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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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기억을 강탈하며 악마를 죽이는 방법을 세 가지 알아냈다. 셋 중 무슨 방법을 시도하든 일단은 일정량의 타격을 가할 필요가 있었다.
얼핏 놈은 아무리 상처입어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불사신처럼 보이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하늘에서 내리꽂힌 섬광과 함께 번개처럼 떨어진 세현의 검이 다시 재생되는 악마의 머리를 노리고 떨어진다. 그에 대응한 악마가 포효를 터트리며 두 손을 들어올리고, 힘과 힘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둘 모두가 백여 미터 이상 튕겨나갈 정도의 충격.
폭발이 원형으로 퍼져나가며 수십만 개의 유리창이 동시에 부서지는 듯한 소름끼치는 굉음을 울렸다. 세현의 의지에 따르려는 마력과 악마의 어둠에 지배당한 마력이 서로 부딪히며 끊임없이 힘겨루기를 한다.
역시 강하다.
가진 힘의 크기도 그렇지만 그것을 다루는 기술과 경험 역시 뒤쳐지지 않는다.
일전에 그는 의형기를 깨달으며 보라색 등급 둘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적 있다. 하지만 아니었다. 같은 보라색 등급에서도 그 강함에 상당한 차이가 있겠지만, 지금 상대하는 이 악마 같은 녀석이 둘이라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이쯤되면 놈을 단순히 악마라 부르는 것이 미안할 지경이었다. 다른 세상에 나타났다면 마왕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강대한 적이 아닌가.
특히나 놈이 가진 힘 중 하나, 실체에 가해지는 물리적 타격을 최소화하는 영변불사(影變不死)의 권능이 검을 주력으로 삼는 세현과 거의 상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진바 힘은 세현이 놈을 앞지르고 있으나 그 힘의 작용법이 놈이 가진 권능과 상충되어 대부분 흩어져버린다.
– 크캬하아아아아아!! –
괴성과 함께 대기를 찢으며 순식간에 돌진한 악마가 어둠에 휘감긴 두 팔을 휘둘러 세현의 머리와 몸통 어깨를 노린다. 채 구현화를 못한 탓에 놈의 전신이 검은 안개로 형태만 잡힌 듯하고, 그 중에 오직 한 쌍의 보랏빛 눈만이 선명하게 빛나며 그야말로 악마같은 지독한 살기를 뿜어냈다.
– 죽어라! 죽어!! –
쾅! 콰과광! 쾅!
세현이 일으킨 의형기와 부딪힌 놈의 공격이 연속해서 폭발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마력의 파편을 흩뿌린다. 틈을 노리고 날아든 날카로운 검날이 악마의 몸뚱이를 가르며 착실하게 데미지를 쌓고, 그에 더 분노한 악마는 한계 이상의 힘을 끌어올리며 두 손을 붙여 내뻗었다.
붉은빛 섬광이 폭발한다.
두 쌍의 고리가 둘 사이에 수평으로 생겨나 급속도로 퍼지며 확장하고, 그 중앙을 관통해 가로지른 한줄기 두터운 섬광이 의형기로 일으킨 호신강기를 찢어발겨 꿰뚫었다.
벨 그로 키벨라(Vel-Gro-Kivela), 신을 찢는 창.
악마가 가장 마지막에 만들어낸 기술이며 능력만 된다면 언제 어느때나 펼쳐낼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마주했던 모든 위대하고 강력한 존재들을 결국엔 침묵하게 만들었던 필살의 공격.
세현 역시 그것을 막는 것은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힘들다고 느꼈다. 굳이 비교하자면 수호룡이 쏘아내던 뇌전의 브레스와 동급, 관통력은 그 이상!
황급히 몸을 빼내며 아슬아슬 회피하는 그를 따라 악마가 재차 돌진해 두 팔과 날개를 쏘아내듯 휘두른다.
