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97
97화 – 왜 필요한 거야?
동수는 백지 계약서를 보고 침을 꼴깍 삼키며 생각했다.
‘이 사람 처음엔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 보통내기가 아니네.’
그러자 가온이 동수 어깨에 앉으며 말했다.
[세계적인 제작사 대표다. 대화 몇 번 나누더니 친누나 같다고 생각한 당신이 이상한 거다.]‘······.’
정곡을 찌르는 가온의 말에 동수는 할 말을 잃었다.
가온은 재차 말했다.
[당신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면 이런 사람들을 계속 상대하게 될 거다.]‘······.’
[자신 없으면 포기하고 방송국에 계속 있어라.]‘포기는 무슨. 이미 결정했어. 대가리 깨져도 고야.’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후회 안 해.’
[윤하얀한테는 사람이 어떻게 후회를 안 하냐고 하더니···.]동수는 씨익 웃으며,
‘난 미친개니까, 후회 안 해!’
[당신다운 대답이군.]강민주는 눈가를 움찔했다.
‘웃어? 갑자기 왜 웃는 거지? 백지 계약서를 보고 기쁜 건가? 아니면, 뭔가 원하는 거라도···.’
그때 동수가 말했다.
“거절합니다.”
“···혹시 레나 포스터도 백지 계약서를 줬습니까?”
“노코멘트하겠습니다.”
강민주는 미소를 지우고 진지한 목소리로,
“핫플렉스가 한 제안의 두 배를 드리죠.”
‘비록 수십억 계약금을 주더라도, 브루스 회장님의 핫플렉스 투자만 멈출 수 있다면 더 이득이야.’
그러나···.
“거절합니다.”
“······.”
강민주는 오른손 검지로 테이블을 톡톡 치며 뭔가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알기로 강 CP님, 핫플렉스와 첫 미팅 때 테이블을 부숴버렸다고 하던데···.”
“맞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남도 대명 그룹 말괄량이 때문에 엉망이 됐고요.”
동수는 담담한 목소리로,
“저에 대해 아주 많이 조사하셨나 봅니다.”
“에스코트에 실수가 있으면 안 되니까요. 하여튼,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강 CP님, 대체 무슨 생각이신가요?”
“······.”
동수가 별다른 대답이 없자, 그녀는 팔짱을 끼며 말을 이어갔다.
“저는 강 CP님이 이 자리에 나오신 게 저희와 핫플렉스의 계약 조건을 비교해보기 위해서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신 것 같네요.”
“······.”
“다시 질문하겠습니다. 강 CP님, 대체 왜 이 자리에 나온 건가요?”
동수는 그녀는 빤히 보다가,
“친해지려고 나왔습니다.”
“···네?”
강민주는 순간 당황했다.
그러다가 ‘아차!’ 하며 표정을 바로 하고 되물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요?”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래의 동업자분과 말이죠.”
“동··· 업자···?”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던 그녀는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설마···.’
“강 CP님 저희나 핫플렉스 어디와도 계약할 생각이 없으시군요.”
동수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네. 그렇습니다.”
“쉬운 길을 놔두시고 굳이···.”
“제가 하고 싶으니까요.”
“······.”
강민주는 생각했다.
‘철없네. 조사해본 바론 돈도 없는 거 같던데···. 제작사를 운영하는 게 장난인 줄 아나? 차라리 우리나 핫플렉스로 와서 경력을 더 쌓고···.’
그때였다.
문득,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칠 년 전, 강민주는 골드해머 스튜디오 카메라맨이었다.
그러던 중 이런저런 사연으로 인해 사무직으로 부서를 옮기게 됐지만, 적응을 못해서 그만두려고 했다.
그리고 늘 생각만 했던 꿈을 이뤄보자고 결심했다.
바로,
[스타튜버가 되자!]그리고 사표를 내려던 날.
대타로 우연히 들어갔던 회의에서 딱 한 마디 했을 뿐인데···.
[좋은 아이디어에요! 강민주 사원, TF팀 팀장을 맡아주세요.]김수아 부회장(당시 골드해머 대표)의 눈에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낸 아이디어는 대박이 났다.
그 후로 천재 작가 차은수랑 친분도 쌓고···.
