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05)
104화 – 파티 타임 (6) – 거짓으로 가득 찬 밤
* 파티타임 2일 차 저녁
– 한가인
축복을 강화하자마자 발생한 변화.
[동료 상태정보(*)김아리(???) – ???. 혼돈재난관리국 1급 요원]
우선, 내 정보와 비교했다.
[한가인(20) – 지혜. K 대학교 신입생]첫 번째 ???는 나이, 두 번째 ???는 축복.
즉, 아리의 나이와 축복이 미지수라는 사실.
솔직히 나이에 대해선 놀라지 않았다.
외견상 나이가 실제 나이와 다르리라는 추측은 진작부터 했으니까.
호텔 내부는 시공간이 마구잡이로 비틀린 장소.
이런 장소에 오래 있었다면, 나이를 몇 살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
정말 놀라운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축복이 ‘암시’가 아니라는 점.
그간 여러 차례 최면과 비슷한 능력을 보여줬는데, 이게 축복의 힘이 아니었나?
본인의 별도의 초능력인가? 모르겠다.
진짜 축복은 또 뭐지?
둘째, 상태창을 속일 수 있다는 사실.
어찌 보면 첫 번째 보다도 더 중요한 문제다.
상태창은 호텔이 만들어낸 권능인데, 이걸 속일 수 있다고?
이전엔 아예 대놓고 다른 정보를 보여줬고, 지금도 진짜 정보를 숨기고 있다.
근거는 없지만 막연한 추측이 떠올랐다.
호텔 바깥에서 얻은 초능력 따위로 상태창을 속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믿기에는 호텔 내부에서 겪은 일이 너무나 초월적이다.
어쩌면 이게 아리의 ‘진짜 축복’의 힘일지도 모른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가서 물어봐? 의미 없다. 아리가 거짓말을 하면 그만이다.
엘레나까지 데려가서 추궁해봐? 그건 완전히 싸우자는 말이다.
과거 한차례 갈등을 빚은 후, 우리는 관리국 팀을 추궁하지 않기로 암묵적인 합의를 한 상태.
지금 우리는 ‘관문의 방’이라는 매우 큰 도전을 앞둔 상태다.
이런 도전을 앞두고 싸울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그들이 숨기는 목적이 내게 해가 될지도 모른다.
혼란 속에서 나는 결국 조언을 쓰기로 했다.
‘갈등을 피하면서 의문을 풀 방법이 있습니까?’
[조언 : 3 -> 2] [왜 심리적으로 지고 들어가는가? 상대가 고민하게 만들어라.]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한참을 고민했다.
막 들었을 때는 뭔 소리인가 했는데, 생각해 보니 의외로 유용한 조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갈등을 피하고 싶은 건 나만이 아니다.
1층 초기라면 몰라도 지금은 내 능력이 아리에 비해 모자람이 없다.
남아있는 시련을 앞두고 갈등을 피하고 싶은 심리 역시 아리도 똑같다.
대등한 상황에서 나 혼자 전전긍긍하며 상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있을까?
고민을 아리에게 떠넘기기로 했다.
곱씹을수록 정말 ‘현자의 조언’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을 열고 식탁으로 향했다.
*
– 한가인
나가자마자 떠들썩한 환영을 받으며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의 주제는 역시 새롭게 얻은 강화된 축복의 효과였다.
묵성 할아버지는 맥주를 마시며 계속 대화창에 영상을 올리는 중이었다.
…
아니 대체 왜 자꾸 지렁이가 꿈틀거리는 사진을 올리시는 거지?
진짜 알면 알수록 처음에 가졌던 묵직하고 신비한 이미지는 다 깨진 지 오래다!
이거 무슨 인터넷에 혐짤 테러하는 걸 보는 기분이다.
대화창에 뜨는 영상이나 이미지는 피할 방법도 없었다.
송이는 그에 대항해서 페로의 사진만 열심히 올려댔다.
거의 10분간 지렁이와 앵무새 사진 속에서 밥 한술 뜨지 못하고 멍하니 시간을 보낸 후에야 대화창의 용량 제한이 끝났다.
이 와중에 아리는 밥 잘 먹네.
“…대화창 용량도 꽤 늘어난 기분이네요.”
“그런 것 같다. 이렇게 오래 장난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제발 할아버님. 이젠 이런 짓은 그만해주시길 바랍니다….”
