입니다.]“무슨 일로···.”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으신가요?]“저녁이요? 왜요?”
[후후, 강 PD님께 드리고 싶은 얘기도 있고···. 친분도 쌓고 싶어서요. 어떠세요?]동수는 잠시 스케줄을 생각한 뒤,
“알겠습니다. 어디서 볼까요?”
[그럼, 저녁 7시에 서울 마이어 호텔 레스토랑에서 뵙는 걸로 할까요?]“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전화 통화를 끝내고 동수는 생각했다.
‘왜 보자고 하는 걸까?’
[연말 특집 때문은 아닌 거 같다.]‘내 생각도 그래.’
하지만 그녀가 왜 부른 건진 이따 알게 될 거다.
“지금은 일하자! 일!”
[좋은 생각이다.]= = = = = = =
청담동, 어느 와인바.
윤민철은 담윤지(담 회장 손녀)를 만나고 있었다.
담윤지는 깔깔 웃으며 물었다.
“오빠, 요즘 아주 엿 먹고 있다며?”
“무슨···.”
“왜 이래? 나도 귀가 있어!”
그녀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시더니,
“핑크 폭탄한테 탈탈 털렸다며! 엔터 대표들도 전부 등 돌리고 완전 쪽박···. 천하의 윤민철이 다 죽었네!”
“너 취한 거 같다. 적당히···.”
“아하핫! 내 주량 알면서~ 나 완전 말짱하거든?”
“······.”
“핑크 폭탄 걔 만만치 않나 봐?”
윤민철은 말없이 와인을 마셨다.
평소와 달리 와인이 무척 써서 인상이 찌푸려졌다.
사실···. 와인이 쓴 게 아니다.
‘젠장···.’
모두 유체리 때문이다.
딴따라 출신 다리 병신이라고 무시했는데, 사업 수완이나 행동력이 장난이 아니다.
윤민철이 움직이기 전에 블랙 캣츠를 따르던 모든 엔터 대표들을 휘어잡은 건 물론···.
‘블랙 캣츠 소속 연예인들을 대부분 자기 사람으로 만들다니.’
체리를 회사에서 고립시키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그가 고립되고 찬밥 신세가 되어 버렸다.
그의 편이라고는 달랑 비서뿐이다.
그러자 담윤지가 그를 빤히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계속 핑크 폭탄한테 털리고 있을 거야?”
“아니, 컴퍼니로 갈 거야.”
아이리스 컴퍼니는 드라마, 예능 제작사이다.
한때는 아이리스 계열사 중에서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거대한 회사였지만, 7년 전쯤 비리 사건에 연루돼서 휘청였고 지금은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그래서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로 투자하며 키우려는 블랙 캣츠 엔터테인먼트보다는 비주류다.
“뭐야, 오빠, 좌천되는 거야? 아하핫!”
“···멋대로 생각해.”
사실 모두에게 비밀이지만 윤민철은 기회를 노리는 거다.
‘이번에 레나 포스터가 핫플렉스 부사장이 됐다고 했어.’
레나 포스터는 윤민철과 같은 하버드 동문 후배다.
같은 사교 클럽 출신은 아니지만, 오가다 몇 번 인사를 나누긴 했다.
하여튼!
인맥을 총동원해서 그녀와 약속을 잡으려고 하는 중이다.
‘핫플렉스가 드라마 제작보다 예능, 다큐, 교양 콘텐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한다고 했어. 레나 포스터와 잘만 얘기하면···.’
그때 담윤지가 비웃으며 말했다.
“뭐~! 어쨌든 힘내라고! 꺄하핫!”
윤민철은 인상을 팍! 쓰더니,
“됐고, 그거나 알려줘.”
“그거?”
윤민철은 한숨을 내쉬며,
“취했어? SBC 제작 2본부(예능국이 속한 본부) 본부장 누가 맡는지 알려주기로 했잖아. 전화로 알려주기 싫다고 여기로 불러냈으면서···.”
“아, 맞다! 그거 말해주기로 했지.”
“그래서 누구···.”
“나.”
“응?”
담윤지는 매혹적인 미소를 짓더니 재차 말했다.
“내가 SBC 제작 2본부 본부장으로 간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