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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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대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세현을 본 혜진이 기겁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고 연거푸 말해줬음에도 신성력을 과도하게 퍼붓는 바람에 때 아닌 신성력 샤워를 해버렸다. 덕분에 양 손목의 부상과 이마의 상처는 깨끗하게 나았다.
그 사건이 있은지 하루 후, 류한의 수도인 경기도 용인에서 마계의 천공성을 소환하는 공식적인 행사가 벌어졌다.
천계의 천공성때와 달리 공식적으로 벌어진 행사로,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천공성 소환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마계의 천공성이라 세현이 내심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나타나는 광경은 천계의 것과 그리 다르지 않게 화려해서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류한의 힘을 대놓고 광고하여 구성원들의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결속력을 다지는 목적이었다.
두 개의 천공성이면 현재로선 명명백백하게 세계 최강이다.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으니까.
– 군주께 인사드립니다. –
찬란한 황금과 눈처럼 하얀 대리석 성벽으로 이뤄진 천계의 천공성과 달리, 요사스러울 정도의 색채를 품은 보석들과 묵직한 느낌의 흑요석 성벽으로 이뤄진 마계의 천공성에서 전신이 그림자로 된 악마가 세현을 맞이했다.
불길하게 흘러내리는 검은 그림자의 얼굴 부분에서 서늘한 푸른색 눈동자가 빛을 발한다. 그것은 세현과 함께 온 혜진에게도 더 없이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리고선 천계의 천공성 스탄헤이드 때와 마찬가지로 이곳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하드샤는 마계의 천공성이었으나 천계의 스탄헤이드와 전체적인 구조가 비슷했다. 이동속도나 수용할 수 있는 인원도 같았다. 아무래도 이 유사성은 시스템 차원에서 비롯된 모양이다. 같은 보라색 룬 3개로 구매하는 천공성의 성능이 크게 차이가 나면 안 될 테니까.
다른 점이라면 역시 구성원과 디자인 쪽의 요소 그리고 원거리 공격수단이었다.
관리자인 그림자 악마와 마찬가지로 파란색 눈을 가진 세 데스 나이트, 죽음의 기사들이 각각 500의 용아병씩 총 1500의 마군(魔軍)을 지휘하고 있다. 공격수단은 천공성의 상단부와 하단부에 자리한 흑요석 첨탑들로, 마치 송곳처럼 위아래로 날카롭게 자라난 그것들의 내부에서 은은한 주황빛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천공성의 공격수단이 빛의 광구들을 고속유탄발사기처럼 쏘아내는 형식이라면 이것은 일직선으로 끊어지지 않고 뻗어지는, 일종의 레이저 같은 마력광을 뻗어내는 형식이다. 범위는 천공성의 것과 비교해 유리하다 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 주목할 만한 특성이 있었다.
– 강력한 단일 개체를 상대로, 해당 방면의 모든 마력광을 집중시켜 공격할 수 있습니다. –
“호오.”
– 어지간히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는 이상 피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
그렇게 말하며 그림자 악마는 낮은 웃음을 흘렸다.
간단한 논리적 이치로, 레이저가 쏘아지는 곳에서 약간만 발사각을 변경해도 그 끝에서는 거리가 크게 벌어지게 된다. 목표물에 대한 정확한 조준능력만 보장된다면 관리자의 말마따나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마계의 천공성을 처음으로 소환했어도 나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하드샤는 마음에 들었다.
천공성에 대한 행사를 마무리지은 후 그가 신경 쓰기 시작한 것은 당연하게도 언데드 토벌에 대한 것이었다.
한 가지 특이사항으로 그가 마계에 방문해있던 동안 반가운 소식이 와 있었다.
그가 부재중이었던 사이, 다르바드의 두 지배자 파트릭과 뷰리앙이 이번 언데드 토벌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혜진이 세현을 대신해서 곧장 수락했음은 물론이다.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류한의 성세에 그들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동맹에 임하려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작전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 뿐이었다. 작전대로만 된다면 아무리 길어도 일주일 안에 적들의 심장부를 타격해 치명타를 입힐 수 있을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세현은 마신에게서 받은 아이템을 이번 작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인 혜진에게 건네주었다.
