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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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우리 모르게 계속 감시를 하는 놈이 있거나, 아니면 마법이겠지.”
그렇게 말한 헤르난데스가 주위를 둘러봤다.
폐허와 다름없는 도시에서는 모습을 감추고 그들을 살필 만한 장소가 너무나 많았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괴물 한 마리가 계속해서 은밀하게 따라붙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후퇴한다.”
카스트로 소위가 뜻밖이라는 것처럼 그를 쳐다봤다. 허나 헤르난데스의 표정은 흔들림이 없었다.
“작전이 아무리 중요해도 사람 목숨보다 그럴까. 분초를 다툴 만큼 시급한 일도 아니니 놈들의 방비가 좀 허술해졌을 때 다시 와도 되겠지.”
“상부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나는 내 판단이 맞다고 본다. 철수하려면 지금 뿐이야.”
더 깊이 들어가서 상황의 심각함을 느꼈을 땐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괴물들이 득실대는 곳에 헬기가 와서 그들을 구출할 수 있을 리 없고, 만약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괴물에게 퇴로라도 막힌다면 다시 대원들 상당수의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우린 애초에 이런 괴물들이 있을 걸 상정하고 짜여진 작전팀이 아니야.”
만약 이런 놈들이 있는 줄 알았다면 더 강한 전력으로 꾸려진 작전팀이 출동했을 것이다. 최소한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괴물을 한 번에 둘은 상대할 수 있는 전력으로. 그 말고도 다른 S등급 헌터가 붙었을 것이다.
그들은 주위의 안전을 확인한 후 마지막 남은 정찰 드론을 띄웠다. 원래는 세 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첫날 오크의 돌멩이 투척에 파괴되었고 다른 하나는 간밤에 놈들을 유인하느라 써먹었다.
“조심해서 몰아라.”
“예.”
병사도 익히 알고 있을 주의를 다시금 줄 정도로 그는 예민한 상태였다. 안전한 퇴로를 확인하는 일이다. 당연히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빠르게 떠오른 드론은 잠시 상공에서 머물다가 그들이 퇴각할 방향인 서쪽으로 날아갔다. 설치한 모니터에 날아가는 드론에게서 송출되는 영상이 떠오른다.
일정 거리를 이동할 때까진 별다른 위협요소를 발견할 수 없었다. 허나 어느 순간부터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녹색 피부의 괴물들이 보였다.
올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현재 보이는 것은 고작 몇 마리지만 주변에 다른 놈들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자연히 헤르난데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어쩌면 퇴각하는 것조차 그리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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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환이 제공한 정보는 서울의 방위를 책임지는 이들에게 제법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
내용은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게다가 특별한 증거도 없어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이었지만 그 말을 한 이가 다름 아닌 류한의 지원군 책임자인 김인환이라는 게 중요했다.
그의 말이 아무리 터무니없게 들려도 귀담아 듣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서울의 지도층들의 미덕 중 하나인 정치적 행동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곧바로 드론을 띄웠다.
제대로 돌아가는 공장이 없어 더 이상 제작이 불가능하기에 드론의 가치는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오크놈들은 드론의 용도를 아는 것처럼 보이는 족족 추락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터라 지금까진 굉장히 소극적으로만 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과감하게 다수의 드론을 풀었다. 그리고 이전이라면 시도하지 않았을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자세한 정찰을 시도했다.
그 와중에 두 대의 드론이 부서져 추락하는 불상사가 벌어졌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오크들이 무언가를 포위하는 듯한 움직임과 함께 서쪽으로 예상보다 더 많은 수가 이동했고, 게다가 그 포위 대상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인간 군인들이라는 점이었다.
“가까이 접근할 수는 없었지만 복장을 보면 미군이라 추정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복장 만을 봤을 때 이야기입니다.”
다시금 열린 회의에서 그들에 대한 정보와 갖가지 추측이 쏟아졌다. 한국에서 동쪽으로 일본과 태평양을 지나야만 나오는 아메리카 대륙의 군인들이 어떻게 서울의 서쪽에서 나타났는가.
미 본토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 주둔하던 미군이라는 추측이 가장 힘을 얻었다. 허나 속단할 수는 없다. 초능력이 당연해진 세계라 기존의 상식만으로만 무언가를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다들 알고 있었다.
김인환은 회의 내내 한쪽 손으로 귀걸이를 만지고 있었다. 다름 아닌 레야와 통신할 수 있는 귀걸이다.
