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09)
108화 – 파티 타임 (10) – 작전 회의 (2), 행운이란 무엇인가
* 파티 타임 3일 차 저녁
– 한가인
“2층 이야기도 신기하긴 한데, 이쯤 하고 관문의 방에 더 집중하자. 아리 설명은 기억하지? 이제 전략을 세워보자.”
누나의 말을 듣고 다들 현실로 돌아왔다.
2층은 결국 나중 이야기. 당장은 관문의 방부터 신경 쓸 일이다.
나름대로 관문의 방의 특징을 메모했다.
첫째, 저주의 방이 연속된다. 휴식은 사이사이 잠깐씩만 있다.
둘째, 중도 탈락자는 한 명이라도 관문의 방 전체를 최종 통과해야 부활할 수 있다.
셋째, 죄수는 없는 듯하며, 보상도 유산이 아니다.
“이 정도로는 무슨 작전을 세우기가 어려운데? 개별 방의 내용을 전혀 모르니까 잘 모르겠어. 다른 특징은 몰라? 방이 몇 개인지도 몰라?”
아리도 이리저리 궁리하는 듯했지만, 시원찮은 대답이 나왔다.
“오히려 2층은 직접 경험해봤지만, 관문의 방은 전해 들은 것뿐이라…. 게다가, 이젠 다들 알겠지만 내 첫 번째 파티는 정보를 그리 친절하게 공유하는 분위기도 아니었어.”
조언에 심리적으로 의존하지 않기로 마음먹긴 했지만, 지금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관문의 방을 대비하기 위한 조언을 줘.’
[조언 : 3 -> 2] [수능 대비는 모의고사 분석으로 시작된다.]… 순간 말문을 잃었다.
관문의 방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한 상태에서 조언을 구했으니, 기묘한 대답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건 짐작 했지만, 이건 좀 심한 게 아닌가?
질문과 답변의 내용을 동료들에게 전했다.
듣자마자 진철 형이 한숨을 쉬었다.
“진짜 그 올빼미라는 놈은 무슨 스핑크스냐? 맨날 이렇게 퀴즈 풀이를 시키다니.”
“맨날은 아니고, 지금처럼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질문하면 이런 식입니다.”
“하지만 이 호텔에서 정보는 항상 부족하잖아!”
“그게 문제죠.”
차근차근 생각해봤다.
수능이란 당연히 관문의 방을 말하는 것이겠지?
모의고사란 저주의 방을 말하는 걸까? 그렇게 해석하면 조언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여태껏 진행한 저주의 방의 교훈을 되새겨라.]“수능은 관문의 방을 말하는 것 같고, 모의고사는 저주의 방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 지나쳐온 저주의 방을 다시 되새겨보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은솔 누나가 답했다.
“나도 비슷하게 생각은 했는데….”
“그간 조언을 들으며 느낀 건데, 조언에는 이유 없는 단어나 비유는 전혀 없습니다. 모든 단어, 모든 비유에 다 의미가 있죠. 여러 가지 비유가 존재하는데 하필 ‘수능과 모의고사’라는 비유를 든 건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럼 우리 중 최고의 입시 전문가 가인 군이 생각하는 이유는 뭔데?”
“입시를 떠올려보면, 보통 모의고사에서 나온 문제가 유사하게 수능에서 또 나오거든요. 아마 이미 진행한 저주의 방들이 유사하면서도 약간 변형해서 관문의 방에서 또 나올 모양입니다.”
“그러면 저주의 방을 하나하나 복습하면서 주의할만한 키워드를 뽑아보자. 101호는 어때?”
“기묘한 가족, 상식개변 미디어. 여러 가지 키워드가 떠오릅니다. 가장 먼저 중요했던 건 순발력. 시작과 동시에 정신 공격이 시작되니까, 바로 행동할 필요가 있죠. 다음으로는 추리력. 올바른 장소를 찾아야 하죠.”
“102호는 내가 말할 수 있겠다. ‘방심’이지. 공포의 저택은 101호처럼 템포가 빠르진 않았어. 첫 시도 때는 별일 없이 첫날밤이 지나갔고, 시나리오가 바뀐 후로도 하루 이틀은 별일 없이 지나가는 식이지. 그러다가 긴장이 풀려서 어? 하면 돌이킬 수 없는 함정에 빠지는 식.”
듣고 있던 송이가 입을 열었다.
“103호, 인간 목장의 키워드는 ‘의심’인 것 같아요. 눈앞의 현실 전체에 대한 의심. 주어진 무대 자체가 거짓이나 환상일 수 있다는 마음가짐. 사실, 의심병 환자 같은 마음가짐이긴 한데 호텔에선 필요한 것 같네요.”
104호는 뭘까?
“104호는 뭘까요? 유일하게 해결하지도 못했고, 스킵하기로 한 방이라 이쪽은 감이 오질 않네요.”
아리가 대답했다.