– 나는 그대를 죽인다……! 죽여서 포식하리라! 한 단계 더 위대한 존재로 거듭날 것이다! –
콰과과과광!
연속된 폭발들이 한 순간에 수백 미터를 늘어지며 이동했다. 그 끝에 움직이는 세현을 유령처럼 따라붙으며 악마가 두 날개를 활짝 펼치고 팔을 양쪽으로 뻗었다.
라비아고스 셉테나(Laviagos-Sebtena), 파멸의 재림.
전투술이자 마법인 기술이 펼쳐지며 어둠이 빛을 품고 번뜩인다.
부우우우욱!
가죽북이 찢어지는 듯한 기묘한 소음, 동시에 세상이 흑백으로 번쩍이며 악마를 중심으로 이백여 미터 반경에 공백이 만들어졌다.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이 급속도로 밀려나다가 힘을 견디지 못하고 가루로 박살난다. 찰나의 틈을 두고 엄청난 속도로 밀려난 대기가 2차 폭발을 일으키며 놈이 박살낸 것보다 더 넓은 범위에 가공할 물리력을 흩뿌렸다.
원리를 따지자면 단순한 힘의 방출일 뿐이다. 허나 그것 역시 단계를 넘어 한계에 이르면 이토록 가공할 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기술의 여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놈이 만들어낸 폭발의 여파로 땅이 흔들리며 지진이 발생했다. 일대의 지형이 통째로 주저앉거나 치솟으며 3차로 거대한 충격파가 발생했다.
밀려난 대기가 진공으로 변해버린 드넓은 공간에 빨려들며 서로 부딪쳐 강철로 된 칼날처럼 거칠게 휘몰아친다. 허공에 날아오른 온갖 것들의 파편이 그 바람에 휩쓸리자 산산히 찢겨져 더 없이 위험한 흉기로 돌변했다.
바로 그때, 세현은 그 위험천만한 공간에 주저없이 뛰어들었다.
자색빛 유성 하나가 공간을 통째로 꿰뚫고 중앙에 자리한 악마를 향해 치달린다. 부릅뜬 악마의 눈에서 보랏빛이 폭발하는 순간, 놈의 두 팔과 부딪힌 청월의 검날에서 재차 절삭음이 터졌다.
– 캬하…아아아…! –
전투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악마가 비명을 내질렀다.
어둠으로 흩어진 날개가 음속을 가볍게 뛰어넘은 속도로 사방 허공을 휘저어 세현을 노렸다. 또한 양쪽 손에서 일직선으로 뻗어진 섬광이 세현이 움직이는 궤적을 찰나의 차이로 뒤쳐지며 연속해서 관통했다.
수 킬로미터 이상을 거침없이 뻗어나간 그 섬광들은 닿는 모든 것을 폭발시키며 부숴버렸다
그들이 싸우는 곳에서 멀찍이 떨어진, 이제는 주인을 잃고 방치되던 빌딩 한 채가 섬광에 걸쳐지기 무섭게 닿은 곳을 중심으로 원형의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주저앉아 무너진다. 사방으로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커다란 덩어리의 파편들이 주위 사방의 다른 자잘한 건물들을 박살내버리기도 했다.
– 죽인다! 죽여버릴 테다! 이 세상 전부를 죽여 먹어치워버릴 것이다! –
어둠이 휘몰아친다. 그 어둠에서 벗어나듯 움직이는 세현을 이제는 본래의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검은 악마가 거침없이 휘몰아치며 추격했다. 어둠속에서 번뜩이는 한 쌍의 눈만이 놈이 자리한 곳을 짐작할 수 있게 만들 뿐이다.
– 크하아아악!! –
폭발하듯 뿜어진 어둠의 한 줄기가 세현이 맞뻗어낸 의형기와 충돌하며 허공을 찢었다.
