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302
302====================
돌아오는 길
– 왔다. –
나직한 목소리를 들으며 서승태는 눈을 떴다.
정찰을 위해 사방으로 뿌려놨던 하늘의 눈, 그 정보망을 통해 서해 쪽에서의 적들의 접근을 감지하고 있었다. 지금 아크리치 마젤란이 말한 것은 놈들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다는 뜻이었다.
“일제히 발사!”
서영환이 지체없이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천공성 스탄헤이드 내부에 있던 그들에게도 뚜렷하게 느껴지는 마력의 파장이 사방에서 일어났다.
날카로운 물체가 고속으로 대기를 가르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류한의 용인 성, 그리고 하늘의 천공성에서 동시에 수십여 발의 마도공학 미사일들이 하얀 연기의 꼬리를 남기며 일제히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불꽃을 뿜어내며 90도로 방향을 틀어 맹렬히 쏘아졌다.
탐지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미사일들, 그 중 절반 정도가 갑자기 분해되더니 다섯 발의 훨씬 가느다란 미사일들로 쪼개진다. 그것들은 보다 빠른 속도로 앞으로 치고 나가며 일직선이 아닌 유선형의 궤도를 그렸다.
마치 학익진처럼, 포위진형을 형성한 미사일들의 기세는 날아가는 속도만큼이나 무시무시했다.
류한 제국의 심장부인 용인을 타격하기 위해 날아오던 아사드의 세력, 이데아의 비행전함이 그것을 탐지하지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전함을 조종하던 인공지능은 순식간에 판단을 내리고 투사체 요격을 위한 방어체계를 작동시켰다.
커다란 하부강판이 열리며 그 안에서 날렵한 형태의 비행체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타원형 몸체의 양옆으로 스케이트 칼날 같은 날개를 달고, 전면부엔 곤충의 겹눈 같은 렌즈와 공격용 포구를 장착한, 길이 일 미터 정도의 비행체들이 수백 이상!
쒸이잉!
쒸잉-!
그것들이 놀라운 속도로 가속하며 허공에 벌떼처럼 퍼졌다. 이후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미사일들을 겨냥해 레이저 같은 빛줄기를 연사했다.
파방!
파바방!
놀랍게도 적중률이 상당했다.
그러나 격추되거나 폭발하는 미사일이 단 하나도 없었다. 투명한 실드를 갖고 있던 미사일들은 쏟아지는 섬광의 빛줄기를 피하고 견뎌내며 기어코 전함 근처까지 접근하는데 성공했다.
모든 접근과 공격, 방어와 회피는 불과 몇 초 사이에 일어난 일.
결국 일정 거리까지 접근을 허용하자, 비행체들은 레이저를 쏘는 것을 중지하고 몸으로 부딪히는 것을 택했다.
그런 자폭에는 아무리 실드를 두른 미사일이라도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빠르게 비행전함에 접근했던 미사일들부터, 눈을 멀어버리게 할 듯한 섬광과 함께 대폭발을 일으켰다.
그 폭발에 휩쓸려 같이 유폭하는 미사일들의 여파가 직접 폭발에 닿지 않은 비행체들까지 쓸어버리며, 하늘 위에 자리하던 구름마저 원형으로 커다랗게 뻥 뚫어냈다.
꽈광!!
콰아앙!!
그 사이, 비행체들의 몸을 바친 방어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빈틈을 찾아 비행전함에 직격한 미사일들도 있었다.
만들어진 목적에 따라 충실하게 어마어마한 위력을 보여준 그것들이, 비행전함의 보호마법을 일거에 박살내고 튼튼하기 그지없던 동체에 거대한 짐승이 물어뜯은 듯한 상처를 남겼다.
기이이잉…!
어지간한 종합운동장의 몇 배는 될 법한 크기의 비행전함이 묵직한 비명음을 내며 금방이라도 추락할 듯 기울어졌다. 바로 그 순간, 박살난 동체 부분에서 튀어나온 한 인형이 주변 마력을 모조리 긁어모으며 손을 뻗었다.
사방 일대가 푸른빛으로 물든다.
