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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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정탐
벡스들은 같은 종족임에도 불구하고 서로간의 강함에 꽤나 큰 차이를 갖는다. 종족의 특성상 부모의 힘에 의해 태어난 아이의 힘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유르미아는 벡스 종족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었다.
물론 아직 아이에 불과한 그녀가 벌써부터 엄청난 무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될 바탕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직접 가르치는 세현으로서는 아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
하나를 가르쳤을 때 하나라도 제대로 알면 다행인 것이 현실인데, 유르미아는 그런 부분에서 비현실에 발을 걸쳤다. 세현이 훈련계획을 네다섯 번이 넘도록 수정해야 했을 정도로 경악스러운 재능이었다.
일단 타고난 신체조건이 그렇다. 마치 환골탈태를 겪고 태어난 것처럼 어디 하나 무공을 익히기에 부족한 부분이 없다. 기본적인 체형과 골격은 물론 근력과 지구력 및 유연성과 민첩성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뛰어나다. 무림에서 전설처럼 화자되던 천무지체(天武之體)가 이러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
오성(悟性)은 또 어떠한가? 주의깊게 보고 들은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암기력부터가 심상치 않다. 사고능력과 표현능력은 물론 논리적 결함을 짚어내는 면도 탁월하다. 아이의 천진난만함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때때로 단번에 핵심을 짚어내는 언행을 보일 때마다 놀라게 된다. 무공을 이해하고 습득하는 것에도 그러했다.
정신적인 면도 비슷했다. 훈련장에서 환상을 대상으로 첫 모의전투를 치렀을 때, 인간의 아이로 치자면 이제 유치원생이나 되었을 유르미아는 조금도 겁먹지 않고 흉포한 외형의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필요할 때 필요한 용기와 결단력을 보일 수 있고 갑작스런 상황에서도 당황은 커녕 최선의 판단을 찾아내는 냉정함을 갖추는 모습은 흡사 초능력에 가깝다.
아니, 이것들이 끝이 아니다. 진짜 초능력이라 할 만한 것은 따로 있었다.
“흡!”
맹렬하게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앞발들을 피해내며 유르미아가 거리를 벌렸다.
상대는 네 개의 팔을 가진 곤충형 괴물 케르시타, 주황색 겹눈을 빛내며 폭풍처럼 연계공격을 쏟아내는 놈의 빈틈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칼날처럼 예리한 갈고리들이 쉬지않고 날아드는데, 사람으로 치자면 두 명이서 연수합격을 쏟아내는 셈이었다.
그러나 물론 그녀는 해법을 찾아냈다. 잠시 물러섰던 유르미아가 매섭게 추격해오는 사마귀를 닮은 케르시타를 향해 번개처럼 반전하며 달려들었다. 날다람쥐보다 빠르게 바닥을 굴러 날아드는 갈고리들을 피해내는 것이 자신의 작은 체구를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만들어버린다.
“잡았다!”
게다가 그녀는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막강한 공격력을 갖추고 있었다.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양의 마력과 내공, 무림의 측량법으로는 근 일갑자에 가까운 힘이 혈맥을 타고 폭발적으로 뿜어져 쏘아지는 손톱 끝에 맺힌다. 그것은 케르시타의 제법 단단한 외갑각을 그대로 갈라 부수고 내부의 중요장기를 찢어발겼다. 피날레는 손을 빼내기 전에 폭발하는 주홍빛 선명한 불꽃!
캬아아… 아아-!
몰아치던 기세가 무색하게도 한순간에 치명타를 입은 케르시타가 단말마와 함께 쓰러졌다. 상처에서 혐오감을 일으키는 녹색 체액이 흘러나오더니 이내 모든 것이 흐릿해지며 홀로그램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죽음 판정이다.
“이번엔 좀 쉬웠어!”
유르미아가 기쁨에 차서 외쳤다.
“아빠 말대로 천근추랑 같이 응용하니까 더 무겁게 움직여졌어!”
“…그래, 정말 잘했다.”
저절로 박수가 쳐졌다.
