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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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정확한 약점을 알 수 없어 최소 두 조각으로 절단내며 올라왔다. 김유린이 말하는 ‘온전한 시체’는 별로 없었을 거다. 특히 휴게실에서의 시체들은 단 하나도 알아볼 수 없었을 터.
그래서 약점 파악이 조금 늦어졌을 수 있다. 다음부터는 주의해야겠다.
어쨌든 덕분에 수고를 덜게 됐다. 약점을 알면 칼질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죽일 수단이 있었다. 그가 괴물을 만날 때마다 직접 해체하며 이것저것 실험해볼 필요도 없고.
“고마워.”
그렇게 말한 세현은 손가락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뒤이어 빛이 번쩍이고 뻗어낸 손가락에서부터 한 줄기 선이 허공을 그었다.
가로막는 모든 것을 거침없이 관통한 탄지가 은신해있던 한 케르시타의 머리, 정확히는 턱 아래 부근을 꿰뚫었다.
“칵…!”
단말마와 함께 절명해 쓰러지는 그 케르시타를 시작으로 사방에서 빛줄기가 번쩍였다. 당황한 놈들이 우왕좌왕 거렸지만 단 하나도 빗나가는 것이 없었다.
무형검에 이은 그의 두 번째 비전절기가 바로 이 탄지공이다. 그가 경지에 올라 자하지공(紫霞指功)이라 부르며 창안한 이것은, 현대의 총기류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환(丸)이 손가락 끝에서 발출됨과 동시에 회전하며 쏘아지는 것이 핵심.
그것으로 정확도와 위력을 높인다.
숙련도가 부족하면 기를 회전시키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손가락 혈도를 뒤틀어 작살낼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방법이지만, 세현에겐 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덕분에 몇 초 되지도 않는 짧은 사이에 8층의 괴물들이 전멸했다.
9층으로 올라가서도 비슷했다.
그는 계단 문을 나서지도 않고 제자리서 손가락만 움직이며 탄지를 쏘아댔고, 거기서 살아남는 케르시타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그렇게 10층에 올라서자, 한 괴물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검은 갑각에 두 쌍의 팔, 등에는 한 쌍의 날개를 단 놈이다. 두 쌍의 팔 끝에 달린 낫과 같은 발톱이 어둠 속에서도 은은히 빛난다. 곤충 특유의 겹눈은 다른 녀석들과 달리 선명한 초록빛이었다.
– 넌 인간이 맞나? –
세현이 그놈을 어떻게 죽일까 고민하며 검끝을 까딱이는 사이, 놈이 먼저 질문을 던져왔다.
“그런데?”
– 인간이 이렇게 강할 리가……? –
“강한 인간도 있는 거지.”
– 개체마다 차이가 이렇게 크다고? 그렇다면, 여태까지 우리가 본 인간들은 모두 노동 계급에 불과했다는 건가? 너는 어떤 계급이지? –
“그야 네 좋을 대로 생각하고.”
세현은 놈을 비웃었다.
그가 눈앞의 괴물을 바로 죽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김유린에게 관찰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게 아니었다면 놈은 모습을 드러낸 순간 죽었을 거다.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괴물이 다시 입을 열었다.
– 거래를 하자. –
“거래?”
– 이걸 주마. 나를 살려주면 숨겨놓은 다른 하나의 위치를 알려주겠다. –
그렇게 말하며 놈은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징그럽게도 가슴팍의 갑각질이 벌어지며 그곳에서 물건을 빼냈는데, 의외로 나온 물건은 멀쩡했다. 주먹만한 수정구로, 울퉁불퉁했지만 탁하지 않고 빛을 뿜어내는 듯 맑은 느낌이다.
“그게 뭔데?”
– 마력을 증폭시키는 물건이다. 주문을 사용하는 자들에게는 보물 중의 보물이지. –
“다른 하나는?”
– 그건 나만 아는 장소에 숨겨놨다. 이것보다 못하지 않은 물건이니, 내 목숨값으로는 충분할 거다. 어떤가? 아무런 이득도 없이 날 죽일 건가? 아니면 너희와 별 상관도 없는 나를 살려주는 대신 보물을 취할 텐가? –
약간이지만, 의외로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널 살려준다 치면, 그 다른 보물의 위치는 어떻게 알려주려고?”
– 옥상에서 말해주겠다. –
“말해주고 도망치겠다? 거기에서라면 몸을 피할 자신이 있나?”
– 물론. –
날개가 폼은 아닌 모양이다. 세현은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 그렇게 하자고.”
– ……정말인가? –
“거래는 네가 하자고 했다. 일단 그것부터 내놔.”
그가 손을 내밀었다.
놈은 잠깐 머뭇거렸지만 이내 들고 있던 수정구를 미련없이 던졌다. 가볍게 받아들자, 그의 눈에만 보이는 은빛 글자가 떠오르며 해당 물건의 정보를 출력했다.
에레도스 시스템이 보장하는 ‘아이템’이었다.
[마력 보주(희귀함): 스킬의 마법력 소모를 줄이고 위력을 증폭시킨다. 사용자의 마법력에 따라 최소 10%에서 최대 20%까지 효율이 변동한다.]“제법……”
생각보다 더 좋은 물건이다.
그는 이 아이템에 다른 위험은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한 후 허리춤의 아공간 주머니로 수납했다. 그리고 김유린을 돌아봤다.
“시간 더 필요해?”
“이제 됐어요.”
“잘됐네.”
– 무슨 소…? –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질문하려던 놈이 별안간 깜짝 놀라 물러섰다. 귀신처럼, 아래에 있던 세현이 어느새 놈의 코앞에 있었다.
“죽기 싫으면 그 숨겨놨다는 다른 보물은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라.”