소용돌이처럼 와류를 일으키며 빨려들어간 대량의 마력이 그 시전자, 인간의 형태를 취한 기계몸을 뒤집어쓴 아사드의 조종에 따라 망가진 선체의 일부를 복구하고 핵심적인 비행동력을 회복시켰다.
그렇게 비행전함을 오직 혼자의 힘으로 수리하던 아사드가, 별안간 행위를 멈추고 앞쪽을 향해 방어막을 펼쳤다.
콰지지지직!
한순간에 일곱 겹이나 펼쳐졌던 보호막 중 여섯 겹이 박살나며 산산이 쪼개진다. 동시에 구름까지 흩어져 더 없이 밝았던 장내가 먹구름이 몰려든 것처럼 어두워졌다.
커다란 종이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 그러나 귀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고막이 터져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굉음과 함께, 허공을 찢으며 무시무시한 기세의 악이 나타났다.
– 내가 왔노라. 크흐흐…! –
진득한 속삭임과 함께 어둠이 촉수처럼 흘러나와 공간을 물들인다. 그 중앙에서 보랏빛 안광을 빛내는 존재, 아크리치 마젤란이 빙의한 서승태가 번개처럼 튀어나오며 손을 휘둘렀다.
거리는 수백 미터, 허나 찰나지간 깜빡이며 쇄도한 어둠은 황급히 움직인 아사드의 발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허공을 때린 어둠이 폭발하며 굉음과 함께 죽음의 기운이 퍼져나간다. 영향을 받은 비행전함의 동체 일부가 회색빛 먼지로 바스라졌다.
아사드는 회피하면서 손을 뻗어 광속의 저격을 가했다. 시간을 왜곡시켜 허공에 그어지듯, 검은빛 선이 생성된 끝에 미처 피하지 못한 서승태의 육체 일부, 옆구리가 걸쳐진다.
걸쳐졌다 싶기 무섭게 폭발하며 사방으로 피와 살점이 터져나갔으나, 상반신의 이할이 사라진 그 심대한 부상에도 육체는 놀랍도록 빠르게 재생하여 멀쩡해졌다.
반격으로 줄지어 날아드는 어둠 줄기들을 회피하며, 수 개의 보호마법을 중첩한 아사드가 비행전함 위쪽으로 날라올라 두 팔을 활짝 펼친다. 그를 중심으로 피어오른 신성한 광휘가 탄환처럼 매섭게 날아드는 어둠의 촉수를 한순간 잡아채더니 부식시키고 오히려 전염시키듯 타고 올라갔다.
[빛으로 타올라라!]아크리치 같은 부정(不正)의 존재에 치명적인 빛 속성 조화의 힘.
그러나 어둠이 순식간에 지독한 냉기로 화하자 서로간의 힘대결이 팽팽하게 이뤄졌다.
그 두 존재가 마법으로 힘겨루기에 들어간 사이, 아직 닫히지 않은 포탈에서 이때를 노렸다는 듯 두 명이 추가로 튀어나왔다.
최근에 흑마법사 직업 50레벨을 달성하여 서승태가 직접 뱀파이어 종족으로 변이시킨, 그가 이끄는 세력인 흑탑의 두 부탑주들.
[망각에서 일어서, 부름에 답해라!]그들은 능숙하게 유령군마를 소환해 허공을 질주했다.
그 둘을 향해 전함 근처를 비행하던 수백의 비행체들이 일제히 달려들며 레이저를 쏘아냈으나, 뱀파이어의 반응속도는 가히 악마적이었다.
마치 초고난이도의 탄막게임을 하듯 고속의 유령마를 절묘하게 컨트롤하며 대부분을 피해냈다. 피할 수 없는 것은 마법으로 요격하거나 막아내고, 어떤 것은 맨손으로 후려쳐 튕겨내기도 했다. 부상이 발생했으나 빠르게 재생하는 덕에 피해랄 것도 없었다.
아주 약간의 지체도 없이 순식간에 접근한 둘은 비행전함의 망가진 부분으로 곧장 침투했다.
콰르르릉!
퍼벙!
