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94
94화 – 어쩌지?
동수와 김민혜는 테이블 쪽으로 와서 앉았다.
동수는 민혜의 안색이 영 좋지 않아서 걱정됐다.
‘괜찮은 건가? 오늘은 이만 일어나야 하나?’
“오빠, 물어볼 게 있는데요.”
“뭔데?”
“혹시···. 예전에 KBC에서 근무한 적 있어요?”
“어, 인턴으로 잠깐 일했어.”
“아, 정말이요?”
동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기뻐하는 거 같지?’
이때 민혜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확실히 인턴이었다면 정식 PD가 아니고···. 그래서 그때 신입 중에는 남자가 없다고···.’
“김 작가, 그런데 그건 왜 물어?”
“네? 아, 그게···.”
그녀는 뒷말을 흐렸다.
솔직히 말했다가 아니면 무척 실망스러울 거 같아서였다.
하지만···.
‘확실히 하고 싶어.’
그녀는 물었다.
“오빠, 혹시 칠 년 전쯤에 어느 폐건물에서 불에 타 죽을 뻔한 여자를 구해준 적 있어요?”
동수는 눈을 끔벅이더니,
“어라? 그걸 어떻게 알아? 아! 혹시 임 작가한테 들었어?”
김민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하는데 그가 호탕하게 웃으며,
“아하하, 사람들은 안 믿는데, 정말 죽다 살아났다니까? 온몸에 휘발유를 두르고 조폭 같은 놈들이랑 싸우다니···. 그때는 지금보다 물불 안 가릴 때여서···.”
동수는 말을 잇지 못하고 뒷말을 흐렸다.
왜냐하면 김민혜의 표정이 뭔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왜 이러지? 나 뭔가 실수했나?’
그때 가온이 말했다.
[당신 이걸 봐라.]‘뭐?’
앞에 알림창이 나타났다.
-띠링!
거기에는 한 장의 사진이 보였다.
폐건물 안, 밧줄에 묶여 있는 긴 생머리의 아름다운 여자···.
‘어라···?’
이 풍경과 여자···.
왠지 낯이 익다.
그러자 가온이 대답했다.
[칠 년 전 당신이 구한 불에 타죽을 뻔한 여자다.]‘아···!’
이제야 생각났다.
동수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라? 이 여자···.’
그는 김민혜와 사진을 번갈아 봤다.
그 순간···.
[칠 년 전 당신이 구한 여자와 김민혜는 동일 인물이 분명하다.]‘······!’
동수가 눈을 크게 뜬 순간, 김민혜가 입을 열었다.
“사실···. 칠 년 전에 오빠가 구해준 여자가···.”
“······.”
“바로, 저예요!”
동수는 당황하며,
“···정말?”
“네!”
“······.”
“저기, 그땐···.”
그때 동수가 푸하핫! 웃더니,
“이야! 우리가 인연이었네!”
“에···?”
“하하, 그때 잘 들어갔나 걱정했는데! 이렇게 건강한 모습 보니까 좋네!”
김민혜는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이내 빙긋 웃으며,
“···그때 구해주셔서 고마워요. 오빠.”
“웰컴, 웰컴! 하하핫!”
“오빠, 오늘은 제가 쏠게요! 그리고···.”
그러자 동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무슨 소리! 이번에는 내가 뮤직 대전 도와준 걸로 쏘는 자리잖아.”
“하지만···. 아! 그러면 다음번에 제가 대접할게요!”
“아냐. 부담 갖지 않아도 돼. 그냥···.”
“제발요. 저 오빠한테 꼭 은혜를 갚고 싶었어요. 부탁해요.”
“거참···. 알겠어.”
민혜는 활짝 웃으며,
“오빠, 고마워요! 여기 술 한 잔 받으세요!”
“아, 고마워. 너는···.”
동수는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그녀에게 사이다를 권하려고 했지만,
“저도 마셔야죠! 오늘처럼 기쁜 날, 달려야죠!”
“···그럼, 조금만 마셔.”
“네!”
그렇게 두 사람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이어갔다.
= = = = = = =
동수는 술에 취한 김민혜를 등에 업고 끙끙거리며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녀가 그렇게 무겁진 않았지만, 시체처럼 추욱 늘어진지라 업고 가기가 힘들었다.
‘조금만 마시라니까! 으으···.’
동수는 무리하지 말라고 계속 만류했지만, 김민혜는 계속 술을 퍼부었다.
처음에는 그를 만나서 기뻐서 그런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김민혜는 마치 무언가를 잊으려는 듯 술을 마시는 거 같았다.
-뾰로롱!
요정 가온이 나타나더니 말했다.
[당신이 첫 실연의 아픔을 잊으려고 술을 마시던 거처럼 말이지?]‘뭔 소리야?’
[모른 척할 필요 없어. 당신 생각은 숨 쉬듯 자연스럽게 읽으니까.]동수는 인상을 쓰며 파리를 쫓듯 손을 휘휘 저었다.
