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96
96화 – 원하시는 걸 적으세요. 뭐든.
다음 날 아침, 멍멍산 회의실.
촬영 준비로 바쁜 동수의 폰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김민혜 작가: 오빠, 어제 제가 너무 실례했어요.
└김민혜 작가: 많이 힘드셨죠? 정말 죄송해요.
동수는 피식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강동수: 아냐, 아냐. 속은 좀 어때?
└김민혜 작가: 괜찮아요! 오빠는 어때요?
└강동수: 나도 멀쩡해.
└김민혜 작가: ( ღ’ᴗ’ღ )
└김민혜 작가: 다행이에요!
└김민혜 작가: 그럼 오늘 하루 파이팅하세요!
└강동수: 너도 파이팅!
그때 김민재 CP가 회의실로 들어오며,
“왜 실실 웃고 있냐? 주식이라도 올랐어?”
“뭔 주식입니까? 그런 거 안 하는 거 아시면서···.”
“그럼, 여친이라도 생겼냐?”
“여친은 무슨···. 왜 오신 겁니까?”
“왜긴? 본부장한테 꺼지라고 한 미친개 구경하러 왔지.”
“···구경 다 했으면 가쇼. 바쁩니다.”
“이게, CP 됐다고 건방지게···. 야! 이거 받아라.”
-휙!
김민재가 뭔가를 던졌다.
동수는 움찔하며 그걸 받았다.
가죽 재질의 다이어리였다.
“이건 뭡니까···?”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CP로 활약하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작품 하나 할 때보다 정신없을 거야.”
“김 CP님···.”
“계획 잘 세워서 놓치지 말고 일해.”
“고맙습니다. 그리고···.”
동수는 뭔가를 말하려다가 뒷말을 흐렸다.
김 CP는 고개를 갸웃하며,
“뭐야? 왜 말을 하다 말아?”
“···아뇨. 그냥 잘 쓰겠다고요.”
김민재는 동수가 평소와 다르다고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는 회의실에서 나가며 말했다.
“그리고 다음 주 시상식인 거 알지? 너도 수상 소감 준비해야지.”
동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저 상 받습니까? 뭐요? 최고의 프로그램상? 올해의 프로그램상?”
“내가 어떻게 알아. 정 궁금하면 국장님께 물어봐!”
“변 사또한테 묻느니 그냥 살래요.”
“에휴, 하여튼 내 생각엔 ‘멍멍산’도 하나쯤 받을 거 같으니까. 잘 준비해둬.”
“괜히 김칫국 마시는 건 싫은데요···.”
“그럼 하지 마! 간다!”
“살펴가십쇼! 다이어리 잘 쓰겠습니다.”
그때 요정 가온이 테이블에 있던 홍삼 젤리를 들고 날아오며 말했다.
[이거 먹어.]“바쁘다. 저리 가서 놀아.”
[······.]가온은 동수의 셔츠 호주머니에 몰래 홍삼 젤리를 넣으며 물었다.
[슬슬 사람들한테 계획을 말해야지.]“그래야지. 일단 내일 촬영을 끝내고···.”
그때 민성아에게 톡이 왔다.
└성아: (‘그 노래? 그 가수!’ 기획안)
└성아: 수정안이에요. 확인 부탁드려요.
‘완성했나 보네.’
동수는 그녀에게 수고했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때 가온이 물었다.
[민성아한테는 뭐라고 할 거지?]“솔직하게 말해야지. 그리고 성아가 어떤 선택을 하든 최대한 지원해줘야지.”
[그러면 빨리 말하는 게 좋겠군.]“그렇지 않아도 말할 거야.”
[언제?]동수는 진지한 얼굴로 민성아에게 톡을 보냈다.
└강동수: 성아야, 할 말이 있는데 십분 뒤 옥상에서 보자.
“지금.”
= = = = = = =
‘인기 뮤직’ 회의실.
민성아는 동수의 답장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할 말이라고? 뭐지? 혹시 편성을 못 받는···.’
민성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아냐. 그러면 진즉 말했겠지. 뭔가 다른 얘기일 거야.”
그나저나···.
‘왜 맨날 옥상에서 보자는 거야.’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며 패딩 점퍼를 입었다.
옥상에 도착하자 벤치에 앉아 있던 동수가 손을 흔들었다.
“성아야, 여기!”
“···다음부터는 다른 데서 봐요. 춥지도 않아요?”
“쏘리, 쏘리. 나도 모르게 버릇처럼···.”
박지혜랑 매일 같이 옥상에서 커피 우유를 마시다 보니 습관이 된 거 같다.
민성아는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할 말이 뭔데요?”
“그게 말이지···.”
동수는 뒷말을 흐렸다.
