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90
90화 – 여긴 내 구역이야!
한남동, 담 회장 사저.
담 회장은 서재에서 그룹 부회장인 딸 담세희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러다가 바둑판에 돌을 놓던 손을 멈칫하더니 되물었다.
“뭐라고? 윤지가 어디로 가?”
“SBC 제작 2본부 본부장으로 보냈어요.”
담우철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걔가 방송에 대해 뭘 안다고 거기로 보내.”
“대학은 신방과 나왔잖아요.”
“나오면 뭐 해!? 맨날 술만 처먹고 들어와서···.”
“후후, 어릴 땐 다 그러죠.”
담 회장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대명 푸드, 기획 홍보 본부장 자리···. 네 사람 앉힌 거냐?”
담세희는 빙긋 웃을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담 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어차피 전부 네 것이 될 건데. 뭐가 그리 급한지.”
“작은오빠한테 여지를 주면 안 되니까요.”
“쯧쯧···.”
“그리고 제가 먼저 보내려고 한 건 아니에요.”
“그럼? 윤지가 가겠다고 했다고?”
“네.”
“······?”
담 회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가 아는 손녀는 무슨 일을 하는 것보다, 직급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그룹 본부장 자리도 아니고, 계열사(SBC 방송국)의 본부장 자리로 가겠고 했다고?
‘왜? 굳이?’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딸을 쳐다보자, 세희는 흑돌을 바둑판에 놓으며,
“윤지가 무슨 생각으로 SBC로 가겠다고 한 건지 저도 몰라요.”
“하긴···. 그 뿔난 망아지 생각을 누가···. 아! 그런데 혹시 윤호도 이 사실 알고 있는 게냐?”
담세희는 빙긋 웃으며,
“아뇨. 비밀로 했죠. 알았으면 못 보냈을걸요.”
“그, 그건 그렇지.”
“아버지.”
“응?”
“제가 이겼어요.”
“으잉? 허···. 이런 수가 있었군. 세희 너 회사 경영은 안 하고 바둑만 두는 게냐? 왜 이렇게 볼 때마다 실력이 늘어.”
“그럴 리가요. 회사 일이 얼마나 바쁜데요. 그저···.”
그녀는 바둑판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바둑은 회사 경영이랑 다를 게 없는 거 같아요.”
“···그 말은 네가 나보다 경영을 잘한다는 게야?”
“아하하, 아뇨. 전 아직 멀었죠. 그런데 아버지 이번에 송민용 사장을 집에 초대하셨다면서요?”
“아, 그냥 좀 시킬 일이 있어서···.”
그는 딸에게 동수에 대한 걸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랬다간 그룹 회장이 일개 직원 승진에 관여했다고 잔소리를 할 게 뻔하니까.
담세희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요?”
“그게···.”
곤란한 순간,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추키가 서재로 들어왔다.
“회장, 밥 먹어.”
“어, 어! 벌써 식사 시간이군! 세희 너도 먹을 테냐?”
담세희는 빙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아뇨. 저는 괜찮아요. 오랜만에 여기서 책 좀 읽을래요.”
“그래라 그럼.”
담 회장은 먼저 서재에서 나갔다.
추키도 뒤따라 나가려는데 담세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얼굴 좋아 보이네. 일은 할 만해?”
“응.”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 솔직히 생명의 은인인 네가 가사도우미인 게 마음에 걸려서···.”
“응.”
“근데 너 말투···.”
“왜?”
“···아냐.”
추키는 몸을 휙 돌렸다.
그러자 담세희가 재차 불렀다.
“추키, 혹시 말이야.”
“······?”
“경호팀으로 올래? 경호 1팀장···.”
“싫어.”
추키는 곧바로 서재에서 나갔고, 담세희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추키는 부엌으로 향했다.
그러자 식탁 의자에 앉아 있던 담 회장이 물었다.
“뭐 하느라 이렇게 늦은 게야?”
“잡담.”
“한국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잡담은 무슨···.”
추키는 어깨를 으쓱하고 반찬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때 담 회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오늘은 왜 된장찌개가 왜 없는 게야?”
“윤지가 버렸어.”
“뭐?! 그놈 그거 또 냄새난다고 지랄했구나!?”