하는 일마다 대박이 나기 시작했다.
‘나 왜 이렇게 일을 잘하지?’
마치 마법에 걸린 듯···.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들 기대에 부응하려고 아등바등하다 보니,
[강민주 팀장, 기획팀 실장을 맡아주세요.] [강 실장, 기획이사를 맡아줘요.]계속 오르고 오르다 보니 어느 순간,
[이제부터 당신이 골드해머의 대표예요.]세계적인 제작사의 대표가 됐다.
누구나 부러워할···.
하지만 그녀는 종종 생각한다.
그때,
[스타튜버가 되자!]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모두가 멍청하다고 할지라도···.
정말 하고 싶었던 그 일을 했다면 어땠을까?
후회하고 있을까?
아니면···.
“······.”
동수는 강민주가 말없이 그를 빤히 보고 있자, 가온에게 물었다.
‘저 여자 왜 저러지?’
[수십억을 마다하고 가시밭 길을 가겠다는 당신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놀란 게 아닐까?]‘인마, 말을 해도 꼭 그렇게 하냐?’
[정 강민주 생각이 궁금하면 대가리 해킹 고고!]‘고고는 무슨···.’
그때 강민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개업하면 연락해주세요. 화분 정도는 보내드릴게요.”
“기왕이면 골드해머 TV 대표 번호도 적어서 보내주세요.”
“맨입으로요? 미래의 동업자님.”
“백지 계약서를 제시하셨던 분 맞습니까? 인심이 박하네요.”
“강 CP님은 이제 경쟁 업체 대표가 되실 분이잖아요? 그냥 도와드릴 순 없죠.”
“하하,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견제하십니까?”
“견제가 아니고, 거래를 하자는 거랍니다.”
“···거래요?”
그녀는 빙긋 웃더니,
“강 CP님께 투자하겠습니다.”
“투자요?”
강민주는 하얀 A4 용지를 가리키며,
“원하는 금액을 적으세요.”
“거래라고 하신 거 보면 원하시는 게 있으실 텐데···.”
“강 CP님 회사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전부 골드해머 TV에서 독점 방영하는 걸로 하죠.”
“······.”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동수는 그녀와 A4 용지를 번갈아 봤다.
그러더니 A4 용지를 반으로 쭈욱 찢으며,
“개업하면 예쁜 화분이나 보내주세요. 하하.”
강민주는 그를 보며 생각했다.
‘골드해머 TV 대표 번호를 달란 땐 언제고 독점 방영하게 해준다니까 계약서를 찢어? 백지 수표나 다름없는걸···.’
정말···.
‘미친놈이네.’
하지만 왜일까?
“······.”
그녀는 환하게 웃는 동수의 앞날이 조금 기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동수는 먼저 레스토랑에서 나갔다.
혼자 남은 강민주는 찢어진 계약서를 보며 생각했다.
‘그냥 회사 지분을 달라고 할 걸 그랬나? 아니야. 아니야. 일단 좀 더 지켜보는 게···. 으음, 아닌가?’
그때 그녀의 전화벨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군가 싶어 확인하니,
[차은수 작가님]“······!”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공손하게 전화를 받았다.
“네, 작가님. 강민주 대표입니다.”
[안녕하세요. 늦은 시간에 미안해요.]“그런 말씀 마세요. 어느 때든 편하게 연락해주세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그런데 어쩐 일로···.”
[아내한테 들었는데···. 강동수 CP를 스카웃하려고 한다면서요?]“아, 네. 그게 작가님 아버님(브루스 리 회장)께서 핫플렉스에 투자하는 걸 막으려고···.”
[저런···. 아버지 때문에 괜히 고생하네요.]“아닙니다. 고생은요. 그런데 강 CP는 왜···.”
[···강 대표가 보기엔 강동수 CP, 어떤 거 같나요?]강민주는 미간을 좁혔다.
왜 이런 질문을 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브루스 회장님도 그렇고, 차 작가님도 왜 강동수한테 관심을 보이는 거지? 대체 뭐 때문에···. 김수아 부회장님께 여쭤봐야 하나? 아니야, 뭔가 알고 계시면 얘기해주셨을 텐데···.’
