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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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를 토벌하고 뒷정리를 마무리한 후 보고를 보낸지 이틀이 지난 시점, 추가적인 병력이 편성되어 토벌대의 진영에 합류했다. 대략 1만 정도의 수였다.
그 중에는 류한의 전투원들로 구성된 부대만이 아닌 자발적 참여의사를 보인 클랜들의 연합으로 이뤄진 부대도 있었다.
3천명 규모의 클랜연합 부대를 이끄는 대표는 배한얼이라는 이름의 남자로, 이제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의 노인이었다. 키는 190이 넘고 노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몸이 인상적이다. 무기도 어지간한 사람보다 큰 대검으로, 직업은 무식하기까지 한 무기에서 유추할 수 있듯 광전사였다.
노인의 옆에는 활동하기 편한 검은색 계열의 가죽옷을 입은 소녀가 있었는데, 많이 봐줘야 이제 18살 정도나 되었을까 싶었다. 이름은 배정은, 직업은 암살자로 주 사용 무기는 한 쌍의 단검이다.
노인은 용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의 클랜, 고려(高麗)의 클랜장이었다. 소녀는 그런 배한얼의 손녀로 에레도스 사태에서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남았다.
추가병력의 합류를 맞이하던 토벌대 인원 중 문하랑이 배한얼과 소녀를 알아보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와는 구면이었다.
예전 광신도들의 테러로 그녀가 위기에 처했을 때, 포위망 바깥에서 기습을 가해 시간을 벌어주었던 노인과 소녀가 바로 이들이다.
“여기서 뵙는군요.”
“대주교님 아니십니까.”
다소 무뚝뚝한 어조였으나 희미한 미소를 보건데 그 역시 문하랑을 반기고 있었다.
배한얼은 물론 손녀 배정은도 수호교의 신자였다. 딱히 열성적인 신자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광신도들의 습격 때 위험을 감수하고 도와준 것을 보면 다른 신도들보다 더 많은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잠시 회포를 푸는 사이 그들에게 김인환이 다가왔다. 토벌대의 총지휘관으로서 클랜들의 연합을 이끄는 배한얼과 나눠야 할 이야기가 있었다.
“반갑습니다. 김인환입니다.”
“저야말로 반갑습니다. 고려 클랜 대표 배한얼이라고 합니다.”
서로 정중한 인사 후 본론이 오간다.
간략하게 부대의 구성과 직업군 등을 전해들은 김인환은 이번엔 류한의 병력을 이끌고 온 책임자를 찾았다.
그는 당연히 용인족 베이마라 샤크스일 것이라 생각했다. 연락을 받기도 그렇게 받았다.
헌데 막상 마주한 것은 처음 보는 청년이었다. 창백한 얼굴에 짙은 검은색 눈동자가 이질적인 느낌마저 풍기는 그 청년은, 김인환을 마주하고 고개를 숙였다.
“서승태라고 합니다.”
“……아, 이번에 바다 길드에 언데드를 제보했다는 그?”
“예. 국왕님의 명령으로, 과분하게도 책임자로 오게 됐습니다.”
겸손을 떨면서도 한편으로는 담담하다.
아니, 그의 행동에선 그야말로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그게 가장 좋게 보이는 모습이라는 걸 아니 그렇게 행동한다는 듯한 느낌.
김인환은 서승태에 대한 자세한 것은 몰랐다. 단지 그가 바다 길드에 언데드의 위협을 알린 제보자라는 것과 직업이 흑마법사라는 것 정도만 안다.
그래서 이렇게 마주하게 되니 뜻밖이었다. 이자가 한 개 부대를 지휘할 만한 능력이 된다는 걸까?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은 자인데?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지휘관으로 오게 된 것인가?
상념을 뚫고 서승태가 물어왔다.
“발견되었다는 구조물이 어디 있습니까?”
“아치형 게이트, 로 추정되는 것 말인가?”
“예. 제가 한 번 살펴보고 싶습니다만.”
지금도 마법사와 바다 길드의 마도공학자 및 연금술사 몇 명이 살펴보고 있지만, 흑마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흑마법사가 살펴본다면 뭔가 다를지도 모른다. 김인환은 기꺼이 그를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대략 십 분 정도를 걸어 도착한 곳은 산 중턱의 공터 같은 곳이었다.
그곳의 중앙에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아슬아슬한 모양의 아치형 구조물, 그것도 해골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있었다. 그것을 두고 몇 사람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총동원해 살피고 있었다.
– 게이트군. 딱 봐도 게이트야. –
서승태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머릿속에서 아크리치 마젤란이 속삭인다.
