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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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수호성인은 인간의 모든 약점이 사라지면서 생명체로선 가히 한계에 가까운 능력을 갖추게 된다. 에레도스 시스템에서 얻는 힘을 제외해도 어지간한 괴물보다 강할 것이다.
강철을 손아귀 악력만으로 우그러뜨리는 힘.
치타보다 빠르게 달리고 쏘아진 화살을 잡아채는 민첩성.
흘러가는 시간을 느리게 체감하는 인지력.
이목구비를 모두 가리고도 위기를 감지해내는 초감각.
총탄에 맞아도 멍이 드는 정도로 끝나는 내구도.
뼈가 부러진 상처를 한두 시간 만에 떨쳐내는 재생력.
어지간한 독성물질이나 병균 정도는 순식간에 제거해버리는 면역력.
수족처럼 마력을 다루면서 그를 받아들이거나 저항하는 본능적인 재능까지.
여기에 에레도스 시스템으로 얻은 힘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진화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강함을 얻는다. 도저히 한때 인간이었다곤 믿을 수 없는 존재가 탄생하는 거다.
그러나 어떤 면에선 다행스럽게도, 외양적으로는 원래의 인간과 별 차이가 없었다.
세현은 종족이 변한 후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가 정수를 복용하는 것을 직접 본 혜진조차 차이점을 찾아낼 수 없었을 정도.
헌데 그건 세현의 경우뿐이었다.
가장 먼저 정수를 복용했던 김인환에서부터 마지막 혜진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모두 크진 않지만 분명한 변화를 겪었다.
나쁜 변화는 아니었다. 거칠어졌던 모발이 새롭게 재생되고 비틀렸던 이목구비의 부조화가 사라졌다. 체형이 이상적으로 변화하며 피부가 도자기처럼 매끄러워졌다. 결코 나쁜 변화일 수가 없다.
심지어 화경의 경지에 도달했던 정현욱에게조차 그런 비슷한 변화가 보였다.
“환골탈태인가……”
세현은 그 이유를 짐작했다.
그 자신이 아무 변화가 없었던 건 이미 현경의 경지에 도달하면서 겪었던 환골탈태 때문이라고.
다른 이들은 그에게 벌모세수를 받았을 뿐, 아무리 벌모세수가 인위적으로 환골탈태를 재현해냈다곤 해도 정말로 환골탈태와 같을 수는 없다. 외모적인 부분이 바로 그런 점 중 하나.
어쨌든 각자의 반응은 조금씩 달랐지만 다들 더없이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특히나 문하랑의 경우엔 신앙심이 북받치는지 툭 건드리면 눈물을 쏟아낼 판이었다.
세현은 그들의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 함께 지하 수련장으로 이동했다.
“다들 편하게 앉도록.”
그를 제외한 모두가 적당히 거리를 벌린 채 자리에 앉았다.
이곳에서 제대로 무공을 익히는 사람은 가장 최근에 제자로 받아들인 문하랑까지 포함해 총 여덟이다. 제자가 아닌 나머지도 기본적인 심법과 경신법 정도는 세현에게 직접 배웠다.
그들은 이어지는 지시에 따라 각자가 배운 심법을 운용하며 급변한 자신들의 신체를 관찰했다.
“힘, 속도, 내구력, 치유력, 면역력, 모든 부분에서 완전히 달라졌을 거다. 신중하게 살펴라.”
그런 당부와 함께 수호성인 종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스스로 살펴서 알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이론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고 살피면 보다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다.
세현이 가장 자세하게 설명한 부분은 바로 마력심장에 대한 것이었다.
본격적인 내공심법을 익힌 그의 제자들에게도 이 마력심장 기관은 생소할 수밖에 없다. 그들 스스로 깨우쳐 제대로 활용하기를 기다리려면 일이 년 정도로는 어림도 없을 거다.
마력의 운용 자체가 문제되진 않는다. 마력 정도야 원래부터 얼마든지 능숙하게 다루고 있었고, 종족이 변하면서는 한층 더 수월해졌으니까.
