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35)
134화 – 107호, 관문의 방 – ‘퍼펙트 라이프’ (25)
– 김아리
— 띠리리링! 띠리리링!
알람 소리와 함께 침대에서 눈을 떴다.
멍하니 침대에서 내려와서 화장실로 가서 머리도 감고, 세안도 하며 정신을 차렸다.
거울을 보자 창작물에서 튀어나온 듯한 놀라운 미모의 소녀가 보였다!
…이제 나가자.
목에 걸려있는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며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옷을 챙겨입고 나왔다. 계란후라이를 부치는 고소한 향이 집안을 메우고 있었다.
“일어났어? 와서 수저 좀 둬.”
엄마가 아침상을 준비 중이었다.
‘신기하네. 엄마가 어른 같아.’
?
순간적으로 이상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엄마가 당연히 어른이지, 그럼 아이겠어?
계란후라이와 몇 가지 밑반찬과 밥.
단출하지만 든든한 아침을 챙겨 먹고 문을 나서려던 차, 엄마가 날 가볍게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늘도 파이팅!”
“앗! 엄마~ 이런 것 좀 하지 말라고 했잖아.”
“장난이야.”
허리까지 흘러내린 은발, 붉은 눈동자, 부드럽게 휘어있는 눈썹.
내 엄마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집 밖으로 나섰다.
이상하게 눈물이 한 방울 나왔다.
학교로 달려가던 중,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아리야!”
누구지? 이름이 – 아, 다슬이지.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다슬이랑 한참 떠들면서 학교로 갔다.
‘서다슬은 오래전에 죽었을 텐데?’
또 이상한 생각이나 하고 있네. 다슬이는 내 옆에 살아있어.
학교 수업은 언제나 그랬듯이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수십 년의 세월 속에서 예전의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성능의 스마트폰이 우리 손에 들어오고, 관리국은 사람을 이계로 보낼 정도로 문명이 발전했는데, 왜 학교 수업은 수십 년째 이렇게 비슷할까?
…‘관리국’?
방금 뭔가 또 이상한 생각을 한 것 같다.
벨 소리가 나며 수업이 끝났다. 일어서자 내 주변에 친구들이 여럿 몰려왔다.
한참 이런저런 잡담을 하며 정신없이 웃었다.
창밖에서 애벌레 한 마리가 나뭇가지를 타고 오르는 장면 하나로 10분이나 웃고 떠들 수 있다니! 이 시기의 학생들은 나뭇잎만 떨어져도 웃을 수 있는 것 같다.
잠시 복도로 움직이다 보니 애들이 주섬주섬 도시락을 꺼내서 교실 뒤편의 난로 주변에 모아둔 게 보였다.
나도 도시락 가져와서 난로에 올려두면 좋았으려나?
… 도시락? 요즘은 급식인데 애들은 왜 도시락을 가져온 걸까?
그걸 깨닫고 주변을 돌아보니 교복 디자인도 이상했다.
가쿠란과 닮은 상·하의, 베레모와 닮아 보이는 학생모.
저런 스타일의 교복은 80년대에나 입었던 것 같은데?
머리가 아프다. 뭔가, 뭔가 알 것 같은 느낌이 왔다.
나도 모르게 손으로 펜던트를 만지작거렸다.
자리에 다시 앉아서 고민하려던 차, 다슬이가 내 어깨를 잡았다.
“아.”
“뭐가 아! 야?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해?”
“그냥 순간 주변이 이상하게 느껴져서….”
“이상하다니? 꿈이라도 꿨어?”
“그런가 봐.”
“너, 어제 ‘하늘에서 떨어진 그대’ 봤어?”
“그게 뭔데?”
“에에에? 안 봤어? 다들 그 이야기 중이잖아! 완전 히트인데!”
“드라마야?”
“응! 여주인공이 진짜 너무 여신인 것 있지? 이거 봐봐!”
다슬이는 핸드폰을 꺼내서 드라마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줬다.
황금을 녹여서 코팅한 듯한 찰랑이는 금발, 아마존의 생기가 그대로 깃든 듯한 에메랄드빛 눈동자.
정말이지 ‘와 연예인!’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사람이었다.
굉장히 익숙한 사람이었다.
내가 이런 사람을 어디서 본 적이 있었나?
그 후로는 점심시간 내내 ‘하늘에서 떨어진 그대’와 작중 여주인공이라는 신인 배우에 관한 이야기만 들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늘의 가장 이상한 일은 7교시쯤 일어났다.
— 푸드덕!
갑자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창문이 열리고, 앵무새가 교실로 들어왔다.
다들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수업하던 선생님도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대혼란!
앵무새는 다른 사람에겐 눈 하나 돌리지 않고 오직 ‘나에게’ 직선으로 돌격하듯이 날아왔다.