– 생각이 있는 놈들이라면 후퇴할 때 이런 통로는 파괴하는 게 당연한데 왜 놔두었을까? 바빴나? –
“제가 잠깐 보겠습니다.”
서승태는 다른 이들에게 그렇게 말해 물리며 게이트에 접근했다.
유지되던 흑마력이 사라진 탓인지 지금의 이 구조물은 조금 세게 건드리면 바로 무너질 것처럼 불안정했다. 그것을 살피는 서승태의 검은 눈동자에 찰나간 스산한 보랏빛이 스쳤다.
– 반대편 입구가 폐쇄하기 어려운 고정형 같군. 예상이 맞다면 이쪽에서 강제로 열 수도 있겠는데? 이거 꽤 재밌겠지 않나? –
나직한, 동시에 사악한 웃음소리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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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 더 깊숙하게!”
30대 초반의 땅딸막한 근육질 남자, 황쉬안은 자신이 이끄는 부대를 독려하며 폐허가 된 도심지 땅을 박찼다.
전방에는 그들이 랩터라고 부르는, 주황색 등급 다수와 노란색 등급 소수가 섞인 커다란 공룡 괴물들 수십 마리가 도망치고 있었다.
원래라면 도망은 커녕 그 흉포한 성격으로 인간들을 보자마자 공격해왔어야 하겠지만, 그것들을 몰이하는 인간들의 수가 자그마치 일천에 육박하는 탓에 제 아무리 흉포한 랩터들도 열심히 도망치는 중이었다. 놈들의 지능이 적어도 승산을 가늠할 정도는 된다는 뜻이리라.
“이제 안주시를 지났습니다!”
옆에 있던 임시 부관이 황쉬안에게 보고했다. 이곳의 정찰을 담당해 지리에 빠삭한 정보원 출신이었다.
작전을 시작한지 어언 한 시간이 가까워지는 중이다. 도망치는 괴물들이나 그를 몰이하는 인간들이나 워낙에 속도가 빠른 탓에 이동한 거리는 상당했다. 예상대로라면 슬슬 평양의 길드성 지도에 포함되는 범위에 들어섰을 것.
“됐다! 이제 그만!”
판단과 함께 명령을 내리자, 여태껏 치명적인 일격을 배제하며 위협만 날리던 전투원들이 일제히 강력한 공격을 쏟아냈다.
사격수들의 탄환과 마법이 날아들어 도망치던 랩터 무리를 그야말로 학살하기 시작했다. 주황색 등급은 몰라도 노란색 등급은 만만찮게 볼 수 없는 적이지만, 그것도 수십 배 차이가 나는 머릿수 앞에선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래도 노란색 등급 대다수는 뒤에서 쏟아지는 공격에도 끝끝내 도망에 성공했다. 황쉬안은 굳이 놈들을 쫓지 않았다.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
이제 여기서 대충 미적거리다가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후퇴하면 된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지형정찰을 나온 그들이 괴물들의 습격을 받았고 놈들을 섬멸하기 위해 뒤쫓았다. 그러다 여기까지 오게 됐다.
물론 말도 안 돼는 이야기지만 일단 구실이 그렇다는 거다. 진짜 목적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바로 도발이다. 오늘은 그냥 모습만 비추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엇?”
그때, 그들이 슬슬 속도를 늦추며 멀어지는 것을 구경만 하던 랩터들이 난데없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더 앞쪽에서부터 날아든 공격이 도망쳐오던 괴물들을 학살한 것이다.
그렇게 마력탄환 특유의 총성과 마법이 일으키는 폭음이 터지길 잠시, 이내 전투는 종료되고 은은한 울림을 끝으로 고요가 찾아왔다.
황쉬안이 긴장하며 쳐다보는 전방에서 류한 전투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흠.”
몰려오던 랩터들을 정리해버린 병력의 부대장, 염동력자 장충석은 자신들을 쳐다보는 일단의 무리를 보고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곳은 류한의 영토다. 딱 봐도 평양 거주민들이 아닌 무리가 마음대로 휘젓고 돌아다닐 만한 땅이 아니다. 병력을 이끌고 성큼성큼 접근할 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마침내 서로 크게 목소리 높이지 않고 대화 가능한 거리까지 움직인 그들이 멈춰 섰다.
“정체를 밝혀라!”
아무리 봐도 정말로 류한 왕국의 사람들이 아니기에 장충석이 외치자, 상대측 대표인 황쉬안이 나섰다.
“나는 반고 왕국 정찰대장 황쉬안이라고 하오.”
“반고 왕국? 당신들이 대체 왜 여기 있지?”
“어쩌다 보니.”