중요한 건 중단전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아무리 기본적인 사용법은 저절로 깨우치게 된다지만, 원래부터 갖고 태어나는 팔다리조차 능숙하게 다루려면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하단전, 중단전, 상단전에 대해 들어봤을 거다.”
하단전은 배꼽 아래 부근이다. 중단전은 심장, 상단전은 머리를 뜻한다.
상단전은 최소 현경에 도달해야만 그 존재를 감지하고 다룰 수 있으니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중단전은 마력심장 기관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오히려 일반적인 중단전보다 훨씬 좋다.
모두가 세현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극도로 집중했다.
바보가 아니라면 지금의 이 가르침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다른 곳에선 억만금을 줘도 구할 수 없는 귀중한 배움.
그 가르침은 결코 짧지 않았다.
아무리 기초부터 차근차근, 최대한 어렵지 않게 설명해준다 한들 한 번에 깨달을 만한 내용들이 아니다. 적어도 며칠은 더 가르칠 필요가 있다.
다들 일이 바쁜 사람들을 붙잡고 무리한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나쁜 습관이 들기 전에 기초 정도는 다져놔야 했다.
그렇게, 대략 한 시간 정도의 설명이 끝났다.
이후 적당한 부분에서 설명을 끊은 세현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의 시선이 한 명 한 명을 차례로 살폈다. 다들 눈을 감고 운기조식에 집중하던 차였기에 눈을 마주하진 못했지만 그 시선만큼은 분명하게 느꼈다.
“괜한 우려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항상 너희 자신도 모르게 생길 수 있는 특권의식을 경계해라. 왜 이 종족명을 수호성인(守護聖人)이라 정했는지 고민해봐라.”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세현은 굳이 그를 참지 않았다.
어쩌면 잔소리일지 모를 말들이 십여 분 넘게 이어졌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허가받지 않고 정수를 재생산하지 말고.”
수호성인 종족은 강력한 만큼 철저하게 통제할 생각이었다. 단순히 강력해서만이 아니라, 그들이 장차 류한의 핵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들을 영원히 방지할 수는 없다.
바로 그렇기에 더욱 조심하며 의미를 차곡차곡 쌓아나가야 한다.
수호성인이라는 이름이 갖는 명예와 책임이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도록, 먼 훗날 설령 어떤 한 망나니가 운 좋게 수호성인이 된다 해도 그 이름의 무게에 짓눌려 행동거지가 절로 고쳐질 수 있을 만큼!
그러려면 모든 일이 그렇듯 시작이 중요했다.
확실한 기틀이 만들어질 때까진 지금 이들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수호성인으로 진화시키지 않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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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수련장을 나선 세현은 곧장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바로 서승태를 호출했다.
어차피 이미 뱀파이어가 되어 수호성인 진화의 정수를 복용하지도 않을 그를 부른 이유가 있다.
잠시 후, 서둘러 도착한 서승태에게 세현은 마젤란을 불렀다.
“잠시 나와라. 직접 대화하는 게 편할 듯하군.”
화악-!
기다렸다는 듯 서승태의 은빛 동공이 삽시간에 보랏빛으로 물들며 번쩍였다.
예전의 허약하던 계약자의 몸이 아니다. 이제는 아이템의 옵션대로 일주일에 한 번은 얼마든지 빙의할 수 있다.
게다가 이렇게, 힘은 티끌만큼도 쓰지 않고 이야기만 나누는 정도라면 빙의라고 치지도 않는다.
– 검신께서 내게 무슨 볼일이신가? –
“네가 만든 정수를 개조했다.”
아크리치가 잠시 말을 잊었다.
그와 서승태는 지금 사람들이 호출받은 이유를 당연히 뱀파이어 진화의 정수를 복용하기 위해서라고 생각 중이었다.
그런데 개조했다니?
설마 뱀파이어 진화의 정수를?
– 대체 누가, 어떻게? –
“그냥 알아두라고 불렀다. 원제작자에게 최소한의 통보는 해줘야지.”
– 왜 개조했나? –
“마안과 흡혈에 관련해서 보다 범용적이 될 수 있도록 바꿨다.”
어떻게 바꿨는지까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서승태가 그 당사자도 아닌데, 앞으로 류한의 최고기밀 중 하나가 될 수호성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줄 수는 없다.