워낙에 발전이 빨라 혹시나 싶어 실험하는 기분으로 말해준 고차원적인 기술을 바로 다음의 실전에서 완벽하게 써먹어버리다니, 이 능력을 초능력이 아니면 대체 무어라 불러야 할까?
앞서 언급했던 모든 재능들이 버무려져 만들어내는 기적인가? 아니면 유전자에 세현의 경험과 노하우가 녹아들어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보법에 천근추를 섞어 갑작스런 방향전환에도 무게를 실어 힘을 증폭시키는 방법은 아무나 할 수 있는 테크닉이 아니다. 검술의 이화접목처럼, 재능이 없는 자는 평생을 수련해도 제대로 펼칠 수 없는 고급 중의 고급 기술이다. 다른 것을 모두 못해도 이것만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면 일류고수 소리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그런데 그걸, 그냥 한 번 듣기만 하고 바로 다음 전투에서 완벽하게 써먹는다.
정말로 단순히 무공을 배우는 바탕과 재능이 갖춰진 것을 넘어 그의 경험까지 이어받아 태어난 것 같다. 사실이라면 유르미아는 십 년이 지나기 전에 화경(化境)에 달해 현경(玄境)을 눈앞에 둔 정현욱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이만 여기까지 하자꾸나.”
“왜?”
“엄마랑 같이 밥 먹어야지. 오늘 크로나드 멧돼지로 요리사들이 신경 써서 준비할 텐데?”
“아아, 맞아! 바베큐 나오는 날이구나!”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 내리친 그녀가 쫑쫑쫑 달려와 세현에게 폴싹 점프해 안긴다. 자연스럽게 딸을 받아든 세현은 품에서 헤헤 웃는 유르미아를 보며 물었다.
“수련이 힘들진 않고?”
“전혀! 너무 재밌어. 왜 이제야 제대로 시작했는지 후회될 정도로.”
“어려운 점은?”
“음, 아직까지는? 생기면 아빠한테 물어보면 되지?”
“그럼. 아빠는 모르는 게 없지.”
그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수련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유르미아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지 어언 세 달째, 아직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정체도 들키지 않았다. 일은 커녕 새로운 친구들을 잔뜩 만들어서 신이 난 딸을 볼 때마다 절로 흐뭇해질 뿐이었다.
또한 이렇게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학교의 수업 덕분이기도 했으니, 그녀가 학교에서 성장하는 면이 없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학교의 교육체계는 여러 방면으로 검증된 학자와 전문가들, 그리고 레야와 베이마라 등 류한의 뛰어난 두뇌들 전부가 달려들어 만들어낸 부족함 없는 시스템이다. 세현이 자신의 딸을 믿고 맏길 수 있을 만큼. 그러니 학교의 효용성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왕국을 다스리며 내정과 외교에 집중하는 일 말고는 딱히 사건사고가 없는 일상이었다.
아직 에레도스 시스템의 시험이 끝나지 않았기에 평화가 찾아왔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이 조용하고 아늑한 시간이 좀 더 길게 이어지길 바라게 된다.
적어도 유르미아가 행복한 유년시기를 보낼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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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도스 사태 이후 사람의 손길을 받지 못하게 된 버려진 도로, 안 그래도 쓸쓸한 산길에 난 외로운 길은 이제 더 이상 도로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상태였다.
여기저기 금을 내며 자라난 잡초들과 외곽에서부터 괴물처럼 침입해온 잡초들이 맞닿으며 도로의 경계는 물론 그 진행방향마저 알기 어렵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도로를 식물들이 뒤덮은 게 아니라 애초에 식물들 가득한 장소에 아스팔드 조각들을 뜨문뜨문 박아놓은 것 같기도 하다.
“이대로 오 년만 더 지나면 여기에 도로가 있다는 것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삼 년만 지나도 그렇게 될 겁니다. 십 년이 지나면 버려진 도시들도 전부 사라질지 모르죠.”
이제는 널리 알려진 사실 하나, 사람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곳에 자연이 침습하여 문명을 지우는 속도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빠르다. 식물들은 인공적인 구조물을 마치 원수라도 되는 것마냥 최대한 빠른 속도로 뒤덮어 무너뜨리고 심지어 생물 아닌 몰아치는 비바람 같은 자연현상조차 그에 일조하는 느낌이다.
