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02)
101화 – 파티 타임 (3) – 그로테스크, 상담
* 파티타임 1일 새벽
– 유송이
—삐이익!
삑삑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깼다. 방의 불을 켜고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 3시.
호텔에 널려있는 수건으로 만든 둥지로 가니, 페로가 그새 준비한 밥을 다 먹은 상태였다.
음식을 또 준비해야겠네.
방 밖으로 나가려고 움직이자, 페로는 뚫어져라 나를 보기 시작했다.
‘혼자 두지 말라’는 경고를 떠올리고, 일부러 105호 문을 활짝 열어서 페로가 날 계속 볼 수 있게 했다.
문밖에 은솔 언니가 주문한 앵무새 사료가 쌓여있다.
가져온 사료와 달걀로 적당히 식사를 잔뜩 만들자, 내 옆에서 그걸 구경하던 페로가 바로 그릇에 부리를 박고 먹기 시작했다.
…
어제저녁에 부화한 것 같은데, 몇 시간 사이에 성장이 눈에 띌 정도다.
덩치도 소형 앵무새와 비슷해졌고, 음식도 더 이상 주사기로 넣어줄 필요 없이 직접 와서 먹었다. 벌써 앵무새 사료에 들어있는 견과류를 먹기 시작했다.
지능도 신기할 정도로 높아서 배설물 등은 알아서 구분된 장소에 처리한다.
이 정도면 개나 고양이보다 오히려 기르기 편한데?
딱 하나 피곤한 점은 엄청난 식사량.
아직 성장기라 그런가?
덩치는 내 손보다 조금 큰 애가 식사량은 어지간한 어린 인간과 비슷한 수준이다.
당연히 작은 부리로 그 많은 식사를 하려니 종일 먹어도 모자랐다.
보다 보니, 다시 졸려서 잠들었다.
.
.
.
—끼익
.
.
.
—쾅!!!
엄청난 소음과 충격!
순식간에 내 몸이 튕겨서 벽에 부딪혔다.
“아! 뭐야?”
“아니 이게 무슨?”
“어? 다들 뭐죠?”
얼떨떨하니 정신을 차리자, 우리 팀 전원이 방 여기저기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 와중에 네글리제만 입고 있던 엘레나나 상의를 벗고 있던 진철 오빠가 당황해서 주변 옷을 집어 들던 때.
—쾅!!!
다시금, 엄청난 폭음과 함께 비틀거리던 105호의 문짝이 완전히 뜯겨 튕겨 나갔다.
경악해서 문 쪽을 바라보자, 호텔에서 처음 보는 엄청난 괴물이 있었다.
키는 최소 4M?
형상은 아주 거대하고 흉악한 타조 같은데, 부리의 크기는 내 머리를 한입에 집어넣을 정도였다.
게다가, 몸 전체에 깃털과 비늘을 뒤섞은 듯한 단단하고 날카로운 털이 솟아있고, 등에는 날개 대신 무슨 촉수와 뿔을 뒤섞은 살덩이가 솟아있었다.
그야말로 공포영화 괴수물에서나 나올 것 같은 괴물!
모두가 입을 쩍 벌렸다.
문짝이 뜯어진 공간으로 괴물이 ‘날 바라보며’ 들어왔다.
접근과 동시에 괴물의 감정이 내게 전해졌다.
반가움. 안도감. 기쁨.
…
저거 설마?
하지만, 이미 늦었다.
“다들 조심해라!”
내가 말리기도 전에 진철 오빠는 고함을 치며 달려 나가더니 –
주먹으로 거대한 새의 부리를 후려치고, 발차기로 몸통을 걷어찼다.
그러자 괴물이 뒤로 나뒹굴었다.
아니? 저 오빠는 진짜 힘이 왜 저렇게 센 거야?
“저기요! 다들 진정해 -”
—피요오오오오!
바깥으로 튕겨 나간 괴물, 아니 ‘페로’의 입에서 거친 포효가 터져 나왔다.
다음 순간, 내 마음속에서 끔찍한 감정이 들끓기 시작했다.