그들이 전투를 거듭하며 지나친 작지 않은 크기의 야산 하나가 통째로 휘말리며 산산히 뒤엎어져 평지로 화했다. 평지였던 곳에는 어마어마한 힘의 파편이 떨어지며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자색빛과 휘몰아치는 어둠이 두 줄기 빛살처럼 지나치고, 아래에 있던 건물들과 수만의 좀비들이 통째로 부서지고 으깨졌다.
대지에 발을 딛고 전투를 하면 지반이 통째로 주저앉으며 지하수가 터져나왔다. 어떤 곳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싱크홀을 만들어내며 지형 자체를 바꿔버렸다. 뒤엉켜 허공으로 치솟을 때는 없던 토네이도가 생겨나 휘몰아치며 자연재해를 일으켰다.
“너 같은 놈이 갑자기 튀어나오다니…!”
– 너 같은 존재가 대체 왜 이런 곳에…?! –
세현과 악마의 입에서 비슷한 말이 동시에 흘러나온다. 다만 느낌이 분명하게 달랐다.
세현의 것에는 선명한 흥분과 전의(戰意)가, 악마의 것에는 첫 대면의 감탄이 씻은 듯 사라진 경악이.
그 차이를 대변하듯, 다시 한 번 뿜어진 자색 칼날이 휘몰아치는 어둠을 가르고 악마의 신체를 수직으로 쪼개냈다.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막아내기엔 세현의 의형기가 너무 강력했다.
– 크컥…! –
영변불사의 권능, 감히 권능이라 부르기 아깝지 않은 그 힘까지 잠식하며 내달린 막강한 공격이 악마의 진정한 실체에 적지 않은 타격을 남긴다.
그 탓에 잠시지간 경직된 틈을 노리고 스킬 귀신걸음과 검귀강림까지 사용해 신속히 접근한 세현이 놈의 머리통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채 십여 센치미터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에서 비슷한 색으로 선명히 물든 서로의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둘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모든 움직임을 멈추며 허공에 석상처럼 굳었다.
둘을 감싸고 휘몰아치던 마력의 폭풍이 이내 그들을 세상에서 지워버리듯, 허공에 거대한 어둠의 구체를 만들어내며 모습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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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죽이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죽을 때까지 타격하는 것이다.
제 아무리 실체를 다른 차원계에 반 이상 걸쳐 물리적 타격을 최소화하는 영변불사의 권능을 갖고 있더라도, 세현의 의형기는 놈에게 착실히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 효율이 나쁘긴 하나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보름 정도 쉬지 않고 두들기면 결국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규모 공격대를 꾸려 육체와 정신을 동시에 타격하는 방법이다.
세현과 같은 강대한 무력을 가진 이가 악마의 정신으로 침투해 놈을 위협하며 시간을 끌면, 다른 바깥의 이들이 전력을 다해 공격을 퍼부어 피해를 누적시킨다. 영변불사의 권능은 분명 강력하지만 신성한 힘에는 의외로 맥을 못춘다. 틈을 만들고 상극의 힘으로 공격하면 분명하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마지막은 혼자서 정신으로 침투해 오로지 일대일 정신력 대결로 놈의 실체에 직접 타격을 가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과 비슷하지만 악마의 정신에 침투한 이가 단순히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닌, 실제로 놈을 죽이기 위해 움직인다는 점이 다르다. 당연하지만 빠르고 확실한 만큼 위험하다.
세현은 세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다른 방법들보다 위험하나 그는 자신이 있었다. 놈의 기억을 역으로 축출해 읽어내며 그의 정신력이 더 강하다는 것을 확신했다.
해서 그는 지금,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은 검갈색의 말라붙은 황야 위에 서 있었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따라 흙먼지가 휘날리며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악마의 내면세계는 광활하지만 이토록 황폐하고 메마른 곳이었다. 또한 놈이 태어나고 자라난, 아주 약했던 시절의 장소와 판박이다.
– 하…! –
세현의 맞은편에서 악마가 당황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으로 탄식 비슷한 소리를 토하는 것이 보였다.
