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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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의 다르바드
포탈은 50명이 통과하는 순간 빠르게 축소되며 주먹만한 크기로 쪼그라들었다. 이변이 없다면 일주일 후에 다시 원래 크기로 복원될 것이다.
50명의 조사단은 내부를 둘러보다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들이 자리한 곳은 뒤쪽이 막힌 골짜기 같은 지형의 중앙이었는데, 바닥과 벽은 시커먼 암석 재질이었지만 하늘처럼 높이 자리한 천장의 모습이 매우 아름다웠다.
수많은 보석들이 각양각색의 빛을 뿜어내며 밤하늘의 별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덕분에 시야를 확보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일단 주변부터 둘러보지.”
세현이 주의를 환기시켰다.
낯선 곳에 왔으니 가장 먼저 할 일은 이곳이 어떤 곳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는 눈으로 주변 지형을 한 번 훑은 후 곧바로 땅을 박찼다.
탄성 있는 고무공처럼 순식간에 골짜기 양 벽을 타고 뛰어오른 후 연속해서 허공 박차고 천장까지 치솟는다. 급속도로 다가오는 천장 벽에 검을 비스듬히 박아넣어 몸을 고정한 후, 아래를 내려다보자 광활한 지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넓다.
거의 크로나드 숲 만한 넓이였다. 지형이 그리 복잡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단순하지도 않다. 차분히 둘러보며 조사단의 위치와 주변을 파악한 그가 코앞에 자리한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먹만한 형형색색의 보석 같은 돌들이 박혀 있다. 다른 손을 뻗어 그 보석 하나를 빼내들자 은은한 열기가 느껴졌다. 보석 안의 빛이 흔들림에 반응하듯 미약하게 찰랑였다.
별다른 은빛 글자가 뜨지 않는 것을 보면 아이템은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 빛을 뿜어낸다는 것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그것을 몇 개 정도 아공간 주머니에 챙긴 그가 다시 아래로 내려섰다.
순식간에 까마득한 상공으로 치솟았다가 다시 내려오는 세현을 본 시노부의 표정이 참 볼 만 했다.
“뒤쪽은 길이 없다.”
높은 곳에서 본 결과, 조사단은 거대한 원형으로 이뤄진 이 공간에서 7시 방향 구석에 위치한 상태였다.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보지. 어떤가?”
형식상 물어본 질문에 시노부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사람이 아무런 도구도 없이 저 높은 천장을 찍고 왔다는 게 아직도 좀처럼 믿겨지지 않는 모양이다.
세현은 얼이 빠진 그에게 차갑게 경고를 날렸다.
“참고로, 여기서 또 수작을 부리면 그땐 참지 않을 거다. 기회는 우릴 속이려 한 것에서 이미 끝났어. 명심해라.”
“아, 알겠습니다.”
더듬거리며 대답하는 시노부를 잠시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던 세현이 먼저 앞장서서 움직였다. 그 뒤를 류한의 조사단이 조용히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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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광물 자원이 넘쳐나는 곳이긴 했다.
바닥이나 벽 곳곳에 거무튀튀한 광석이 보였다. 어떤 광석은 은빛이나 청색빛으로 반짝거려 한눈에 들어오는 것도 있었다. 그런 것들이 조금만 이동해도 사방에서 눈에 띄었다.
그냥 겉으로 드러난 것이 이 정도면 제대로 채굴하기 시작했을 경우 그 매장량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세현은 일단 그것들을 채집하는 대신 가만히 놔두었다. 그리고 방금 전 천장에 매달려 살폈던 이곳의 광경을 떠올렸다.
전체적으로 원형으로 이뤄진 이 공간은 사방이 꽉 막힌 폐쇄형 구조다. 공기가 있는 것을 보면 어딘가 구멍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발견하지 못했다.
특이한 것은 9시에서 12시방향에 걸치기까지 일종의 도시가 형성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성벽 같은 암석으로 둘러쳐진 그곳 내부에서는 불이 밝혀진 건물들과 거리를 거닐던 이종족들이 보였다.
사람과 닮았으나 피부가 시체처럼 창백한 자들이었다. 거리가 워낙 멀어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어차피 반시계방향으로 돌다 보면 마주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립형 던전이니 무조건 적대적인 존재들은 아닐 가능성이 있었다. 만약 그들과 우호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이곳에서 나는 광물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으리라.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채굴해서 처음부터 그 쓰임새를 알아가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카드득-
그때, 일행이 지나던 양 옆 바위언덕 위쪽에서 기성이 들렸다. 그리고 독특한 생김새의 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개과 동물을 닮은 몸통이나 다리가 세 쌍 달렸다. 그 끝에 자란 갈고리는 굉장히 튼튼하고 날카로워 보였고 온 몸에 돋아난 털을 보면 곤충처럼 외갑각이 아닌 가죽으로 뒤덮여 있었다. 바퀴벌레처럼 긴 더듬이가 머리 양쪽에 두 쌍, 그리고 십자 모양으로 갈라지는 주둥이가 그로테스크했다.
