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2)
11화 – 휴식, 호텔 지하층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0]
한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넋이 나갔다.
진철형은 바닥에 널부러져서 흐흐, 흐흐, 하는 이상한 소리만 내고 있고 은솔누나는 커피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만 한 10잔을 들이켰다.
송이는 예전처럼 분재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울먹거리면서 해피… 솜이… 하는 섬뜩한 말이나 하고 있었고, 은솔 누나 건너편에 앉아서 온 몸을 웅크렸다.
나는… 그냥 머리를 비운채로 서성거렸다.
대체 뭘까. 우린 대체 무슨 일을 겪고 온 것인가.
기억을 되새긴다. 미쳐버린 가족들, 아니 ‘그것’들을 가족이라고 불러서는 안된다.
가족의 외모를 베낀 괴물들이, 내 정신까지 능욕했다. 이상한 생각을 당연하게 여겼고,
종국에는 한겨울에 알몸이 되서 뒹굴다가 얼어 죽었다.
다른 사람들도, 아마도 비슷하겠지.
서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물어볼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는다.
궁금하지도 않고, 대답할 생각도 없으니까.
그리고 –
우리 중에 멀쩡한 단 한사람이 돌아왔다.
“저기, 30분쯤 후에 점심 시간인데, 이제 슬슬 105호로 가야하지 않을까요?”
… … … … …
다섯명의 침묵.
억지로라도 입을 열었다.
“그렇지… 밥 먹어야지. 그리고, 승엽아 정말, 정말 고맙다.”
내가 먼저 공치사를 시작하자, 이윽고 정신이 나가있던 사람들도 바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어이고… 내가 뭐 다 지켜주기라도 할것 마냥 폼 잡고 들어간 게 다 쪽팔리구만.
설마 이런 이상한 일이 있을 줄은. 승엽아, 아니 승엽 대영웅님 진짜 참말 고맙습니다.
대영웅님이 아니었으면 정말이지…”
“그러게요. 승엽군 아니었으면 우리 다 거기서 비참하게 끝이었네요. 정말 너무 고마워요.”
돌아가면서 감사를 표하기 시작하자, 어느 샌가 얼굴이 화끈해진 승엽이가 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사실 저도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사실 왜 제가 탈출 성공이라는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어? 어? 하다 보니 갑자기 막 떠가지고. 아하하, 진짜 진짜 이러시지 않아도 되요.”
생전 처음 받는 여러 사람의 찬사를 접한 기분인걸까?
어린 중학생 남자아이의 멘탈로는 감당이 안되는지 입꼬리가 찢어지는걸 주체를 못하는게 보였다.
그나마, 다행이다.
활기찬 중학생 한사람이라도 저렇게 멀쩡하고, 입꼬리 찢어져라 웃는걸 보다보니, 장내의 우울증으로 가득 찬 듯한 분위기도 어느 샌가 조금은 사라졌다.
다들 주섬주섬 챙겨서 일어난다.
“자! 그러면 다들 승엽이에게 만세 삼창 하고, 밥 먹으러 갑시다. 결국 인생 뭐 있나? 일단 입에 쑤셔 넣어야지. 만세! 만세! 만세!”
“만세!!!! 만세!!! 만세!!!!!!!!”
승엽이에게 고마운 마음 반, 트라우마에 가까운 기억을 만세 삼창으로 풀어내려는 마음 반을 섞어서,
이제는 얼굴이 딸기만큼이나 붉어진 소년을 향해 다 같이 만세 삼창을 외친 후, 105호로 돌아갔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0]
식사 시간 10분 전. 마음을 가라앉히며 화장실에서 세안을 하고, 이리저리 옷도 갈아입고 하면서 상태창을 주시했다.
날짜도, 현자의 조언도 갱신되지 않았다.
분명, 그 지옥 같은 장소에서 하루를 넘게 있지 않았던가?
아침에 수목원을 가다가, 오리고기 식당을 들르고, 리조트에 가서, 하룻밤 지샌 후 스키를 타고 사망.
하루를 잤으니 날짜가 넘어가야 되는 게 아닌가?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그 악몽 속의 사건의 진행은 정상이 전혀 없었다.
단순히 사람들이 싹 미쳐있었다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장소를 옮길때는 딜레이가 전혀 없고, 잠을 잘때도 눈만 감았다 떴는데 아침.
그때는 나도 같이 미쳐서 당연한가 보다 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면 하나같이 기현상.
어쩌면, 실제 시간은 얼마 흐르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시간을 정확히 체크한 건 아니지만, 아침식사 후 101호에 곧장 진입했으니 늦어도 9시 전엔 진입했을 것이다.
다 같이 나온 시점은 아마도 11시 20분 정도.
처음에는 진입하고 다음날의 11시 20분이 됐다고 착각했지만…
이제 와서 보면 그냥 아침에 진입해서, 점심무렵에 나왔을 따름이다.
그 짧은 시간에 나는 물론이고 진철형 같은 스트롱맨도 떡실신 시킬 만큼의 끔찍한 악몽이라니…
대체 이 호텔에는, 얼마나 더 끔찍한 일들이 기다리는 걸까.
휴식이 필요하다.
‘겨우 두시간 고생’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마음이 무너졌다.
“우리, 한동안 좀 쉽시다.”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그 진철형 입에서 바로 쉬자는 소리가 나왔다.
“그래… 오늘은, 아니 내일까지도 좀 쉬자… 일단은 점심부터 맛나게 먹자.
여기 그래도 밥 하나는 항상 잘 나오는게 딱 하나 고맙네. 그냥 나가게 해주면 100배는 고맙겠지만.”
“너무… 아 흑… 너무…”
“그만! 유송이 뚝! 오늘로 다 같이 약속! 저 방에서 있던 일은 그냥 딱 잊기.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기.