그 둘이 침투하기 무섭게 아사드가 쏘아낸 백열의 섬광이 바로 뒤를 스쳤다. 살짝 닿기만 했어도 전신이 빛으로 불타올랐을 어마어마한 위력의 빛 속성 소멸계 마법, 그 방향을 틀어낸 것은 아사드와 대치하던 마젤란이다.
– 내게서 한눈을 팔아? –
지독한 냉기와 함께 코앞까지 접근한 마젤란의 주변으로 암흑이 해일처럼 일어났다.
그에 대응하여 아사드의 전신에서 빛이 폭출했다. 동시에 기습적으로 쩍 벌어진 입에서 가공할 청염이 뿜어졌다.
용의 브레스라고 해도 믿을 법한 위력의 화염에 대응해, 기괴하게도 마젤란 역시 양 볼이 찢어질 정도로 입을 벌려 그것을 꿀떡 삼켰다.
그리고는 한순간에 보랏빛으로 변한 불덩이를 역으로 뿜어내 아사드의 전신을 포함한 주변 공간 전부를 뒤덮었다.
“인간이 아니로구나!”
지독한 사기의 불꽃에서 급히 탈출한 아사드의 경호성, 그에 마젤란의 섬뜩한 웃음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언데드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아크리치가, 그 어떤 생명체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뱀파이어 종족의 육신을 입고 허공을 박찬다. 마법으로 가속하며 달려들자 소닉붐이 터지고 마찬가지로 초음속으로 움직인 아사드의 바로 옆을 어둠에 휩싸인 손톱이 스치고 지나가며 굉음이 터졌다.
콰릉!
공격이 빗나갈 때마다 천둥 같은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아사드 역시 근접전이라면 절대 밀리지 않을 육체를 갖고 있었으나, 뱀파이어의 육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마젤란을 상대로는 겨우 동수를 이룰 뿐이었다.
둘의 신형이 승천하는 용처럼 뒤얽히며 허공을 휘젓다가 하늘로 치솟는다. 구름을 뚫고 성층권 너머까지 날아올랐다가, 다시 운해(雲海)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내며 바다 위로 돌아와 격전을 이어갔다.
서로 근접해 싸우면서도 고속으로 움직이는 매 동선마다 수십의 마법적 함정을 깔고 상대의 함정은 파훼하는 고도의 마법싸움 역시 실시간으로 벌어졌다.
그러면서도 마젤란은 언제든지 비행전함에 크게 한 방 먹일 생각이 가득했다.
그를 모를 리 없는 아사드의 움직임은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었다. 보다 빠르게 더 넓은 범위를 움직이며 섣불리 행동할 수 없도록 견제한다.
허나 아무리 동선이 크고 변화무쌍해도 그 목적이 존재하는 한 결국은 일정한 규칙이 생긴다.
찰나의 찰나를 포착하고 일 초에 수천 번의 판단을 내리며 움직이는 아사드의 전투체계, 그것을 극에 달한 흑마법과 세월을 바탕으로 한 직감의 영역에서 따라붙으며 휘둘러진 팔이, 기어코 푸른빛 보호막을 부수고 그 안의 기계로 이뤄진 팔뚝을 잡아챘다.
그대로 당겨 뜯어버리려는 찰나, 어느새 칼날처럼 변한 팔이 진동하며 구속하던 손을 절단내고 고속으로 움직였다.
대각선 아래에서 위로, 마치 검을 잡고 휘두르는 듯한 동작.
세현과 두 번의 전투경험이 있는 아사드가 그의 움직임을 그대로 모방하여 펼쳐냈다.
자하 제 이식, 최단(最斷).
콰지직!
제대로 된 내공심법 없는 무공은 그저 껍데기에 불과하다. 그것을 나름대로 보완하려 임의로 마력을 운용하면 육체가 망가지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온갖 귀한 재료와 고도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아사드의 한쪽 팔이 반동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이 박살났다. 허나 그런 부상을 감수했을 만큼 위력은 막강해서, 진짜 세현이 펼쳐낸 것마냥 완벽하기 그지없는 참격은 승기를 잡았다고 확신하던 마젤란의 몸통을 절반 가까이 동강냈다.
