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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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대
진지가 구축되기 시작한지 얼마 후, 언데드들이 간을 보듯 재차 공격을 감행해왔다.
전투원들이 마저 구조물을 설치하는 사이, 그들 주변 사방에서 황금빛이 번쩍이며 포탈을 통해 천군들이 내려서기 시작했다.
– 물러서지 말고 방어하라! –
선두에서 나타난 천족 장군의 고함과 함께 그를 중심으로 신성한 백광의 파문이 뿜어진다. 둥그런 고리형태로 폭발하듯 퍼져나가는 그 신성력의 파문에 스친 하급 언데드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재로 부서져내린다.
“캬아아아아!”
그럼에도 언데드들은 지상에 내려선 천군을 향해 무작정 돌진을 감행했다. 딱 봐도 숫자로 밀어붙일 심산임이 뻔히 보인다. 실제로 어지간한 전력차가 아니고서야 이것들의 물량공세를 버티기는 쉽지 않을 터이다.
하지만 그 물량을 막아내는 자들이 언데드와 상극이라 할 수 있는 천족 군병들이다. 게다가 그 천군들을 이끄는 장군의 눈동자는 무려 파란색!
장군에게서 뿜어진 사방을 물들이는 백색 광휘가 스치면 그 자리에 몰려들던 언데드들이 폭풍에 휘말린 흙더미처럼 순식간에 부서져 소멸했다. 휘광의 날개를 한 번 펄럭일 때마다 수십 미터를 이동하며 휘두르는 검에서 뿜어지는 신성력의 검기다발이 대학살을 일으켰다.
한 명이서 전장의 귀퉁이를 완벽하게 지배하는 신위, 게다가 장군은 그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혹시 모를 비행형 언데드를 대비한 한 명을 제외하고 다른 한 명 역시 지상으로 내려와 반대편에서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언데드들의 이번 공격은 단순하게 밀고들어오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제주도는 놈들이 규슈를 버리다시피 하고 옮겨온 새로운 본거지, 자신들의 성지에 침입한 자들을 격퇴하는 수단이 고작 물량공세 뿐일 리 없다.
어느 순간, 갑작스레 땅이 진동하며 멀리서 암흑을 두르고 산이 들썩였다.
허공에서 반투명하던 것이 점차로 형상을 갖추고 뚜렷해진다. 새하얀 뼈대에 불길한 녹광을 두르고 백여 미터가 넘어보이는 날개를 펼쳐 전장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광주에서 상대했던 골룡보다 수 배는 더 큰, 드래곤의 아류종인 드레이크가 아닌 진짜 드래곤이 나타났다. 커다란 두개골의 뻥 뚫린 눈구멍 안쪽에서 남색에 한없이 가까운 푸른빛 눈동자가 전장을 훑는다.
– 이 버러지 같은 것들…! –
메아리처럼 울리는 쇠를 긁는 목소리 이후 본 드래곤이 입을 벌렸다. 벌어진 입 안쪽에서 녹색빛이 번쩍임과 함께 일직선으로 쏘아진 브레스가 가장 앞에서 활약하던 천족 장군에게 직격한다.
[광휘가 나를 수호하리라!]장군이 물러나지 않고 방패를 땅에 박으며 자세를 낮추자, 황금빛 선들이 마법진을 이루며 방패를 중심으로 넓게 퍼져 그를 보호했다.
찬란한 빛과 어두운 녹색 숨결이 부딪히고 사방으로 돌풍이 뿜어진다. 그러나 장군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과 달리 본 드래곤은 움직일 수 있었다.
머리 방향을 고정시키고 상대를 짓밟기 위해 이동하려는 그때, 다른 한 명의 천족 장군이 고속으로 허공을 날아와 빛으로 이뤄진 창을 내던졌다. 허공에서 온몸을 휘돌리며 흡사 레일건처럼 쏘아진 빛의 창이 궤적에 잔상을 남긴다.
허나 본 드래곤의 코앞에서 어두운 마법진이 나타나 창을 무리없이 막아냈다. 창의 위력이 약하지 않았으나 상대는 마법의 조종이라 불리는 드래곤이다.
하지만 타격을 방어하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발이 묶였다. 그렇게 다른 장군이 시간을 버는 사이 계속해서 쏘아지던 브레스가 마침내 끊겼다. 두 천족 장군이 제각각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본 드래곤에게 용맹하게 돌진한다.