“열린 사고? 하늘의 딸은 모든 방을 통틀어서 대적자중 가장 강하다고 볼만한 존재인데, 그런 힘을 가지고도 가장 은밀하게 행동했다는 점에서 ‘외부의 눈치를 본다.’ 이런 요소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지.”
“무대 밖을 보라?”
“그냥 내 짐작이야. 사실 104호는 진행 해본 적이 없으니까. 막상 진행해 보면 전혀 다른 게 핵심일 수도 있지.”
“이 정도로 정리합시다. 어차피 상세한 내용을 모르는 이상 이런 주의점 몇 개 고민하는 정도가 최선인 듯합니다.
우린 시작과 동시에 들어오는 공격에 대응할 만큼 순발력이 있어야 하고, 배배 꼬인 시나리오를 분석할 수 있는 추리력도 있어야 하고, 눈에 들어오는 모든 걸 의심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와중에 창의적인 생각까지 해야 하네요.”
진철 형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거 사람 맞냐?”
“잘해봅시다. 뭐 잘 안 풀려봐야 죽기밖에 더 하겠어요?”
웃으면서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그렇게 오늘의 모든 회의가 끝났다.
다음날, 파티 타임 4일 차는 모두가 약속했듯이 각자 쉬거나 훈련하면서 보냈다.
* 파티 타임 4일 차 새벽
– 박승엽
답답하다.
언젠가부터, 나는 항상 내가 답답했다.
왜 나는 이렇게 바보 같을까?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운동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게임도 확실히 잘하는 것도 아니다.
엄마아빠가 다그칠 때마다 날 방해하지 말라고 외쳤지만, 흥분이 가라앉고 나면 나 자신도 알았다.
하다못해 롤이라도 중학생 챌린저쯤 됐으면 부모님이 믿어주셨겠지. 결국 내가 하는 모든 게 수준 이하니까 주변에서 간섭할 수밖에 없다.
호텔에 와서도 달라진 점은 없다.
맨 처음, 기묘한 가족에서 운 좋게 탈출. 그때만 해도 뭔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똑같다. 그냥 똑똑하고 강한 사람들 뒤를 따라다니면서 얹혀있는 역할.
난 어딜 가도 버스 승객처럼 얹혀가면서 사는 걸까?
악몽 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첨벙!
“이것 참, 이번 친구는 꽤 음침하네.”
누군가 내 손을 잡고 끌어올렸다.
주변을 돌아보자 망망대해를 떠도는 요트에서 깨어난 내가 있었다.
내 앞에는 나랑 비슷한 나이대의 소년이 보였다.
어딘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보니 밀짚모자가 어울릴 것 같다.
“넌 누구야?”
“네 친구지! 보통은 그냥 두고 보면서 성소에서만 만나는 편인데, 네가 파고드는 게 너무 심해서 결국 한번 찾아왔어.”
“친구? 갑자기 무슨 -”
‘성소에서만 만나는 편’
그제야 내 앞의 소년이 누구인지 알았다!
“헉! 후, 후원자분이신가요? 죄송합니다. 예전과 생김새가 달라지셔서 -”
“그때는 카드 모양이었던가?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모습 중 하나지. 그냥 편하게 ‘다이스’라고 불러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도구거든.”
소년은 장난스럽게 주머니에서 주사위 둘을 꺼내더니 휙 굴렸다.
당연하다는 듯이 66.
“내가 왜 널 보러 왔을 것 같아?”
“제가 너무 못해서인가요.”
“못해서보다는 답답해서로 하자. 이렇게 성소 바깥에서 만나는 일은 상당히 힘든 일이거든. 내가 제법 힘을 쓰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네가 거의 죽기 직전이라 가능한 만남이지.”
다이스는 주사위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왜 그렇게 항상 우울해?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항상 그런 생각만 가득 차 있고. 이래서야, 행운조차 같이 죽어버리잖아.”
“우울해지고 싶어서 우울한 게 아니라, 우울한 일이 생기니까 우울하죠. 안된다고 생각해서 안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다 안 되잖아요.”
“와! 방금 문장 한 음절 한 음절이 다 숨이 턱턱 막혔어!”
“…”
“뭐가 그렇게 우울한데? 이곳엔 널 괴롭히던 동진이나 명환이도 없고, 널 이해하지 못하던 부모님도 없잖아.”
“걔네 이름은 갑자기 왜 꺼내시는데요!”
“자, 화내지 말고 생각해봐. 네가 생각하기에, ‘박승엽’은 어떤 사람이지?”
“네?”
“재능도 부족하고, 그런 주제에 성실함도 부족해. 바깥에서도 그랬고, 호텔 내에서도 그렇지. 온통 부족하니까 네 주변에도 악질적인 놈들이 꼬여. 부모님도 널 믿지 못하지.”
“절 아예 자살시키는 게 목적이신 건가요….”