“노란색인가.”
카드드득-
그 중얼거림에 답하듯, 다시금 기성을 흘린 놈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전신의 털을 빳빳이 세운다. 겹눈처럼 생긴 노란색 눈동자 안에서 빛이 번뜩인다.
“뭘 보고만 있어, 공격!”
신소진의 명령과 동시에 류한의 사격수들이 가장 먼저 공격을 개시했다.
까드드드득-!
파바바바박!
괴물의 전신을 노리고 쏘아진 총알들이 반쯤 박히다 말며 기묘한 소리를 낸다. 허나 고통을 주기엔 충분했던 듯, 놈은 황급히 언덕 뒤로 도망쳐버렸다.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사방에서 까드득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군요.”
긴장한 시노부가 중얼거리며 무기를 들었다. 전형적인 일본도, 하지만 예기를 보니 일반적인 물건은 아니었다. 부단장 소조와 다른 대일 길드원들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류한 길드원들은 그나마 평온한 표정이다. 마침내 사방에서 스물이 넘는 노란색 등급의 괴물들이 등장했을 때도 그랬다. 그들은 여태까지 각종 전투를 겪어오며 이런 상황에 익숙했다. 특히 케르시타들을 토벌하며 얻은 경험이 컸다.
콰각!
마침내 한 놈이 땅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전투가 시작됐다.
사방에서 점프해오는 놈들을 상대로 가장 먼저 조사단의 원거리 공격이 쏟아졌다.
보조계 전투원들의 버프와 보호막을 받은 근접군들이 즉각 앞으로 나서 포화를 뚫고 떨어지는 놈들과 맞붙는다. 금속과 괴물의 갈고리가 충돌하는 소리, 그리고 이를 악무는 소리와 고함성이 터졌다.
쾅!
“으윽!”
양손검을 사용하는 근접 전투원 하나가 괴물의 공격을 미처 완전히 방어하지 못하고 뒤로 밀렸다.
그 순간, 옆에서 유령처럼 튀어나온 김유린이 흉포하게 달려들던 괴물을 향해 창을 내지른다. 매화연환칠식 제 삼초 화룡출수, 동시에 은회색 창날 끝에서 번쩍인 아케인 속성의 보랏빛이 질기기 그지없는 괴물의 몸통을 무자비하게 꿰뚫어 터뜨린다.
그 옆에서 신소진의 날개가 번쩍이며 공기가 폭발했다. 달려들던 괴물의 아구창에 그대로 작렬한 묵직한 일격에서 빛이 번쩍이고 폭음이 터진다. 바위처럼 단단했던 두개골이 으스러지며 흩뿌려지는 붉은 피와 함께 시체가 된 괴물이 튕겨나갔다.
반대편 옆에선 유령처럼 가공할 속도로 움직이는 박수진이 사방으로 검을 베었다. 새롭게 바뀐 무기에서 아지랑이 같은 바람이 휘몰아치며 예기를 더한다. 화려하게 춤추는 검날에서 자색빛이 번쩍이고 괴물의 팔다리가 서늘한 절삭음과 함께 허공을 날았다.
간부 셋이 순식간에 괴물 대여섯 마리를 척살하자 다른 이들에게도 한결 여유가 생겼다. 제대로 진형을 잡고 안정적인 전투를 시작하자 놈들은 아무 위협도 되지 못했다.
물론 그건 류한 길드의 상황이었다.
대일 길드의 이들은 그야말로 버티기 급급했다. 어찌어찌 버티고는 있었지만 언제 어디서 누가 죽어 나자빠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정예라고, 끝끝내 그 외줄에서 떨어지지 않고 놈들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몇 놈을 시노부와 소조가 합공해 죽이고 다른 이들을 돕기 시작하자 간신히 숨을 돌리게 된 것이다.
솔직히 제법이었다.
혼슈 남부의 최대 세력이라더니, 과연 그 정예는 제법 쓸 만했다. 군인인 자위대가 주축이라 들었는데도 미래를 대비한 건지 각 직업의 전투원 육성에 소홀하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 전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괴물은 아직 십여 마리 이상 남았고 방심하면 언제든지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다.
그때, 뭔가를 감지한 세현이 반사적으로 검 손잡이를 잡았다.
[엘 카트란의 불이여!] 화아아악!별안간 전장 외곽에서 초록색 불꽃이 치솟라 후방의 괴물들 두셋을 휘감고 불타올랐다. 동시에 회색빛 덩어리들이 쏘아진 탄환처럼 날아들어 조사단을 둘러싸고 공격을 퍼붓던 괴물들에게 작렬한다.
폭음과 진동이 울렸다. 일차적으로 피해를 준 그 회색빛 구체들은 산산히 흩어지며 괴물들의 몸체를 휘감아 움직임을 방해했다.
