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04)
103화 – 파티 타임 (5) – 아리의 탈출 경험, 축복의 성소
* 파티타임 1일 오전
– 한가인
HP 마켓을 통해 구한 재료들로 만든 낙하산으로 탈출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답변.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실험해봐라.]답변을 전달하자 장내에 침묵이 감돌았다. 단순히 생각하면 비웃는 듯한 답변. 하지만 그동안 조언에서 애매모호한 답변이 나온 적은 있어도 비웃는 듯한 답변이 나온 적은 없었다.
진철 형이 내게 물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우릴 놀리는 건 아니겠지?”
“글쎄요…. 그동안 그런 적은 없습니다.”
고민 끝에 나름의 의견을 전했다.
“불가능하다, 가능하다 이런 방향이 아니라,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실험해봐라. 이 말의 의미는 극도로 위험하지만, 성공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은솔 누나는 애매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지. 헷갈리네. 이거, 우리 중 유일한 탈출 경험자가 해석해줘야 할 것 같은데?”
모두가 자연스레 아리 쪽을 바라보았다. 아리도 갸웃갸웃하더니, 대답을 시작했다.
“으음. 몇 번 간접적으로 말씀드리기도 했고, 직접 들은 분도 있겠지만 – 이 대목에서 아리는 엘레나를 바라보았다. – 전 운으로 탈출해서요.”
“그때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줄 수 있어? 운이든 뭐든 어떻게 탈출했는지?”
“제가 태어났을 당시 호텔의 정문 바깥은 지금처럼 하늘이 아니라 깊은 바다였습니다. 문을 열면 수압에 죽는 구조였죠. 그래서, 사실 이번 같은 고민은 하지도 않았어요. 낙하산이야 어딘가에서 대충 구한 재료들로 어설픈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심해의 수압을 버티는 잠수함 같은 물건은 아예 만들 방법이 없으니까요.”
다시금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오랜만에 승엽이가 대답했다.
“너무 게임같이 들리실 텐데요, 제 생각엔 우리의 이런 상상 자체가 ‘꼼수’ 같아요.”
“꼼수?”
“호텔에서 마련한 ‘정식 탈출 도구’는 2층 어딘가에서 구할 수 있는 윙 부츠잖아요? 그런데, 은솔 누나가 호텔에 들어오자마자 이미 만들 수 있던 물건으로 탈출한다는 건 너무 꼼수인데.”
애매한 분위기에서 묵성 할아버지가 정리하고 이 화제를 끝냈다.
“대충 가능은 한데 확률이 매우 낮다 정도로 정리하자! 더 생각해서 뭐 하겠냐? 저런 소리를 듣고 지금 뛰어내려 볼 수도 없고.”
이 와중에 난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 페로에게 빙의해서 한번 날아서 확인해볼까?
이걸 위해서 주기적으로 페로에게 빙의하면서 나는 연습을 해봐야 할 것 같다.
*
파티타임 1일 차 오후
– 한가인
호텔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 축복의 성소로 들어가서 축복을 강화할 수 있는 사람을 확인했다.
김묵성, 이은솔, 한가인의 강화가 가능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Y/N)
상식개변 미디어에서 유산 선택의 시간까지 참가하고도 강화하지 못했던 묵성 할아버지, 이제야 처음으로 강화 기회를 얻은 은솔 누나, 그리고 유산을 얻은 나. 어느 정도 예상한 리스트가 나왔다.
‘네’를 누르고, 성소의 광채가 내려오며 의식이 날아갔다.
*
– 한가인
이제는 친근한 느낌마저 드는 올빼미.
“이번엔 유산을 얻어왔습니다!”
자랑하듯이 외치자, 올빼미는 다소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잘했다. 다만 앞으로는 실수를 줄이도록.”
“강림을 쓴 건 저도 아쉽게 생각합니다.”
강림에 관해서 설명해줄 수 있을지 살짝 떠봤다. ‘강림’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올빼미는 부리를 다물었다. 한마디도 해주지 않을 분위기다.
별수 없이 다른 화제를 꺼냈다.
“이번엔 ‘강력한 강화’를 얻을 차례죠? 어떤 능력입니까?”
“예전에 말했듯이 저주의 방의 해결에 큰 도움을 줄 힘이다. 방의 시나리오를 이해할 수 있지.”
“그리고 조언 자체에 대해서도 -”
“그만.”
… 단호하게 올빼미는 내 말을 끊은 후, 설명했다.
“‘너’를 위한 충고를 해주마.”
“경청하겠습니다.”
“조언의 존재 목적은 어디까지나 저주의 방 진행을 위한 것. 호텔이나 축복 자체, 탈출 방법 같은 부분은 조언의 존재 목적에서 다소 벗어난 남용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대답을 대체로 해주시지 않습니까?”
“해주었지. 네 기여도를 깎아서.”
!
방금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는데?