– 지금 겁도 없이 나를 정신력으로 제압하겠다고? 인간에 불과한 그대가? 만 년이 넘도록 살아온, 수도 없이 많은 적들을 쓰러트리며 살아남은 이 나를? –
“살아온 세월만큼, 상대한 적의 수만큼 착실하게 강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지만 세상은 그리 합리적이지 않아서 말이야.”
세현은 느긋하게 응대하며 자신의 몸을 점검했다.
들고 있는 청월이 무겁게 느껴진다. 전신이 심해에 빠진 것처럼 축 늘어지는 듯한 기분,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이 목구멍 언저리까지밖에 도달하지 못하는 듯한 답답함.
– 그렇게 약해지면서까지 내 힘을 억누르는 게 의미가 있는가? –
세현의 상태를 눈치 챈 악마가 큭큭큭 비웃음을 흘렸다.
악마를 처치하기 위해 서로의 정신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것이 있다. 바로 놈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이끌어내어 약화시키는 것.
놈의 말마따나, 세현이 아무리 강해도 만 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세월을 살아온 악마의 정신이 얼마나 기괴하고 강할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니 마음대로 활개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 무조건 억눌러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 세현의 가진 힘 대부분이 봉인당한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다는 것이 문제였다. 지금 그의 상태는 모든 내공과 마력을 잃어버린 것과 같다. 그나마 그의 정신력이 더 강하기에 상대를 이렇게 한계까지 억누를 수 있는 것이다.
– 그대는 죽을 것이다. –
“피차 마찬가지인 상황에 너무 허세부리는군.”
– 그래, 나도 약해졌지. 그대는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정확히 파악했군. 나는 약함이 두렵다. 내가 이뤄온 모든 것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것이 두렵다. 내 운명이 다른 존재의 손에 순식간에 끝나버릴 수 있다는 것이 두렵다. –
악마가 더 없이 사악한 느낌으로, 한편으로는 어쩐지 유쾌한 것처럼 웃었다. 자신의 두려움에 대해 말하면서도 놈은 세현 역시 약해졌다는 것 때문인지 여유가 있었다.
– 그러니까…… 나는 지금 약해졌지. 하지만 그대보다는 강한 것 같은데? –
악마의 두 날개가 위협적으로 펼쳐진다.
이전에 보았던 것처럼 어둠을 흩뿌리며 세상을 잠식하듯 그 경계조차 흐릿한 날개가 아닌, 단순한 박쥐의 것처럼 피막으로 이뤄진 검은빛 날개. 하지만 그에 담긴 힘은 능히 평범한 인간의 팔다리 정도는 단숨에 분질러버릴 수 있을 것이다.
어디 날개 뿐일까, 놈의 팔다리 역시 이전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으나 신체를 구성하는 물질부터가 다르다. 모르긴 몰라도 힘과 속도에서 세현보다 더 나을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현은 웃었다.
“미안하지만 내가 이길 거다.”
– 호오, 그런가? 대체 어떤 이유로 그렇지? –
이죽거리는 물음에 그는 대답 대신 기수식을 취했다. 그가 무림에서부터 이곳에 귀환할 때까지 죽기살기로 연마했던 검술의 기수식이다.
“이제 네가 조잡하다 생각하는 육체적 기술을 겨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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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뵙습니다. (__);;
한 달이나 쉴 생각은 없었는데 아버지 퇴원이 생각보다 늦어져서 조금 걸렸습니다. 큰 수술도 아니었는데 회복이 영 느리시더군여. 다행히 잘 퇴원하시고 상태도 괜찮으십니다.
어쨌든 공지했던 대로, 비축분도 조금이지만 쌓았겠다 가능한 만큼 하루 2편씩 업로드 하겠습니다.
모두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 추천! 꾹! 부탁드립니다. (__)
p.s 조아라 상태가 영 메롱이네요. 로딩이 어찌나 느린지 글 예약거는데 30분 걸렸습니다. 어플은 괜찮은 거 같은데…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