“응.”
“다음에 또 이러면 그년 손모가지를 부러뜨려!”
“응.”
담 회장은 추키에게 물었다.
“그럼 찌개는 없는 게야?”
“콩나물국 먹어.”
“에이···.”
그는 숟가락을 집으며 속으로 연신 손녀를 씹었다.
그러다가 생각했다.
‘근데 윤지 고것이 대체 왜 SBC로 간 거지? 방송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그러다가 갑자기 미친개 강동수가 떠올랐지만, 곧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에이, 설마···.”
= = = = = = =
‘멍멍이와 산다!’ 회의실 분위기는 대혼란이었다.
동수가 핫플렉스 부사장인 레나 포스터의 파격적인 스카우트 제안을 받은 순간!
갑자기 새로 부임한 담윤지 본부장이 등장했다!
그녀는 레나에게 거친 말을 쏟아내며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변 국장이 나타났고, 담윤지에게 아부를 떨던 찰나···.
담윤지는 변우민에게 지시했다.
“저 도둑고양이 내쫓아요!”
“도둑고양이요···?”
변 국장은 힐끗 레나를 쳐다봤다.
‘저 여자는 누구지?’
처음 보는 여자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담윤지의 지시다.
그는 곧장 동수에게 눈짓을 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내보내라는 신호였다.
하지만 동수는 미간을 좁히더니,
“불만 있으면 말로 하십쇼. 왜 째려봅니까?”
“···그게 아니고 저 여자를 내보내라는 거다.”
“싫습니다.”
변 국장은 인상을 쓰며 담윤지의 눈치를 봤다.
새로 부임한 제작 2본부 본부장에게 잘 보여야 하는데···!
그는 재차 엄한 목소리로,
“강동수, 너 이 자식···!”
“이 자식, 저 자식 하지 마십쇼! 그리고 이분은 멍멍산 특별 게스트입니다! 못 내보냅니다! 나가려면 국장님이나 나가십쇼!”
“크윽···!”
변우민은 이를 갈았다.
이대로 동수와 더 대화를 나눠봤자 득 될 게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담 본부장은 저 여자를 쫓아내라는 거야? 게스트라는데···.’
그때 담윤지가 깔깔 웃더니 동수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어머, 게스트? 웃기네. 당신 아주 음흉한 남자네?”
“······.”
“이 두 귀로 저 여자가 당신한테 핫플렉스로 오라고 꼬리를 치는 걸 들었는데?”
변우민은 흠칫했다.
‘핫플렉스···? 그럼, 저 외국인···. 핫플렉스에서···.’
그때 동수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래서요?”
“뭐?”
“꼬리치든 말든 그게 뭔 상관이냔 말입니까? 그게 내 방송 특별 게스트를 쫓아내야 할 이유가 된다고 보십니까?”
“아니, 우리 PD를···.”
“헤드헌터나 타사 직원이 이런 제안하는 게 불법입니까? 꼬우면 저한테 돈을 더 주세요. 그러면 아무 데도 안 갑니다!”
“뭐라고···?”
그때 변 국장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강동수! 너 미쳤어?”
“당연한 걸 왜 물으십니까? 미친개가 발광하는 거 하루 이틀 보는 사람처럼···.”
“이, 이게···.”
그때 담윤지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와, 나 이런 또라이는 처음이네. 우리 할아버지는 이런 놈을···. 아하핫!”
주변 사람들은 동수나 윤지가 오십보백보라고 생각했다.
그때 그녀가 동수에게 말했다.
“야.”
“야야 하지 마십쇼.”
“계속하면 어쩔 건데?”
동수는 주먹을 꽉 쥐고 책상을 내리치려다가 윤하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는 강 PD님의 시원한 성격은 좋은데요. 폭력적인 행동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힐끔 윤 작가를 쳐다봤다.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동수를 바라보는 그녀.
동수는 주먹을 풀며,
“똑같이 할 겁니다.”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뭐? 똑같이? 아하하! 얘 웃기네. 야! 해봐! 해봐!”
“다, 담 본부장님, 그만하시고···.”
변 국장이 말리는 순간, 동수가 소리쳤다.
“야!”
“······!?”
