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14)
113화 – 107호, 관문의 방 – ‘마녀의 숲’ (4)
– 한가인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37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7호(관문의 방)
현자의 조언 : 3]
화로에서 불이 타오르며 타닥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움직이던 동료들도 여기저기 앉아서 쉬기 시작했다.
“가인아.”
“할아버지?”
“시나리오에선 뭔가 알려주는 게 없냐?”
“그러게요. 시키는 대로 주택에 들어왔는데, 아직 다음 내용이 뜨질 않아요.”
내 옆에 기대있던 아리가 대답했다.
“영화 같은 느낌으로 생각해보면, 아직 때가 아닌가 봐.”
때라…. 조만간 뭔가 시작되는 걸까?
아리는 뭔가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 열차에서 권총만 다섯 자루나 챙겼는데! 투명 배지도 4개나 챙기고. 그게 다~ 날아가다니.”
첫 번째 시련, ‘도플갱어 열차’에서 유산을 제외한 모두의 아이템은 복제되었다.
권총은 물론, 배지나 펜, 장갑 등도 가짜들에게 전부 지급되었다.
아리는 이걸 하나하나 주우면서 넘어왔지만, 안타깝게도 첫 번째 시련이 끝나자 복제된 물건들은 전부 사라졌다.
“애초에 그 권총, 네 팔다리를 떼어가며 얻어낸 물건이잖아. 나름대로 귀한 물건 취급인데 그렇게 쉽게 복제해줄 것 같진 않았어.”
“그건 그래. 그나저나 ‘마녀의 숲’이라면 역시 마녀가 나오겠지?”
“그렇겠지.”
듣고 있던 송이가 끼어들었다.
“마녀를 죽여야 하는 걸까요?”
“글쎄? 우리끼리 바로 판단하지 말고 내 ‘시나리오 이해’를 참고해서 진행해야 실수가 없을 것 같아.”
“배고픈데 뭔가 먹을 것 좀 찾아볼까?”
그 말과 함께 은솔 누나가 일어서서 부엌 쪽으로 향했다.
그 순간, 알림이 떴다.
/지금부터 두 번째 시련이 끝날 때까지 참가자의 유산을 봉인하겠습니다./
첫 번째 시련에선 축복 봉인, 두 번째 시련에선 유산 봉인.
번갈아서 봉인하는 구조인가?
알림과 함께 ‘시나리오 이해’가 다시 점멸하기 시작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시나리오 : 관문의 방 – ‘마녀의 숲’
수상한 주택에서 휴식을 취하던 일행은 요깃거리를 위해 찻장과 서랍을 열었다.
내부에서 발견한 심상찮은 흔적들! 일행은 위기를 감지했지만, 이미 늦었다.
마녀가 저택으로 다가온다. 마녀의 위협에서 일행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다음 내용은 자정에 확인해 주세요./
??? 갑자기 무슨 –
“으아아아악!”
귀를 찌르는 듯한 비명! 다들 놀라서 부엌을 바라보자, 은솔 누나가 찻장을 연 채로 덜덜 떨고 있었다.
묵성 할아버지가 달려가서 주변을 확인했다.
“에라이 시이이바아알! 은솔아, 나와라!”
바로 터져 나오는 욕설. 대체 뭐야?
“대체 뭡니까?”
“이 집 주인은 미친 식인종이다. 그릇마다 사람 시체가 가득하다!”
나도 억지로 일어나서 쳐다보다가 바로 고개를 돌렸다.
락앤락 같은 투명한 그릇엔 사람 눈알이 가득했고, 여기저기엔 사람의 신체 일부가 가득했다.
‘마녀’의 실체에 다들 소름이 돋을 때쯤.
숲 전체의 야수들이 짖기 시작했다.
—컹! 컹!
—아우우우!
내게 친화의 축복은 없지만, 축복 없이도 이 외침의 의미는 이해할 수 있었다.
공포에 질린 울음소리! 괴물이 나타났으니 다 도망가라는 야수들 나름의 신호가 틀림없다.
끔찍한 분위기 속에서 다들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철 형이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 우리는 저택에서 도망갈 수 없다. 여기서 버텨야 한다.
문과 창문을 단속하고, 만약을 대비한 횃불도 만들고, 권총의 총알도 가득 채우면서 긴장감 가득한 시간이 흘러갔다.
전투력이 있는 사람은 누구지? 하필 가장 강한 진철 형이 무력화된 상태!
나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고, 송이나 아리는 유산이 봉인 당하자 평범한 소녀가 되어버렸다.