– 그 용족이 한 건가…… –
레야를 말함이다.
– 자랑하려는 건 아니다만, 내가 만든 정수는 더 없이 완벽했다. 충분히 경계하면서 가져갔으면 아무 문제도 없다는 걸 확실하게 검증했을 텐데……? –
“그랬지.”
– 그런데 대체 왜? 진심으로 이해할 수가 없군. –
합당한 의문이었다. 세현이 설마 용군주와 친분을 맺어 개조를 부탁했으리라곤 생각지 못할 테니까.
설령 그 비슷한 가정을 할 수 있더라도 굳이 개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용군주 리수도, 세현도 수호성인이 뱀파이어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따져보자면 뱀파이어가 딱히 부족한 것도 아니다. 각자 나름의 강점이 있다.
마안은 분명한 강점 중 하나다. 아무리 뛰어난 감지력을 가졌어도 눈으로 직접 보는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흡혈을 통한 마력의 탈취는 상황이 조성됐을 때 폭발적인 성장을 보장한다. 이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어쨌든 그렇게 됐으니 알아둬라. 그리고, 뱀파이어를 늘리는 건 신중히 하고. 매 번 허가를 받고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확실하게 통제해. 내가 나설 일 없도록.”
– 명심하지. –
뱀파이어는 수호성인만큼 빡빡하게 관리할 생각이 없었다. 수호성인은 장차 류한의 핵심이자 대표가 될 것이지만 뱀파이어는 아니니까.
애초에 종족명부터가 뱀파이어다.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건 지난한 일이다.
뱀파이어는 분명 양날의 검처럼 위험한 힘이다. 하지만 그만큼 잘 드는 검이 될 수도 있다. 무작정 개체수를 통제하는 것은 하책, 수호성인과는 전혀 다른 방면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세현은 다른 당부사항들까지 짧게 언급한 후 두 번째 본론을 꺼냈다.
“천공성의 시험에 대해 알고 있나?”
– 아, 그야 물론. –
“알아서 잘 도전해봐라.”
– 알겠다. –
서승태의 레벨은 이제 막 60을 넘겼다. 원래라면 천계든 마계든 시험을 통과하긴 불가능한 수준, 그러나 종족의 강력함과 아크리치가 있는 이상 어렵진 않을 듯했다.
만에 하나 실패한다 해도 재도전에 시간이 걸릴 뿐 손해는 없다.
– 마계 쪽 시험에서 쓸 만한 전직이 하나 있었지. –
“쓸 만한?”
– 기왕지사 강력한 육신을 얻었으니 사령기사(死領騎士)가 좋겠군. –
죽은 영혼을 뜻하는 사령(死靈)이 아닌, 죽음을 거느린다는 뜻의 사령(死領).
크흐흐흐.
기대된다는 듯 웃음을 흘린 아크리치가 사라졌다.
원래의 은빛 동공으로 돌아온 서승태가 현기증에 잠시 이마를 짚었다가 세현에게 고개를 숙였다.
“다른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네가 이끄는 흑마법사들의 수준이 대충 어떻게 되지?”
“평균 30레벨 정도입니다. 그 중 45레벨 이상이 둘 있습니다.”
“그러면 조만간 뱀파이어가 둘 더 생기겠군.”
그 둘을 뱀파이어로 만들어도 좋다는 허락이다. 서승태가 재차 깊이 고개를 숙였다.
“우려하시는 일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그래. 이만 가봐도 좋아. 마계의 시험을 치르려면 어차피 하드샤로 귀환해야 할 테니, 가서 요새를 경계하는 것도 맡기마.”
그러면 조금 더 여유가 생긴다. 예정보다 충분한 시간을 제자들에게 투자할 수 있을 터, 이참에 아예 천공성 시험까지 치르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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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나중에 2차 퇴고 들어갑니다.
진화 파트 끝입니다. 예상보다 한두 편 더 걸렸네요. 오늘은 연참을 하고 싶었는데 실패했습니다.ㅠ 여섯시부터 시작했는데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건지… 롤드컵 때문인가.ㅠㅠ
부디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 추천 한 번 꾹! 부탁드립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