그리고 전장 한 귀퉁이에서 언제 설치되었는지 모를 순간이동 게이트가 빛을 뿜었다.
연보라색 금속 프레임으로 간단하게 만들어졌으나 그 프레임에 새겨진 것은 샬란들의 비술을 담은 공간계열 마법의 정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게이트 안쪽이 푸른빛으로 물듬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샬란 기사들이 나타났다.
눈을 제외한 모든 신체를 가린 풀 플레이트 메일을 걸친 기사들이 줄지어 나온다. 그 뒤를 어지간한 성인 남성만한 대궁(大弓)을 든 궁수들이, 그 뒤를 로브와 완드를 쥔 마법사들이 따른다.
대열의 중앙에서 모습을 드러낸 다르바드의 지배자 중 하나, 뷰리앙이 전장에서 존재감을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는 본 드래곤을 발견하고 곧장 완드를 겨눴다.
완드가 희미하게 번쩍임과 동시에 무시무시한 괴성이 터진다.
예전, 멜그소가 세현의 이기어검을 막아냈던 마법이 쏘아졌다.
도저히 생명체가 내었다고 믿을 수 없는 괴성이 그 중간에 자리하던 괴조와 하급 망령들을 남김없이 부숴버리고, 본 드래곤이 미처 방어할 새 없이 두개골에 직격해 장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집채만한 머리통이 뒤로 크게 튕겨져 휘청인다. 덩치를 생각했을 때 그 충격량이 어느 정도였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는 강대한 위력, 실제로 본 드래곤은 찰나지간 시야가 암전하며 정신을 잃었다.
– 뭐…! –
쾅!
그리고 틈새를 노리고 날아든 천족 장군의 빛의 창이 다시 한 번 본 드래곤의 두개골에 작렬했다. 죽어버린 용의 고통에 찬 포효가 전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 안 돼! –
샬란 궁수들도 원거리 화력전에 가세하고 기사들이 앞으로 나서 전선을 밀고 나가기 시작한다. 인간 마법사들보다 훨씬 실력 뛰어난 샬란 마법사들이 제각각 공격마법과 보조마법을 난사하며 아군을 적극적으로 도운다.
본 드래곤은 자신만으로 이 인간들을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비상신호를 보냈다.
언데드 특유의 정신공유를 통한 즉각적인 도움요청, 광주에서 잃어버린 전력이 상당하나 이 섬에 자리한 고위 언데드들을 끌어모은다면 이 인간들의 침공을 막아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게 전투가 심화되는 사이.
류한의 진짜 검이 광주에서 움직였다.
파지지지직!
스파크를 일으키며 강제로 열리는 순간이동 게이트, 그 앞에 선 서승태가 보랏빛 눈을 빛내며 만족스런 웃음을 흘린다.
반대편에서 마법적으로 봉인된 게이트였지만 아크리치 앞에서는 어린애 장난 같은 수일 뿐이다. 리치 카스미아가 살아있었어도 막을 수 있을까 말까 한 상황에, 게다가 놈들의 주의는 현재 제주도 한 귀퉁이를 차지한 군대에 온통 쏠려 있을 터였다.
– 들어가라. –
서승태는 문을 열어주는 것으로 임무를 다했다.
공격대장 김인환과 한혜진.
근접 전투원 김유린, 신소진, 박수진.
원거리 전투원 권태수, 안테아 세실 테미도스아, 왕자.
그 밖에 정예 전투원들 백여 명.
언데드들의 중앙 성채, 남색 등급 괴물을 사냥하기 위한 소수정예 공격대가 불길한 적색빛 게이트를 향해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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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에레도스 사태 이후 혼란을 벗어나기까지 꽤나 오래 걸렸다.
에레도스 사태 때, 어디서 발생했는지 모를 좀비들이 난리를 치는 것을 시작으로 각종 괴물들이 등장하고, 결정적으로 대부분의 통신수단을 포함한 사회의 기초구성망이 붕괴되었을 그 때.