“강동수! 너 입 다물어!”
“선배님! 그만···.”
“강 CP님! 진정해요!”
주변에서 말렸지만, 동수는 담윤지를 노려보며,
“여긴 내 구역이야! 지랄할 거면 나가!”
담윤지는 당황했다.
이런 취급을 받은 적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대명 푸드에서 근무할 때는 모두 그녀를 공주님처럼 떠받들었다.
‘그런데 이 남자는···.’
미친개, 미친개 소문은 들었지만···.
하지만 이대로 꼬리를 내리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당신 지금···.”
그 순간,
-퍽!
누군가 그녀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악!? 어떤 XX야!?”
뒤를 돌아보자, 당황한 표정의 변 국장 옆에 차가운 인상의 미남이 서 있었다.
그녀의 쌍둥이 동생 담윤호 PD다.
“야! 네가 때렸어?”
“그럼 변 국장님이 때렸겠냐?”
“이게! 여기 회사야! 나 그리고 네 상사···.”
“어쩌라고.”
“이, 이게 누나한테···.”
“웬 누나? 회사라며?”
“이익! 야! 상사 뒤통수를···!”
“그럼 잘라.”
“뭐?”
담윤호는 빙긋 웃으며,
“미친개랑 손잡고 핫플렉스로 가면 되니까.”
“······!”
그는 당황하는 누나에게 다가갔다.
그러더니 검지로 그녀의 이마를 툭툭 치며 말했다.
“상황 파악이 좀 되냐? 지금 누가 누구한테 갑질이야. 제발, 생각을 좀 하고 살아.”
“너, 너···. 직원들 앞에서···.”
담윤호는 그녀에게 속삭였다.
“나한테 욕먹고 물러나는 게 체면상 좋을걸?”
“······!”
“너 여기서 나대다가 미친개한테 물어뜯긴다. 저 자식 정말 미친놈이거든.”
“설마···.”
“난 경고했다.”
담 PD는 그녀에게서 떨어지더니, 동수를 힐끗 보고 말했다.
“핫플렉스 가려고?”
“뭔 상관이야?”
“계약 조건이 어떻게 되는데?”
“몰라.”
“너 나한테 빚 한 번 남았어.”
“밴댕이 소갈딱지 새끼! 이십억 준다더라! 이십억!”
동수의 말에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윤 작가와 막내는 너무도 기쁜 나머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소리쳤다.
“우리 개 PD님 용 됐네요! 와! 와!”
“선배님! 존경스러워요! 대단하세요!”
동수는 머쓱한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였다.
“하하, 거, 뭐, 별거 아닙니다.”
그때 담윤호가 말했다.
“미친개가 제법이네.”
“부럽냐?”
“내가? 너를? 겨우 이십억으로?”
담 PD는 피식 웃었다.
그러자 동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재수 없는 티타늄 수저 새끼···. 됐고! 다들 이제 가십쇼!”
동수는 회의실에 찾아온 불청객을 모두 쫓아냈다.
담윤지는 마지막까지 동수를 노려봤지만, 그는 콧방귀를 끼며 무시했다.
윤하얀과 막내는 동수에게 다급히 물었다.
“강 CP님, 핫플렉스 갈 거예요? 언제 갈 거예요?”
“선배님, 저도 데려가 주세요. 월급 필요 없어요. 선배님 곁에서 더 배우고 싶어요!”
“워, 워! 진정들 해. 아직 결정된 건 없으니까.”
그때 레나도 다가오며 말했다.
“강 PD님, 아까 저를 보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프로그램을 지키려고 한 겁니다.”
“저는 덤이군요.”
“한국어 진짜 잘하시네.”
“한국에 관심이 많아서요. 후후.”
-띠링
『100% 진실입니다.』
동수는 그녀의 머리 위에 나타난 알림창을 본 뒤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레나씨, 계약에 대한 건 연말 특집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그때까지 계약 얘기는 안 꺼내셨으면 합니다.”
레나 포스터는 고민했다.
‘거절하려는 건가? 아냐, 고민하는 걸지도 몰라. 그러면 계약은 언급하지 말고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보자!’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알겠습니다.”
-띠링
『50% 진실입니다.』
동수는 생각했다.