사실상 총을 가진 묵성 할아버지 혼자서 싸워야 하는 건가?
고개를 돌리자, 두 번째 전투 요원을 발견했다.
“송이야!”
“예?”
“페로랑 대화할 수 있다고 했지? 당장 저번처럼 괴물로 변신하라고 해!”
내 말을 듣자마자 송이는 페로와 교감을 나누는 듯한 행동을 했다.
이해한 걸까? 페로는 송이 어깨에서 날아올라 주택의 문 근처로 움직였다.
나도 넋 놓고 누워있을 때가 아니다. 이를 꽉 깨물고 일어섰다.
일어서자마자 팔다리가 후들거리고, 무언가 찌르는듯한 고통이 덮쳤다. 어쩔 수 없지.
캡사이신 스프레이나 은제 단검을 만지작거리며 전투를 대비했다.
—쿵! 쿵! 쾅! 쾅!
마침내 저택 근처에 도착한 ‘마녀’의 외견이 창문을 통해 드러났다.
살다 살다 이렇게 끔찍한 생물은 처음 본다.
마‘녀’라는 단어 때문인지, 굳이 따지면 여성형 생물 비슷하게 생기긴 했다.
팔다리는 대충 세도 8개는 되어 보였고, 몸 여기저기엔 마치 돌기처럼 눈이 솟아있다.
기어 다니는 중인데도 바닥에서 머리까지의 높이가 3M는 되는 듯했고, 입에는 송곳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했다.
끔찍한 괴물이 창문을 통해 우리가 있는 걸 확인한 후, 입이 찢어지라 웃었다.
… 그 웃음을 보는 순간 너무 역겨워서 토할 뻔했다.
저 괴물이 생각하기엔 ‘식사’가 제 발로 집에 들어온 기분일까?
—탕! 탕!
형상이 드러나자마자 묵성 할아버지가 사격을 시작했다.
횃불을 비추면서 살폈다. 제대로 통하는 느낌이 아니다.
총알을 튕겨내는 정도는 아닌데, 그냥 젤리에 들어간 것처럼 총알이 몸 안에 들어가기만 하고 마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였다.
—쿵!
마녀가 양손으로 문을 뜯어내려 시도했다!
“막아라!”
정신없이 저택 여기저기서 테이블이나 가구를 가져와서 문 쪽을 막았다.
“총이 제대로 안 통하는데 저걸 대체 어떻게 처리합니까!”
“나라고 알겠냐! 별이라도 있으면 금방일 텐데 유산은 봉인에, 차진철 놈도 깨어날 생각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불로 태워야 할 것 같지 않습니까?”
“기름도 없는데 무슨 수로? 횃불만 가져다 댄다고 불이 붙는다더냐!”
—끄르르르륵!
벽면을 거칠게 긁어내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손아귀가 창문을 뚫고 들어왔다!
순식간에 손이 승엽이를 덮치려는 순간, 승엽이는 ‘우연히’ 넘어지며 손을 피했다.
—피요오오오!
페로가 그로테스크로 변신하며 거대한 부리로 마녀의 손을 내리찍었다.
마녀는 분노한 듯 기괴한 소리를 내더니, 페로의 머리를 붙들고 던져버렸다!
내 몸이 아픈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다가가서 벽에 부딪힌 페로의 머리를 들어 올리고 상처를 살폈다. 평소엔 내가 가까이 가기만 해도 도망가던 페로도 지금은 피하지 않았다.
진짜 답이 안 나온다. 별도 없고, 진철 형은 기절한 지금 저 괴물을 우리가 막을 방법이 없다.
“좀 죽어라! 이 개새끼야!”
저택에 걸려있던 쇠스랑 같은 물건을 창문 바깥으로 뻗어서 마구 휘둘렀다. 창문을 뜯어내고 들어오려던 마녀가 살짝 뒤로 물러섰다.
소름 끼치는 눈동자가 반시계 방향으로 꿈틀거리면서 날 바라보았다.
그 눈을 보는 순간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정신없이 뛰어가서 할아버지의 총을 붙들었다.
할아버지는 당황하면서도 총을 나에게 줬고, 난 그 총을 승엽이에게 건넸다.
“축복 쓰고 쏴!”
“예?”
“풍선 맞출 때처럼 축복 쓰고 쏘라고!”
그제야 내 말을 이해한 승엽이가 창가로 가더니 –
아예 눈을 감고 마녀를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과연, 행운! 아예 보지도 않고 쏘는데 귀신같이 마녀의 눈동자 여러 개에서 피가 튀었다.
