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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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 살아있는 금속 체시파바에 광휘를 담아 만든 전신갑옷. 착용자를 보호한다는 갑옷의 본질에 가장 충실하게 제작되었다. 이 갑옷을 걸친 영웅의 종자가 전쟁터 한가운데를 돌파하여 전령 역할을 완수한 일화로 개인용 성벽이라는 이명을 얻었다. – ] [파쇄의 대검(전설적): 절대 손상되지 않는다. 휘두를 때 무거워지고 회수할 때 가벼워진다. 지속적으로 사용자의 체력을 회복시키며 공격적인 마법이 부여될 경우 위력과 지속시간을 50% 증가시킨다.
– 살아있는 금속 체시파바를 마법로에서 녹여 내부에서부터 정교한 주문을 새겨넣었다. 가장 뛰어난 대검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제작되었으나, 잘못된 주인을 만나 상당한 세월을 인정받지 못했다.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춘 기사의 손에 들어가고서야 본격적인 유명세를 탔고 이후 수많은 싸움에서 역사를 써내려갔다. – ] [영웅의 의지(유일함): 절대 손상되지 않는다. 때때로 영웅의 목소리를 들으며 마력을 소모해 허락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부정한 힘을 다루는 존재와 여자는 사용할 수 없다.
– 종족의 대의를 위해 기약 없는 기다림을 받아들인 영웅의 팬던트. 측정할 수 없이 긴 시간을 보내면서 마땅히 혼이라 부를 만한 의지가 깃들었다. 팬던트 자체의 마법적 기능과 맞물려 더 없이 특별한 물건으로 변모했다. 광휘의 흔적이 부정한 힘을 배척하고 아내를 기리는 물건이기에 여자의 손길을 거부한다. – ]
켈데브렘을 죽이고 나온 아이템들이었다.
싸움의 수습을 마친 후, 지원파견되어 후방에서 보이지 않게 활약하던 권태수와 신소진 및 김유린과 문하랑도 천공성 하드샤에 합류했다.
당면했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했으니 이제 새로운 작전을 짤 필요가 있었다. 또한 아이템들의 취급에 대한 논의를 할 필요도.
“국왕님께서 저희끼리 처분해도 된다 하셨습니다.”
서영환의 말이었다. 보고만 확실하다면야 전리품은 전투의 당사자들에게 얼마든지 줄 수 있다는 합리적인 결정.
그렇게, 논의 끝에 대검을 제외한 갑옷과 팬던트의 주인이 정해졌다.
갑옷은 서영환에게, 팬던트는 정현욱에게 향했다.
가장 격렬하게 켈데브렘과 맞붙었던 둘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서영환은 무기에 비해 부족했던 방어력을 보강했고 정현욱은 첫 전설 아이템을 얻게 되었다.
딱히 사용할 사람이 없었던 대검은 류한의 국고에 귀속되는 것으로 결론났다. 이다니자카스에서 은근히 탐을 내는 눈치였지만 감히 달라는 소리는 못했다. 설령 달라 했어도 서영환이 허락치 않았을 것이지만.
다음으로 집중한 일은 아직 남아있는 거인들에 대한 것이었다.
놈들은 저들의 영웅이 죽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천공성을 몰고 떠날 때처럼 요새 밖으로 나올 기미가 없었다. 이쯤 되면 요새 안에 놈들이 지속적으로 먹을 수 있는 무언가가 준비되어 있음이 확실하다.
그렇게 나름의 가정을 더해가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을 사이, 요새 안에서 주목할 만한 징후가 포착되었다.
요새 내부에서부터 땅이 검게 물들고 있었다. 그것은 불과 이틀이 지나기도 전 주변으로까지 확장돼 외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그를 발견했던 신소진이 조심스럽게 필드형 던전화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를 확인하기 위해 정현욱이 직접 움직여 검게 물든 땅으로 진입을 시도했었다.
– 필드형 던전에 입장했습니다. –
– 일반 던전보다 위험도가 높습니다. 주의하십시오. –
결과는 분명하게 던전화가 진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영환은 오히려 기꺼워했다.