피가 뿜어지고 마력의 흐름이 뒤엉킨다. 속절없이 추락하는 마젤란을 향해 아사드의 남은 한쪽 팔에서 뿜어진 섬광이 그대로 심장을 직격해 터뜨렸다.
콰창!
“…!!”
거울이 깨지는 듯한 모습, 현상이 일그러지며 분명 시체로 화했어야 할 서승태의 육신이 시간을 되돌리듯 다시 이어진다.
– 제법이구나! 헌데, 너 같은 것이 보여줄 수 있는 검이 아니었는데…? –
“……시간을 되돌렸다?”
아사드가 중얼거리며 상대를 유심히 살폈다.
일견 멀쩡한 듯한 상대는, 자세히 살피자 안색부터가 심하게 창백했다. 아무리 시전자에게 국한했다지만 세계의 조화를 부정하며 시간을 거스르는 것은 그 되돌려진 시간 만큼의 반동을 고스란히 감당한다는 뜻, 표현하자면 무방비 상태에서 빛의 속도로 수천 킬로미터를 내던져지는 것과 비슷한 충격을 받는다. 육체와 정신 양쪽 면에서.
– 자, 2차전이다. 크흐흐…! –
그러나 마젤란은 전보다 더 짙은 어둠을 내뿜으며 멀쩡히 손을 뻗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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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시작, 비행전함 내부에 침투했던 두 뱀파이어는 자신들을 마주한 이데아의 병력을 상대로 그야말로 대학살 쇼를 펼치고 있었다.
콰지직!
“아아아악! 아악!”
갑옷을 입은 사람의 육체를, 그것도 강화제를 투여받은 인간을 붙잡아 산채로 찢어버리며 입으로는 쉬지 않고 주문을 외운다. 허공에 생성된 희끄무레한 영혼의 방벽이 날아드는 마법과 총탄을 막아내고 쓰러져 죽은 육체는 사령술의 부름을 받아 일어나 한때 동료였던 자들을 덮친다.
[네 안의 악을 보라!]게다가 강화제의 성분에 악마의 성분이 들어있다는 것은 이미 파악된 바, 두 부탑주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흑마법으로 악마의 인자를 강제로 일깨워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그 틈을 노려 마법으로 영혼을 묶어 꼭두각시처럼 부리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안 그래도 바닥과 벽, 천장을 고무공처럼 박차며 고속으로 사출된 탱탱볼처럼 현란하게 움직이는 두 뱀파이어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마력 컨트롤과 마안의 도움을 받은 초월적인 인지능력으로 전력을 다해 사방에 마법을 뿌려대니, 제대로 포위진형조차 형성할 수 없는 이곳에선 많은 머릿수가 오히려 독이었다.
콰드드득!
바닥의 그림자에서 송곳처럼 치솟은 어둠이 앞을 가로막던 두 명의 이데아 전투원의 육체를 꿰뚫는다. 비명을 내지르며 무력화된 그들을 붙잡아, 목덜미에 이를 박아넣은 부탑주 한 명의 전신에서 소모된 마력이 급속도로 차올랐다.
[어둠이 나를 포옹하리니!]흡혈의 시간을 벌기 위해 마법의 안개를 뿌려 시야를 가리고 환각을 펼쳐 엉뚱한 곳을 공격하게 한다. 그에 휘둘리는 이데아의 전투원들은 필사의 각오로 전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속수무책이었다.
아무리 50레벨의 각성자라도 지나칠 정도의 대활약을 펼치며, 두 부탑주는 목표지점을 향해 파죽지세로 나아갔다.
목표는 이 거대한 비행전함에서 진한 마력의 향을 퍼뜨리고 있는 핵심 동력실.
그곳을 망가뜨려 육지에 닿기 전에 바다로 추락시키면 대성공, 그게 실패하더라도 용인까지 도달하지 못하게만 만들면 그들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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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올리고 다시 퇴고하겠습니당.
부디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 추천 한 번 꾹! 부탁드립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