– 이방인들아, 다치기 싫으면 물러서라! –
그리고 시체처럼 창백한 피부를 가진 한 남성이 앞서 나오며 외친다.
전신을 중갑옷으로 무장한 채 횟색 안개를 휘감은 기다란 검 한 자루를 든, 그와 똑같은 차림새의 다른 서른 정도의 인원들이 곧바로 돌진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전장에 난입한 그들은 당황하는 괴물들을 후미에서 습격하며 마구잡이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덕분에 괴물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조사단은 낯선 조력자를 경계하며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괴물들은 빠르게 정리됐다. 새롭게 나타난 이들 역시 눈동자가 선명한 노란색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개개인의 무력이 괴물들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출중했다. 전신에 두른 중갑은 공격을 방어하고도 흠집조차 없다. 반면 회색빛 안개를 휘감은 검은 휘둘러질 때마다 반드시 깊은 상처를 입혔다.
마침내 최후의 괴물이 쓰러졌을 때, 조사단에게 물러서라 소리쳤던 남자가 검을 한차례 크게 털어내며 고개를 돌렸다. 차가운 느낌의 노란색 눈동자가 일행을 훑는다. 세로로 길게 찢어진 동공에서 갈무리한 흉표함이 느껴졌다.
– 너희들의 수장이 누구지? –
“나다.”
상황을 지켜보던 세현이 한 걸음 나서며 대답했다.
“이곳의 원주민인가?”
– 말하자면 그렇다. 몇 시간 전 남서쪽의 폐쇄된 게이트로 이곳에 넘어온 자들이 너희가 맞는가? –
폐쇄된 게이트, 조사단이 사용했던 그 관문을 말하는 모양이다. 세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상대가 멋들어지게 검을 수납했다.
그리고 약간 턱을 치켜든 오만한 태도로 말한다.
– 수십 년만의 방문자로군. 내 주인님께서 너희를 부르신다. 초대에 감사히 응하도록. –
“저쪽으로 도시가 하나 있던데…… 주인이란 자가 그곳에 사나?”
세현이 한쪽을 가리키며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다. 다르바드라 부르지. 내 주인님은 그곳의 세 통치자 중 한 분이시다. 자애로운 주인님께선 길을 잃고 헤맬 너희를 위해 우리를 파견하셨다. 그러니…… 너희를 뭐라 부르지? –
그는 인간을 처음 보는 듯했다. 아까부터 세현을 포함한 조사단 전원을 살피는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고 있었다. 다만 느낌상 좋은 쪽은 아니었다.
– 분홍색 피부라니…… –
– 징그럽군. 건들면 찢어질 듯하지 않은가? –
뒤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세현의 귓가에 희미하게 들린다.
“종족을 묻는 거면, 인간이라 불러라.”
– 그렇군, 인간. 우리는 샬란이다. 서로 대충 소개를 끝냈으니 이제 이동할 시간이로군. –
세현 일행이 초대를 거절하는 상황은 생각지도 않는 듯한 태도다.
물론, 세현은 이들의 초대를 거절할 생각이 없었다. 처음부터 적대적으로 나오지 않아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은 중립형 던전이다. 원주민과 굳이 마찰을 빚을 필요가 없었다. 이곳에 광석들을 채굴하고 이용하려면 그게 더 편했다.
게다가 세현 일행이 이용한 관문을 ‘남서쪽의 폐쇄된 게이트’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관문이 더 있을지 모른다. 또 다른 출입구가 있다는 것도 중요하고 그게 어디로 이어졌는지도 중요했다. 원주민과 우호적 관계를 맺는다면 그것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세현은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에게 해가 되는 초대는 아니겠지?”
– 그런 하찮은 걱정은 접어라. 고귀하신 주인님께서 직접 초대장을 보낸 손님에게 해코지를 하실 리 없으니까. –
시노부의 항의하는 듯한 눈동자가 세현에게 향했다. 어째서 이런 중요한 문제를 홀로 결정하냐는 뜻이 담긴 시선이었으나, 세현은 그것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 혹시나 싶어 경고하지만, 만약 무례한 행동을 한다면 용서치 않을 것이다. 이방인인 너희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으니, 지성체로서의 기본만 지켜주면 된다. 만약 뭔가를 모르겠다면 물어보고 행동하라. –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그는 세현과 나머지 조사단을 마지막으로 훑어본 후 자신의 일행과 합류했다.
– 따라와라. –
그리고 앞장서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세현을 선두로 류한 길드원들이 곧장 따라붙고,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머뭇거리던 대일 길드원들이 가장 늦게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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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각을 안 했습니다. -_-v 공지하고 하루 마음껏 쉬니까 컨디션이 아주 좋네요.
오늘도 부디 잼있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추천도 꾹!! 잊지 말아주세요. (__) 모두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