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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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대통령 차석원이 용인 류한 본성을 방문했다. 목적은 당연하게도 왕국의 창설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래. 잘 지낸 모양이군.”
자리를 권한 세현이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류한 왕국이 만들어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랬지.”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 정국의,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총체적인 질문이다. 아직 서울은 류한 왕국에 편입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에는 길드성이 없고 류한이 그 위쪽에 자리한 성을 먹어 서울을 영향권 안에 넣은 것도 아니었다.
간단하게 도움말을 통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왕국에 속하게 되는 것은 시스템이 자동으로 판단한다.
특정한 사람의 기본 생활반경이 류한의 영토 안이라면 그 사람은 자동으로 류한 왕국민이 되고, 만약 외부에서 유입된 자가 있다면 제대로 정착할 때까지 외부인 취급이다. 한 번 왕국민이 되었어도 거주지를 완전히 옮긴다면 일정 기간 후 다시 외부인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 류한이 평양의 길드성을 먹어 서울을 영향권 안에 둔다고 해도 일정 기간 왕국에 편입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물론 결국에는 속하게 되겠지만.
“영주 자리를 주지.”
해서 세현이 제안했다.
“상하관계가 된다는 것만 빼면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을 거다.”
어차피 그는 지금도 세현의 명령을 따른다. 이미 사람들도 공공연하게 짐작하는 사실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될 뿐이다. 누군가는 충격을 받겠지만 대부분은 그러려니 하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서울은 네게 계속 맡길 생각이야.”
“감사합니다.”
세현의 그 확답에 차석원이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직접 찾아왔을 정도면 내색은 안 했어도 꽤 불안했던 모양이다. 갑작스런 변화로 인해 자신의 권력을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었으니까.
다만 아직 그의 용무는 끝나지 않았다.
“한 가지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국가 운영을 어떤 식으로 하실 생각이십니까? 왕위에 오르신다는 것은 알겠습니다만, 혹시 영국처럼 의원내각제 쪽으로 가시렵니까?”
“아니, 독재할 생각인데.”
거리낌 없는 대답에 차석원이 잠시 당황한다.
“아…… 조금 껄끄럽지 않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 아래에서 그게 최선이라고 배우며 살아왔습니다. 왕정제로 변하는 것도 충격일 텐데 중앙집권까지 더해지면, 아무래도 거부감이 심할 겁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진 독재자에 대한 반감도 가벼운 것은 아니지요.”
“틀린 말은 아니군.”
세현이 몸을 뒤로 기대며 물었다.
“그래서, 따로 생각이라도 있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보여주기 식으로라도 권력분립을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식입니다.”
그는 세현이 허락하는 눈치이자 자신이 계획했을 이야기를 차근차근 늘어놨다.
그건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자는 생각으로 가만히 있던 세현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꽤 괜찮군.”
“바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내키지도 않아. 번거로워.”
“예? 그럼……?”
“전제군주제로 간다.”
전제군주제, 군주제 중의 한 갈래로 지배자는 가진 권력의 한계가 없다. 그야말로 독재와 권력의 집중. 일반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다.
하지만 세현은 자신의 권력을 형식상으로라도 나눌 생각이 전혀 없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하나하나 직접 챙기며 만들어온 집단이다. 자신의 영역에서 독재를 하겠다는데 불만을 가지는 놈이 있다면 그놈이 떠나면 된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반쯤은 신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신이 평범한 인간과 권력을 나누는 모습은 신도들에게 별로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닐 것이다. 호칭에도 나왔듯 진정한 신왕이 되고 싶다면 그 혼자 절대적 존재가 될 필요가 있었다.
독재란 양날의 검이다.
다소의 반발이 있을지언정, 결국 지배자의 능력이 뛰어나면 모든 단점은 상쇄되고 장점만이 부각된다. 그는 스스로 딱히 모자란 군주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네가 우려할 일이 아니야. 내 왕국에서 권력의 부스러기라도 갖고 싶은가?”
“아, 아닙니다.”
차석원이 당황하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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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 그래, 마법. –
“마법, 마법진.”
– 그래, 마법진이란 것도 있지. 이건 아니지만. –
레야의 품에 안긴 유르미아는 자신의 앞에 떠오른 빛무리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강아지 형태의 빛무리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손이 뻗어질 때마다 이리저리 몸을 피하며 연신 꼬리를 흔들었다.
