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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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
쾅!
쿠와아아악!
취약한 부분을 공격당한 거대 거북이 같은 괴물이 비명을 내질렀다. 다급히 약점을 숨기려 하지만 놈은 그러기엔 너무 거대했다. 게다가 다리에 입은 상처가 워낙 커 처음의 기동력이 나질 않는다.
“이제 거미들 나와요!”
김유린의 경고 이후, 거북의 등껍질 같은 것에 매달린 수많은 주머니들이 급속도로 부풀더니 폭발했다.
거기서 쏟아져 나오는 것은 다리가 네 개 달린 거미 같은 징그러운 벌레들, 허나 전신이 물컹물컹하고 그리 빠르지 않아 제대로 피하기만 한다면 그리 무서운 놈들은 아니다.
주둥이를 들이대며 점프하는 녀석을 주먹으로 후려쳐 터트려버린 신소진이 뒤로 물러서며 계속해서 팔을 뻗었다. 여기저기서 점프하던 놈들이 물풍선처럼 퍽퍽 터져나간다. 잠깐의 포위망 공백으로 그녀가 벗어나자 박수진이 서포트하며 검을 휘둘렀다.
춤추듯 움직이며 몸을 회전시킨다. 동시에 휘둘러진 열 번이 넘는 참격이 다가오던 거미들을 뛰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조각냈다.
이런 자잘한 놈들을 상대로는 권태수의 역할이 가장 눈부셨다. 그가 가진 소총이 불을 뿜자 푸른빛 탄환들이 정신없이 쏟아진다. 놀랍게도 대부분 빗나가지 않고 명중했다. 사방으로 움직이던 거미들이 퍽퍽 터지며 주저앉는다.
마력탄환은 총열의 과열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재장전을 할 필요도 없다. 이런 숫자만 많은 놈들을 상대로는 아주 제격이다.
쿠아아아악!
[빛이 그대를 수호하리라!]뒤쪽에 있던 혜진이 보호막이 간당간당하던 김유린에게 스킬을 시전했다. 다른 이들이 새끼 거미를 상대하는 사이, 그녀는 보호막을 믿고 최대한 회피만을 반복하며 거북이의 머리 근처에서 얼쩡거렸다.
거북이로서는 기다란 무기를 들고 알짱대는 그녀를 도무지 무시할 수가 없다. 찔리면 아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퍼퍽-!
가볍게 떨친 손에서 탄지가 뿜어져 다가오던 거미들 넷을 그대로 꿰뚫었다. 딱히 약점이랄 것도 없이 그냥 몸체를 일정 비율 훼손시키면 죽는 것들이다. 세현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들만 처리하며 일행의 전투를 조용히 지켜봤다.
노란색 눈의 괴물을 상대로 한치도 밀리지 않는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아주 안정적이다.
워낙 두꺼운 외골격을 가진 탓에 김유린의 가시함정이 통하지 않아 조금 전투가 길어졌지만, 그래도 무난히 잡을 수 있을 듯하다.
다시 한 번 새끼 거미들을 모조리 처죽인 일행이 전투에 가세했다. 그에 거북이는 비명을 지르며 발광하기 바빠졌다. 등껍질에서 쏟아내는 거미들은 만들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결코 무한하지도 않을 것이다.
구우우우……
결국, 놈은 이전과는 다른 구슬픈 소리를 내며 심하게 비틀거렸다. 투명한 점막에 싸여 보호받던 눈 한쪽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외골격 밖으로 노출된 짧고 두꺼운 다리도 원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이놈은 다리보단 머리통이 더 치명적인 약점이다. 하지만 두개골을 뚫을 수가 없어 이렇게 과다출혈을 통해 사냥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비틀거리던 거북이가 마침내 바닥에 몸을 뉘였다. 일행 다섯은 섣불리 공격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지켜봤다. 잠시 후, 완전히 숨을 멈춘 그것을 확인한 일행이 서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신난 김유린과 어색하게 손을 들어 마주치는 박수진이 보인다. 이어 김유린은 신소진에게 다가갔으나, 그녀가 손에 낀 건틀렛은 여태까지의 전투로 더러운 체액 범벅이었다.
