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9
9화 – 다 뜯어고칠 겁니다!
동수와 윤하얀은 택시를 타고 SBC 방송국으로 향했다.
택시 안에서 동수는 빠르게 박지혜한테 톡을 했다.
└강동수: 막내야! 작가님 구했다!
└막내: ٩(๑>∀<๑)۶
└강동수: 바로 모시고 가니까. 회의실에 작가님 쓰실 노트북 준비해둬!
└막내: 네!
└강동수: 간식이랑 마실 거도 세팅해놔! 영수증 잊지 말고!
└막내: 네!
그때 가온이 말했다.
[떡볶이가 먹고 싶다.]‘회의하는데 뭔 떡볶이야. 안 돼.’
[···당신 임무 수행은 안 할 건가?]‘임무?’
-띠링
알림창이 하나 나타났다.
『임무 : 가온은 매운맛을 더 느껴보고 싶습니다. 매운 음식 다섯 가지를 먹어주세요.』
『매운 족발, 짬뽕, 떡볶이, 매운 닭발, 청양고추』
『보상 : 앙상블 시스템 사용권 1회』
‘아···. 이런 것도 있었지. 깜박했네.’
[······.]그 순간 앙상블 시스템 아이콘 옆에 느낌표 모양의 임무 아이콘이 생겼다.
동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거슬리잖아.’
[당신한테 임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다.]‘그냥 떡볶이 먹고 싶어서 이러는 거잖아.’
[아니다.]‘이 느낌표 둥둥 떠다니면 떡볶이 절대 안 먹는다.’
그러자 느낌표 아이콘이 사라졌다.
[이제 사줘.]동수는 조카가 하나 더 생긴 거 같다고 생각하면서 막내한테 톡을 했다.
└강동수: 막내야, 편의점 떡볶이도 하나만 사놔.
└막내: 네!
가온은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남대문 지존 떡볶이가 먹고 싶다.]‘주는 대로 먹어! 아니면 아예 안 먹는다!’
[···알았다.]동수는 가온과 대화를 마치고 윤하얀을 힐끗 쳐다봤다.
‘어? 저건···.’
그녀는 스마트폰으로 ‘멍멍이와 산다!’를 보고 있었다.
1.5배속으로 VOD를 재생했는지 빠르게 화면이 넘어갔다.
동수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이 사람, 마음에 드네.’
그녀가 집중할 수 있게 말을 걸지 않고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생각했다.
‘차를 다시 뽑든가 해야겠어.’
심의부로 좌천되고 쓸 일이 없어서 부모님께 드렸는데···.
아무래도 너무 불편하다.
‘마이어 자동차 GU 70이 잘 빠졌다는 거 같던데···.’
[전기차로 뽑는 걸 추천한다.]‘왜?’
[내가 전기차 시스템에 간섭해서 세상에 둘도 없는 자동차를···.]동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전기차는 안 사!’
[왜지?]‘곧 있으면 내연기관 자동차 단종된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내연기관 차를 타야지!’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선택이군.]‘시대의 마지막을 즐기려는 사나이의 낭만이다.’
[사나이의 낭만···. 데이터 기록···.]가온은 말이 없어졌다.
아마도 사나이의 낭만을 공부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목동 SBC에 거의 도착할 즈음, 윤하얀은 VOD를 껐다.
동수는 웃으며 물었다.
“잘 보셨어요?”
“네!”
“어떠셨어요?”
윤하얀은 생긋 웃으며 되물었다.
“펙트를 원하세요? 달콤한 말을 듣고 싶으세요?”
“펙트요.”
달콤한 말을 들을 때가 아니다.
‘멍멍이와 산다!’는 종영까지 몇 회 남지도 않았다.
‘어떻게든 뭔가를 보여줘야 해.’
예를 들면 높은 시청률!
그래야 예능국에서 버틸 수 있다.
‘공수철 같은 놈들이 개수작을 부려도 말이지!’
윤하얀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1, 2회는 강아지와 고동만 배우(1, 2회 출연자)가 교감하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서 좋았어요. 그런데 3회부터는 왜 연예인의 화려한 삶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는지 모르겠어요. 멍멍이와 사는 게 아니고 강아지를 장식품처럼 취급하고···. 이럴 거면 MBS ‘독신 스타’를 보고 말죠.”
1, 2회는 ‘멍멍이와 산다!’를 기획한 메인 작가 김민혜가 쓴 대본대로 진행됐지만, 3회부터는 송민지 PD가 새로 고용한 작가가 쓴 대본을 따른 거다.
