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1)
10화 – 101호, 저주의 방 – ‘기묘한 가족’ (5) Fin
10화
아침부터 요란한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아! ㅅㅂ 진짜 내가 안 간다고 몇번을 말해? 엄마는 귀가 먹었어?”
“승엽아. 엄마가 너보고 게임 갑자기 탁 멈춰라.
그게 아니야… 엄마가 어제 기사를 읽었는데, 승엽이는 항상 롤 프로게이머 할거라고 했지?
롤 프로게이머들 상당수가 해외에 나가서 돈을 번다더라. 유럽, 미국 이런 데에서 돈을 그렇게 잘 준다네.
그런데 승엽이가 나중에 프로 하다보면, 그때 가서 영어 처음부터 하려면 얼마나 힘들 겠어.
엄마는 승엽이가 아직은 조금 여유가 있을때, 영어만이라도 조금 해뒀으면 좋겠어.”
“나 그런 학원 다닐 생각 없다고 했잖아.”
“엄마 말 좀 들어봐라. 그 학원이 그렇게 영단어를 잘 박아준다는데, 딱 두달만 다녀보자”
“영어를 박아?”
“응, 거기 선생님이 애들 피부에 영단어 잘 박으시기로 아주 소문이 났어.
승엽이는 똑똑하니까, 딱 두달만 다니면 기본 단어는 다 뗄거라고 엄마는 믿어”
오늘따라 이상한 단어를 많이 듣는다. 피부에 영단어를 잘 박으신다니?
머리에 영어를 쏙쏙 넣어준다는 말을 특이하게 표현한것 같다. 물론, 쏙쏙 넣어주시든 훅훅 넣어주시든 내가 알바 아니다.
더 이상 엄마와 무슨 말을 할 생각이 안 들어서 문을 닫고 방에 들어갔다.
오늘도, 점심식사는 걸렀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드디어, 꿈의 티어 다이아에 한발짝 다가서지 않았는가!
이 정도면 신동중학교 롤 단톡방에 나보다 높은 티어는 두명밖에 없다.
5시 무렵, 토요일인데도 늦은 시간까지 잔업을 처리했다는 아빠가 돌아오셨다.
쿵쿵쿵쿵
“승엽이 너! 당장 방문 열고 안나와!”
아빠의 화난 목소리가 들린다. 진짜 왜 아빠는 나만 보면 화낼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건지 이해가 안간다.
그래도 또 머리를 얻어맞을 생각은 없어서, 일단 나갔다.
“아 왜요.”
“너, 엄마에게 다 들었다. 아빠랑 엄마가 찾아본 잉코 어학원도 안간다고?
거기에 뭘 잘했다고 점심도 거르고 방에 틀어박혀있는건지… 내가 정말 이해가 안간다!”
아, 짜증난다. 내가 부모님에게 뭐 대단히 비싼 뭔가를 부탁드린 것도 아니고,
그냥 알아서 롤 연습 하면서 꿈을 키워가는 것 뿐인데, 왜 엄마도 아빠도 날 못 괴롭혀서 안달인 걸까.
이해가 안가. 이 꼰대들은 진짜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말만 하면 프로게이머, 프로게이머. 정말 나는 그 말을 들을때마다 속이 탁탁 막힌다.
아빠가 바보인줄 아냐? 나라고 안찾아봤겠냐? 유명한 선수가 방송 나와서 말하더라.
그 점수? 티어? 그게 최소한 마스터는 달아봐야 프로니 뭐니가 되는거지, 무슨 플레티넘?
그런 점수로는 어디 연습생으로도 못들어간다고.”
“아빠엄마가 방해만 안했어도 다이아는 달았다고 말 했잖아!!!!!!!!!!!!!!!!!!!!!!!”
“너 이 자식 진짜 또!!!!!!!!!”
순간적으로 고성이 오갔다. 그리고 침묵. 나도, 아빠도, 소리만 지를 뿐 여기서 더 뭘 하는 성격이 아님은 서로 알고있다.
어찌 됐든 아빠에게 소리를 질렀다는 생각에, 조금은 미안해져서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1,2분 정도 지났을까? 어느샌가 아빠가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승엽아… 아빠가 너를, 응 뭐 괴롭히고 그러는 게 아니야. 영어 공부 좀 하고, 또 남자애가 운동도 좀 하고.
이런 거는 네게도 너무 좋은 일 아니냐. 승엽이가 항상 프로게이머 한다 길래 아빠도 참 많이 찾아봤어.
프로게이머도 영어 잘하면 얼마나 취업길이 넓은지 아니? 게다가 경기, 그것도 다 체력이다?
수준 높은 선수들은 하루에 온 정신 쏟아서 경기 4판 5판씩 하는데 이런 게 다 체력이지.
아빠가 하나 좋은 거 봐뒀다. 같이 좀 가보자.”
싫다고 하면, 또 아까처럼 소리나 지르시겠지. 그냥 바람이나 쐰다 생각하고 대충 후드티 입고 나왔다.
간만의 주말인데 대체 왜 이렇게 짜증나는 일만 생기는지. 이번 주말이 딱 다이아 찍는 각이었는데!
사실 엄마아빠가 방해만 안했어도 몇주전에 진작 찍었을 점수다.
나와서 아빠랑 같이 걷다보니, 아빠가 예전에도 이야기했던 복싱 이야기를 꺼냈다.
“요 근처에, 복싱 도장 하나가 괜찮아요. 아빠가, 아빠도 어릴때 학교 다니면서 짖궃은 친구들이 많아서 마음고생 많았어.