공포심, 혐오감, 분노 그 모든 것을 마구잡이로 뒤섞은 듯한 부정적인 감정의 총체!
페로는 저런 힘도 있어? 하필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 팔찌의 힘으로 날 보호했지만, 이미 다른 사람들은 포효의 힘으로 극도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진철 오빠가 고함을 내지르며 새에게 달려갔다.
사람이 괴물에게 달려가는 상황이지만, 이 상황은 명백하다.
페로가 위기야!
아까 펀치, 킥 한 번으로 페로가 날아갔잖아?
체급이 페로가 크다고 이길 싸움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페로도 그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미친 듯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당황하던 차,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았다.
“저 괴물, 황금알에서 나온 새지?”
“아리야? 괜찮아?”
“난 괜찮아.”
“맞아. 페로, 황금알에서 나온 새 맞아.”
“왜 저렇게 된 거지? 당장 나랑 가서 진철이 막자. 새가 맞아 죽기 전에.”
정신없이 105호 바깥으로 나갔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진철 오빠는 정신을 차렸는지, 머리를 부여잡은 채 벽에 기대어 있었다.
하지만 이미 호되게 얻어맞은 연약한 – 아니, 솔직히 연약해 보이진 않네. – 페로는 겁에 질려서 완전히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오빠! 괜찮으세요?”
“아, 이제 괜찮다. 그 포효 대체 뭐지? 갑자기 머리가 뜨거워지더니 화가 가득 나더라.”
아리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그런 것 치고는 금세 정신을 차렸네?”
“이 호텔에서 이런 일이 한두 번이냐? 이상하다 싶으니 나도 모르게 멈추긴 했는데…. 저거, 황금알 새 맞지?”
“페로가 맞아요!”
“페로?”
“송이가 이름 페로라고 붙였나 봐. 하여튼 쟤를 어떻게 진정시키지?”
—쾅! 퍼어엉! 쨍그랑!
이거 무슨 괴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기이한 일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황금알에서 나온 새의 존재를 다들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금세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페로는 이미 얻어맞고 날아간 시점에서 공포에 질려서 주변을 다 부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본인을 패서 날려버린 진철 오빠는 무서운지 우리 가까이 오진 않았다.
다들 어찌할 바 모르고 바라보던 도중, 가인 오빠가 걸어 나갔다.
“제가 조용히 만들겠습니다. 다치진 않을 겁니다.”
뭐지?
…
걸어가던 오빠가 멈춰서서 페로를 응시했다.
다음 순간, ‘감각의 변화’를 팔찌가 인지했다.
도저히 이 느낌을 설명할 수 없지만, 그냥 알았다.
지금, 가인 오빠의 의식이 페로의 몸을 강탈했다!
… 페로의 의식이 사그라드는 그 순간.
나는 페로의 정신으로부터 형언할 수 없는 엄청난 공포심이 발생함을 느꼈다.
상황은 금방 정리됐다.
가인 오빠가 페로의 몸으로 들어가자, 페로는 자연스럽게 원래의 귀여운 외모로 돌아갔다.
이후, 가인 오빠는 ‘비행’을 시도하다가 –
“오빠! 이상한 짓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 ‘비행’을 시도하다가 벽에만 세 번 부딪치고 갑자기 뒤로 넘어지면서 춤을 췄다.
사람이 새의 몸에 들어가도 하늘을 나는 건 매우 어려운 것 같다.
내가 페로의 몸을 집어 들고, 조금 후에 가인 오빠는 본인의 몸으로 돌아갔다.
“내가 새 몸에 들어간 걸 알았어?”
“계속 신경을 써서 그런지 바로 느껴졌어요.”
“팔찌가 대단하긴 하네. 음.”
“왜 그러세요?”
“아니, 빙의를 실제로 해본 건 처음인데, 의외의 사실을 알았어.”
흥미로웠는지 아리가 끼어들었다.
“의외의 사실?”
“몇 번 더 해보고 알려줄게. 착각했을 수도 있으니까.”
가인 오빠가 혼자 복도에서 무언가 고민하기 시작했고, 남은 사람들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새벽에 있었던 대형 사고의 자초지종!
