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99
99화 – 그럼 백억만 투자하죠.
담 회장은 고급스러운 승용차 뒷좌석에서 하품을 했다.
그러자 조수석에 있던 남오균 비서가 물었다.
“밤잠을 설치셨습니까?”
“어? 어···. 그냥 좀···.”
추키랑 치킨에 맥주를 먹으면서 드라마, 예능을 새벽까지 시청해서 졸린 거지만···.
남 비서는 다르게 생각했다.
‘윤지 아가씨 때문에 속상하셔서···.’
그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윤지 아가씨 일이라면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 안 되면 본사에 자리를 만들어서···.”
“아냐, 됐어. 회사에서까지 그 망아지 얼굴 보고 싶진 않아.”
“알겠습니다.”
“걱정해줘서 고맙네.”
“아닙니다. 회장님, 도착까지 삼십 분 정도 남았는데, 잠시 눈을 붙이시죠?”
“음, 그럴까?”
담 회장은 팔짱을 끼고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TV가 이렇게 재밌었나? 흠···.’
아내와 사별한 이후, TV는 뉴스만 봤었는데···.
그는 피식 웃으며,
‘뭐, 나쁘진 않군.’
그는 차분한 마음으로 오늘 할 일을 생각했다.
그러다가 문득 어제 추키와 TV를 보다가 깜박한 게 생각났다.
‘강동수가 소원권을 쓴다고 했는데···.’
그는 눈을 뜨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며,
“남 비서, 돋보기 좀 줘봐.”
“여깄습니다.”
담 회장은 돋보기로 톡을 확인했다.
└강동수: 지니 회장님, 바쁘세요? 주무십니까?
└지니 회장님: ㅇ
└강동수: 소원권 1장 쓰겠습니다.
추키가 대신 보낸 메시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녀석 한국어 과외라도 시켜줘야 하나? 자, 그럼 미친개가 과연 어떤 소원을···.’
└강동수: 백억만 주십쇼.
“······.”
담 회장은 돋보기를 벗어 소매로 쓱쓱 닦고 다시 메시지를 확인했다.
└강동수: 백억만 주십쇼.
“···이런 미친···.”
남오균은 흠칫 놀라며,
“회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그는 들은 채도 안 하고 곧바로 동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제는 먼저 전화 거는 게 모양새도 안 좋고 자존심도 상한다고 했지만···.
‘이런 미친놈! 아무리 그래도 백억을 달라니!? 이 새X, 이거 전용기를 빌려달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지만···! 이놈 완전···!’
그러나 신호음이 끊어졌다.
“뭐야?! 전화를 끊어?”
그때 동수한테 톡이 왔다.
└강동수: 촬영 중입니다.
└강동수: 시난 은행 XXX-XXXXX-XXX 강동수.
└강동수: 계좌 번호입니다. 입금 요망.
담 회장은 스마트폰을 휙! 집어던지며,
“이런 또라X를 봤나!?”
= = = = = = =
동수는 답장이 없는 담 회장을 보며 피식 웃었다.
‘화내고 날뛰고 있으시려나?’
사실 동수도 백억을 진짜로 달라는 건 아니다.
단지, 그에 상응하는···.
‘투자를 받으려는 거지.’
그것도 동수에게 아주아주 유리한 조건으로 말이다.
‘지니 회장님, 자존심이 무척 강해 보였어. 소원권 약속을 어떻게 해야 하나 굉장히 골치 아파할 거야.’
하지만 너무 과하게 몰아붙이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내일쯤 찾아가 봐야겠네.’
담 회장에 대한 생각은 여기까지.
동수는 옥탑방 마당에서 MC 오금숙과 대화하고 있는 차은수를 바라봤다.
그는 강남희 할머니 옆에 앉아 이 옥탑방에 얽힌 추억을 얘기하고 있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울로 오게 됐어요. 그리고 고시원을 전전하다가 졸업할 때쯤 강남희 할머니 댁의 옥탑방으로 오게 됐죠.”
“그러면 언제까지 여기에 살았던 거예요?”
“음, 그러니까···. ‘검은 미로의 숲’이 방영될 때까지 지냈던 거 같네요.”