그녀의 고민은 길지 않았고, 바로 입을 열었다.
“좋은 사람 같았습니다. 성격도 시원하고, 호탕하고요.”
차 작가는 조금 밝은 목소리로,
[그래요?]그의 반응에 강민주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기뻐하시는 거 같지?’
“···그렇지만 조금 무모한 사람 같았습니다.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꿈이 크다고 해야 할지···.”
[···스카웃 제안을 거절했나 보네요.]“네.”
[왜 거절한 거죠?]“제작사 대표가 되려고 하더군요.”
[음···.]“그래서 골드해머 TV 독점 방영을 조건으로 투자 제안을 했는데···.”
[그것도 거절했나요?]“네.”
[···다른 투자처가 있는 걸까요?]“소문에는 대명 그룹 담 회장과 친분이 있는 거 같지만···.”
“네, 언제든지 편하실 때 연락해주세요.”
[네, 그럼.]강민주는 통화를 끝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너무 긴장해서인지 목이 다 뻐근했다.
그녀는 목을 주무르며 생각했다.
‘강동수가 담 회장과 친분이 있긴 하지만, 담 회장은 공과 사 구분이 확실한 사람이야. 쉽게 투자를 받을 순 없을 거야. 그렇다면 다른 노림수가 있다는 말인데···.’
그녀는 의문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대체 그 노림수가 뭐지?”
= = = = = = =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던 동수는 담 회장한테 톡을 보냈다.
└강동수: 지니 회장님, 바쁘세요? 주무십니까?
그때 가온이 물었다.
[지난번에 이십 억짜리 계약서 찢었을 땐 바들바들 떨더니, 백지 수표나 다름없는 걸 찢어놓고 담담하군.]‘그때는 명확한 금액이 적혀 있으니까 왠지 눈앞에 아른거렸는데···. 이번에는 숫자가 없으니까 실감이 안 나서···.’
[···그냥 생각 없이 찢었단 소리군. 도대체 당신은 담대한 건지, 멍청한 건지 모르겠군.]‘인마, 멍청한 건 아니지. 어차피 투자금도 따로 구할 데가 있잖아.’
[그야 그렇지.]‘그리고 투자는 둘째치고 독점을 안 하는 게 우리한텐 이득이잖아.’
동수에게는 ‘최고의 PD 가이드’가 있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실패할 확률은 낮다.
그러니까 여러 방송사와 OTT 플랫폼들이 동수가 제작하는 프로그램 방영권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게 몸값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뾰로롱!
그때 요정 가온이 허공에 나타났다.
[당신 말대로다. 프로그램 한 개도 아니고, 제작하는 모든 프로그램 독점은 우리한테 하나도 득 될 게 없다.]“그럼, 그럼.”
[이제 윤하얀과 박지혜한테도 말해야지.]‘그래야지.’
[언제 얘기할 건가?]동수는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하더니,
‘내일 말하는 게 좋겠네.’
[회식 자리에서 말인가?]‘내일은 단체 회식은 안 하니까···. 촬영 끝나고 따로 자리를 마련해야지.’
[변우민한테도 보고해야지.]‘변 사또한테는 나중에···. 늦은 밤에 할 거야.’
[왜?]그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잠 좀 설치라고. 흐흐.’
[참 버라이어티하게 괴롭히는군.]‘시끄러워.’
그때 담 회장한테 답장이 왔다.
└지니 회장님: ㅇ
└강동수: 소원권 1장 쓰겠습니다.
동수는 초성체 답장에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일단 소원이 먼저다!
└강동수: 백억만 주십쇼.
그리고 답장이 오지 않았다.
‘읽긴 읽었는데···. 아무래도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런가?’
그리고 한참 뒤,
-삐리리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누구지?’
[···데이터 검색···. 번호 명의자가 추키 쿤리다.]“···그게 누군데?”
[담 회장 저택에서 일하던 가사 도우미다.]“아···.”
아무한테나 반말하던 특이한 여자···.
그런데···.
‘왜 이 여자한테 전화가···?’
동수는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그때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대뜸 왜라니?
동수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추키 쿤리가 재차 말했다.
[백억. 왜 필요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