내가 이심전심으로 겁먹은 채 내게 파고드는 페로의 마음을 살피고, 주변의 흔적을 살핀 후 알아낸 사실관계는 조금 황당했다.
새벽, 난 배가 고픈 페로의 앞에서 방문을 열고 방 밖에 보관해둔 앵무새 사료를 퍼서 줬다.
그걸 본 페로는 ‘음식이 문밖에 있다.’라는 사실을 깨우쳤고, 밤에 또 일어나서 이번엔 날 찾지 않고 스스로 음식을 찾으러 갔다!
그러나, 페로는 모종의 이유로 105호에서 나갈 수는 있었지만, 다시 들어올 수는 없었다.
결국 밖에 혼자 남은 채 몇 시간이 흐르자, 겁에 질린 페로는 괴물로 변신해서 방문을 부쉈다.
…
은솔 언니의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자기가 배고파서 밖에 나가더니, 이젠 혼자 남아서 무섭다고 이 난동을 부렸다는 거야?”
“그런가 봐요.”
“하…. 그래. 새대가리인데 뭘 어쩌겠어? 하지만, 애초에 새 주제에 방문은 또 어떻게 열고 나간 건데?”
묵성 할아버지는 조심스레 문의 잔해에 붙은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더니 대답했다.
“부리로 물어뜯어서 난 흠집이 꽤 보인다. 아마 부리로 손잡이 끝을 물고 퍼덕거리면서 내린 모양인데? 아따 고놈! 힘 한번 세다.”
“아니, 대체 왜 그렇게 고생하면서 나갔냐고요!”
“뭐, 새 마음을 내가 알겠냐? 앵무새는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라 밖에도 한번 나가고 싶던 모양이지. 나갈 때야 설마 못 들어올 줄은 몰랐을 거다.”
어째서지?
“왜 다시 들어오지 못한 걸까요? 문고리를 돌리는 법을 깨우쳤다면, 다시 문고리를 돌려서 열고 들어오면 될 텐데. 이 호텔은 무슨 열쇠도 없잖아요?”
“나도 이번에 처음 생각해본 문제인데, 따지고 보면 105호는 수많은 공간이 중첩된 상태 아니냐? 우리끼리도 밥 먹을 때가 아니면 만날 수 없지. 아마도 참가자가 아닌 존재는 참가자와 함께 들어가는 게 아니라면 105호에 정상적으로 들어올 수 없는 듯하다.”
졸린 눈을 비비던 승엽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우린 이제 어떻게 하죠? 페로가 105호를 부숴버렸네요.”
아리가 대답했다.
“뭐, 이미 가인이가 한번 부숴봤잖아? 또 ‘대수리’ 할 테니까 캠핑장 가라고 하지 않겠어?”
두 시간 후.
아침이 되자 아리의 예상이 적중했음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우리는 또 캠핑장에 가야 했다.
* 파티 타임 1일 차 오전
– 한가인
이미 두 번째다 보니, 이제는 다들 익숙하게 캠핑장에 둘러앉았다.
옆에서 고기도 가져와서 슬슬 굽기 시작하니, 오히려 호텔 내부에서 쉴 때보다 더 신선하고 재미난 기분도 든다.
그건 그렇고….
가만 고민하고 있으니, 아리가 다가왔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길게 해?”
“새하고 마도서.”
“페로? 저쪽에서 송이 어깨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 해. 쟤 능력은 괴물로 변신하는 것, 감정을 뒤흔드는 울음소리를 내는 것 정도인가?”
“더 있을지도 모르지.”
“지금 정도만 해도 대단한 전력이네. 그래서, 마도서 쪽은 뭐가 이상한데?”
“마도서를 처음으로 써봤는데, 이상한 일이 생겼어.”
“마도서라…. 아까 오면서 대충 듣기로는 빙의, 화신이 가능하다고 했지? 화신은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니, 빙의를 쓰면서 이상함을 느꼈나 보네.”
“맞아.”
“뭔데?”
“착각이 아니라면, 상태창이 사라졌어. 그리고 오른쪽 아래에 이상한 숫자가 떴지.”
