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01)
100화 – 파티 타임 (2) – 부화, 화신의 서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32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 – 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삐이이이익!
“으아아아악!”
“야! 뭔가, 뭔가 가져와라!”
“뭔가가 뭔데! 얘는 뭘 먹여야 하는지 아는 사람 없어?”
“송이야! 아는 것 없니? 우유 주면 되는 거야?”
“저도 새끼 새는 키운 적이 없어요.”
혼란의 도가니!
방에서 잠시 눈을 붙인 후,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이미 105호는 난리가 난 상태였다.
부화한 알에선 상상도 못 한 새끼 앵무새 같은 생물이 튀어나왔다.
아니, 동물 사육사도 없는데 갑자기 이런 애가 나오면 어떡하라는 거야?
혼란 속에서 앵무새는 미친 듯이 삑삑거리기 시작했다.
호텔의 황금알에서 나온 새! 절대 평범한 새일 리가 없다.
저런 동물을 새끼 새 키우는 법을 몰라서 죽게 만들 수는 없다!
[조언 : 3 -> 2]‘제발 새끼 새 키우는 법 좀 다 알려줘!’
물어보면서도 너무나 불안했다. 정상적인 답변이 나올까?
‘정성을 다해서 길러라.’
이딴 답변 나오면 큰일인데.
내 예상과 전혀 다른 친절하고 상세한 답변이 나왔다.
[식사는 물 약간에 달걀노른자를 으깨서 만든 이유식을 먹일 것, 푹신한 옷으로 침대를 만들어줄 것. 유아기는 길지 않으니 며칠만 주의할 것.]… 뭐지? 예전에 처음으로 강림을 얻은 후 경험했던 ‘친절한 조언’의 느낌이 든다.
올빼미가 자기처럼 새라고 친절해진 건가?
조언의 내용을 알렸다.
다들 정신없이 식탁에서 삶은 달걀을 가져와서 이유식을 만든다, 옷을 벗어서 새 주변을 감싼다고 하면서 난리가 났다.
“송이야!”
“네?”
“보통 새는 언제까지 이렇게 새끼야? 우리 며칠 후면 저주의 방을 들어가야 하는데.”
“저도 몰라요. 하지만, 오빠가 받은 조언대로면 ‘유아기는 길지 않다’라고 하잖아요? 보통 새랑은 다르지 않을까요? 설마하니 호텔에서 우리보고 새끼 새만 한 달 키우라고 하진 않을 테니까요.”
설득력이 있다. 맞는 말이겠지?
거의 1시간 이상 요란법석을 떨고 나서야 방 분위기가 진정됐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진철 형이 중얼거렸다.
“이젠 동물 새끼까지 키워야 하냐? 설마 다음번엔 사람 애를 기를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은솔 누나는 이 와중에 냉철하게 말했다.
“문제 생기면 바로 조언 또 써. 황금알에서 나온 비범한 생물인데 허무하게 죽게 만들 수는 없지.”
“비범한 생물이긴 할 텐데, 대체 무슨 능력이 있을까요?”
“모르지. 최소한 유아기는 지나야 뭔가 하지 않겠어?”
이후로도 새끼 새는 10분에 한 번씩 삑삑거렸고, 우리는 그럴 때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정신을 못 차리고 이유식을 먹이느라 혼이 나가버렸다.
‘친화’ 때문일까?
새끼 새는 자연스럽게 송이 옆에 가서 칭얼거렸고, 송이도 자연스럽게 이유식을 먹이기 시작했다.
새가 잠들고 나서야 나머지 사람들이 조금은 편해졌다.
“진짜 힘드네요.”
“…”
“그러게….”
다들 멍하니 앉아있던 중, 아리가 입을 열었다.
“조언 한 번 더 써서 물어봐. 주의사항 없냐고.”
“아까 들었잖아? 이유식 잘 먹여라, 체온유지 해줘라.”
“그건 그냥 평범한 새 키우는 방법이잖아. 이 새는 절대 평범할 리가 없으니까, 조금 구체적으로 ‘특별히 주의할 게 없냐?’ 이런 식으로 물어봐.”
조금 걱정스러웠다. 아까부터 ‘전혀 모르는 사실’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상황.
정상적인 답이 나올까? 별수가 없었다.
[조언 : 2 -> 1]‘이 새만의 특별한 주의점을 말해줘!’
[그로테스크 앵무새는 밤에 혼자 내버려 둬서는 안 됩니다.]…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이름 저거 뭐냐? ‘그로테스크 앵무새’?
무슨 새 이름이 저렇게 흉악해?
밤에 혼자 두면 무슨 일이 생긴다는 거지?
조언의 내용을 전달했다.
송이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제가 데리고 잘게요.”
“새끼 새는 키워본 적 없다면서, 괜찮겠어?”
“새끼 고양이나 개는 길러 봤어요. 비슷하지 않을까요?”