“네가 조언을 저주의 방 진행 외적인 용도로 사용할 때, 네 기여도가 소량 소모된다. 그런 활용이 꼭 나쁜 건 아니다. 필요하다면 기여도를 써서라도 호텔의 비밀을 파헤칠 필요가 있겠지. 하지만, 지나치게 ‘타인을 위해’ 조언을 쓰는 건 자제하는 게 좋을 것이다.”
“혹시 요전에 다른 사람들의 축복에 관해 물었을 때 대답을 피하신 이유는 -”
“내가 그 대답을 해줬으면 이번에 넌 강화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 감사합니다.”
“오해하지 마라. 조언을 저주의 방 내에서만 쓰라는 의미가 아니니까. 그런 의도였다면 애초에 저주의 방 밖으로 나오면 축복이 비활성화 됐겠지. 가능하면 ‘너 자신을 위해’ 쓰라는 이야기다. 명심해라. 나는 ‘네가’ 이 호텔의 끝에서 영광을 얻길 바란다. ‘너희 전부’가 아니고.”
“…”
“오늘 이후로는 꽤 오랜 시간, 어쩌면 마지막 순간까지도 날 만나지 못할 것이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축복이 강해질수록 점점 더 많은 기여도를 요구하지. 넌 앞으로 유산을 최소 두 개 얻을 정도의 기여도를 쌓기 전엔 날 만나기 힘들다.”
그 말을 끝으로, 내 의식은 순식간에 멀어지기 시작했다. 올빼미의 충고를 마음속에 새겼다.
‘조언을 지나치게 폭넓게 쓰는 행위는 내 기여도를 소모한다. 따라서, 조언은 가능하면 나 자신을 위해 쓸 것!’
… 어째서 이 장소는 우리에게 협력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분열의 씨앗을 계속 심는 걸까? 꼭 올빼미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을까? 모르겠다.
*
[한가인 – 지혜 -> ‘시나리오 이해’를 얻었습니다.]*
– 김묵성
“자네는 분명 자질이 있어! 물론 ‘내 나이에 뭔 놈의 자질’? 이런 생각을 할지 모르겠네. 하지만 명심하게. 호텔에 들어온 이상 자네가 얼마나 살지는 모르는 거야. 어쩌면 자네가 겪을 기나긴 서사시에서, 자네의 70여 년 인생은 고작 초반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
…
“인생이란 무엇인가! 필멸자의 인생은 짧고, 덧없지. 그러나 바로 그 연약함이 인간종의 위대함을 역설한다. 인간은 나약하기에 서로 힘을 모아야만 했고, 힘을 모았기에 문명을 일으킬 수 있던 것이 아닌가?”
아. 이 양반.
“그렇다면 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대들의 역사가 증명하지! 인류의 역사는 곧 문자의 발명에서 시작되었음이야. 입에서 나오자마자 사라지는 정보를 문자라는 형태로 남기고, 개인의 지식을 다수가 공유할 수 있게 됨으로써 문명이 시작되었네. 문자, 문자의 뿌리인 언어. 이 둘의 공통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예?”
“자네, 내 말을 집중하지 않았군. 날 더 실망하게 하지 말게.”
아니, 이 양반아! 30분째 일장 연설 중인데 내가 어떻게 계속 집중한다는 말이냐!
“문자와 언어의 공통점은 바로 소통을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지. 결국 소통이야말로 인류의 문명에 있어서 시작이자 끝이라네. 내가 자네에게 내린 축복의 의의가 바로 여기에 있지.”
“그…. 죄송합니다만, 그래서 제가 얻을 강화가 무엇입니까?”
“좋은 질문이야! 그걸 위해선 또 문자와 언어에 있던 한계, 그걸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기나긴 노력을 이해할 필요가 있지. 문자와 언어엔 어떤 한계가 있었는가? 이는 곧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인 태초의 문자, 상형문자가 표현하려 했던 형상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네.”
…
이 엄청난 덩치의 거인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설마하니, 이 거인이 이렇게 말이 많은 존재였을 줄이야!
앞에서 주절거리는 놈을 만나면 주저 없이 머리를 쥐어박아 왔고, 그래서 이 나이가 되도록 제발 혈기를 가라앉히라는 말을 들으며 살았다. 하지만, 아무리 나라 해도 키만 10M가 넘어 보이는 초월자의 머리를 쥐어박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결국 하염없이 인류의 문명 발전사에 대한 기나긴 강의를 들어야 했다.
기나긴 강의의 결론은 간단했다. 대화창으로 문자만 전달하는 식으로는 소통에 한계가 있으니, 이제부턴 시각, 청각 등 감각 자체를 전달할 수 있다. 이 새끼는 그냥 카톡방에 동영상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반나절 동안 하는 재주가 있구나!
심지어 아리의 오래된 피의 힘을 빌리면 지금도 이미 흉내 낼 수 있던 기능인데.