“차라리 잘됐습니다. 계획 추진이 더 쉬워지겠군요.”
어차피 남은 놈들은 숫자가 많아 쉽게 공략할 수 없는 만큼, 규합한 유럽 지역의 세력들과 함께 공략할 생각이었다.
해당 계획과 관련된 일은 이전부터 차근차근 준비되고 있었다.
덕분에 며칠 걸리지 않아 유럽의 영주들과 만나는 회담이 예정되었다.
그리고 바로 그날 저녁, 세현이 천공성 하드샤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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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베도스, 그는 프랑스 남부 지역에서 ‘루테’라는 이름의 세력을 이끄는 영주였다.
회담에 앞서 그는 다른 영주들 여섯과 함께 모종의 작당을 했다. 대단한 것은 아니었고, 그저 류한이라는 동아시아의 왕국에게서 그들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받으려는 생각이었다.
제 아무리 류한이 강력한 국가여도 그들의 본진과 이곳은 굉장히 멀다. 협상을 잘 해낸다면 비록 숙이고 들어가는 형세라 할지라도 내정간섭을 최소화하며 실질적인 권리는 모두 가져올 수 있었다.
사실 그 이상을 더 얻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들도 정보망이 없지 않았기에 류한의 힘을 충분히 경계하고 있었다. 일단 하늘에 뜬 천공성부터가 압도적이지 않은가?
그런 상대를 너무 자극하면 곤란하니 나름대로 마지노선을 정한 것이다. 합리적으로, 그들이 양보할 수 있는 만큼.
그 협상을 해낼 대표가 바로 니콜라 베도스였다.
원래부터 정부 고위인사였던 그는 이런 종류의 협상에 경험이 많았다.
그렇게, 일곱 명의 영주들이 서로의 결의를 교환한 후 각자의 이동수단을 통해 회담장으로 향했다.
영주들은 약속한 때에 맞춰 정확히 도착했다. 튼튼하고 깔끔한 천막들과 캠핑카, 각종 마법적 보호막과 조명이 설치된 임시 야영지였다.
일곱 명의 영주들은 입구를 지키던 전투원들에게 신원을 확인받은 후 소수의 호위를 대동한 채 안으로 들어섰다.
야영지의 정확한 위치는 천공성 하드샤의 바로 밑이었다. 또한 북쪽으로는 바로 ‘요새’ 필드형 던전이 자리한 곳이기도 했다.
육안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거리였기에 영주들은 전부 무리없이 요새를 살필 수 있었다.
‘파란색 등급이 백 이상이라……’
베도스가 요새를 바라보던 눈을 가늘게 떴다.
솔직히 믿기 어려운 말이다. 하지만 간신히 살아남은 구 미토스의 생존자들이 모두 같은 증언을 하고 있으니 거짓일 리는 없었다.
변해버린 세상에서 적들이 강하다는 건 결코 좋은 소식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은 빛과 어둠처럼 항상 양면성을 띠는 법, 상대해야 할 적들이 강하다는 건 이쪽의 힘이 그만큼 더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류한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자신들의 조력이 꼭 필요하다는 뜻!
이를 잘 이용해본다면 목적했던 바를 쉽게 이룰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는 나름의 시나리오를 짜며 회담까지의 남은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때가 되자, 류한 측 전투원 한 명이 그들을 찾아왔다.
“가실 시간입니다.”
“안내하도록.”
베도스는 다른 영주들과 함께 움직였다. 안내된 곳은 커다란 백색의 깔끔한 천막이었다.
“이곳입니다.”
안내를 한 전투원이 먼저 입구의 휘장을 걷고 들어선다.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선 베도스는 한순간, 공기가 급격히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으며 저도 모르게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입구에서 약간 왼쪽, 직사각형의 테이블에서 가장 상석임이 분명한 자리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젊은 외관이었지만 그저 자리한 것만으로 반드시 쳐다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감히 함부로 생각할 수 없는 분위기를 두른 자였다.
“한세현 국왕님이십니다.”
“……아.”