그러자 민 작가는 눈살을 찌푸리며,
“강 CP님답지 않게 왜 그래요? 할 말 있으면 시원하게 해요. 저 바쁘다고요.”
“···알겠어. 그럼 말할게.”
동수는 차근차근 현재 그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얘기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선택할 기회를 줬다.
그러자 민성아는···.
“······.”
할 말을 잃었다.
동수는 그녀에게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후회 없는 선택을 하도록 해. 나는 약속대로 괜찮은 PD도 구해줄 거고, 네 기획이 편성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거야. 그러니까···.”
민 작가는 복잡한 표정을 짓더니,
“···일단 생각해볼게요. 바로, 대답을 못 해서 죄송해요.”
“괜찮아. 네 사정은 알고 있으니까.”
“······.”
“어떤 선택을 한다고 해도 난 너를 응원할 거니까.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알겠지?”
“네···.”
“그리고 이번에 ‘도토리’ 임 작가 그만두는 거 알지?”
민성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건 왜요?”
“박대철 PD한테 말해뒀으니까 연락해 봐.”
“네? 무슨···.”
“‘도토리’ 메인 작가 말이야. 널 추천했다고.”
“······!”
민 작가는 눈을 크게 떴다.
동수는 씨익 웃으며,
“힘내라. 미친개 작가! 그럼, 바빠서 이만!”
그는 옥상에서 벗어났다.
민성아는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이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내 사정 알고 신경 써준 거구나.’
민 작가는 아직 임혜숙 대타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명성이 높은 작가가 아니다.
무엇보다 이번에 신 PD(동물 농원 메인 PD)와 크게 다퉈서 SBC에서 다른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건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동수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고마워요, 미친개 PD님.”
= = = = = = =
동수는 박대철 PD라면 민성아와 잘 지낼 거라고 생각했다.
‘임 작가의 짜증도 다 받아준 대철이 형인데, 성아의 투정은 애교지 애교.’
[박대철은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겠군.]‘고난의 행군은 무슨, 일 잘하는 작가 둘을 연속으로 만나는 건데···. 복 받은 거지. 복!’
[박대철한테는 그렇게 말하지 마라. 싸움이 날 거 같다.]‘OK! OK!’
그때 동수에게 톡이 왔다.
어제 연락이 왔던 골드해머 스튜디오 강민주 대표다.
└강민주 대표: 강 CP, 오늘 저녁 7시에 청담동의 ‘다복’이라는 한식 레스토랑으로 예약해뒀습니다.
└강동수: 알겠습니다. 그럼 7시에 뵙겠습니다.
└강민주 대표: 방송국 근처로 기사를 보내겠습니다. 퇴근 시간에 맞춰서 기사가 연락드릴 겁니다.
동수는 흠칫했다.
‘기사? 이건 조금 부담스러운데···.’
곧바로 괜찮다고 알아서 찾아가겠다고 했지만,
└강민주 대표: 중요한 손님을 허투루 모실 순 없죠. 혹시 기사가 부담스러우시면 택시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니, 택시를 부르게 하는 게 더 부담스러웠다.
결국, 동수는···.
└강동수: 알겠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강민주 대표: 별말씀을요.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이야, 내가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보게 생겼네.”
-뾰로롱!
요정 가온이 나타나더니 물었다.
[택시 기사도 기사 아닌가?]“그거랑 이거는 조금 다르지. 근데 왜 갑자기 나온 거냐?”
가온은 동수의 셔츠 주머니를 톡톡 건드리며,
[홍삼 젤리 먹고 싶어. 먹어.]“뭐야? 언제 넣어둔 거야?”
[아까 회의실에서.]“너 내가 이런 거 함부로 하지 말랬지. 누가 보면 어쩌려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한 거다.]동수는 홍삼 젤리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그래도 조심해. 어제 민혜가 너 본 거 같다고 했잖아.”
[알겠다. 그보다 한식 레스토랑 다복의 메뉴를 확인했는데, 갈비찜이 무척 평가가 좋은 거 같다.]“······.”
[이따 갈비찜으로 먹자.]동수는 빙글빙글 돌며 갈비찜 노래를 부르는 가온을 향해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시끄러워! 이 먹보 AI야!’
그리고 그날 저녁.
동수는 한식 레스토랑 다복에서 강민주 대표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강민주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그녀는 가온의 천재라는 평가와 달리 무척 평범한 사람이었다.
사소한 얘기에도 유쾌하게 웃는 게 친누나가 떠올라서 더 친숙한 느낌을 받았다.
‘이 사람이 세계 최고의 제작사 대표라고? 뭔가 믿기지 않는데···.’