우리는 그냥 며칠 동안 지독하게 악몽을 꾼 것뿐이야. 다들 고개 내려서 스스로를 살펴봐.
뭐 바뀐거 있어? 전혀 없지? 다 건강하지? 그냥 악몽 한번 꾼거야. 잊고, 끝낸다.”
“누님이 저보다 훨씬 낫소… 그럽시다. 고기 앞에 두고 이상한 소리 하는 게 아니지.”
“네. 다들 긴장 좀 풀고 먹어요. 그리고… 이거는 혹시 해서 하는 말인데, 우리 며칠이 아니고 아마 2시간 정도밖에 안 지났을거에요.”
“엥? 내가 며칠동안 작은 오빠랑, 아니 내용은 됐고, 분명히 며칠을 뭐 했는데?”
“아니, 아마 가인이 말이 맞을 겁니다. 내가… 기억을 좀 돌이켜 봤는데 진행이 이상해.
누님도 돌이켜보면, 아니 돌이키진 마시고, 진행이 하여튼 이상했을 겁니다.
그것도 저번에 말한 상태창 보고 하는 말이지?”
“네. 날짜도 안 넘어가서 2일차고, 조언도 갱신이 안됐네요.”
“어휴… 겨우 2시간 사이에 개지랄을 했구나. 그래. 이제 진짜 이 화재는 끝 하자.”
대충 상황을 정리한 후, 다들 말없이 식사를 이어나갔다.
정말로, 이 와중조차 음식은 맛있었다.
하얀 밥 위에 제육볶음 세 주걱, 참기름 살짝 두르고 계란 후라이 올려서 한 숫갈.
그 한입으로 오늘의 악몽이 1/3정도 흐려진다. 정말이지 사람은 먹기 위해 사는구나.
“야, 너 겁나 맛있게 먹네. 아~ 나도 제육 먹을까 했었는데”
“헛… 하도 음식들이 많아서 별 생각 없이 바로 집었네요.”
“아니 아니, 됐다 그냥 하는 말이지 여기 갈비도 진짜 맛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저절로 분위기가 어느 정도 풀렸다.
그렇게 다들 마음을 조금씩 추스릴 때 쯤, 엘레나가 입을 열었다.
“최소한 오늘내일은 다 같이 쉬기로 한거죠?
어제부터 봤던 건데… 지하의 편의시설이 엄청나게 많던데, 오늘 한번 쉬면서 둘러보는게 어떨까요?”
“음, 그 생각은 좋습니다만, 이놈의 호텔은 사실 편의시설에서 괴물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곳 아닙니까.
첫날 했던 이야기지만 가인이의 그 경고 뭐 해주는 게 0개일 때 여기저기 돌아다니는건 위험하다 싶은데.”
“형 조언 숫자 하나도 없어요?”
“응. 날짜도 2일차고, 숫자도 0개야. 내가 3개다 그 방에서 써버린 것 같네…”
“진철씨 말이 맞지. 이곳을 가인이 능력 없이 돌아다니기는 너무 불안해.
오늘은 그냥 점심 먹고, 105호 돌아가서 각자 쉬는 걸로 하자.”
‘현자의 조언’이 없는 만큼, 위험한 호텔 탐사보다는 그냥 적절한 식사와 함께 휴식을 취하고,
내일 지하의 각종 편의시설을 둘러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그나저나, 수영장이나 헬스장 까지는 상식적인데…
‘동물원’? ‘식물원’? 보통 호텔에 이런 것도 있나?
캠핑장? 놀이동산? 은솔 누나는 이런데 많이 와보신것 같은데 이런 호텔이 있나요?
“글쎄… 나도 동물원이나 식물원은 황당하네.
캠핑장이나 놀이동산은, 황당한 걸 떠나서 ‘지하’에 이런 게 있을 수가 있나.
그런데 뭐, 객실 들어갔더니 다른 세상 비슷한 게 튀어나오는 호텔이니 안될 것도 없겠지.
그냥 뭐, 평범한 방 비주얼인데 문 여니까 놀이동산! 이런거 아니겠어?”
약간의 기대가 느껴지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수영장! 이 호텔 시설 자체는 대부분 엄청 화려하고 멋있는데, 수영장 정말 대단할 것 같지 않아요?
그런데 수영복 같은 건 없는데 어떡하죠?”
“하하, 뭐 가보면 아는것 아니겠습니까. 엘레나 양이 수영도 잘하시는 모양이군요?”
“어릴때부터 많이 했는걸요. 진철씨도 몸 쓰는건 다 잘하실것 같아요.”
“저는… 뭐 기본정도만 합니다.”
“전 동물원에 꼭 가보고 싶어요! 신기한 동물이 있을 느낌인데”
혼돈으로 가득 찬 호텔에서 다들 참으로 발랄한 분위기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나만 하는건 아니었는지, 역시나 일침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래 그래, 다들 놀 생각으로 가득 찬 것이 보고 있으니 너무 좋네.
호텔도 우리를 좀 좋아해 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구석구석에 괴물 숨겨둘 생각만 하지 말고.”
어느샌가-
모두의 얼굴에서 느껴지던 참혹한 고통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조금은 씻겨가는걸 느낀다.
어쩌면, 다들 트라우마를 씻어내기 위해서 억지로라도 즐거운 채 대화를 한 것이 아닌지.
나 또한 끔찍한 기억들이 흐릿해지는 걸 느꼈다.
오늘은, 그 후로는 더 이상 별 일은 없었다.
뒹굴거리며 쉬다가, 또 다시 즐거운 잡담을 섞어가며 저녁을 먹고, 또 뒹굴거리면서 잠들었다.
이런 시간만 지속된다면, 이 호텔에서도 살 만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