안내한 전투원의 말을 듣고서야 베도스는 정신을 차렸다.
아니, 그저 멍한 상태를 벗어났을 뿐 완전히 정신을 차린 것은 아니었다. 그는 반쯤 홀린 듯한 표정으로 간신히 인사했다.
“류한의 국왕님을 뵙습니다. 저는…… 루테의 영주 니콜라 베도스입니다.”
그를 시작으로 다른 영주들의 소개가 짧게 이어진다.
그들을 보는 국왕 한세현의 눈에서 한순간 황금빛 광채가 스쳤다.
“앉지.”
절대적 명령처럼 느껴지는 권유, 영주들이 말 잘 듣는 양처럼 각자의 자리에 얌전히 앉는다.
“그럼 작전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한세현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베도스를 포함한 영주들이 속으로 깜짝 놀라며 주위를 살폈다. 그들의 눈에는 그제야 다른 사람들이 들어왔다.
워낙에 한세현의 존재감이 대단했던 탓에 다른 사람들이 있는지도 몰랐다.
브리핑의 시작을 알린 자는 바로 서영환이었다. 그가 들고 있던 리모콘을 조작하자, 마력으로 작동하는 특수 영사기가 천막 한쪽의 허공에 홀로그램 상을 비추며 근방의 지역을 그려냈다. 마치 SF영화에서나 볼 법한 모습에 영주들이 다시금 놀랐다.
어어어, 하는 사이에 작전 브리핑이 끝났다.
이후의 본격적인 논의 역시 순식간에 지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동원할 병력의 규모와 역할이 정해지고 작전에서의 위치와 임무가 부과되었다. 당연히 영주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게 작전수립이 끝나자 세현이 입을 열었다. 영주들이 주의가 단번에 집중된다.
“니콜라 베도스, 네가 이들의 대표인가?”
“그, 그렇습니다.”
“이번에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네게 유럽 지역 대영주의 직위를 주마.”
“가, 감사합니다!”
“물론 언제든지 회수될 수도 있다. 항상 노력해야 할 거야.”
“맡겨만 주십시오!”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듯 베도스는 그런 대답을 했다.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아니 이미 전부 빼내어 준 것처럼.
“……”
“……”
뒤늦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세현을 포함한 대부분의 중요 인사들이 천막을 떠난 후였다.
이곳에 오기 전 결의했던 내용은 꺼내보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다시 말을 번복할 생각이 들진 않는다. 베도스는 머릿속에서 다시금 한세현을 떠올리고는 작게 진저리쳤다.
그를 상대로 무엇을 요구할 의지가 생기질 않았다.
다른 영주들도 서로를 쳐다보며 당혹스러운, 동시에 체념한 기색의 눈빛을 교환했다.
모두가 정확히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같은 감정과 생각을 교류했다.
진실로 얼떨떨하다.
그저 자리한 것만으로도 감히 다른 생각을 품지 못하게 만들다니, 직접 겪지 않았다면 믿지 못했을 일이다.
격이 다르다는 표현의 진정한 뜻을 이제야 깨달은 듯했다.
바스락-
그때, 누군가 천막 입구의 휘장을 젖히며 안으로 들어섰다. 누군가 하니 방금 전에도 자리 한곳을 차지하고 있던 여성이었다.
“아직 전부 계셨군요. 안 그래도 드릴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대는 누구시오?”
“수호교의 대주교 문하랑이라고 합니다. 우선, 류한과 한 배를 타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고맙소. 헌데 수호교라 함은?”
“우리 류한의 국교이지요. 그래서 말인데, 이제 수호교의 전파에 대해 간략히 논의해볼까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주제에 베도스의 눈이 미약하게 흔들렸다.
@
“사부님!”
오랜만이라 반가웠던지, 김유린이 세현을 격하게 반기며 붙잡았다.
그녀의 펫이자 무기인 다섯 트윈테일들도 세현의 근처를 맴돌며 정신없이 꼬리를 흔든다. 다리에 몸을 비비거나 낮은 울음소리를 내면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세현은 애교부리는 트윈테일들을 차례차례 쓰다듬어주며 김유린과 짧은 담소를 나눴다.