– 내가 가볼까? –
가만히 침묵하며 회의장의 소리를 듣던 레야가 말했다.
– 어차피 지금 당장 우리가 싸울 건 아니니까. 그들을 구하는 게 우리의 본래 임무는 아니지만, 구해주면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텐데. 별 상관없다고 무시하기엔 저들의 정체가 궁금하지? –
김인환은 레야가 일종의 보호자로서 그들과 함께 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세현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 것을 최대한 지양하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도.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은 일종의 예외일 것이다. 이것은 그들 류한 지원군의 본래 임무와 전혀 관계 없는, 그러나 구출한다면 뭔가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깜짝 이벤트에 가깝다.
“나도 구할 수 있으면 구하는 게 좋다고 본다만…… 혹시 모르니 조심해.”
회의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속삭이듯 건넨 그 말에 레야가 큭큭거렸다.
–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군. 갔다 오지. –
김인환은 나직히 숨을 내쉬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방금 저희쪽 인원 한 명이 그들을 구조하러 출발했습니다.”
“예? 아니, 어떻게 말입니까?”
김인환은 귀걸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사전에 이것이 무전기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미리 알린 바 있다. 질문을 던졌던 장성이 아,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그 날개 달린 남색 눈의 소녀가……?”
“소년입니다.”
그리 대답했던 김인환이 순간적으로 혼란에 빠졌다.
그러고 보니, 그는 레야에게 성별에 대해서 들은 적이 없다. 그냥 첫만남에서 왠지 모르게 소년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어쩌면 그건 세현의 사령관 제복을 입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은 소녀가 맞는 건가?
잠시의 별 중요하지 않은 혼란에서 벗어난 그가 목을 가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충분히 구해 올 능력을 가진 인물이니까, 기다렸다가 직접 들어보도록 하죠.”
“든든한 말이군요.”
“이리 선뜻 나서주시다니, 아주 고맙습니다.”
김인환은 겸양의 말 대신 그 인사들을 당연하다는 듯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저들 역시 입에 발린 말을 할 뿐이다. 굳이 적극적으로 장단을 맞춰줄 필요는 없었다.
그의 정신은 모두 지금쯤 출발했을 레야에게 쏠린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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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낮게 욕지꺼리를 내뱉은 헤르난데스가 손에 든 모니터 화면을 씹어먹을 듯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들은 쉬지 않고 이동하고 있었다.
공중 높은 곳에서 전체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드론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놈들과 마주쳤을지 모른다. 드론을 조종하는 병사는 이동하면서도 조종 패널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자동 호버링 기능이 있기에 망정이지, 만약 없었다면 지금 같은 행동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해서 상황을 살피며 움직이는데도 그들은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놈들이 대체 어떻게 아는 건지, 그들이 드론 정찰을 통해 포위망이 허술한 곳으로 이동하면 잠시 후 그에 대응하듯 움직여 다시 새로운 포위망을 짜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한 번도 아니고 지금까지 계속 그랬다. 이리저리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건 분명 그들을 지켜보는 어떤 눈이 있는 게 분명했다. 실시간까진 아니더라도 제법 신속하게 그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것 역시 분명하다.
“어쩔 수 없지. 강행돌파한다.”
상대가 그들의 움직임을 훤히 안다면 이런 식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은 소용이 없다. 결단을 내린 그의 명령에 따라 카스트로 미첼 소위를 포함한 이들 전부가 각오를 다지며 진형을 바꿨다.
“참사관님,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마음 단단히 먹으십시오.”
“별 수 없지요.”
카스트로 소위의 말에 외교관 클리포드 제레드 역시 자신의 무장을 점검하며 각오를 다졌다.
지금만큼 호기롭게 이번 임무에 지원했던 것이 후회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그저 살아남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병사들 몇몇이 자신이 믿는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에레도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종교인들의 믿음은 그다지 흔들리지 않은 편이었다. 신앙을 버리는 이도 있었으나 반대로 신을 믿게 되는 이도 있었으니까.
짧은 기도와 각오를 다질 시간을 가진 그들은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엄폐에 신중을 가하던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과감한 움직임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움직임은 얼마 가지 못해 들통나고 말았다. 아니, 애초에 그들이 괴물들의 가장 얇은 포위망을 향해 일직선으로 움직였다. 정면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쿠와아아악!”
그들을 발견한 한 초록색 피부 괴물이 고함을 내지른다. 그러다 번개처럼 쏟아진 사격에 몇 번 얻어맞고는 급히 버려진 차량 뒤로 몸을 피했다. 치명적인 부위를 노렸음에도 제 급소를 두 팔로 보호한 탓에 바로 죽이지 못했다.