하여튼 미팅 분위기는 무척 좋았다.
그리고 후식이 매실차가 나오자, 강민주는 본론을 꺼냈다.
“눈치채셨겠지만, 오늘 이 자리는 강 CP님을 저희 골드해머 스튜디오로 모시고 싶어서 마련한 겁니다.”
“핫플렉스와 경쟁하려는 건가요?”
“아하하···.”
그녀는 해맑게 웃더니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빙긋 웃으며,
“경쟁이 아니고, 아예 짓밟으려는 거예요.”
그 순간, 동수는 흠칫했다.
“···짓밟는다고요?”
“어떻게든 1등 자리에서 안 내려오려고 발버둥 치는 핫플렉스에게 일말의 희망도 주지 않으려고···. 강 CP님을 저희 제작사로 모시려는 겁니다.”
동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대체 저한테 무슨 힘이 있다고 핫플렉스나 골드해머에서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그냥···.”
“강 CP님 때문이 아니에요.”
“네···?”
강민주는 무척 진지한 눈빛으로,
“강 CP님 뒤에 있는 분 때문입니다.”
“제 뒤에요?”
뒤에서 날아다니던 요정 가온이 흠칫하며,
[나를 말하는 건가?]‘너겠냐?! 바보야!’
[······조크였다.]‘조크는 개뿔! 진짜 놀랐으면서!’
[아니다.]그는 가온을 무시하고 재차 물었다.
“대체 제 뒤에 누가 있다는 겁니까?”
그러자 그녀는 빙긋 웃으며,
“브루스 리.”
동수는 눈을 깜빡이며,
“이소룡이요···?”
동수가 이소룡을 언급하자, 강민주는 큰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아뇨, 아뇨. 액션 배우 말고요.”
“그, 그렇죠?”
동수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도 아닐 거 같긴 했다.
그렇지만 브루스 리라고 하니까 떠오르는 게 액션 배우밖에 없었다.
강민주는 웃음을 멈추고 희미한 미소를 띤 채,
“브루스 리 코퍼레이션의 브루스 회장님을 말하는 겁니다.”
“브루스 회장이요?”
가온이 옆으로 날아오더니 말했다.
[브루스 회장의 본명은 차민호다. 월가의 큰손이자, 프랑스 명가인 다비드 가문의 주인이고, 신성 그룹 차재덕 회장의 장남인 대단한 사람이다.]‘왠지 잘 아는 사이처럼 말하네?’
[브루스 리 코퍼레이션은 나를 개발한 마이어 로보틱스의 거대 투자처 중 하나다. 그래서 브루스 회장과 몇 번 대화를 나눠봤다.]그때 동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브루스 회장님이 제 뒤에 있다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브루스 회장님은 최근 가입자가 줄고 있는 핫플렉스에 대한 투자를 그만두려고 하셨습니다. 핫플렉스는 그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협상의 여왕’으로 유명한 레나 포스터까지 부사장에 앉혔죠.”
“······.”
동수는 레나 포스터가 꽤 유명한 인물이구나 생각하며 강민주의 얘기에 계속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협상 끝에···. 브루스 회장님은 핫플렉스에게 기회를 줬습니다.”
“기회요?”
“두 가지 조건을 달성하면 투자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거죠.”
“······.”
그녀는 검지를 하나 펼치며,
“첫 번째 조건은 SBC에서 방영 중인 ‘멍멍이와 산다!’를 핫플렉스에서 동시 방영할 것.”
“멍멍산 동시 방영이요?”
금시초문이다.
레나는 스카웃 제의는 했지만, ‘멍멍이와 산다!’ 동시 방영 얘기는 아직 꺼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동시 방영 건은 변 사또와 논의 중일 수도 있지. 나한테 결정권이 있는 게 아니니까.’
그때 강민주가 중지까지 펼치더니,
“그리고 두 번째 조건은 강동수 CP님과 핫플렉스 독점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겁니다.”
“핫플렉스 독점···.”
그녀는 두 손가락을 접고 빙긋 웃으며,
“자, 그래서 저는 핫플렉스에 훼방을 놓기 위해 강동수 CP님을 골드해머 스튜디오로 스카웃하려는 겁니다.”
“······.”
“뭐, 겸사겸사 예능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해보는 것도 좋고요.”
강민주는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녀는 A4 용지와 고급스러운 볼펜을 내밀었다.
동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이건···.”
“계약서입니다.”
“······?”
동수는 A4 용지를 들어서 살펴보더니,
“강 대표님, 아무것도 안 적혀 있는데요?”
“강 CP님이 적으세요.”
“네?”
당황하는 동수에게 그녀는 빙긋 웃으며,
“원하시는 걸 적으세요. 뭐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