“우으.”
잡히지 않는 빛덩이에 아이가 뺨을 부풀린다. 그리고 다시 힘차게 손을 뻗자 자신도 모르게 손톱이 불쑥 튀어나왔다.
“으응?”
유르미아가 자신의 날카로운 손톱을 보며 작은 손을 꼼지락거리니, 이내 그것이 스르르 변하며 다시 사라졌다.
아직까지 완벽한 통제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원하면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오고 언제 들어갈지도 모르던 때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레야는 마법으로 만든 빛을 조종해 아이와 놀아주면서도 머리 한편으로는 연구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 모래시계 아이템에 대한 비밀은 거진 다 풀렸다. 남은 건 그 핵심 작동원리를 떼어 마력저장기에 적용하는 것뿐.
성공하기만 하면 사회는 대격변을 맞이할 것이다. 일단 마력저장기를 사방에 설치하는 작업만 끝나면 혁명이 일어난다. 에너지 대체는 단지 현재 사용하는 전기를 마력으로 바꿔 안정성을 확보하는 정도겠지만 통신망을 되찾는다는 게 핵심이다.
단적인 예로, 핸드폰 사용이 가능해진다.
물론 예전에 쓸모없어진 핸드폰을 아직도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만 그거야 새로 만들면 된다. 류한은 다양한 방면에서 일하던 마도공학자를 여럿 데리고 있다. 그들은 이미 레야의 연구와 발맞춰 생산라인 설계를 하는 단계, 마력저장기만 완성되면 빠른 시일 내에 공장을 돌릴 수 있었다.
류한은 단순한 통치를 넘어 산업의 영역에까지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야말로 절대권력을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과정, 현대사회로 치면 종교와 정부와 군대와 언론과 대기업이 하나인 셈이다.
이 어마어마한 힘의 응집을 그 누가 거스를 수 있을까. 도무지 파고들 틈이 없다.
– 그러고 보니, 이제 넌 공주가 되겠구나. –
“응? 겅쭈?”
– 그래, 겅쭈가 아니라 공주. –
“공쭈?”
아직 공주라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인지 유르미아는 고개만 갸우뚱 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이 아이 역시 여느 여자아이들처럼 공주에 대한 환상을 가질지도 모른다.
아니, 그때는 이미 자신이 공주라는 걸 알기에 환상이 없을지도.
– 네 엄마가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야. –
레야는 그렇게 말하며 유르미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맞은편 소파에서 아엘라가 담요를 덮은 채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를 돌보는 건 제 아무리 강인한 체력의 벡스라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다. 게다가 유르미아는 조금만 방심하면 타인을 다치게 할 위험성도 있었다.
자신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손톱은 생각보다 날카롭다. 아이라고 방심하다간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 사람은 목이 몇 센치미터만 베여도 죽을 수 있으니까.
“강아지.”
그때, 상념을 끊는 칭얼거림이 들려왔다. 레야가 시선을 내리자 그를 빤히 올려다보던 유르미아가 다시 말했다.
“강아지.”
– 트윈테일? –
끄덕끄덕.
움직이는 강아지 모양 빛무리를 보고 있자니 진짜 강아지가 보고 싶어진 모양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강아지는 김유린의 트윈테일들을 말함이다.
찾아가면 그녀는 아주 좋아할 것이다. 아직도 직접 안거나 하진 못하지만, 그냥 옆에만 있어도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 가자. –
레야는 기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중요한 연구를 하는 중이라 시간이 항상 부족함에도 그는 한 번도 유르미아와 놀아주는 것을 낭비라 생각한 적 없었다.
유르미아는 폴바르의 딸이다. 관점에 따라 자신의 동생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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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한 남자가 부시시 눈을 떴다. 전신이 욱신거리는 통증이 가볍지 않다. 자신이 어쩌다 이런 꼴이 되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하지만 몇 번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자 이내 기억이 떠오른다. 습격을 당했다. 멀찍이 떨어진 산 중턱에서 일단의 무리가 좀비들을 쓸어버리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들키려야 들킬 수가 없는 자리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들켰다.