“흐음.”
잠시 고민하던 아리는 쉽게 결정을 내렸다.
“지금 나한테 써봐.”
“괜찮겠어?”
“이게 제일 빨라. 빨리 써.”
…
두 번째 시도.
아리를 바라보며, 내 몸을 벗고 아리의 몸을 ‘입는’ 감각을 살렸다.
의식이 어딘가 빨려 들어가는가 싶더니 –
나는 10대 중반 미소녀로 TS 한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상하게 갑자기 흥분되는데?
그래도 일단 확인해야 할 점부터 확인하자.
[59:52] [59:44]…
페로에게 빙의했을 때와 똑같다.
상태창이 사라지고, 조그마한 숫자만 떴다. 숫자의 의미도 명백하다. 1시간 타이머.
설마, 빙의에 시간제한이 있는 건가?
하지만 ‘사도’는 그런 제한이 없었는데?
마도서의 3번째 권능이던 ‘제물’이 편집된 것처럼, 빙의에도 이런 제약이 걸렸나?
제약까진 그렇다 쳐도, 왜 상태창이 사라졌지?
혼란스럽다.
음…. 왠지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예전에 봤던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나왔던 것 같은데.
살짝 손을 내려서 가슴 쪽으로 –
—퉁!
뭔가 튕겨 나가는 감각과 함께 내 의식이 순식간에 내 원래 몸으로 돌아왔다.
“아하하하! 너 뭐야? 방금은 진짜 초등학생 같았어. 그렇게 만져보고 싶었어?”
…
아! 진짜 왜 그딴 짓을 하려고 한 걸까?
갑자기 쏟아지는 자괴감에 고개를 푹 숙였다….
왜 튕겨 나갔나? 따위는 궁금하지 않다.
생각해보면, 호텔고에서 하늘의 딸이 우리에게 최면을 걸었을 때도 아리는 모종의 수단으로 알아서 깨어났지. 비슷한 방법을 쓴 것 같다.
“아직도 만져보고 싶어?”
“… 미안. 순간적으로 그만.”
“아깐 진짜 웃겼어. 그래서, 또 비슷한 일이 생겼어?”
“상태창이 사라졌어. 1시간 타이머도 생겼고. 이게 무슨 의미일 것 같아?”
“후자는 간단하네. 시간제한이 있는 거지. 팔찌, 별 조각 모두 방 내부에서와 나와서의 성능이 다르잖아? 마도서도 똑같겠지.”
“뭔가 아쉬운데…. 난 이 마도서를 얻어서 영생이라도 얻은 줄 알았는데.”
영생.
그 단어를 듣자, 아리는 뭔가 아득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건데, 얘는 대체 몇 살일까?
굳이 따지진 않았지만, 최소한 외견의 나이가 아니라는 건 짐작하고 있다.
“영생은 아마 실제로 얻었겠지. 어쩌면, 너 말고 다른 사람도.”
“무슨 이야기야? 빙의에 시간제한이 있으면 몸을 갈아타면서 영생을 누린다거나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게다가 다른 사람이라니?”
“너, 진철이가 재생하는 광경을 본 적 있어?”
“…”
“피부가 불에 타고, 총알이 몸을 꿰뚫는데도 다 재생하더라. 그런 육체가 과연 노화 따위를 겪기는 할까?”
“…”
“네 마도서도 마찬가지지. 호텔이 마도서 자체를 약화할 생각이라면, 그냥 ‘제물’을 편집한 것처럼, ‘빙의’자체를 편집해서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까? 하지만 마도서를 읽은 네 말에 따르면 빙의엔 편집의 흔적이 없지.”
“무슨 말이지?”
“타이머가 생긴 건 마도서 자체의 성능변화와 무관하다는 의미야. 상태 창의 소멸, 타이머의 발생. 둘 다 비슷한 맥락으로 봐.”
“비슷한 맥락?”
“나한테 ‘강림’과 관련된 상담도 받고 싶다고 했지?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네가 겪는 모든 문제와 전부 연결된 이야기야. 조금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까 잘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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