“와, 그러면 천재 작가 차은수의 신화가 시작된 곳이 여기네요.”
“하하, 천재라뇨···.”
차은수는 강남희 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할머니가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덕분에 동생과도 만날 수 있게 됐고요.”
“동생이요?”
“네. 그리고···.”
원래 김민혜가 출연을 거절해서, 특별한 손님은 윤하얀과 레나 포스터로 결정됐다.
그런데 어젯밤 갑자기 차은수가 출연하겠다고 했다.
그 소식을 전한 윤하얀은 정말 잘 됐다고 했는데···.
‘윤 작가한테 듣고도 반신반의했는데···. 정말 왔네.’
일정 때문에 촬영 시간에 딱 맞춰와서 인사와 악수를 한 게 전부였지만···.
‘성격 엄청 좋아 보여.’
그리고 소문보다 훨씬,
‘잘생겼네.’
여자 스태프들이 눈을 반짝이는 게 보였다.
아마 유부남이 아니면 차 작가랑 친해지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화면빨도 아주 죽이네. 뭐, 나야 땡큐지.’
동수는 희미한 미소로 차은수를 바라보는 윤 작가를 보며 생각했다.
‘차은수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래? 저 사람 요즘 작품 활동 안 해서 연락하기도 쉽지 않다던데···. 지난번 뮤직 대전 때 윤승아랑 박나윤 캐스팅을 도와준 거도 그렇고···. 윤 작가 인맥 장난 아니네.’
그때 동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평소랑 다른 느낌···.
왠지 모르게···.
‘조용하네.’
그 순간 깨달았다.
늘 조잘조잘 떠들던 가온이 아무 말도 없다.
‘그러고 보니···.’
윤하얀의 촬영이 끝나고, 차은수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조용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악수할 때도 아무 말 안 했어···.’
평소에는 해킹을 시작하겠다며 떠들었는데···.
동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가온을 불렀다.
‘야, 가온.’
[······.]‘왜 아무 말 없어.’
[······.]‘가온!?’
그러나 가온은 대답이 없었다.
동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뭐야? 고장이라도 난 거야?’
[······.]가온은 여전히 말이 없다.
틈만 나면 떠들던 놈이 조용하니까 괜히 걱정됐다.
‘야, 당 떨어졌어? 비타민 젤리라도 먹을까?’
역시나 반응이 없다.
젤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놈인데···.
그때 가온이 말했다.
[···AI는 잠을 안 자.]‘야, 너···.’
[그만 말 걸어라.]‘응? 뭔 소리야?’
[들킨다.]‘뭐···?’
그 순간,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려는데,
[돌리지 마.]가온이 그를 제지했다.
그 순간···.
-찌릿!
머리에 통증이 느껴졌다.
동수는 한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인상을 썼다.
“윽···.”
그때 옆에 있던 막내가 동수가 이상해 보여서 조용히 물었다.
“선배님, 왜 그러세요? 어디 불편하세요?”
“···아니야. 괜찮아.”
“네···.”
박지혜는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다가 다시 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동수는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야···. 가온, 너 또 뭐 설치한 거야?’
-뾰로롱!
요정 가온이 나타났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검은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
동수가 황당한 표정을 짓자, 가온은 검은 망토를 펄럭이며 말했다.
[클로킹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명칭은 투명 망토.]‘클로킹? 투명 망토?’
가온은 짧은 팔을 뻗어 차은수를 가리키며,
[차은수가···. 내 존재를 느꼈다.]‘뭐?’
[김민혜는 요정 프로그램을 실행했을 때만 내 존재를 느꼈는데···. 차은수는 당신 안에 있는 나를···.]‘크, 큰일 아니야?’
[다행히 완전히 들킨 건 아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클로킹 프로그램을 설치한 거다. 어제 김민혜의 정신 방어 체계를 조금이라도 연구한 보람이 있군.]동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정말 괜찮은 거지?’
[데이터 분석 결과, 99.9% 확률로 내 존재는 절대 들키지 않는다.]가온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자 동수는 안심이 됐다.