그가 직접 사용하는 것보다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누이에게 건네주는 것이 더 나은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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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
부싯돌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검은 암실에서 잠시간 불꽃이 번쩍인다. 물고 있는 담배에 불을 붙인 남자, 하얀 피부에 하늘색 눈동자, 빛 바랜 금발을 가진 전형적인 서구인이 뿌연 연기 섞인 숨을 내뿜으며 창문을 가리고 있던 커튼을 젖혔다.
어둡던 내부로 미약한 빛이 든다. 오래도록 청소하지 못한 유리창은 그 자체로 차광막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몇 시간이 넘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면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를, 하지만 새롭게 일어나기 시작한 그의 조국을 위해서는 꽤나 필요한 상대였다. 그 상대의 능력이 특출난 것도 있지만 그가 있는 위치가 필요했다.
조국에 대한 충성심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상념에 빠져 있던 남자가 문득 뒤를 돌아봤다.
“왔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허나 그는 구석에 어느새 나타난 검은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역시 고레벨의 암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인기척을 잡아내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자칫했으면 그가 온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상념에 빠져 있었으리라.
“이바노프, 잘 지내는 모양이군.”
그 말에 마침내 정체불명의 등장인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드러나는 얼굴은 사내가 아는 안톤 이바노프가 아니었다. 전형적인 동양인의 얼굴이었으나, 그것은 위장에 불과할 터였다.
이곳을 알려준 신호는 이바노프가 아니고선 알아볼 수 없다. 고로 이곳에 나타난 자가 이바노프가 아닐 확률은 매우 낮았다.
약간의 침묵이 흐르고 질문이 날아왔다.
“니키타 미할코프?”
“그래. 한 번에 알아보는군. 상급자를 봤는데 인사조차 안 하는 겐가?”
“망해버린 조국의 망령인가.”
“그대는 그렇게 말해선 안 돼. 그래, 실망했을 수도 있겠지. 버림받았다고 느꼈을 수도 있을 게야. 하지만 그 모든 건 새로운 질서가 자리하며 만들어진 혼란에 불과할 뿐이었네.”
“그래서?”
“돌아오게.”
별안간, 이바노프가 낮게 웃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우스워서 견딜 수 없다는 태도였다.
“예전이라면, 어쩌면 그 제안을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군. 어차피 원하는 것도 없이 죽지 못해 사는 삶이었으니.”
“하면?”
“지금은 아니다. 미할코프, 죽기 싫으면 돌아가라. 그 척박한 땅에 처박혀 우리가 접근할 때까지 나오지 마라.”
“……말이 험하군. 조국에 대한 충성을 저버린 겐가?”
“그걸 충성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래도 약간의 향수라도 남았기에 해주는 충고다. 보아하니 아무것도 모르면서 일단 정보를 얻을 심산으로 접근한 모양인데, 잘못 생각한 거다. 나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을 테니.”
“변절했군.”
“왜 나를 찾았지? 서쪽을 신경 쓰기도 바쁠 텐데.”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중국에서도 한참이나 서쪽에 치우쳐져 있다. 만약 수도가 멀쩡했다면 이 작은 반도에 집중하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넓고 그만큼 기회가 많은 유럽 쪽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상대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바노프가 선수를 쳤다.
“뻔하지. 남색 등급 괴물이라도 영역을 구축한 거겠지. 그걸 뚫을 힘도 없으면서 감히 내게 접근해?”
“……”
“나는 예전의 네 부하가 아니다. 옛정을 생각해서 초대에는 응했지만 이게 마지막이야. 충고를 가볍게 생각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내 군주께선 다른 일로도 충분히 바쁘시니까.
그 말을 덧붙은 이바노프가 미련없이 자리를 떴다.
홀로 남은 남자, 니키타 미할코프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깊게 빨아들인 후 숨을 내쉬었다.
“쯧……”
처음부터 말을 잘못 꺼냈다. 좋은 말로 구슬리며 도움을 요청한다는 듯이 말하는 게 차라리 나았을 듯하다. 그의 생각에, 아무래도 이바노프는 자신을 버린 조국에게 단단히 실망한 듯했다.
