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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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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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현 / 검귀 / 인간
레벨: 34
*칭호
개척자: 경험치 획득량 5% 증가
무리 학살자: 수준 낮은 적대적 대상에게 일정 확률로 공포 유발
최초의 성주: 길드 포인트 획득량 10% 증가
왕족 살해자: 수장급 존재와 전투시 모든 능력치 5% 증가
*능력치
강인함: 10
민첩성: 10
정신력: 10
마법력: 10
친화력: 10
– 잔여 능력치 점수: 33
*보유 스킬
칼날곡예(passive), 마력감지(active), 마력체술(active)
각성(active), 귀신걸음(a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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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을 보던 그는 미소를 지으며 창을 닫았다.
만만치 않은 보스였다. 20대에 불과하던 세현의 레벨이 단숨에 34로 뛰어넘을 정도로.
획득한 칭호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당장은 능력치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별 효과가 없지만, 나중에 사용할 때가 온다면 이 칭호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격렬한 싸움일수록 한 끝 차이로 승패가 갈리기도 하니 모든 능력치 5%라는 건 결코 사소하지 않다.
스킬도 두 개나 배웠다.
지금의 세현은 다섯 개의 스킬을 가질 수 있다. 직업을 선택하며 얻는 패시브 스킬 하나, 1레벨에 얻는 스킬 하나, 10레벨에 얻는 스킬 하나, 20레벨에 얻는 스킬 하나, 30레벨에 얻는 스킬 하나, 총 다섯 개.
헌데 그가 20레벨을 넘었을 무렵, 혜진과 김유린 가족들을 훈련시키는 일에 몰두하다 스킬 배우는 것을 그만 잊어버렸다. 그래서 지금 스킬 두 개를 연달아 배웠다.
20레벨과 30레벨을 넘어 배운 스킬은 이전의 것들보다 확실히 성능이 좋은 듯하다. 세현은 그 두 스킬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다음 전투에서라도 제대로 써먹으려면 자주 보고 익혀놔야만 했다.
[각성(active): 상당한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해 짧은 시간 신체능력을 극적으로 끌어올린다. 8시간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갖는다.] [귀신걸음(active): 짧은 시간 모습을 감추고 모든 피해에 면역이 된다. 이동하는 것 외의 다른 행동은 할 수 없다. 5분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갖는다.]“각성, 그리고 귀신걸음이라.”
각성은 ‘상당한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한다고 하니 지금 이곳에서 실험하긴 꺼려진다. 해서 그는 아무런 소모값도 없는 귀신걸음을 사용했다.
생각과 동시에 살아생전 느껴본 적 없는 기이한 감각이 전신을 지배했다.
세상이 회색으로 물들어 수채와 그림처럼 보이는 그곳에서, 세현은 걸음을 옮기며 시험삼아 검강을 뽑아내 바로 옆 기둥으로 청월을 휘둘렀다.
아무런 소음도 없이 그가 휘두른 청월이 딱 멈춘다. 마치 강기마저 견딜 수 있다는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기둥에 가로막힌 느낌이다.
놀란 그가 눈을 크게 뜨는 사이, 3초가 지나자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래서 이동하는 것 외에 다른 행동을 할 수 없다고 한 거군.”
한낱 건물의 기둥이 그의 검강을 견뎌낸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자세히 살펴도 아주 조금의 흠집조차 없었다. 게다가 꽤 강하게 휘둘렀는데도 손아귀를 통해 아무런 반탄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세현의 몸 역시 그 기둥처럼 피해에 면역이 된 것이다.
스킬의 설명이 확실하게 이해가 됐다.
그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지만.
반대로 그 역시 무엇에게도 영향을 주지 못한다.
5분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있긴 해도 아주 잘 선택했다. 세현은 귀신걸음을 골라 배운 스스로의 선택에 더 없이 만족했다.
그에겐 이것이 단순한 이동기가 아니다. 순간의 위기를 벗어나 역으로 상대의 사각을 점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구명절초(求命絶招)인 셈이다. 각성 스킬까지 함께 사용한다면 정말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무림인들의 구명절초는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지만 그 원리는 비슷하다. 더 빠르고 강하게 부딪치거나, 암기 등의 예상치 못한 공격으로 빈틈을 찌르거나, 눈과 정신을 현혹시켜 실수를 유발시키거나, 그 세 가지 컨셉 중 몇 개를 골라 적절히 뒤섞거나.