그런데, 남자는 결국 뭐다? 체력이다. 복싱 도장 2,3개월만 다니면, 지금 승엽이에게 토다는 친구들 싹 사라진다니까?
게다가 체력을 기르면, 그 게임도 더 집중력 오래 유지하면서 잘하고, 다 할 수 있어요. 자. 저쪽 저 도장 다왔네.”
한숨을 내쉬며 아빠가 가르키는 방향을 보는 순간, 당황했다.
비명 소리, 울부짖는 소리, 피가 튀는 소리. 저게 대체 뭐지?
덩치 큰 거한이 주먹으로 아이들을 반 죽일 기세로 두드리는게 보인다.
내 또래의 아이들이 울부짖으며 도망다닌다.
피로 범벅이 된 미친 거한이 뭔가 상상도 하기 싫은 것을 찍찍 씹으면서 아이들을 쫓아다니다가 아버지를 보고 입꼬리를 주욱 찢으며 다가왔다.
“햐! 요즘도 도장만 보면 기분이 확 사는구만. 저게 복싱이지. 얼마나 남자답니?
원래 요즘 애들은 저런데 가서 이빨 서너개 탁 뽑고, 팔다리 한두개 뒤로 딱 꺾이면, 그러면 그게 남자 되는거지.”
“하하하, 이거 또 아버님이 잘 아시는군요. 요즘 애들이 기가 약하다, 마음이 허하다, 이런것들,
그저 도장에서 한달만 구르다 보면 탁! 고쳐집니다. 원래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 아니겠습니까?
이빨이야 뽑히면 임플란트 꽂으면 되는거고, 팔다리야 어린 친구들은 금방금방 낫습니다. 마음이 고쳐지는게 중한것이죠.”
“히야, 원장님 말씀을 들으니 제가 마음이 탁 놓입니다. 승엽아 들었-”
뒤도 보지 않고 달렸다.
오늘 내내 부모님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순간에야 확신이 섰다. 대체 뭐지? 원래도 좀 꼰대들이긴 했는데…
오늘은, 정말로 이상하다. 이건 꼰대가 아니라 광인의 그것과도 같다.
정말로 – 부모님이 정신이 나간것 같다.
집에 돌아오자,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승엽아! 아빠랑 도장 잘 보고 왔니? 아빠가 거기 좋다고 얼마나 말하시던지! 엄마가 저녁도 준비 해뒀어. 여기 맛있는-”
딱. 거기까지 듣고, 뒷말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문으로 들어가서 걸어잠궜다.
엄마가 준비해뒀다는 ‘저녁식사’에서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걸 듣는 순간 방에서 나갈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쿵 쿵 쿵 쿵
누군가 문을 두들기나? 아니구나. 내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소리다.
대체 뭐지?
덜덜덜 떨면서 문 뒤에 숨어있길 30분 정도, 갑자기 – 이상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이상한 사람들.
덩치 하나는 무지하게 큰 아저씨, 천사같은 미모의 누나, 다람쥐상의 귀여운 누나, 생기긴 잘생겼는데 항상 허공만 뚫어지게 보는 이상한 형, 학교 선생님 같은 느낌의 무서운 아줌마.
누굴까. 그냥 상상이라기에, 너무 얼굴이 뚜렷하게 떠오른다.
좀 더, 좀 더 생각했다.
아침, 어제 아침이었나? 자고 일어났는데 무서운 건물에서 깨어났다. 괴물같은 원숭이로부터 도망쳤는데, 덩치 큰 아저씨가 구해줬지. 이상한 형을 따라가다가…
많은 대화를 한 것 같다. 대화를 했나? 수 없이 많은 생각의 공간에 나 혼자 푹 담겨있다 나온 것 같기도 하다. 혼란스럽다. 무섭고, 이상하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이번에는, 심장소리가 아니다. 명백한 문소리. 부모님은 저렇게 무식하게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그 순간에야 마침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기는 집이 아니다. 저 사람들은 부모가 아니다.
창문을 열고, 방충망을 뜯어냈다. 3층. 뛰어내리기엔 너무 높은 높이.
더 기다리면 저 밖의 ‘무언가’에게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심장이 멎을 것 같다.
다행히 고개를 둘러보자 차 한대가 보였다.
뛰면서 잘만 하면, 차 위로 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승엽아 ”
이제는 미쳤다는 걸 숨길 생각도 안하는구나
정신없이 뛰어서 차 위로 떨어졌다. 다음 순간 온 몸이 부서지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비명이 나왔다.
영화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한 수십층 위에서 떨어지고도 일어나서 뛰었는데 역시 내가 그런 건 아니구나.
눈물이 쏟아진다. 너무 무섭다. 대체 여긴 어딜까? 저 사람들은 누굴까?
너무 아프다. 아파도 뛰고 뛰고 또 뛰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주변이 전부 사라졌다. 마치 어둠 속에, 나 혼자만 남은 것처럼…
/당신은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나이 중학교 2학년! 당신은 기묘한 부모님과의 대화와 접촉을 철저히 차단하고,
소환사의 협곡에만 몰두함으로서 오염을 억제하여, 마침내 부모님의 이변을 눈치 채는 데 성공했습니다.
역시나, 기묘한 가족의 가짜 광기로는 질풍노도의 미친 중학생을 당할수는 없는 것이지요.
당신은 저주로부터 탈출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저주의 근원은 남아있는것을 느낍니다.
동료 중 탈출 성공자 발생! 축하합니다! 탈출 성공자가 발생하여, 구성원 전원이 무사 귀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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