‘계약 언급은 안 하고 유혹은 계속하겠다는 건가?’
-뾰로롱!
요정 가온이 나타나더니 말했다.
[빙고.]‘그래도 귀찮게는 안 하겠지?’
[머리 좋은 여자 같다. 당신에게 거슬리는 행동을 하진 않을 거 같다.]동수는 박수를 짝짝 치며,
“좋습니다! 그러면 일단 이 선물들 싹 다! 가져가십쇼!”
“이건 제가 용서를···.”
“됐습니다! 제가 더 무례했는데, 레나씨가 왜 사과를 합니까!”
“강 PD님···.”
“지난 일은 잊고 우리 방송에 최선을 다합시다!”
래나는 빙긋 웃더니,
“알겠어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김철호 선생님 어머님을 도울지는 생각하셨나요?”
“물론이죠! 우리 복덩이 막내가 멋진 의견을 냈습니다!”
“아이참, 선배님도···.”
동수는 부끄러워하는 박지혜를 보며 껄껄 웃다가 윤하얀에게 말했다.
“윤 작가! 레나 씨한테 방송 일정 설명하고, 대본 드리세요!”
“네!”
“막내 너는 오형근 감독님한테 일정 다시 한번 전달하고! 장비 체크도! OK?”
“네!”
그렇게 멍멍산 팀은 연말 특집 3부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
.
.
옥상.
담윤지는 인상을 찡그리며 자판기에서 밀크커피와 우유를 뽑는 동생에게 소리쳤다.
“추워죽겠는데 왜 이딴 데로 오자고 해!?”
“앞으로 자주 와.”
“미쳤냐? 내가 여기 왜 와.”
“강동수가 여길 좋아하거든.”
“뭐?”
담윤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강동수가 자주 가는 식당, 술집, 취미···. 전부 알려줄게.”
“야, 너 무슨···.”
“너 할아버지가 강동수를 손주 사위 삼고 싶다는 말에 발끈해서 여기 온 거 아냐? 그 새끼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심보로.”
“그건···.”
담윤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한텐 과분한 놈이야. 그러니까 네 남자로 만들어.”
“보통 과분하면 포기하지 않냐?”
“너도 괜찮은 게 하나 있거든.”
“미모?”
“지랄.”
“······.”
“네가 대명 그룹 손녀라는 거.”
담윤지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그거 말고는 다 별로라는 거야? 재수 없는 XX.’
담윤호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다행히 남자를 유혹하는 건 네 특기잖아.”
“뭐래? 특기가 아니고 예쁜 꽃에 벌들이 알아서 날아오는 거거든?.”
“됐고. 내 말대로 해.”
“싫다면?”
“그럼 방송국에서 나가. 근데 세희 고모가 푸드 기획 본부장에 자기 사람 꽂았더라? 너 여기서 나가면···. 과연 어디로 갈까?”
“······.”
“아마 대충 놀고먹다가 적당한 기업 아들내미랑 결혼하지 않을까?”
“너···.”
“그건 싫지? 그러니까 내 말대로 해.”
담윤지는 팔짱을 끼며 물었다.
“이유나 묻자. 강동수를 왜 내 남자로 만들라는 거야?”
담윤호는 밀크커피와 우유를 섞으며, 여기서 만났던 한 사람을 떠올렸다.
[죄송해요. 전 블랙커피랑 마시는 게 더 좋아요.]너무도 단호하게 그의 제안을 거절했던 후배.
그리고···.
[선배님!] [인마, 뛰지 마. 커피 쏟는다.] [네!]미친개를 향해 환하게 웃던···.
담윤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몰라도 돼.”
“치사하네. 그럼 나도 네 말···.”
“너, 내가 시키는 대로 해서 피해 본 적 있어?”
“그건···.”
“없지? 그러니까 이번에도 내가 하라는 대로 해.”
“······.”
담윤호는 몸을 돌리더니 옥상에서 나갔다.
담윤지는 동생의 뒷모습을 보며,
“저 XX는 내 동생이지만 XX 재수 없네. 그나저나 강동수를 꼬시라고?”
그녀는 매혹적인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미친개 한 마리쯤은 식은 죽 먹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