아무리 괴물이라도 눈알이 터져나가는데 버틸 수 있을까?
—끼에에에에엑!
저택 전체를 뒤흔드는 비명과 함께 마녀가 도주하기 시작했다.
…
다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시간으로 치면 한 20분은 됐을까? 진짜 잠깐의 싸움이었는데 혼이 나갈 것 같다.
터무니없는 괴물이다.
은솔 누나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거면 된 거야?”
묵성 할아버지는 회의적이었다.
“그럴 리가 있냐? 저 정도 괴물이면 보나 마나 눈깔도 재생해서 올 게 분명하다!”
“저런 괴물을 관리국에선 대체 어떻게 처리합니까?”
“간단하지. 보통 헬기 끌고 가서 기관포 갈기면서 로켓이나 미사일을 쏜다.”
“예? 뭐라고요? 헬기?”
“그럼 넌 우리가 무슨 성수라도 뿌리고 기도할 줄 알았냐? 21세기다! 성수보다 기관포고, 기관포보다 미사일이지. 21세기에 괴물의 가장 큰 천적은 무슨 성직자가 아니라 헬기와 탱크다. 이런 숲에선 탱크가 들어오긴 힘드니 헬기지.”
“… 인상 깊은 이야기긴 한데, 헬기가 지금 우리에게 없잖아요.”
“그러게. 관리국에서도 장비 동원해서 잡을 괴물을 대체 우리보고 어떻게 잡으라고 내보내는 건지 모르겠다….”
힘이 쭉 빠졌다. 평생 괴물을 잡아 왔을 베테랑조차도 헬기나 탱크 같은 군사 병기가 아니고선 답이 없다고 느낄 정도의 괴물.
저런 괴물을 유산도 없이 대체 어떻게 잡지?
아리가 일어서서 말하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해. 그동안 저주의 방을 여러 번 돌파했는데, 이런 경우는 없었어.”
“무슨 말이지?”
“이 호텔은 기본적으로 무식하게 힘으로 깨기보다는 생각해서 깨는 방향이잖아? 갑자기 저렇게 터무니없는 괴물을 던져주고 ‘자 힘으로 깨라.’ 이런 식이 아니라고!”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다. 지금처럼 갑자기 황당할 정도로 강한 괴물을 집어넣고 싸우라는 건 호텔의 방식이 아니다.
분명히 뭔가 다른 공략법이 있다.
바로 모두가 일어나서 저택을 돌아다니며 힌트를 찾기 시작했다.
*
아까 보자마자 욕하고 도망 나온 부엌부터 다시 들어갔다.
온 사방에 사람을 재료로 만든 음식들이 가득했다.
조그마한 유리병엔 눈알로 만든 장아찌 같은 음식이 가득했고, 천장 한편엔 보나 마나 인육으로 만들었음이 분명한 소시지가 걸려있었다.
이것들 외에도 참 창의적인 요리들이 발견됐다.
“대체 이 변태 새끼는 굳이 사람 가지고 이 지랄을 하는 이유가 뭐지?”
한숨을 쉬면서 돌아다니던 중.
처음으로 위화감을 느꼈다.
…
아까 전 우리가 봤던 마녀의 외형이 어땠지?
그야말로 비틀어진 괴물 그 자체였다.
팔다리는 마구잡이로 비틀린 채 여러 개가 달려있고, 몸 사방에 눈알이 돌기처럼 솟아있었다.
기어 다니는데도 높이가 3M는 되어 보였다. 두 다리로 선다면 대체 얼마나 클까?
그렇게 큰 덩치로 이 평범한 크기의 저택에 들어올 수 있을까? 들어온다 한들 제대로 움직일 수가 있나?
심지어 그런 비틀어진 몸으로 이런 ‘음식’을 만들어낸다고?
바로 동료들을 불러 내 생각을 전했다.
아리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리 있어. 확실히 이 집은 그런 괴물이 들어올 크기도 아니고, 이 음식들도 그런 몸으로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지.”
묵성 할아버지가 받았다.
“평범한 인간 형태로 변할 수 있다는 건가?”
바로 답했다.
“그게 해결의 키라고 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 그 괴물과 싸우는 건 답이 아닙니다. 어떻게든 사람의 형태로 바꿔서 죽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말을 들으니 생각나는 점이 있어.”
“뭐지?”
“아까 가인이 네가 말해준 ‘시나리오’의 내용. 다음 내용은 자정에 확인해달라고 했지? 자정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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