“할까?”
“네, 네? 다, 다음에 해요!”
홀로 떨어져 있던 권태수가 피식 웃으며 총기를 점검하고 실탄을 채웠다. 혜진이 그에게 다가가 ‘마력은 얼마나 남았어요?’ 라고 묻고, ‘절반도 안 됩니다. 조금 쉬어야 할 듯한데요.’ 라고 대답하는 소리가 들린다.
권태수의 마력도 채울 겸, 그들은 적당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입구의 트리케라톱스를 시작으로 여기까지 쉬지 않고 다섯 마리를 잡았다. 적절한 타이밍이다.
“여기는 무슨 쥬라기 파크 같네요.”
김유린의 말이었다. 혜진이 피식 웃었다.
“그럼, 전전번에 잡은 놈은 스테고사우르스야?”
“스테고사우르스가 그거죠? 막 등에 오각형 판 같은 거 일렬로 달린 애, 초식공룡!”
“으응, 그럴 걸?”
무슨 공룡을 말하는지 알겠다. 다만 이곳에서 잡았던 놈은 등짝에 오각형 판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두꺼운 촉수를 달고 있었다.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권태수는 옆에 있는 신소진에게 말을 걸었다.
“선수셨잖아요?”
“네.”
“그, 경력이 어떻게 되십니까? 우승 몇 번은 하셨을 것 같은데.”
“세계 대회 8강까진 올라간 적 있습니다.”
“그럼 유명하신 것 아닌가요?”
“국내에선 별 인기가 없어요. 그래도 해외에선 나름 팬도 있습니다. 아니, 있었죠.”
씁쓸한 표정을 짓던 신소정이 건틀렛을 벗고 아공간 주머니에서 물통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완전히 더러워진 건틀렛에 물을 뿌렸다.
더러움 방지가 옵션으로 달린 크로나드 중갑옷이다. 그냥 물을 뿌리고 대충 흔드는 것만으로도 거의 모든 이물질이 떨어졌다.
이후로도 권태수와 짤막한 대화를 나누는 그녀를 보던 세현이 잠시 고민했다.
신소진은 재능이 있다.
처음엔 그 커다란 체구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정도였는데, 지금 활약하는 모습을 보니 제자로 받아도 될 성 싶었다.
현재 그녀에게 가르쳐준 건 아주 기본적인 보법인 낙영보(落英步)와 다른 이들도 배우는 행운유수, 그리고 금나수의 일종인 점의십팔질(點衣十八秩)이다. 점의십팔질은 약간 권법처럼 변형해서 일부만 가르친 상태다.
세현은 나중에 돌아가서 따로 이야기를 해보기로 결정했다.
15분 정도 적당한 휴식을 취한 일행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여러 무기를 시험해 볼 다양한 환경의 사격장도 필요하고, 거대한 전차 같은 것을 주행해볼 넓은 공간도 필요하다. 당연히 그것들을 보조할 관련 장소와 건물들도 많을 수밖에 없다.
“흠.”
커다란 건물과 그 뒤편을 온통 가린 언덕을 넘자, 가장 먼저 일행을 반긴 건 어지간한 사람 한 명은 들어가 누울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발자국이었다. 아주 깊은 흔적은 아니었다. 여기서부터 포장되지 않은 흙바닥이라 자국이 남은 모양이다.
세현이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어쩐지 흔적이 낯익다. 무림에서 이런 발자국을 본 적이 있지는 않을 텐데, 대체 이걸 어디서 봤을까?
“크군요. 일단 이족 보행을 하는 녀석 같습니다.”
권태수의 말을 김유린이 받았다.
“그거 아니에요? 티라노사우르스?”