하지만 그는 교섭에 실패했음에도 딱히 조급한 기색을 띄진 않았다. 그의 조국은 강력하고 이바노프가 몸담은 류한과 접촉하게 될 때는 아직 멀었다. 그때가 되면 다시 접선을 시도해봐도 된다.
그들의 일차적인 목표는 중국이다.
서쪽으로 향하는 길이 막혔으니 동부 아래에 자리한 땅덩이를 노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 세상은 에레도스 사태로 혼란기에 접어들었고 안정이 찾아오기 전 서둘러 땅을 많이 먹어놓은 자가 미래의 패자가 될 것이다.
먼 과거, 러시아가 소련일 때부터 중국과의 관계는 그리 좋지 못했다.
소련이 들어서기 전에도 러시아는 청나라의 세력권이었던 위구르와 몽골의 독립을 후원한 적이 있다. 2차 아편전쟁에서는 중재를 빌미로 연해주를 빼앗기도 했다.
중국을 치는 것은 장차 동아시아의 패권을 다투게 되는 중요한 사업, 그것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은 후에는 실상 이바노프의 태도가 어떠하든 아무 문제도 없었다.
어차피 러시아는 거스를 수 없는 패자가 되어있을 테니까.
상념을 접으며 남자는 채 피다만 담배를 땅에 버렸다. 그것을 습관에 따라 부츠로 짓밟아 불을 꺼트린 후 천천히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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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환의 해오름 길드가 일본의 규슈에 남은 언데드 잔당들을 소탕하기 위해 공격하는 것과 동시에, 류한의 군대가 천공성을 타고 바다를 건너기 시작했다.
이번 작전에 동원된 것은 언데드들과 상극이라 할 수 있는 천계의 천공성 스탄헤이드, 빠르고 안전하게 바다를 건너 제주도 해안 인근에 접근하자 기다렸다는 듯 놈들이 방어에 나섰다.
– 꺄아아아아아! –
비명 같은 소리를 내며 수천의 유령형 언데드, 레이스들이 날아오른다. 광주에서 신소진을 괴롭혔던 검은 괴조들 역시 붉은빛 눈동자를 핏내며 수천 마리 이상이 날아올랐다.
“발사!”
하지만 혜진의 낭랑한 명령 이후, 번쩍이는 섬광을 동반하며 쏟아지기 시작한 화력 앞에선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언데드들의 공중전력은 결코 약하다 할 수 없다. 허나 천공성의 화력이 그보다 훨씬 더 강했다.
자그마치 보라색 룬 3개로 구매할 수 있는 하늘을 나는 요새다. 천공성 자체의 화력만으로도 충분할 지경인데, 거기에 류한 전투원들의 각종 원거리 공격들이 함께 쏟아지니 레이스와 괴조들이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단숨에 대공을 장악해버린 천공성 스탄헤이드가 마침내 제주도 해변가에 도착했다. 이후 마땅히 하늘을 공격할 만한 수단이 없는 지상의 빽빽한 언데드들을 향해 무차별 폭격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두들겨 맞으면서도 꾸역꾸역 자리를 지키던 그 하급 언데드들은 어느 지휘관 언데드의 명령을 받았는지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상륙 개시!”
그렇게 놈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류한의 군대가 상륙하기 시작했다.
혜진의 컨트롤로 포탈이 열리고 근접 전투원을 시작으로 병력이 빠르게 내려선다. 그들은 내려서기 무섭게 아직도 비적비적 살아남은 언데드들을 마저 정리하고 아공간 주머니에서 각종 물품들을 꺼내들었다.
철조망과 방책 등, 간단하게 진지를 구축할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적들을 상대로는 전혀 쓸모가 없는 물건들이지만 좀비와 스켈레톤 정도의 하급 언데드를 상대로는 아주 효과적으로 진로를 방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물량에서 짓눌리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훈련의 효과가 빛을 발해 진지는 순식간에 구축되었다. 류한의 선봉대가 제주도 귀퉁이에 성공적으로 진지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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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기간에 과제를 겹쳐 내주는 게 요즘 대학 트렌드인가 봅니다……ㅋㅋ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크흠 크흠……
부디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 추천 한 번 부탁드립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