“아하하! 그럴 리가? 반대야! 그런 네게 가장 완벽한 답을 내가 준비해뒀다는 이야길 하는 거지. 사실, 난 네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 골랐거든.”
?
후원자는 마치 본인이 나를 골랐다는 듯이 말했다. 축복은 호텔에 들어오던 첫날 ‘내가’ 조각을 집으며 정한 게 아니었나?
다이스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깊게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 싫어하지? 매일 10시간씩 우직하게 노력하는 것 싫어하지? 솔직히 말해.”
“…네”
“바로 그거야! 넌 그런 짓을 안 할 것 같아서 골랐거든. 말하자면 이런 거지. 모르는 문제가 나와서 주사위를 굴렸어. 주사위는 3이라고 떴지. 그러면 3을 찍으면 답이다. 그게 행운이야.
어설프게 생각하는 친구들은 이런 짓을 해. 주사위는 3? 그렇지만 OMR 카드를 살펴보니까 이미 3번이 너무 많은데? 역시 4번이 맞겠지? 이런 병신 짓을 하면서 답 사이를 피해 가지.”
“생각하지 말라는 건가요?”
“이미 한번 경험했잖아? 호텔랜드 끝나고 총쏘기 할 때, 네가 의식적으로 뭘 쏘려고 하니까 은 풍선이 터졌고, 아예 의식하지 못한 채로 실수로 쐈을 때 황금 풍선이 터졌지. 결국 요지는 믿음과 근거 없는 자신감이지.”
“네?”
아까부터 느꼈는데, 나도 애지만 이 신도 아이 같다. 하는 말이 중구난방에, 이리 튀었다 저리 튀었다 하니까 이해하기가 힘들다.
“믿어! 믿음으로 살아. 내가 곧 행운의 신이고, 내가 널 골랐어. 너는 곧 최고의 행운아인데, 왜 본인의 행운을 그렇게 못 믿어?”
“그건 평소엔 % 가 부족해서 행운을 발동시키지 못하니까 -”
“행운은 평소에도 너와 함께 하고 있어. 그 스킬은 단지 현실을 뒤엎을 정도의 ‘압도적인 행운’이 필요한 순간을 위해 존재할 뿐이지.”
“평소에 운이 좋다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문제야. 이제부터 내 말에 대답해! 알겠어?”
“네, 네!”
“믿음 소망 사랑 그중 제일은?”
“예? 어…. 사랑?”
“운이지.”
“예?”
“세계평화, 부귀영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리 누나 중에 제일은?”
“자꾸 놀리지 마세요!”
“운 좋으면 다 얻을 수 있어. 운이야.”
“아까부터 아예 보기에 없는 걸 고르시는 이유가 -”
“이런 느낌. 알겠지?”
대체 무슨 느낌이냐고 미친 새끼야!
“지금 무슨 미친 소리냐고 생각했지?”
“…”
“생각을 하지 마. 느낌 가는 대로 행동해. 비트에 몸을 맡겨!”
“네? 뭐라고요?”
다이스는 내 팔을 휙 끌더니 요트 끝으로 다가갔다.
아까부터 혼란스러워서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다!
“여기서 바다로 뛰어들면 어떻게 될까?”
“전 수영을 잘하지 못하니까 빠져 죽겠죠.”
“갑자기 바다 거북이가 널 구해서 섬으로 데려다줄 수는 없어?”
“말이 되는 이야기를 -”
“왜 말이 안 되지? 그럴 수도 있는데. 왜 자꾸 생각해? 솔직히 너, 별로 똑똑하지도 않잖아?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 자꾸 돌리지 말고, 그냥 믿어. 밑에는 바다 거북이가 있고, 널 섬으로 데려다줄 거야.”
그 말과 함께 다이스는 내 팔을 집어서 바다로 집어 던졌다!
“야 이 개 좆같은 새끼야아아아아!”
“예아!”
“나 죽는다고 시발 놈아!”
“바닷속을 자세히 봐봐. 어쩌면 인어가 있을지도?”
…
—벌떡!
아찔한 기분과 함께 정신을 차리자, 105호의 침대로 돌아온 나 자신을 발견했다.
고개를 숙이고 내 몸을 살폈다. 예전보다도 더 얇고 허약해진 몸. 어질어질한 머리.
아, 개판이네. 내 후원자는 진짜 미친 새끼인 것 같다.
하지만 바다에는 거북이가 있었다.
그냥 바다에 뛰어들었더니 우연히 바다 거북이가 있고, 우연히 거북이가 날 살려줬다고? 어떻게? 말이 되냐? 개연성 어디?
필요 없다.
거북이가 있으면 있는 거다. 의심, 불신, 생각. 이런 것들은 행운의 적이다.
손을 펼쳤다. 주사위가 있었다. 가볍게 책상 위로 던진 후, 105호 바깥의 형 누나들을 보러 나갔다.
주사위를 확인하진 않았다. 내가 던지면 당연히 6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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