“일리 있군요.”
이곳에 나오는 것들은 마치 지구 중생대의 공룡을 닮았다. 발자국의 형태도 현실의 티라노 화석과 대충 비슷한 듯하다. 덩치가 크고 이족보행을 하는 공룡이라면 몇 종류 없기도 하다.
“여기전 제가 앞장설게요. 흔적이 있으면 추적할 수도 있거든요.”
김유린이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나섰다. 반대할 이유가 없었기에 자연스레 그녀가 선두로 섰다.
그렇게 발자국을 따라 이동하는 중이었다.
“정지!”
무언가를 발견한 박수진이 낮게 외쳤다. 동시에 검으로 옆쪽 건물 유리창을 가리켰다.
사람의 얼굴이 그들을 쳐다보며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유리창이 방탄이라도 되는지 좀처럼 뚫지 못하고 있었지만, 놈은 곧 허무하게 창문을 두드리는 것을 멈추고 모습을 감췄다.
“여기로 오는 것 같습니다. 준비하죠.”
신소진이 해당 건물의 입구 쪽으로 앞장서며 몸을 풀었다. 그녀가 자세를 잡고 혜진이 일행에게 보호막과 버프를 씌웠을 때, 1층 유리문 안쪽에서 수십 마리의 좀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피로 물든 것 같은 시뻘건 눈동자들이 섬뜩하다.
그것들은 전력질주로 달려 커다란 대형 유리문에 정면으로 부딪혔다.
콰장창!
“캬아아아아아아!”
앞쪽으로 두 팔을 교차시켜 달리며 거침없이 유리창 문을 박살낸 선두의 좀비가 신소진을 노리고 땅을 박찼다. 여태껏 점프하는 좀비는 본 적이 없던 그녀가 인상을 찡그리고 일단 뒤로 몸을 뺐다.
총성과 함께 사람 키만한 높이로 날아올랐던 좀비에게서 피가 터진다.
“카아아아아아아!”
“끼아아아아아아악!”
총격에 쓰러지는 좀비를 아랑곳 않고 다른 놈들이 달려온다.
보통의 좀비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였다. 피부를 엷게 뒤덮은 검붉은색 갑각질이 어느 정도 방어력을 제공하는지, 총격에 얻어맞은 좀비도 곧장 일어나서 다시 달려들었다.
김유린의 창날이 달려드는 좀비의 어깨를 노리고 쏘아져 무리없이 몸을 꿰뚫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헉!”
급하게 발로 걷어차 놈을 떨궈낸 그녀가 물러섰다. 보호막에 부딪혀 튕겨나간 손의 기세가 매서웠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대로 얼굴을 긁혔을 거다.
“어깨가 약점이 아니에요!”
그녀가 외치는 사이, 박수진은 이미 덮쳐오는 좀비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녀는 찌르기보다는 베기를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다. 찌르기와는 달리 베기는 어느 정도의 저지력이 있다.
카가가각!
검날이 갑각을 가르고 피가 터진다. 선명한 붉은빛 피가 바닥에 흩뿌려지며 더운 김을 뿜었다. 상처입고 주춤거리며 물러서는 놈의 양쪽에서 다른 두 마리가 달려든다. 박수진의 검이 접근하는 놈들의 몸통과 사지를 연속으로 베어냈다. 그것들은 단번에 절단나지 않았다.
퍼엉!
“켁!”
“캭!”
신소진의 정권에 얻어맞은 좀비가 머리부터 훼까닥 돌아가며 뒤로 날아간다. 놈은 뇌진탕이라도 걸린 것처럼 다시 일어나다 쓰러지는 것을 반복했다.
뒤에서 버프를 주던 혜진을 노리고 달려드는 좀비들에게 권태수의 집중사격이 쏟아졌다. 허나 그것만으로 모든 놈들을 저지하기엔 역부족, 화망을 뚫고 접근하는 두 마리 좀비를 보던 혜진은 창을 소환함과 동시에 던졌다.