한숨을 쉰 은솔 누나는 이번엔 자신이 얻은 힘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난 잘 모르겠어.”
“네?”
“이름부터가 거짓말 탐지 같은 명쾌한 명칭이 아니라 ‘탐욕의 손’이라 애매하잖아?”
“써보시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바로 그게 문제야. 나도 이 힘을 얻은 후로 가인이처럼 처음으로 ‘상태창’ 비슷한 나만 보이는 홀로그램이 나타났거든?
[탐욕의 손 : 1] 이렇게 쓰여 있어. 써보려고 하니 이런 알림이 떴어. [네가 원하는 것을 얻으리라]”“원하는 것을 얻는 힘? 어렵네요.”
듣고 있던 승엽이가 바로 대답했다.
“유산! 탈출! 그런 걸 원한다고 해보세요!”
“당연히 해봤는데, 바로 [불가]라고 뜨네.”
“음…. 능력의 한계는 당연히 있겠죠.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씁시다.”
“그래. 가인이 너는 어때?”
슬슬 내 축복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이 바로 타이밍이다.
“저는 쓸 수 없는 것 같긴 한데, 한번 시험해 보겠습니다.”
허공에 손을 올려서 뭔가 건드리는 시늉을 했다.
어차피 내 눈에만 보이는 상태창이니 다들 눈치챌 리가 없다.
“뭔가 평소와 내용이 좀 달라진 것 같긴 하네요.”
“내용?”
여기까지 말한 후, 나는 눈을 크게 뜨며 순간적으로 아리 쪽을 쳐다보고, 바로 시선을 원래대로 돌렸다.
아리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는 장면을 확인했다.
“뭐야? 뭐 바뀐 점 있어?”
“아니…. 아닙니다. 딱히 변화는 없습니다. 저주의 방 내에서만 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주의 방 내부라 혹시나 하는 말인데, 설마 관문의 방에선 쓸 수 없는 건 아니겠지?”
“설마요. 관문의 방도 저주의 방 강화판 아닙니까? 당연히 써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묵성 할아버지 한 명뿐이다 보니, 축복에 관한 이야기는 금방 끝났다.
식사 시간이 끝나자, 자연스레 누나가 노트에 적은 질문리스트를 들고 다가왔다.
…
이전이라면 주저 없이 썼겠지만, 올빼미에게 충고를 들은 후라 마음이 무겁다.
저주의 방 진행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질문은 내 기여도를 소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상태다.
우선 첫 번째 조언은 내 축복에 대해 알아보려고 썼다고 둘러댔다. 쓴 건 사실이니까.
누나가 적은 질문리스트를 보는 순간 숨이 탁 막혔다.
맨 위에 적힌 질문.
‘탈출 루트 2가 정문이라면, 1도 어딘가 있을 것이다. 힌트 달라.’
내가 잠시 말문을 잃은 사이, 옆에서 진철 형이 끼어들었다.
“아까도 든 생각인데, 이건 ‘모르는 사실에 대한 정보를 달라’는 질문 아닙니까? 이상한 대답이 나올 것 같은데.”
은솔 누나는 무언가 미묘한 표정으로 답했다.
“꼭 모른다는 보장은 없지. 어쩌면 알면서도 놓쳤을 수도 있잖아?”
뭐지? 내가 엘리베이터에 관한 정보를 숨긴다는 걸 알았나?
당황해서 은솔 누나를 유심히 살폈다.
?
은솔 누나는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관리국 팀을 살짝 쳐다보고 있었다.
이거 대체 뭐지?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조언을 쓰길 바라는 분위기다.
… 잠시 고민 후,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엘리베이터에 대한 정보를 영영 숨길 수 없다.
애초에 엘리베이터 쪽 탈출 루트는 그냥 계기판 하단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단지 엘리베이터를 뒤진다는 생각 자체를 나만 했을 뿐이다.
어차피 ‘비밀번호’, ‘방호복’ 없이는 무의미한 루트. 이쯤 해서 위치는 알려도 괜찮겠지.
아까처럼 상태창을 쓰는 시늉을 했다.
“놓친 장소를 살펴보라는 조언이 나왔네요.”
“놓친 장소?”
“그런 게 있었나?”
다들 고개를 갸웃갸웃했다. 어차피 곧 떠올리겠지.
지하, 1층은 이미 뒤졌으니, 남은 장소가 엘리베이터라는 점은 금방 떠올릴 것이다.