하지만 이 스킬은 그야말로 혁명이다. 모습을 감추는 것으로도 모자라 모든 피해에 면역이라니, 만약 정말로 ‘모든’ 피해에 면역이라면 더 이상 바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일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
열심히 고민하는 사이 5분이 지나갔다. 세현은 기다렸다는 듯 다시 귀신걸음을 사용해 그 기묘한 감각을 만끽했다.
아무리 봐도 유용한 스킬이다. 칼날곡예 이후 이제야 제대로 쓸 만한 스킬을 얻었다.
하지만 너무 의존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설명에는 모든 피해에 면역이라고 되어있지만, 그런 상태의 세현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다른 개떡같은 스킬이나 힘이 있을지도 모른다. 시스템의 스킬 설명을 너무 맹신하다간 어이없이 치명적인 일격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는 이걸 무적기 같은 개념으로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두 번 정도 더 귀신걸음 스킬을 사용하며 감각을 익힌 후 전리품을 찾는 작업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뒤지기 시작한 것은 죽은 왕자의 시체였다. 그 거대한 몸을 감싼 로브를 벗기는 것으로 시작해 차례차례 모든 물건을 확보했다.
로브는 조금 낡았다는 것을 제외하면 질기고 고급스러웠지만, 딱히 아이템은 아니었다. 스태프는 희귀함 등급이었지만 너무 거대해서 도저히 그나 다른 이가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해서 손상되는 것을 감수하고 검강으로 적당히 토막내 아공간 주머니에 담았다. 나중에 길드성에 대장간 시설을 지으면 이것을 재료로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모든 물건들을 확보한 그가 마지막으로 집어든 것은, 왕자가 착용하고 있던 금으로 만들어진 서클렛(circlet)이었다. 물론 세현에겐 서클렛이라긴 너무나 큰 크기의 물건이었다.
중앙에서 수려한 문양을 그리는 토파즈를 제외하면 별다른 특징이 없다. 하지만 고풍스런 느낌만은 확실했다. 떠오른 설명에 나오는 등급도 예사롭지 않았다.
[리오론도 왕가의 서클렛(유일함): 진실을 구분하는 혜안을 얻어 모든 거짓과 환영을 간파한다. 때때로 운명을 엿봐 미래를 예언할 수 있다.– 한때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세공사였던 소르안은, 이 서클렛을 만드는 일에 열흘 밤낮을 집중했다. 형태가 완성되자 성지의 예언자 멜렌에게 가져가 부탁하며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했고, 마침내 완성된 서클렛을 왕에게 진상하여 귀족의 작위를 얻었다. – ]
“좋네.”
확실히 좋은 옵션이다. 문제는 착용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너무 컸다. 아쉬운 마음에 그것을 만지작거리던 그는 문득, 어느 순간부터 서클렛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놀랍기도 하고 혹시나 싶기도 해서 계속 지켜보자, 그것은 딱 세현의 머리에 착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 줄어드는 것을 멈췄다. 잠시간 더 그것을 지켜보던 세현이 조심스레 서클렛을 착용했다.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게다가 접착제라도 붙인 것처럼 안정감 있었다. 혹시 싶어 손을 가져가자 곧바로 벗어진다. 크기를 조절하고 의도치 않은 벗겨짐을 방지하는 기능 정도는 자동 내장인 모양이다.
“왕가의 보물이라 이건가.”
세현이 기분 좋게 웃으며 서클렛을 매만졌다.
사람의 머리 모양과 크기가 모두 다를진대, 크기가 변하지 않는다면 왕족임에도 이걸 착용하지 못하는 이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도 이해할 수 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에레도스 시스템의 보정으로 크기가 줄어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좋은 일이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다시 서클렛을 착용했다.
애초에 서클렛은 현대에선 잘 보이지 않는 악세사리다. 해서 조금 어색했지만, 청월을 뽑아 검면에 비춰본 모습은 의외로 딱히 이상하지 않았다. 나름 잘 어울렸다. 아마 서클렛이 그다지 튀지 않는 심플한 디자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수확이 크다.
하지만 아직 끝은 아니었다. 뒤질 곳이 많이 남았으니까.
“하……”
전투의 여파로 온통 무너지고 난장판이 된 장내를 돌아본 세현이 잠깐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다행히 이곳을 전부 뒤져볼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는 마력감지를 활성화시킨 채 구석구석 움직였다. 그러다 어느 한 지점, 무너진 돌무더기 위에서 기묘한 느낌을 받고 멈춰 섰다.
내공을 끌어올린 세현이 손을 이용해 돌덩이들을 치웠다. 사람 몸통 만한 파편도 한 손으로 스티로폼 들듯이 뒤쪽으로 휙휙 내던진다. 그것이 떨어지는 소리가 굉장히 요란했지만 세현은 별 신경 쓰지 않았다.