그러면서 그는 이미 죽어버린 랩터들을 가리켰다. 자신들이 몰이해놓고 놈들을 쫓다가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이들의 자세한 속내까진 알 수 없는 장충석은 속으로 내심 당황스러워했다. 분명히 영토를 침입한 건 맞는데, 자신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어디까지 해도 괜찮은지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반고 왕국은 한세현의 즉위식에도 참석했던 국가로 아직 우호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적대적이진 않은 세력이다. 게다가 상대가 만만한 것도 아니고 무려 국가, 자칫 자신의 대응이 외교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결코 경거망동할 수 없다.
“돌아가시오. 지금 당장.”
그래서 장충석은 이 이상의 대응을 할 수 없었다.
“그럴 수는 없소만. 저놈들이 이곳에서부터 온 게 확실한데, 온김에 놈들의 둥지가 있는지 좀 살펴야겠소.”
하지만 애초에 도발을 걸 목적으로 온 황쉬안의 부대가 이렇게 쉽게 물러날 리 없다.
“랩터의 둥지는 우리가 찾아서 처리할 테니, 이만 돌아가시오.”
“애초에 그쪽이 처리하지 못했기에 놈들이 우리에게까지 온 것 아니오?”
“……”
“우리가 직접 찾아서 처리해야 마음이 좀 놓일 것 같으니, 양해 좀 하시오. 땅 좀 밟는다고 닳는 것도 아니지 않소?”
무례하다.
상대의 영토에 대한 권리는 물론 그들의 능력까지 깔아뭉개는 발언이다. 장충석의 눈매가 자연스레 험악해졌다.
그는 이들이 시비를 걸고 있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
“우리가 처리한다고 했소만. 좋게 말할 때 당장 나가시오.”
“그러니까, 그쪽을 못 믿겠으니 우리가 직접 처리하고 떠난다지 않소?”
“여긴 우리 영토다.”
마침내 반존대를 버린 장충석이 말했다.
“당장 나가지 않으면 침략으로 간주하지. 당신도 이런 사소한 일로 외교분쟁이 벌어지는 걸 원치는 않을 텐데?”
“외교분쟁이라니? 당신 말마따나 이런 사소한 일이 뭐 대수라고 외교분쟁 까지야? 굳은 일 대신해준다는데 왜 그리 반응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군. 되려 우리가 부탁을 받아야 하는 입장 아니오 이거?”
뒤에 있던 황쉬안의 부관 중 몇 명이 작게 웃음을 흘린다. 상대를 의도적으로 조롱하는 웃음이다.
“마지막 경고다. 당장 나가.”
“싫다면?”
단숨에 양측의 기세가 험악해졌다.
하지만 그 차이는 있었다. 장충석이 이끌고 온 부대는 백 명에 약간 못 미치는 소수, 하지만 상대는 정찰대라면서 천 명에 가까운 대인원을 이끌고 있다.
문득, 그 상황 속에서 황쉬안의 눈에 류한 전투원들이 착용한 아이템이 들어왔다.
방어구는 물론 무기와 허리춤의 아공간 주머니, 반지와 목걸이 등의 악세사리까지 범상치 않은 것이 없었다. 심지어 몇 개는 자신의 것보다도 좋아보인다.
아무래도 이들은 류한의 정예인 듯하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떻소?”
끓어오르기 시작한 탐욕을 감추며, 그가 제안했다.
“당신들이 우리와 함께 동행하는 거요. 대체 뭐가 불안해서 안 된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움직이면 상관없지 않겠소?”
“거절하지. 돌아가시오. 랩터 둥지가 어디에 있든 우리가 정리할 테니까. 이미 지금도 충분히 무례를 범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소?”
황쉬안이 속으로 혀를 찼다.
역시 그렇게 나오나, 생각한 대로 일이 흘러가면 얼마나 좋을까만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하지만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기회는 이번만이 아니니까.
“뭐, 그렇게까지 강경하게 나오시니 어쩔 수 없군. 이번엔 우리가 양보하지.”
그는 택도없는 소리를 하며 물러섰다.
“하지만 다음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면, 그땐 반드시 우리가 처리할 거요.”
장충석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황쉬안은 자신의 병사들에게 손짓하며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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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파트 시작입니다. 주말에 한 편 더 올리겠슴다!
부디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 추천! 부탁드립니다. (__)
여담으로, 신축입니다.ㅋㅋ 초반에는 거미가 좀 있었는데 여섯 마리 정도 잡고 나니까 더 이상 안 보이네요! 개인적으로 거미하고는 친해서(?) 괜찮았습니다만, 그래도 기왕이면 안 보이는 게 더 낫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