“아 참, 유르미아가 보고 싶다던데.”
“으…… 저도 보고 싶다고 전해주세요. 돌아가면 훌쩍 커있겠지요?”
“그럼.”
아무리 사부라지만 용건도 없이 국왕인 세현을 오래 붙잡을 수는 없는 노릇, 김유린은 대화를 마무리하며 세현에게 꾸벅 인사하곤 어디론가 총총 사라졌다.
이후 세현은 바로 서승태를 찾았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서승태가 근처에서 권태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덕이다.
그가 다가서자 둘 모두 대화를 중단하며 예를 표했다. 권태수는 세현의 용건이 누구에게 있는지 파악하곤 곧장 자리를 떴다.
둘만 남게 되자 세현은 서승태를 꼼꼼하게 살폈다.
변해버린 눈동자와 느껴지는 마력이 과연 심상치 않다.
“많이 강해졌군.”
“감사합니다.”
인간의 것 아닌 마안이 세현의 시선을 조심스헙게 마주했다가 이내 아래로 향한다. 한없이 공손한 태도였다.
그러나 물론, 세현은 그의 변화를 마냥 기꺼워하지 않았다.
강해져도 너무 강해졌다. 따지자면 서영환과 동급, 아니 조금은 더 위.
아크리치의 빙의를 감안했을 때 어쩌면 레야마저도 죽일 수 있는 수준.
갑작스레 힘을 얻은 이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는 무림에서 질리도록 겪었다. 서승태는 과연 어떨까?
세현이 턱을 매만지며 짧은 침묵에 잠긴 사이, 서승태의 머릿속에서 마젤란의 목소리가 울렸다.
– 역시 안 되겠군. 경계받고 있다. 예정대로 해라. –
서승태가 나오려는 한숨을 삼키면서 세현에게 말했다.
“……조용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조용히?”
세현이 잠깐 주위를 살폈다. 마땅히 자리를 옮길 곳이 보이지 않자 작게 손가락을 움직인다.
아래에서 위로, 그 사소한 움직임에 그들 주위를 둘러싼 세상이 한순간 어둠에 물들었다.
특별한 방어력이나 마법적 차단이 아니었다. 그저 소리와 빛을 막아 외부의 이목을 가렸을 뿐.
지극히 평범한 성능이었지만 그 원리는 전혀 평범하지 못했다.
본신의 힘은 티끌만큼도 쓰지 않고 외부의 세계가 스스로 동조하여 벌어진 현상이니까.
서승태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신의 힘을 눈앞에서 목도하니 이유도 잘 모른 채 전율이 일었다.
만약 세현이 입을 열지 않았다면 몇 시간이고 그 자리에서 못이 박힌 듯 서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할 말이란 게 뭐지?”
“이번에 켈데브렘을 죽이면서 얻은 힘을, 아크리치의 연구결과를 바치려 합니다.”
정신을 차리고 즉답한 그가 천천히 힘을 끌어올렸다.
당연하지만 공격 따위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흑마력, 슬그머니 흘러나온 아크리치의 존재감과 함께 그의 가슴팍 앞에서 마력이 뭉쳐들기 시작한다.
그것은 모종의 결정을 중심으로 단단하게 결합하며 분명한 형체를 만들어갔다.
한 손 가득히 들어찰 아몬드형 수정체, 전체적으로 검은빛을 띄며 중심에서 붉은빛 색채가 얼핏 번쩍인다. 그것이 빠르게 형체를 갖춰감에 따라 진한 마력의 파장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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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는 역시 글을 다 쓰고 약간 시간을 들인 후에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바로 하면 계속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비슷한 표현이나 어색한 어감 같은 게 헛도는 느낌이랄까요… 아무리 노력해도 효율이 나지 않습니다. 나중에 읽어보면 이게 퇴고를 한 건지 만 건지 아주 엉망입니다. ㅋㅋ
고로 조금 있다가 다시 퇴고를 할 생각입니다.
부디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 추천 한 번 꾹! 부탁드립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