후대에 태어날 아이들은 과거 70억 인류가 이룩했던 거대한 도시들과 수도 없이 뻗어나갔던 도로들을 영상자료로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당사자가 되어볼 수 없는 그들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대화를 나누는 이들은 바로 권태수와 이바노프였다.
그들 둘은 약 보름 전, 이다니자카스의 그서쪽으로 향하는 특수정찰 임무를 맡았다.
거리가 멀고 위험한 지역인 만큼 확실한 소수로 움직이는 것이 편한 임무, 그에 정보부장이자 최고의 요원인 이바노프하고 그를 보조해줄 최고의 사격수 권태수가 나섰다.
사실 이바노프는 혼자 움직이려 했는데 권태수가 혹시 모를 위험성을 주장하며 굳이 따라나섰다. 암살자와 사격수의 조합은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었으나, 이 경우에는 죽음의 군주를 살해하며 얻은 아이템이 있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밴시여왕의 우플랑드(전설적): 착용 시 모습을 감추고 탐지에 저항하며 일정 두께 이하의 어떤 물체와도 충돌하지 않는다.– 영원한 죽음에 입맞춘 여왕의 의복은 그 자체로 사령마법의 정수를 담은 귀물이다. 착용한 상태에서 정신을 잃으면 육신을 잃어버린다는 괴담이 있다. 목숨이 아깝다면 물체와 겹쳐진 상태에서 이것이 벗겨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 ]
권태수가 세이라크의 눈에 이어 두 번째로 얻게 된 전설급 아이템이다. 다른 누구에게 주는 것보다 원거리 저격이 가능한 그에게 주는 것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어 주어진 물건.
이것이 있다면 암살자로서 은신에 능한 이바노프와 그럭저럭 어울리는 콤비가 된다.
그들의 정확한 임무내용은 최근들어 이다니자카스의 국경부근을 어슬렁거리는 놈들을 사로잡아 심문하는 것이었다.
서로 대사관을 세우고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이다니자카스와 교류하며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최근들어 이곳에 수상한 놈들이 출몰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유럽으로 향하는 길목인 만큼 상당히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이다니자카스는 한때 이바노프가 몸담았던 러시아의 전신, 우호적인 관계가 구축되자 그에게 어렵지 않게 정보라인이 이어지게 됐다. 반대로 그에게서 이다니자카스로 이어지는 정보라인은 없다는 점이 특이사항이라면 특이사항이긴 하다. 빼먹기만 하고 주는 것은 없는 일방적 착취관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찾았군요.”
그때, 이바노프가 도로 가변에서 잡초들이 눌린 흔적을 발견했다. 권태수가 함께 그곳을 살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발자국으로 보입니다.”
목소리를 낮춰 말한 그는 허리를 펴고 주위를 살피며 등에 맨 총기를 앞으로 돌렸다. 그 사이 이바노프는 더욱 집중해서 흔적을 살폈다.
암살자 직업의 추적계열 스킬과 그 자신의 요원으로서의 추적기술을 더하여 상대가 어디로 움직였는지를 완벽에 가깝게 유추한다.
“이쪽으로.”
그가 앞장서서 움직였다. 그 뒤를 따르기 시작한 권태수가 난데없이 허공을 움켜잡고 뒤집어쓰는 시늉을 하자, 마치 모 유명한 소설의 투명망토를 뒤집어쓰는 것처럼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뒤이어 이바노프 역시 스킬을 발동하여 유령처럼 허공에 녹아들었다.
언제 두 사람이 있었냐는 듯 아무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둘은 서로의 위치를 주의하며 발자국을 차근차근 추적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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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올리고 퇴고하겠습니다. 잠깐 누웠다가 지각할 뻔했네요. 아슬아슬한 세잎입니다.
내일도 올리고 싶은데 지인 돌잔치가 있어서 갔다오느라 제가 갔다와서 글을 쓸 수 있을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 늦어도 모레에는 한 편 올라갑니다.
부디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 추천 한 번 꾹! 부탁드립니다. (__)
+ 퇴고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