오랜만에 엘리베이터 탈출 루트를 떠올려보니 나도 ‘진짜 의문’이 생겨났다.
탈출 루트 1은 엘리베이터에서 방호복을 입고 비밀번호를 누르면 사용할 수 있다.
방호복은 HP마켓에서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아차린 상태다.
비밀번호 ‘87439124’도 과거 데스크를 뒤져서 찾아냈다.
이걸로 탈출 조건이 다 충족된 상태인가?
‘마켓에서 구한 방호복을 입고 비밀번호를 누르면 탈출할 수 있을까?’
[조언 : 2 ->1]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실험해봐라.]낙하산과 관련된 질문을 했을 때와 같은 답변.
…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탈출 루트 1 엘리베이터, 탈출 루트 2 정문.
두 루트 모두 ‘정식 탈출 도구’는 따로 있다.
정문의 탈출 도구는 ‘윙 부츠’, 엘리베이터의 탈출 도구는 ‘방호복’.
이 도구들은 호텔 내에서 얻어내야 하며, 아마도 초자연적인 도구인 듯하다.
HP 마켓을 통해 얻어낸 일반적인 물건으로도 탈출 시도는 할 수 있지만 성공률이 높지 않다.
어쩌면, 진철 형처럼 극도로 강한 신체 능력을 갖췄거나, 아리처럼 자체적인 비행 능력을 갖춘 사람만 저런 일반적인 물건을 통한 탈출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정도로 고민을 끝낸 후, 프런트 데스크 쪽으로 향했다.
데스크 근처에서 서성거리며 다소 우울한 생각을 했다.
내가 점점 거짓말쟁이가 되어가는구나….
엘리베이터 탈출 루트도 숨겼고, 이젠 내 조언의 특성도 숨기기 시작했다.
상태창이 동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가짜 조언을 쓰기까지 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거짓의 비가 내 마음을 서서히 물들인다.
한번. 다시 한번.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또 한 번.
거짓말이 점점 쌓여간다.
이래서야 진짜 동료라고 할 수 있을까?
단순히 감정적인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강해지는 만큼, 호텔 동료들도 여러 가지 초능력을 얻는다.
언젠가 그들이 내 거짓말을 알아차린다면, 그때는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복잡한 마음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 봐?”
“흡! 누구 – 아리네. 아니, 넌 무슨 발걸음 소리도 안 내고 다니냐?”
“그냥 걸어왔는데? 네가 너무 생각을 깊게 해서 알아차리지 못한 것뿐이지.”
“그런가? 나한테 뭔가 할 말이라도 있어?”
아리 역시 어딘가 피로한 표정으로 내 옆에 서서 정문 밖의 밤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알잖아.”
“…”
“그냥, 이런저런 옛날이야기나 좀 해볼까 하고.”
올빼미 대현자님 감사합니다.
과연! 아리가 스스로 대답하러 왔습니다!
올빼미에 대한 존경심이 피어나던 순간.
갑자기 호텔의 불이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이지? 하필 이 타이밍에!
*
– 이은솔
식사 후, 다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쉬기 시작했다.
혼자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면서 생각했다.
대체, 이놈의 ‘탐욕의 손’은 뭐 하는 능력이란 말인가!
용은 굉장히 자신만만하게 결코 실망하게 하지 않을 강력한 힘이라고 말했는데, 그런 힘이면 좀 설명이라도 해주지.
건드려봐도 설명은 똑같다.
[네가 원하는 것을 얻으리라.]뭐라는 거야? 그런 것 치고는 유산, 탈출같이 진짜 바라는 건 또 [불가]란다.
…
원하는 것이라….
금방 떠올랐다. 무기지 뭐.
이런 험한 장소는 결국 개인의 전투력이 필요하다.
나도 좀 쓸만한 무기를 얻고 싶다고! 가능하면 좀 쉽게 쓸 수 있으면 좋지.
[탐욕의 손 : 1 -> 0]?
[이루어졌다.]???
지금 대체 뭐라는 –
—왜애애애애앵!
갑자기 거대한 알림 소리가 호텔 전체에 울렸다.
경악해서 일어서는 순간, 105호 내부의 디스플레이에서 알림이 떴다.
/참가자의 요청으로, 파티 타임이지만 깜짝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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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이벤트 : 악몽(惡夢)/
… 이거 내 책임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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