러시아의 한 군부 장성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어쩌면 인류의 존속을 논해야 했을지 모를 그 거대한 혼란 속에서 일으킨 더 없이 무모한 쿠데타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기에 놀라울 정도로 쉽게 성공했다. 애초에 국가기능 거의 전부가 마비된 상황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본디 외부의 위협은 서로 분란을 일으키던 집단을 결속시키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결속이 제대로 이뤄지기 전 내부에서부터 칼날이 먼저 튀어나온다면 훨씬 더 큰 혼란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쿠데타는 성공했으나 집권은 이어지지 못했다. 쿠데타의 주인공은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암살당했고, 그렇게 서로가 권력을 다투며 허수아비보다 못한 정부를 갖게 된 러시아는 자연스레 갈기갈기 찢어졌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인간도 괴물도, 과거의 인연이나 위치가 어떠했든 살아남기 위해선 주변의 모든 것을 경계하고 공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극심한 혼란을 겪으면서 해외에 뿌려놓은 정보원들을 추스를 수 있을 리 없다.
한반도에 파견되었던 이바노프는 물론이고 다양한 국가에 뿌려진 모든 정보원들은 더 이상 러시아의 통제를 받지 않게 됐다. 누군가는 혼란의 틈바구니에서 그들에게 손을 뻗었을지 모르겠으나, 정보를 다루는 이들이 그런 껍데기들을 따를 리 없다.
그러나, 그렇게 영원할 것 같은 혼란과 금방이라도 망해버릴 위태함 속에서도 러시아는 끝끝내 살아남았다. 비록 그 알맹이가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을지언정, 러시아라는 과거의 국가 틀을 유지하며 그 아래에서 다시금 하나로 모이는 것에 성공했다.
제라르 드파르디외.
혹한의 드넓은 대지를 다시 한 번 일통시킨 영웅, 망해가던 중이었지만 그럼에도 강대국이었던 러시아의 저력을 120% 이상 활용하여 마침내 혼란을 종식시킨 철혈의 지배자.
난세는 영웅을 낳는다는 이치에 따라 나타난 그는, 러시아를 ‘이디니자카스’ 라는 이름으로 일통한 후 가장 먼저 망가진 내정에 힘썼다.
그렇게 몇 달에 걸쳐 어느 정도 질서를 확립한 후에야 외부로 눈을 돌렸다.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쪽은 바로 모스크바와 가까운 서쪽의 유럽과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쪽 땅이었다. 자신들이 이렇게 힘들었는데 그들이라고 다를까 싶은 생각과, 만약 그들이 아직까지 일통되지 못했다면 최대한 빠르게 진출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유럽 쪽으로는 길이 막혔다.
벨로루시와 우크라이나 지역에 남색 등급의 괴물이, 그야말로 총력을 기울여야 잡을까 말까 하는 존재가 떡 하니 버티고 있었다. 위나 아래로 돌아갈 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강력한 괴물을 사이에 두고 확보한 영토는 아무 의미도 없다. 그렇다고 놈을 섣불리 공격할 수도 없다. 자연스레 유럽 진출은 훗날로 밀리게 됐다.
중앙아시아 지역의 카자흐스탄은 특별한 주인이 없는 듯했지만, 원래 그곳은 대부분의 땅이 건조한 초원과 사막으로 이뤄진 곳이다.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뒤로 미루어도 손해볼 것이 없는 척박한 땅, 굳이 급하게 서둘러 욕심낼 이유가 없다.
그래서 몽골 쪽으로 먼저 발을 뻗었다. 몽골 역시 카자흐스탄처럼 이렇다할 지배자 없는 무주공산의 땅이었기에 격렬했던 내전으로 썩 충실하지 못한 군대를 보냈음에도 점령은 아주 순조로웠다.
부족한 물자와 인력을 점령지에서 충당했다. 제라르 드파르디외는 거대한 야망을 품은 남자였다. 그는 러시아의 춥고 황량한 대지와 이제 막 지배하게 된 몽골의 사막에 가까운 척박한 땅으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이디니자카스, 러시아는 통일된 질서를 통해 그의 지배 아래에서 다시금 새롭게 부활하리라!
몽골의 넓은 땅에서 중요한 지역만을 골라 먹으며 계속해서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갔다. 중국의 넓고 풍요로운 땅을 먹기 위해서였다. 몽골 점령지에 대한 내실을 다지며 정보원들 먼저 파견해 정황을 살폈다.
예전 연결이 끊어졌던 정보원들과의 접선은 대부분 실패했다. 그러나 소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어서, 중국에 반고라는 왕국이 만들어진 것과 한반도에 류한이라는 왕국이 세워진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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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올리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은데 과제가 있어서 모레까지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ㅋㅋ;; 휴재가 길었으므로 가능한 주말에도 올릴 생각입니다.
부디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 추천 한 번 꾹! 부탁드립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