정확한 자세에서 제대로 힘이 실린 투창이다. 쏘아지듯 날아간 창이 가장 앞에서 달려들던 좀비의 가슴팍을 절반이나 파고들어 박혔다.
하지만 투창은 필연적으로 공격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결국 끝까지 다가온 한 좀비가 입을 쩍 벌리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혜진이 뒤쪽으로 땅을 박찬다. 동시에 허공으로 날아오른 그녀의 손에서 다시 창이 생성되어 아래로 떨어졌다.
닿을 수 없는 공중으로 손을 뻗던 좀비가 황급히 몸을 피했다. 광휘의 창은 놈의 옆을 아슬아슬 스치고 지나가 바닥에 꽂혔다. 창대가 부르르 떨린다.
“캬아아악!”
빠르게 혜진을 포기한 놈이 권태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미 다른 좀비를 처리한 그의 집중사격이 쏟아졌다.
얼굴과 가슴팍을 연속으로 피격당한 좀비가 피투성이로 변해 바닥을 나뒹군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권태수 쪽으로 기어가려는 모습이 소름끼쳤다.
신소진과 김유린, 박수진 셋은 포위당하는 것을 피해 각각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끝도 없이 물러나는 중이었다.
“사람하고 똑같은 약점! 이놈들 시체가 아니라 살아있어요!”
마침내 김유린의 약점 파악이 끝났다.
동시에 뻗어지던 신소진의 주먹에서 순간 빛이 번쩍였다.
퍼어엉!
“컥!”
가슴팍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좀비가 신음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날아가 땅을 구른다. 놈은 버둥거리긴 했지만 이전처럼 곧장 일어나지 못했다. 충격이 외부를 넘어 내부까지 전해졌다. 심장이 제 박동을 잃고 부르르 떨리며 제대로 혈액을 공급하지 못했다.
박수진의 검격도 변했다. 최대한 다리를 노려 일단 기동력부터 빼앗으려던 그녀의 공격이 목이나 심장 같은 치명적인 급소를 노렸다.
확실히 죽는다는 것만 파악하면 굳이 다리를 노릴 필요가 없다. 칼날에 목이 스친 좀비의 갑각이 벌어지며 엄청난 양의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동맥이 잘린 놈이 손으로 제 목을 감싸쥐며 미친듯이 고함치고 발광한다. 하지만 이내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졌다. 과다출혈로 인한 사망이다.
김유린은 창을 한 번 내지를 때마다 목이나 심장을 확실하게 궤뚫었다. 머리를 노리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놈들이 고개를 흔들어 공격을 피하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거진 서른 마리에 달하던 놈들이 차츰 쓰러지기 시작했다.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은 권태수의 지원사격이 쉬지 않고 놈들을 두들겨 신경을 분산시키고 움직임을 경직시켰다. 어쩌다 박수진 등에게 공격이 적중해도 보호막이 막아줬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보호막이 덧씌워지며 내구도를 회복한다.
마침내, 창에 입부터 관통되어 늘어지는 좀비를 마지막으로 모든 놈들이 침묵했다.
기분 나쁘게 매달린 시체를 발로 차 떨어트린 김유린이 이마에 난 땀을 훔치려다 멈칫했다. 팔뚝을 포함한 여기저기에 피가 튀어 더러웠던 탓이다.
박수진은 힘차게 검을 휘둘러 핏물을 털어내고는 천천히 검집에 수납했다. 신소진이 고개와 어깨를 돌리며 몸을 풀고, 권태수는 묵묵히 떨어진 실탄을 보충했다. 혜진은 만들어냈던 창과 날개를 역소환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으로 좀비를 상대했던 그때 기분이 나네요.”
신소진이 짧은 감상을 던졌다.
기묘한 침묵을 유지하던 다른 이들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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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 편입니당.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 추천 꾹!! 부탁드립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