– 옥상에서 말해준다고 했다. –
“어디에 있지?”
당장이라도 검을 휘두를 듯한 태도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놈은 벼락처럼 앞발을 휘둘렀다. 과연 우두머리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재빠른 공격, 소리가 공격을 따라가지 못해 뒤늦게 섬찟한 파공음이 터졌다.
스컥!
– 크……학! –
하지만 세현은 그 자리에 없었다. 허공을 베어버린 놈의 신체가 정수리부터 두 동강나며 체액을 쏟아낸다. 동시에, 일행 모두의 귓가로 낯선 메시지가 울렸다.
– 던전의 모든 적대적 존재를 사냥했습니다. –
– 칭호 ‘개척자’를 획득했습니다. –
– 칭호 ‘무리 학살자’를 획득했습니다. –
– 위험도에 비례하는 경험치를 파티원과 공유합니다. –
– 상점에서 취급하는 품목이 늘어납니다. –
@
“상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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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현 / 검귀 / 인간
레벨: 18
*칭호
개척자: 경험치 획득량 5% 증가
무리 학살자: 수준 낮은 적대적 대상에게 일정 확률로 공포 유발
*능력치
강인함: 10
민첩성: 10
정신력: 10
마법력: 10
친화력: 10
– 잔여 능력치 점수: 17
*보유 스킬
칼날 곡예(passive), 마력감지(active), 마력체술(a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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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은 칭호의 획득처는 해당 칭호에 시선을 맞추자 마치 툴팁(Tooltip)처럼 떠올랐다.
개척자 칭호는 세계 최초로 던전을 클리어해서.
무리 학살자는 하나의 던전을 짧은 시간에 완전히 소탕해서 얻어진 칭호다.
상점에서 취급하는 품목도 늘어났다.
음식과 생필품 등의 품목이 증가한 것은 물론, 몇 종류의 없던 물약도 추가됐다. 그리고 개와 고양이 뿐이던 애완동물 품목에 무려 ‘케르시타’ 종족이 추가됐다.
그 역겨운 곤충류 괴물을 과연 누가 애완동물로 기를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그 외의 경험치도 그렇고, 여러모로 얻은 이득이 상당하다.
“숨겨놨다는 건 거짓말인가.”
그는 상태창과 스킬창 및 상점을 확인하면서도 건물을 한 차례 샅샅이 훑었다. 하지만 괴물 수장이 숨겨놨다던 아이템은 결국 찾지 못했다.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이제 영원히 알 수 없으리라.
다시 건물을 올라 옥상에 서자, 이번에도 하늘에서는 눈이 아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전기가 끊겨 완전히 암흑에 잠긴 도시는 쏟아지는 비까지 더해지자 굉장히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중이었다.
“흠……”
그는 쏟아지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비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원래는 옥상에서 캠핑도구를 사용해 일행을 쉬게 하려 했다. 그 사이 그는 군인들이 점거한 호텔로 이동해 염탐해볼 생각이었다. 즉, 이곳에서 이상한 감각을 느끼지 못했다고 해도, 여기가 던전이 아니었어도 그는 이곳으로 왔을 것이다.
슬쩍 뒤돌아 일행의 표정을 살폈다. 다소 정신적 충격을 받긴 했지만 당장 휴식을 취해야 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
“저거……”
그때, 김유린이 어느 한쪽을 가리키며 말을 흐렸다. 세현의 시선이 김유린이 가리킨 방향을 향한다.
“왜?”
“저런 산이 원래 있었어?”
“산?”
그가 안력을 집중하며 김유린이 가리킨 방향을 살폈다.
어둠과 비 때문에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고 있던 풍경 속, 우뚝 솟은 고층 빌딩 뒤편으로 마치 산처럼 보이는 실루엣이 잡혔다.
다만 그게 산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했다.
“……원래는 없었던 것 같은데.”
김인환도 딸이 가리킨 방향을 유심히 살피다 의문을 흘렸다. 세현 역시 계속 쳐다보고 있자니 도심 한복판에 저런 지형지물이 꽤나 어색하다는 것을 파악했다.
“직접 가볼까?”
어차피 비도 오고 여기서 쉬긴 글렀다. 그러면 하루 정도는 밤새서 이동하며 야간전투를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언제 쉬어?”
혜진이 투덜거렸지만 딱히 진심으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옥상을 벗어난 일행은 케르시타들의 시체 가득한 건물을 다시 내려왔다. 1층에 도착해서 바깥으로 나오자, 좀비 몇 마리가 눈에 띈다. 빛이 사라져서인지 길 한복판을 배회하고 있었다.
“크으?”
그 중 가까이 있던 한 좀비가 그들을 발견하고 이를 드러냈다. 곧이어 괴성과 함께 달려드는 좀비를 보며 세현은 뒤로 물러섰다.
“싸워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김인환이 앞으로 나서며 전경 방패를 치켜들었다. 김유린은 그 뒤에서 창이라 부르기 민망한 무기를 꼬나쥐고 자세를 잡았다. 혜진 역시 보호막 주문을 캐스팅하며 전투에 돌입했다.
낮과는 확실히 달랐다.
햇빛을 꺼리는 듯 행동하던 좀비들은 자유롭게 사방을 돌아다니고 있었고, 그런 탓에 실시간으로 전투의 소음에 반응해 놈들이 몰려들었다.
세현은 그런 좀비들의 수를 적절히 조절하며 일행이 난전 형식의 전투에 숙달될 수 있도록 돕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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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재밌게 보셨길 바랍니다.
추천 꾹! 부탁드리면서, 내일부터는 1일 1연재라는 것을 알려드립니다……ㅋㅋ; 비축분이 떨어질 때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