비슷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자리에 송이 말고는 강아지조차도 길러 본 사람이 없었다.
분위기가 진정되자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다들 정신없으시겠지만, 이번 파티타임엔 할 일이 많습니다. 축복의 성소도 가야하고, 화신의 서도 살펴봐야죠. 각자의 축복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하고, 다음에 갈 방도 정해야죠. 시간이 나면 강림에 대한 상담을 좀 받고 싶네요.”
마지막 상담 이야기를 할 때는 관리국 사람들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새만 돌보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빨리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해요. 축복의 성소로 가서 강화부터 하는 게 어떻습니까?”
아리가 다른 견해를 냈다.
“성소로 가면 몇 명은 강화 때문에 하루 잠들잖아? 그 사이에 이 새가 이상해지면 남은 사람들끼리 대처하기 힘들 수도 있어. 이번엔 성소를 조금 미루자. 그리고 새를 돌보는 건 우리끼리 할 테니, 넌 유산부터 연구해야 할 것 같아.”
이번 파티타임에서 제일 바쁜 사람은 명백히 나다.
유산의 숙련도, 축복의 강화, 강림에 대한 고민 등을 전부 해야 하는 상황.
묵성 할아버지도 같은 의견을 냈다.
“맞다. 너는 이번엔 네 일에 집중해라.”
자연스럽게 나는 새 키우기에서 면제되는 분위기다.
홀로 105호 바깥으로 나와서 마도서를 꺼냈다.
필터를 쓰고 있는데도 마도서를 펼치려고 하자마자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억지로 펴들고 기이한 문자를 직시했다.
… 의식이 거품처럼 부글거리며 심연 속으로 가라앉았다.
*
– 한가인
머리를 녹여버릴 듯한 아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긴 어딜까?
나가고 싶어
내보내 줘
이곳은 너무 어두워
.
.
.
내
려
간
다.
끝없는 심연.
아무리 내려가도 끝이 없는 어둠.
오직 ‘아래’만이 있는 공간.
그 저편에서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자.
절망의 바다를 헤엄치며 마도서의 실체를 알았다.
일찍이 ‘태어나지 못한 자’는 죽은 어미의 유해 속에서 자아를 깨우쳤으니.
억겁의 세월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자신이 있는 장소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로 그저 악몽의 시간을 보냈다.
성운의 용의 죽음으로 그의 세계가 종말을 향해가자, 종말을 멈추고자 했던 필멸자들이 용의 유해에 접촉했다.
이세계의 영웅들은 죽은 신의 시체 내부에 신의 아이가 있음을 알았다.
바로 그 순간, ‘태어나지 못한 자’는 최초로 이 우주에 ‘타자’가 있음을 알았다.
그는 세상 전체에 분노했고, 세상 전체를 질투했으니, 자신에게 접촉한 필멸자들조차 질투의 대상이었다.
모든 것을 질투한 자는 세상 밖으로 나가고자 권능을 만들어냈다.
필멸자의 몸을 빼앗기 위해 빙의의 힘을 빚었다.
바깥세상에 또 하나의 자신을 구현하기 위해 화신의 힘을 빚었다.
자신의 진정한 탄생을 위해 제물의 힘을 빚었다.
그 모든 힘의 편린을 자신의 종복들에게도 나눠주기 위한 수단이 곧 마도서!
이해와 함께 아쉬움이 찾아왔다.
가장 강력한 권능인 ‘제물’은 편집되었다.
호텔이 재구성하기 전, 진실한 역사에서 마도서의 이름은 ‘제물의 서’.
그러나, 어렴풋이 느껴지는 ‘제물’의 권능은 그야말로 악의 극치였다.
그래서 마도서에 남은 가장 강력한 권능은 ‘화신’이고, 마도서의 이름도 ‘화신의 서’가 되었다.
어느샌가 정신이 깨어났다. 복도에 기댄 채로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우웨에엑!”
미친 듯이 복도 바닥에 토악질을 내뱉었다.
견디기 힘들 정도의 이질감이 나 자신을 강타했다.
날 때부터 부모님이 주신 몸이 옷처럼 느껴진 적이 있는가?
깨어나는 순간 깨달았다.
마도서의 주인이 된다는 사실의 의미.
나는 이제 육체로부터 해방되었다.
이 시점에서, 내 육신은 그저 옷에 불과하다.
나는 영생을 얻었다!
대륙을 지배했던 황제조차 그토록 갈망했던 영생.
나는 그걸 호텔에 도착하고 한 달 만에 얻었다.
그러나, 지금 내가 느끼는 감각은 결코 시원한 해방감이나, 인간을 초월했다는 사실에 대한 즐거움이 아니었다.
내 몸 전체가 마치 답답한 옷처럼 느껴지고 그 옷을 ‘벗을 수 있음’을 알았다.
몸 전체가 불편하다. 벗고 싶다.