일단 눈을 강하게 몇 차례나 깜빡인 후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간단한 구조의 나무의자에 앉혀진 채 손목과 발목이 단단하게 결박되어 있다. 끊어내기 위해 힘을 줘봤지만, 대체 무슨 재질인지 강철와이어처럼 굳건했다. 의자도 마찬가지였다. 원래라면 이런 나무의자 따위 얼마든지 부술 수 있을 텐데.
한동안 더 용을 쓰던 그는 구속을 푸는 것을 포기하고 주위를 살폈다.
버려진 건물의 내부로 짐작되는 곳, 창문이 위쪽에 있는데 바닥이 보이는 것을 보니 반지하인 모양이다. 가구 같은 것이 일체 없어 원래 어떤 용도로 사용되던 곳이었는지 알기 힘들다. 다만 가정집은 아니었던 게 확실하다.
“후우……”
깊게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살려서 잡아왔다는 건 바라는 게 있다는 뜻, 기다리면 누군가 나타날 것이다.
그는 밀려오는 고통과 두려움을 참으며 계속 기다렸다. 그렇게 몇 시간이 넘게 흐른 후, 마침내 덜컹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끙.”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자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이 보인다. 그는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예상이 완벽하게 빗나갔다. 당연히 동양인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체 모를 외국인은 다른 곳에서 낡은 의자를 끌고 와 그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를 빤히 주시했다.
칼자루는 외국인에게 있다. 뭔가를 말하기 전까진 가만히 있는 게 최선.
마침내 침묵을 깨며 상대가 입을 열었다.
“……고민 중이야. 너를 살려서 보낼까, 아니면 그냥 죽일까.”
“살려둔 이유가 없는 거요?”
“있지. 정확히는 있었지. 산시 성 지중(地中) 길드 추이젠, 임무대로만 행동했으면 이런 꼴을 안 당했을 텐데 왜 객기를 부렸나?”
그는 할 말을 잃었다.
한 번도 발설한 적 없는 정보를 모두 알고 있다는 게 상당히 충격적이다. 각종 정보라인이 넘쳐났던 예전이라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이지만, 지금 같은 세상에서는 아니다.
산시 성의 지중 길드라는 것을 알아낸 것까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본명은 이곳까지 함께 왔던 팀원들에게조차 말한 적 없었다.
대체 어떻게 알아냈단 말인가? 마법? 아이템? 설마 이미 산시 성에 이 외국인 패거리의 스파이가 있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그건 최악의 상황이다. 자신들은 아무것도 모르는데 상대는 이미 그들의 존재를 알고 사람까지 심었다.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면 결코 하급 조직원이 아니었다.
그의 이름을 아는 간부들의 명단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넘어간다. 누구 하나 첩자라고는 믿을 수 없는 자들 뿐, 의심가는 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
잠시 추이젠의 반응을 살피던 외국인이 품에서 담배를 꺼내들었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내쉬는 숨결에 뿌연 연기가 허공으로 날아간다.
“나와 동류로군.”
추이젠은 나지막이 중얼거린 후 고개를 숙였다.
피냄새가 났다.
사람을 물건처럼 보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차가운 느낌도 있다. 표정에는 변화가 없고 눈동자는 기계처럼 미동조차 없다. 호흡도 일정하고 행동에도 군더더기와 소음이 없다. 담배를 잡은 손에는 나이프와 총기류 따위를 오래 다룬 자만이 갖는 굳은살이 보인다.
“고민할 게 있소? 어차피 죽일 것이면서.”
이런 자는 자신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정보를 다루는 이들에게 동종업계 사람은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가 아니다. 야전(野戰)에서 만난다면 일단 총칼부터 들이대 죽이고 봐야 할 대상이다. 게다가 상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이미 알아낼 것도 다 알아냈다지 않은가.
“원래라면 그랬겠지.”
외국인이 고민하는 이유는 정말 단순했다.
이들을 살려 보낸다고 자신의 집단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되려 자신들을 노출함으로서 더 빠르게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
정복사업 말이다.
명분은 어리석은 상대가 알아서 마련해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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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는데 잭팟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네요.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__)
새 파트 시작입니다. 내일은 빼먹지 않고 오후에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부디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 추천 한 번 꾹!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