송 PD의 입맛에 맞춘 방송이란 소리다.
덕분에 시청률은 곤두박질쳤다.
동수는 웃으며 말했다.
“이야, 정확한 분석입니다.”
그때 택시 기사가 말했다.
“손님, 다 왔습니다!”
동수는 택시비를 내고 윤하얀과 함께 내렸다.
그렇게 두 사람은 목동 SBC에 도착했다.
나란히 걸어가던 윤하얀이 물었다.
“‘멍멍이와 산다!’ 3회부터 작가가 교체됐나요?”
“교체는 아니고···. 사정이 생겨서 다른 작가가 대본을 쓴 거 같습니다.”
“어쩐지···.”
둘은 SBC 건물로 들어갔다.
윤하얀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감회에 젖은 얼굴로 말했다.
“SBC는···. 변한 게 없네요.”
“그런가요? ‘그건 알고 싶다’ 그만두고 계속 Q-TV에서 일하셨다고 하셨죠?”
Q-TV는 9년 전쯤 생긴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이다.
윤하얀은 6년 전 ‘그건 알고 싶다’ 작가를 그만두고 Q-TV에서 자연 다큐에 참여했다.
지상파에서 잘나가던 시사 교양 프로그램 작가가 어째서 비주류 채널로 갔는지는 모른다.
박대철 말로는 뭔가 사정이 있다는 거 같은데···.
그때 윤하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여긴 6년 만에 오는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데 왠지 슬퍼 보였다.
동수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녀의 얘기를 듣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때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강 PD님, 어서 회의실로 가요.”
“그러죠!”
회의실로 향하면서 동수는 윤하얀이 ‘멍멍이와 산다!’를 분석했던 걸 곰곰이 생각했다.
‘동물과 교감···. 그리고 스포트라이트라···. 흠···.’
윤하얀의 얘기를 듣고 뭔가가 떠오를 듯 말 듯 아른거렸다.
조금 더 생각하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때 가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데이터베이스를 검색···.]‘가온 갑자기 웬 검색이야?’
[검색 완료, ‘TV 동물농원’ 메인 작가 인터뷰.]‘뭐?’
‘TV 동물농원’은 SBC에서 10년째 방영 중인 예능이다.
평균 시청률 8%로 SBC의 효자 프로그램인데···.
동수가 의아해하자,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거 같다고 판단된다.]‘도움이 된다고?’
[그렇다. 들어봐라. Sound only. 재생.]그 순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1회 촬영을 끝내고 PD님과 고민을 많이 했어요. 기획했던 거랑 달리, 너무 재미가 없더라고요. 당연한 얘기지만 리포터나 연예인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동물이랑 의뢰인만 나오니까요. 이게 다큐인지···. 예능인지···. 암담했죠. 그때 우리 막둥이가 이런 의견을 내더라고요. 차라리 동물들이···.】
인터뷰를 듣는 동수의 눈이 커졌다.
‘그래! 이거야!’
[도움이 됐나?]‘가온, 너 이 자식! 형이 격하게 아낀다!’
[그럼 남대문 지존 떡볶이 사줘.]‘오냐! 이따 저녁에 사주마!’
= = = = = = =
‘멍멍이와 산다!’ 회의실.
동수는 윤하얀에게 박지혜를 소개했다.
“윤 작가님, 여기는 우리 팀 조연출입니다. 박 PD, 인사드려 윤하얀 작가님이야.”
“안녕하세요! 박지혜라고 합니다!”
신입답게 기합이 잔뜩 들어간 인사였다.
윤하얀은 부드럽게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반가워요! 윤하얀이라고 해요! 짧은 기간이지만, 잘 부탁해요!”
박지혜는 마치 사단장과 악수하는 신병처럼 대답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동수는 웃으며 말했다.
“박 PD 기합 좋네! 역시 우리 팀 조연출이야!”
“아하하···. 감사합니다.”
윤하얀은 동수와 박지혜를 번갈아 보며 생각했다.
‘프로그램 상황이 나쁜데도, 둘 다 밝고 기운차네.’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회의실이 깔끔해서 좋네.’
‘그건 알고 싶다’ 때 회의실은 정말 거지 소굴이 따로 없었고, Q-TV에서 활동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치워도 치워도 답이 안 보였었는데···.