간신히 강의가 끝나자, 거인은 ‘또’ 충고를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겠네. 그간 자네를 살피니, 뭔가 알기만 하면 본능적으로 숨기려 들더군. 비밀조직에 오래 있다가 생긴 습관인가? 하지만, 이 호텔에서 적절한 태도는 아니라네. 이 장소는 결국 자네들이 한 몸이 되어야 나갈 수 있어. 좀 더 비밀을 털어놓는 게 어떤가? 내 축복, 이번의 강화는 그런 소통에도 또 큰 도움이 될걸세. 소통을 위한 첫 발자국은 두려울 수 있지. 물론, 자네는 내 나이에 새삼 무슨 두려움이 있냐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 나조차도 -”
제발! ‘한마디’라며! 이게 무슨 한 마디냔 말이냐? 말 좀 끊어서 해라. 숨이 막힌다 숨이 막혀!
결국 메이저 리그 경력이 있음이 분명한 거인은 기어코 30분을 더 떠들고서야 날 놔줬다.
*
[김묵성 – 소통 -> ‘생생한 소통’을 얻었습니다.]*
– 이은솔
와.
성소에 들어오자마자 넋이 나갔다. 여기 대체 뭐야? 온 천지에 금이 가득하고, 사방에 보석이 보였다. 진짜 나쁜 생각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보석과 금을 잡아들던 순간. 거대한 목소리가 공간을 메웠다.
“내 보물이 마음에 드느냐?”
고개를 돌리자, 거의 빌딩만 한 크기의 드래곤이 보였다.
… ‘부귀’, 드래곤. 이미지는 맞긴 하네.
“죄송합니다. 번쩍이는 금화에 순간적으로 홀렸네요.”
“죄송할 필요가 있나? 귀한 것에 끌림은 사람의 본능이지.”
다행히 화나진 않은 것 같다. 드래곤 근처로 움직였다.
“그간 네가 고생하는 걸 보니 다소 안타깝더구나.”
“솔직히 축복이 좀 아쉬웠습니다.”
“좀 그랬지?”
후원자 본인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진짜 너무한 것 아닌가요? 다른 사람들은 거창한 초능력인데, 전 그냥 현실의 물건 몇 개 얻는 정도. 심지어 총이나 제대로 된 냉병기도 얻을 수 없어요. 게다가 핸드폰에 깔린 어플 형태로 능력을 주니, 저주의 방 내부에선 아예 쓸 수도 없더군요. 방 내부엔 ‘그 핸드폰’이 없으니까요.”
“조금 미안하군. 하지만 이게 내 전략이거든.”
“전략이요?”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마. 호텔에서 참가자들이 통과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층이 몇 층이라고 보느냐?”
“어…. 아무래도 올라갈수록 어렵겠죠? 3층?”
“틀렸다.”
“그러면 1층입니까? 정보도, 스펙도 부족한 상태에서 부딪치니까?”
“틀렸다.”
“2층이에요?”
“그래. 설명해주마. 3층에 대해선 ‘상점 소녀’에게 설명 듣지 않았느냐? 3층에 도착하면 너흰 무조건 나갈 수 있다.”
“들었습니다.”
“무조건 나갈 수 있는데도 진행하는 놈들이 어떤 놈들이겠느냐?”
“통과할 자신이 있는 사람들?”
“맞다. 1~2층을 진행하며 유산을 이미 여러 개 얻고, 실력에도 자신이 있는 놈들만 진행하지. 그러니 성공률이 생각보다 높은 게 당연하다. 또, 1층은 너희가 극초반에 바로 탈락하는 걸 막기 위한 장치가 제법 있지.”
“그런 친절함이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만….”
“2층을 가보면 알게 될 것이다. 1층이 얼마나 ‘친절했는지’.”
… 숨이 턱턱 막혔다. 드래곤은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실질적으로 이 호텔에서 가장 어려운 장소는 2층이다. 그래서 나도 축복을 설계하며 맞춤 전략을 짰지. 바로, 2층에 도착하는 시점에 맞춰서 강력한 힘을 몰아두는 것! 이번에 네가 얻게 될 힘은 널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드래곤은 그 대화를 끝으로 날 내려보냈다. 의식이 떠오르면서 생각했다.
내 후원자, 드래곤은 마치….
게임을 하는 사람 같다. 우리는 저들의 말인 걸까? 우리가 말이라면, 후원자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
[이은솔 – 부귀 -> ‘탐욕의 손’을 얻었습니다.]*
파티 타임 2일 차 오후
– 한가인
의식이 몸으로 돌아오며 105호의 침대 위에서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제일 먼저 상태창을 확인했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34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 – 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3
시나리오 이해(*)]
크! 새로운 능력 떴다!
상당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대체 무슨 능력일까?
…
무언가 이상하다. 능력이 흐릿하게 표시되어있다. 작동시키려는 순간, 알람이 떴다.
[저주의 방 밖에서는 쓸 수 없습니다.]생각해보면 당연하긴 하다. ‘시나리오’를 이해하기 위한 힘이라고 했지? 특성 자체가 저주의 방을 깨는 데 특화된 힘. 방 밖에선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
이해는 하지만, 새롭게 얻은 능력을 즉시 써볼 수 없자 다소 아쉬운 생각이 들어 상태창을 이리저리 건드렸다.
?
뭐지?
[동료 상태정보(*)김아리(???) – ???. 혼돈재난관리국 1급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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