가온은 그의 손을 요리조리 피하며,
[이렇게 된 거 대가리 해킹을 하는 게 어떤가?]‘···시끄러워.’
그때 멀찍이 마이어 오피스텔이 보였다.
동수는 민혜에게 물었다.
“민혜야, 마이어 오피스텔 다 왔어! 작업실이 몇 호야?”
김민혜의 부탁으로 동수는 그녀를 이름으로 부르게 됐다.
그때 동수의 등에 업힌 그녀가 중얼거렸다.
“싫어···. 도와줘···.”
“······.”
“왜 나만···. 오빠···. 아빠···.”
동수는 생각했다.
‘얘 설마···.’
[아무래도 무언가 트라우마가 있는 거 같다. 칠 년 전 폐건물 사건과 관련돼서 말이다.]‘음···. 나를 만나서 악몽을 꾸는 건가.’
[그럴 수도 있지만···. 당신과 대화할 때 김민혜는 무척 행복해 보였다. 죄책감 가질 필요 없다.]‘······.’
동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일단 김민혜를 작업실에 데려다주는 게 중요했다.
그때 가온이 말했다.
[그런데 작업실 앞에 도착해도 문제 아닌가? 비밀번호를 모를 텐데?]동수는 움찔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가만 보면 당신은 행동이 너무 앞서는 거 같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고 움직이는 게 어떤가?]기분 나쁘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동수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알았어. 어쩔 수 없네. 그러면···.’
[김민혜 스마트폰 비밀번호를 해제해줄까?]‘그러지 마. 괜히 오해할라.’
[이렇게까지 취했으면 기억도 못 할 텐데.]‘안 돼.’
[그러면 내가 마이어 오피스텔에 EMP를 쏠까? 그러면 잠금장치가 모두 무력화···.]‘장난치냐? 그건 문제가 너무 커지잖아!’
[그럼 어쩌자는 거야.]동수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더니,
“임 작가, 도와줘!!!”
도라X몽···. 아니, 임혜숙 작가를 불렀다.
.
.
.
작가들이 많이 거주하는 마이어 오피스텔은 상위층으로 갈수록 집값이 비싸다.
평수도 넓어지고 뷰도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들은 거주하는 층에 따라 계급을 나누기도 했다.
이십 층 이상에 거주하는 드라마 작가의 경우 회당 오천만 원의 원고료를 받는데···.
대한민국 상위 1% 구성 작가 임혜숙이 사는 곳은 이십삼 층이다.
거의 최상층···.
동수는 김민혜를 업고 도착했다.
‘여긴 복도부터 포스가 다르네.’
상층의 복도는 대리석과 도금으로 장식되어 있다.
복도 한쪽에는 커다란 어항이 있는데, 무슨 수족관에 온 거 같았다.
그야말로 궁궐 같은 느낌.
동수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아무리 봐도 관리비 어마어마할 거 같아.”
그는 임혜숙의 집 앞으로 가서 벨을 눌렀다.
-철컥!
문이 열리더니 방금 샤워라도 한 듯 물기가 똑똑 떨어지는 생머리에 개량 한복을 입은 임 작가가 나왔다.
동수는 살짝 손을 흔들며,
“임 작가, 땡큐, 땡큐.”
“애한테 술을 얼마나 먹인 거예요?”
“내가 안 먹였어. 혼자 계속 먹던데···.”
“말렸어야죠!”
“말렸지. 일단 들어가자. 얘 좀 눕히게.”
“···들어와요.”
동수는 임혜숙을 따라서 안방 침대에 김민혜를 눕혔다.
민혜는 깰 듯이 뒤척이더니 이내 “쿠울···.”하고 잠에 빠져들었다.
임 작가는 혀를 차며,
“얘가 요즘 빠졌네. 외간 남자한테 업혀 오고 어딘지도 모르고 쿨쿨 자고···.”
“하하, 나를 믿으니까 그런 거겠지.”
그녀는 동수를 보더니,
“···뭐, 하여튼 애 데리고 오느라 고생했어요.”
“고생은 무슨.”
“강 PD는 술 안 취했나 봐요?”
“민혜가 하도 달리길래. 조절했지.”
“민혜? 언제부터 이름 부르는 사이가 됐대?”
“하하, 아까 민혜가 하도 이름으로 부르래서···.”
임혜숙은 실눈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민혜를 쳐다보며 생각했다.
‘얘가 웬일이지? 남자한테 완전 철벽을 쳤는데···. 설마···.’
그때 동수가 말했다.
“하하! 그럼 나는 가볼게. 숙녀의 집에 오래···.”
“맥주라도 마시고 가요.”
“···보통은 차라도 마시고 가라고 하지 않나?”
“커피라도 줄까요?”
“이 밤에 무슨 커피야···.”
“그럼, 맥주죠.”
임혜숙은 사뿐사뿐 걸어서 동수에게 다가와 씨익 웃으며,
“뭐, 할 얘기도 있고요.”
“······?”