역겨울 정도의 이질감이 머리를 가득 메웠다.
토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105호에서 사람이 나왔다.
“가인아? 괜찮니?”
“은솔 누나….”
누나와 시선을 접촉하는 순간 알았다.
나는 ‘저 옷’을 빼앗아 입을 수 있다.
이를 악물고 고개를 돌렸다.
참자. 동료의 몸을 빼앗을 이유가 있겠는가?
미안하다고 말한 후, 혼자 시간을 보내기 위해 프런트 근처의 다과 테이블로 향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혼자 있어야 할 것 같다.
영생조차 서비스처럼 가볍게 포함된 것이 ‘빙의’의 권능일진대, 그것을 능가하는 ‘화신’은 대체 무엇일까?
이상하게도 화신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마지막 남은 오늘의 조언은 마도서를 이해하기 위해 쓰기로 했다.
*
– 유송이
가인 오빠가 갑자기 토하는 소리를 냈다.
확인차 나갔던 은솔 언니가 돌아왔다. 언니는 어딘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는 괜찮아요?”
“글쎄? 딱히 무슨 이상이 있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좀 날카로웠어. 혼자 있겠대.”
“마도서 때문일까요?”
“모르지.”
갑자기 저러는 이유가 뭘까? 나도 한번 나가볼까?
—삐이이익!
아, 난 못 나가네. 얘 또 시작이구나.
잠깐 잠드는가 싶던 새는 곧 일어나더니 거의 10분에 한 번꼴로 소음을 냈다.
그나마 ‘유아기는 곧 지나간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았다.
새는 처음이지만, 고양이나 개의 새끼는 길러봤는데, 이 새의 식사량은 정상이 아니다.
아무리 봐도 이 덩치에 이렇게 식사를 많이, 자주 하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끝없이 이유식을 들이마셨다.
1시간 동안 달걀노른자만 30개를 먹는 새끼 동물은 아마 세상에 얘 뿐이겠지?
태어난 지 겨우 몇 시간 사이에 신체의 성장도 티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솔직히 징그러웠는데, 금세 털이 나고 덩치도 조금 커지자 이젠 제법 귀여운 앵무새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 아이에겐 무슨 능력이 있을까?
최소한 보통 동물이 아닌 건 확실하지!
처음엔 다들 열심히 이유식을 준비한다, 방석을 준비한다 지극정성이었는데.
불과 몇 시간 만에 은근슬쩍 다들 어딘가 새서 쉬기 시작하고, 내 옆엔 이유식이 가득 찬 주사기만 잔뜩 놓였다.
자연스럽게 나 혼자 키우는 이 분위기 대체 뭐야?
무슨 말로만 들어 본 독박육아야? 직장 가는 것도 아니면서!
가인 오빠야 마도서 때문에 힘드니까 이해하지만, 나머진 너무하네.
그래도…. 아까 은솔 언니 말이 생각났다.
나도 회의 때는 그냥 멍하니 있을 때가 많았으니까.
회의를 잘하는 사람들이 회의를 열심히 한 것처럼, 동물은 내가 좀 더 잘 기르니까 내가 하는 것으로 생각하자.
한참 이유식을 먹이던 중, 아까의 대화가 떠올랐다.
이번 파티타임 동안엔 우리 자신의 축복에 대해서 고민해보자고 했었지?
그 말을 듣고 보니, 요전에 축복을 강화할 때 만났던 후원자가 떠올랐다.
다른 사람들은 후원자와 대단한 대화를 했다던데, 난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그냥 하늘에 닿을 만큼 거대한 코끼리가 내 앞에 나오더니, 코로 한번 툭 치고 끝.
그리고 얻은 강화된 축복 ‘이심전심’.
… 설마 ‘마음만으로 서로 통하는 강화’를 줄 거라서 말하지 않은 건 아니겠지?
막상 내 친화의 적용 대상이라는 ‘혼돈체’를 만날 일이 흔치 않아서 쓸 일이 많지 않았는데, 이 아이를 돌보면서 자연스럽게 경험이 쌓이기 시작했다.
명칭 그대로 이 새가 느끼는 감정, 충동이 내게 전달됐다. 나 또한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음을 알았다.
끝없는 허기, 두려움, 호기심 그리고…. 사랑.
나는 이 아이가 날 진심으로 믿고 의지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 사실이 내 마음을 애정으로 충만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슬쩍 도망갔는데도 그다지 화내지 않고 보살필 수 있었다.
어차피 내가 기르는 거니까 이름도 내가 붙여야지.
그로테스크 앵무새 이런 끔찍한 명칭은 잊어버려! 네 이름은 이제 ‘페로’야!
밤이 될 때까지 내가 페로를 돌보고, 데려가서 내 침대 옆에 만든 방석에 페로를 두었다.
그날 밤, 나는 페로의 끔찍한 능력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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