그렇게 차은수의 촬영이 끝났다.
그는 일정 때문에 짧은 인사만 나누고 곧바로 현장을 떠났다.
가온은 차은수가 멀찍이 가자 투명 망토를 휙 벗으며 말했다.
[살았다.]‘저 사람이 널 죽이기라도 하냐? 왜 그래?’
[비유적인 표현일 뿐이다.]‘근데 차은수는 왜 해킹이 안 되는 거야? 저 사람도 민혜처럼···.’
[비슷하다.]동수는 멀어지는 차은수의 차를 보며,
‘민혜나 저 사람 대체 정체가 뭐지?’
= = = = = = =
차은수는 힐끗 백미러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차를 빤히 바라보는 동수가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
망토를 벗어 던지는 귀엽게 생긴 로봇이 보였다.
그는 빙긋 웃었다.
“미래가 재밌는 남자친구를 사귀었네.”
그는 한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그런데 저 로봇은 뭐지? 음,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차은수는 기억력이 무척 좋다.
그래서 웬만한 일은 거의 다 기억하는데···.
이렇게 가물가물한 걸 보면 정말 스치듯 봤거나,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거다.
“언젠가 생각이 나겠지.”
그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리고 다른 중요한 걸 생각하기로 했다.
‘제작사를 차린다고 했지. 음···. 그때 오태호한테서 미래를 구해준 사람이니까. 은혜는 갚아야지.’
그는 이소희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소희 비서는 원래 차재덕 회장의 비서 실장이었지만, 얼마 전부터 그의 비서가 됐다.
[대표님, 촬영은 잘 끝내셨나요?]“네, 좀 전에 끝나서 출발했어요. 그보다 투자를 좀 하려고 하는데요.”
[어느 회사입니까?]“아직은 설립되지 않은 회사인데···. SBC 강동수 CP가 세울 제작사입니다.”
[제작사요? 알겠습니다. 얼마나 투자할까요?]“음···. 제가 지금 무리 없이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얼마나 되죠?”
[부동산이나 주식을 빼고 현금만···. 삼백억 정도 됩니다.]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그럼 백억만 투자하죠.”
[알겠습니다.]차은수는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선율에 따라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 = = = = = =
차은수가 현장을 떠나고 점심 식사 후에 세 번째 특별한 손님 촬영이 시작됐다.
세 번째 손님은 레나 포스터였다.
그녀는 강남희 할머니의 아들에 대해서 얘기를 하며, 장례식장에서 할머니에게 도움을 받은 일도 언급했다.
“이혼 후 저는 딸만 바라보고 살았어요. 그 아이는 저의 모든 것이었고···. 제 유일한 희망이었어요. 저는 사실···. 장례식이 끝나면 제인(딸)을 따라서 죽을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그때···.”
그녀는 할머니의 손을 꼬옥 잡으며,
“할머니께서 저를 위로해주셨어요. 할머니도 누구보다 힘드셨을 텐데···.”
[자식 먼저 보낸 어미 마음이 어떤지 이해혀···. 그래도 굳세게 살아. 그래야 딸도 하늘나라에서 행복혀. 알겠지?]“그때 그 말씀이···. 지금까지 저를 버티게 해줬어요. 제가 열심히 살아야···. 제인도···.”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
할머니도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끼잉···.
누렁이가 다가와 할머니의 손을 핥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누렁이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레나는 할머니의 손을 꼬옥 잡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할머니, 심정 누구보다··· 이해해요. 그래도 이겨내셔야죠. 건강하셔야죠. 그래야···.”
“······.”
“하늘나라에 계신 김 선생님이 행복하실 거예요.”
그 위로에···.
“···고···마워···.”
할머니는 마침내 말문을 열었고···.
할머니와 레나는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에 촬영장은 숙연해졌다.
동수는 생각했다.
‘이번 유니크 앙상블 데이터의 주인공은 윤 작가가 아니었구나.’
[당신 생각에 동의한다. 윤하얀은 연결고리였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할머니를 쳐다봤다.
모두에게 빛이 되어준 강남희 할머니를···.
그렇게 연말 특집 촬영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