그렇게 잠에 빠진 김민혜를 놔두고 두 사람은 거실로 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침대에 누워있던 민혜는 천천히 눈을 떴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그녀는,
‘여기는···.’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혜숙 언니네구나. 오빠가 여기로 데려온 건가? 아니면, 언니를 부른 건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가 넓은 등을 내밀며,
[민혜야, 업혀. 너 마이어 오피스텔에 작업실 있댔지? 거기로 가자.]라고 했던 게 떠올랐다.
그녀는 얼굴을 빨개지더니,
‘···못 볼 꼴을 보였네. 미쳤나 봐···.’
그녀는 문을 쳐다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혜숙 언니한테 혼나겠네.”
= = = = = = =
임혜숙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동수에게 맥주 캔을 건네며,
“승진 축하주 사랬더니, 연락도 안 하고. 요즘 나한테 너무 소홀한 거 같아요.”
“하하, 바쁘니까 그랬지.”
“뭐, 그런 거 같긴 한데···.”
“에이, 서운해 말라고. 내가 우리 임 작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면서!”
그녀는 심드렁한 눈빛으로 맥주 캔을 따며,
“매일 말만 그러죠. 말만.”
“말뿐이 아닌데!”
“됐고, 이거나 받아요.”
임 작가는 동수에게 테이블에 있는 커다란 쇼핑백을 건넸다.
“이게 뭐야?”
“뭐긴 뭐예요. 승진 축하 선물이지.”
“아이고, 무슨 선물을···. 응? 그런데 왜 상자가 세 개야?”
그녀는 맥주를 홀짝이더니,
“강 PD 거 사면서 아버님, 어머님 것도 준비했어요. 강 PD가 샀다고 하고 드려요.”
“에? 아니야. 이건···.”
“부모님께 승진한 건 말도 안 했죠?”
“······.”
동수는 흠칫하며 입을 다물었다.
임 작가는 혀를 차며,
“부모님께 잘 좀 해요.”
“···고마운데, 어머니, 아버지 선물은 내가 준비해야지. 이거 얼마야? 바로 송금···.”
“됐어요. 다음에 술이나 사요.”
“아무리 그래도···.”
“이 얘긴 끝!”
“······.”
-뾰로롱!
요정 가온이 나타나며 말했다.
[임혜숙한테는 꼼짝을 못하는군.]‘막내 시절부터 워낙 빚진 게 많아서···.’
[임혜숙 성격에 누굴 도와줄 거 같진 않은데···. 혹시 당신을 좋아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부모님 선물까지 챙기고···.]‘그건 아냐. 예전에 뭐라더라···. 미친개처럼 날뛰는 꼴을 보니 얼마 안 가 뒈질 거 같아서 미리미리 챙겨준다고 한 거 같은데···.’
‘그렇지! 그러니까 우리 사이는 동료라고.’
[데이터 저장, 미친개는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동수가 발끈하며 뭐라고 따지려는 순간,
임혜숙이 다리를 꼬며 말했다.
“자, 그럼 본론을 얘기할게요.”
“본론?”
동수는 선물이 본론일 줄 알았다.
그런데 무슨 얘기를···.
“연말 특집 촬영 곧 마무리죠?”
“아, 응.”
특별한 손님 게스트 섭외가 남았다.
100점(S등급)인 김민혜를 캐스팅하면 좋겠지만···.
‘정 안 되면 레나랑 윤하얀만 출연해도 돼.’
왜냐면···.
『‘멍멍이와 산다!’ 출연진 앙상블 점수표』
【레나 포스터(34세/A형/여) : 99점(S등급)】
【윤하얀(31세/AB형/여) : 91점(A등급)】
둘 다 S등급과 A등급 출연진이니까.
그러자 임혜숙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번에 말했던 거 있죠?”
“아, 혹시 방송 출연해달라는 거?”
“네.”
“마침 잘 됐어. 나도 궁금하긴 했어. 대체 어떤 프로그램인데?”
그녀는 웃으며 기획안을 내밀었다
‘(가제)소원을 말해봐!’라는 제목이 보였다.
“이건···.”
“새로 기획한 프로그램이에요. 간단히 설명하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그 사람들이 품고 있는 소원을 들어주는 거죠.”
“음···.”
그녀는 생긋 웃으며,
“여기 출연해주세요.”
“임 작가, 이런 프로그램 게스트는 유명인이 해야 하지 않아? 나는···.”
“누가 게스트로 하래요? 이거 안 보여요?”
그녀는 기획안 하단부를 가리켰다.
[PD – 강동수] [작가 – 임혜숙]“······응? 나랑 하자고?”
“네.”
“잠깐 그런데···. 나 지금 제작에 참여할 시간의 여유가 없는데···. CP면 모르겠는데···.”
임 작가는 생긋 웃으며,
“그러면 정리해요.”
“···뭘?”
“시간이 안 되면 ‘멍멍산’이나 ‘인기 뮤직’ 중 하나 정리하라고요. 설마, 저 퇴짜 놓을 건 아니죠?”
그녀의 말에 동수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