마침내 목표했던 물건이 드러났다. 농구공 정도 크기의 함이었다. 위치를 보건데 처음 왕자가 등지고 선 장소였다. 아마 그래서 세현이 못 봤을 것이다.
혹시나 싶어 청월로 건드려도 보고 눈으로도 자세히 살폈다. 별다른 위험은 없는 듯해 잠금쇠를 풀자, 비단으로 곱게 모셔진 반지 하나가 보였다.
금빛 금속으로 만들어졌고 중앙에 은은한 빛을 흘리는 범상치 않은 푸른 보석이 박힌 예스러운 반지였다. 그것은 세현의 시선이 닿길 기다렸다는 듯, 서클렛처럼 천천히 크기를 줄이며 마침내 사람이 낄 수 있을 만큼 작아졌다. 뒤이어 반지의 옆으로 은빛 글자들이 떠올라 해당 아이템의 정보를 출력했다.
내용을 읽어가는 그의 눈이 점점 크게 떠졌다.
[추락한 천사의 눈물(전설적): 마력을 소모해 신성한 날개를 얻어 비행이 가능해진다. 광휘의 창을 소환해 다룰 수 있다. 하루에 한 번, 죽음의 위기에서 착용자를 보호한다. 부정한 힘을 다루는 존재와 남자는 사용할 수 없다.*광휘의 창: 절대 손상되지 않는다. 투창할 경우 주인에게 소환되어 돌아온다. 부정한 존재를 상대로 치명적인 위력을 발한다.
– 아주 오래 전, 그녀는 하늘에서 추락했다. 세월이 흘러 모두가 그녀를 망각했을 때, 세상 어딘가에 천상의 고귀한 눈물이 남아 누군가 그것을 신기로 만들었다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많은 모험가들이 전설을 쫓아 대륙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얻진 못했다. – ]
“전설적……”
그 등급에 걸맞는 엄청난 성능이다.
비행능력에 광휘의 창이라는 무기를 소환하는 능력까지, 게다가 투창할 경우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끝없이 던질 수 있다는 뜻이다. 부정한 존재를 상대로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한다는 건 덤이다.
흥분하던 세현이 문득, 반지의 설명 가장 뒤쪽에 있는 내용을 보고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남자 사용 불가?”
그래도 혹시나 싶었던 그가 반지를 손가락에 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날개도, 광휘의 창도 만들어낼 수 없었다. 평범한 반지를 꼈을 때와 다를 게 없다.
“쯧.”
꼼짝없이 혜진에게 줘야할 듯하다. 그가 직접 사용할 수 있었다면 제대로 뽕을 뽑았을 텐데, 아쉽게 됐다.
다른 이에게 줄 생각은 하지 않았다. 혜진이 비슷한 급의 아이템을 이미 갖고 있다면 몰라도, 일단은 누이에게 좋은 것을 줘서 조금이라도 더 강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먼저다.
효율성을 따지자면 썩 훌륭한 선택은 아닐지 모르지만 타협할 문제가 아니었다. 애초에 집단을 만드려고 결심한 이유가 뭐였던가.
그는 반지를 아공간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수납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장내를 샅샅이 훑었다. 행여나 비슷한 아이템을 하나 더 줍는다면 그야말로 대박 중의 대박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행운은 더 이상 없었다.
“후우.”
세현이 미련을 뒤로하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 1층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 뒤지며 혹시 놓쳤을지 모르는 다른 아이템을 찾아다녔다. 물론 달리 건진 건 없었다.
본관 건물을 나서기 전에 계획했던 대로 지하의 원내 약국을 찾아 각종 상비약을 챙겼다. 챙길 만큼 챙긴 후 밖으로 나온 그가 주위를 둘러보다 연구동으로 움직였다. 그곳까지 필드형 던전이니 혹시 뭔가가 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대하던 성과는 없었다. 그 흔한 좀비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세현은 몇 가지 중요한 서적과 연구일지를 챙기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땅이 검게 물든 병원 부지를 눈으로 슥 훑었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이제는 세현이 모든 괴물들을 죽여 버렸기에 계속해서 적막할 것이다. 다른 괴물이 나타나지만 않는다면.
약을 구하러 왔다가 우연찮게 대단한 성과를 얻었다.
레벨 업을 했고 칭호와 스킬을 얻었으며, 아이템도 얻었다. 길드 포인트는 물론이다. 전설 아이템에 대한 미련이 남아 살짝 입맛을 다시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혜진이 사용할 좋은 아이템을 얻었다는 것에 충분히 만족하기로 했다.
그는 길드성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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