그녀는 일할 맛이 나는 회의실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아주 마음에 들어.’
물론 이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팀 분위기가 개판이고 회의실이 쓰레기통이어도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거다.
윤하얀은 생각했다.
‘이 프로그램···. 이대로는 답이 없어.’
마음 같아서는 처음부터 전부 뜯어고치고 싶었다.
하지만 결정은 그녀가 내리는 게 아니다.
그녀는 동수를 쳐다봤다.
‘강동수 PD의 생각은 어떠려나···.’
적극적인 구애를 하며 팀에 합류해달라고 하는 걸로 봐선 패전투수로 끝낼 생각은 아닌 거 같지만.
의지나 열정보다 중요한 건···.
‘아이디어와 시간이야.’
이때 동수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자, 그럼, 회의를 시작하죠!”
박지혜와 윤하얀도 의자에 앉았다.
동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엊그제 이 팀을 맡고 다음 주 예고편과 2주 뒤 방송될 걸 편집하면서···. 계속 생각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도대체 왜 망했을까?”
박지혜와 윤하얀은 동수의 말에 집중했다.
동수는 팔짱을 끼면서 재차 입을 열었다.
“제가 프로그램을 말아먹었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이 프로그램이 망한 건, 실패를 교훈 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실패를요?”
되묻는 박지혜에게 동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재차 말했다.
“프로그램의 기조를 지키면서 버릴 건 버리고, 발전할 걸 발전시켜야 했는데, 이전 ‘멍멍이가 산다!’ 팀은 그러질 못했습니다. 예전에 저처럼요.”
그때 윤하얀이 물었다.
“PD님,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으신 건데요?”
동수는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 뜯어고칠 겁니다! 다음 주 방송분부터 전부!”
“네?!”
“······.”
당황한 표정의 박지혜.
담담한 표정의 윤하얀.
동수는 우선 박지혜를 쳐다보며 말했다.
“박 PD한테는 미안해.”
“······?”
“예고편 말이야. 열심히 만들었는데···. 다시 편집해야 할 거 같아.”
“PD님···. 사흘 후면 방송인데···.”
동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주말도 반납하고 미친 듯이 해봐야지!”
“자막은 어쩌고요. 자막실 주말에는 쉴 텐데···.”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하하!”
“······.”
동수는 자신감 넘치게 말했지만, 박지혜는 여전히 걱정스러웠다.
윤하얀이 물었다.
“어떻게 편집하실지 생각은 하신 거예요?”
“물론이죠!”
동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이트보드로 갔다.
그리고 보드마카펜을 잡고,
【교감】 【시점】
두 단어를 적었다.
박지혜는 고개를 갸웃했고, 윤하얀은 눈을 반짝였다.
동수는 말했다.
“우리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강아지와 교감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시점에 변화를 줄 겁니다.”
바로,
“멍멍이 시점으로 편집을 진행할 거예요!”
송민지 PD가 연예인에게 향하게 했던 스포트라이트를 모두···.
“멍멍이한테 집중합니다!”
그 말에 박지혜는 준비해둔 콘티를 빠르게 확인하더니,
“강 PD님, 강아지 시점에서 녹화된 영상이 많지 않아요. 이걸로는 힘들 거 같아요···.”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다다음 주 녹화 영상도 당겨 쓰면 돼.”
“그, 그럼 다다음 주는 방송은요!”
동수는 피식 웃으며,
“박 PD, 앨리스 엔터에 연락해. 강세나 씨 다음 주에 추가 촬영하자고!”
박지혜는 근심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곧 눈에 힘을 주며 대답했다.
“네!”
“아! 그리고 성우 협회 연락해서 성우 좀 구해줘.”
“성우요···?”
“그래. 강아지 시점이니까. 강아지도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아!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윤 작가님.”
“네.”
“대본을 부탁드립니다.”
윤하얀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성우가 쓸 대본이랑 추가 촬영 때 쓸 대본 말이죠?”
“네.”
“···팔자에도 없던 쪽대본을 쓰게 생겼네요.”
“죄송합니다···.”
윤하얀은 싱긋 웃더니 말했다.
“죄송하면 저녁 맛있는 걸로 사주세요!”
동수는 씨익 웃으며,
“남대문 지존 떡볶이 어떻습니까?”
윤하얀과 박지혜 모두 반가운 표정을 했다.
“좋아요!”
“PD님 저도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남대문 지존 떡볶이 구해 오겠습니다!”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좋은 팀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