몇 초 후 사방에서 호응하는 듯한 포효가 터졌다. 헤르난데스 일행이 몸을 숨긴 최초의 괴물에게 접근해 무자비하게 사살했을 때, 주변에서 수많은 인기척과 함께 초록색 피부의 괴물 다수가 모습을 드러내며 그들에게 돌진해왔다.
차량과 담벼락, 부서진 건물의 잔해와 무너져내린 구덩이 등으로 복잡한 지형에서의 전투가 벌어졌다.
빠르고 정확하게 쏟아지는 사격수들의 포화는 결코 약하지 않다. 그들은 지니고 있던 수류탄과 유탄까지 아끼지 않고 쏟아부었다.
핀이 딸칵이는 소리와 함께 작은 금속체가 던져진다. 혹시 몰라 상대가 되돌려 던질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타이밍을 맞춘 투척이었다.
쾅! 콰과광!
“크아아악!”
폭음과 함께 언뜻 인간이 내지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의 구슬픈 비명이 터진다. 뒤이어 쏟아진 캐스터들의 마법이 엄폐물을 끼고 기회를 노리던 괴물들에게 떨어진다. 재차 폭발이 이어지며 사방으로 쩌렁쩌렁한 폭음과 진동을 퍼트렸다.
주황색 눈동자의 괴물 정도는 그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의 무리 중에는 두 마리의 노란색 눈동자가 섞였다. 그들은 이 미터가 훌쩍 넘는 키와 근육질 체구를 가지고도 다소 비현실적이게 느껴질 정도로 잽싸게 움직이며 대부분의 공격을 회피했다.
찰나를 놓치지 않는 사격수들의 공격은 날카로웠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피부가 워낙 질겨 피만 터질 뿐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 못하는 게 여지없이 보인다. 실탄보다 위력이 강한 마력탄환은 안타깝게도 날아가는 속도가 느려 상대가 맞아주질 않았다.
“캐스터들이 노란색 등급을 노려라!”
마법사들의 시선 전부가 대번에 두 마리의 노란색 눈동자를 가진 괴물들에게 쏠린다. 자연스레 사격수들은 주변에서 몰려드는 주황색 등급 놈들을 상대하는 것에 집중했다.
뒤이어 두 번째 캐스팅을 마친 마법사들의 공격이 떨어졌다. 그 뒤를 신속하게 따라붙은 헤르난데스가 뽑아든 검으로 자신의 앞쪽에 선 한 마리의 노란색 괴물을 겨눴다.
이번 돌파는 속도가 생명, 여기서 더 이상 붙잡혔다가 다른 노란색 등급 이상의 존재가 합류해버리면 정말로 위험해진다. 그러니 스킬을 아낄 수가 없다.
헤르난데스의 머리와 눈동자가 청백색으로 물든다. 한 줄기 스파크가 곧게 뻗어진 검신에서 번쩍인 후, 그의 검에서 커다란 뇌성과 함께 눈부신 벼락의 창이 가공할 속도로 뻗어졌다.
시야를 어지럽히는 청백색 번쩍임에 흡사 원래부터 있었던 듯한 한줄기 기다란 잔상이 남는다. 그 끝에 걸린 노란색 등급의 초록피부 괴물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가슴팍에 구멍이 뚫린 채 재로 불타버렸다.
한 마리가 찰나에 당해버리자 다른 한 마리가 기겁하며 황급히 몸을 피하는 것이 보인다. 놈이 겁을 먹은 탓에 앞을 가로막은 포위망 전력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돌파!”
헤르난데스의 명령, 그에 방어적인 태도를 고수하던 근접직업들이 시위에 걸린 화살처럼 튀어나갔다.
몇 남지 않는 놈들에게 전력으로 달려들어 방패를 후려치고 무기로 찌르고 두들긴다. 괴물은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숨이 끊어졌다. 아주 잘 훈련된 조직적인 움직임이다. 뒤쪽 캐스터들의 각종 버프와 디버프를 통한 보조까지 더해지니 고작 주황색 등급 정도의 괴물들은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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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말썽을 일으킨 카스퍼스키를 붙잡고 대체 뭐가 문제냐고 푸념하다가, 인터넷뱅킹 보안으로 설치되는 Anlab과 충돌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증명했습니다. -,.-
오늘도 부디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 추천! 꾹! 부탁드립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