너무 놀라서 반응도 못 했다.
내 바로 앞으로 날아온 앵무새는 도착하자마자 내 목을 향해 부리를 들이밀더니, 목에 걸린 펜던트를 물어뜯으려고 했다.
“으아앗! 대체 왜 이래? 떨어져! 떨어져!”
놀라서 책으로 앵무새를 내리치면서 밀어내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앵무새보다 훨씬 큰 책으로 쳤는데도 앵무새는 미동도 하지 않고 오히려 부리로 날 흔들었다.
새는 원래 이렇게 힘이 센 거야? 너무 센데? 평범한 새가 이럴 수가 있어?
친구들과 선생님도 다들 내 근처로 와서 앵무새를 붙들어서 떼어내려고 난리였다.
— 휘이이익!
귀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
앵무새는 즉시 고개를 들고 휘파람 소리에 반응했다.
“페로! 당장 돌아오지 못해?”
어딘가 화를 내는 듯한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앵무새, ‘페로’는 어딘가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어디론가 날아갔다.
혼란 속에서 수업은 어설프게 끝났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2학년 선배 한 명이 내게 찾아왔다.
헤이즐넛을 연상시키는 흑갈색 단발, 오밀조밀하고 귀여운 이목구비의 호감 가는 외모의 여학생, 가슴팍의 명패엔 ‘유송이’라고 적혀있었다.
오른팔엔 신비한 분위기의 불투명한 팔찌를 차고 있었다.
이상하게 이 소녀도 굉장히 익숙했다.
아까 앵무새를 휘파람 한번과 날카로운 외침 한 번으로 통제한 사람답지 않게 내 앞에서 쭈뼛거리던 소녀가 입을 열었다.
“저기! 미안해. 친구들이 한 번만 보여달라고 성화여서 페로를 학교에 데려왔거든. 분명히 새장에 넣어뒀는데, 친구들이 장난치다가 페로가 풀려났어. 갑자기 날아가더니 이상한 짓을 했네. 미안해!”
“괜찮아요. 새니까 그럴 수도 있죠.”
“원래 오늘처럼 사고치는 아이는 아니야. 굉장히 똑똑한 앵무새인데, 오늘은 이상하게 새장이 열리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서 막지 못했네.”
“정말 괜찮아요. 별 일 아니었어요.”
“…”
“…”
잠시 서로를 돌아보던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언제 한번 만난 것 같지 않아요?”
“나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어. 혹시 어디 살아?”
잠시 2학년 선배와 말을 나눴지만, 우리는 사는 지역도 성장 배경도 전혀 달랐다. 그런데도 둘 다 서로에게 굉장한 친근감과 익숙함을 동시에 느꼈다.
아마 어디선가 우연히 만난 적이 있었는데 까먹은 게 아닐까?
이 일을 끝으로 오늘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은 없었다.
*
– 유송이
신기한 경험을 했다.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데려온 페로의 대형사고! 놀라서 간신히 수습하고, 선생님께도 한참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신기한 일은 페로가 괴롭힌 1학년 후배에게 사과하러 가서 겪었다.
우선은 만나러 간 후배의 외모에 놀랐다.
밤하늘이 깃든 머리칼, 하나하나가 또렷한 이목구비, 무엇보다도 당장에라도 피가 흐를듯한 붉은 섬광 같은 눈동자!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 임팩트 있는 모습이었다.
여기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 아니야? 무슨 연예인 특성화 고등학교 같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저런 애가 있어?
일단 외모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입을 열기가 힘들었다.
다음으로 느낀 건 이해하기 힘든 익숙함과 친근감.
세상에서 ‘익숙함’이라는 단어와 가장 거리가 먼 별나라의 공주님 같은 느낌의 소녀. 그런데 이상하게 익숙하고, 심지어 친하게 느껴졌다.
편안하게 서로 농담도 할 수 있을듯한 느낌이 들었다.
더욱 신기한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그 소녀, ‘김아리’도 나와 똑같은 친근감과 익숙함을 느꼈다고 말한 것이다!
그 후 우리는 혹시 사는 집이 비슷한 건 아닌지,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같은 곳을 나온 것 아닌지 이야기했지만, 모두 전혀 달랐다.
이해하기 힘든 경험에 한참 고민하며 운동장을 걸었다.
— 끼이이익! 덜컹!
“야 야! 어딜 보고 다니냐!”
“아앗! 죄송합니다!”
실수 실수~! 생각을 너무 복잡하게 하면서 걷다 보니 하마터면 오토바이에 부딪힐 뻔했네.
근데 여기 학교 운동장 아니야?
택배기사가 딱 봐도 불법인 과속으로 달렸으면서 나한테 화를 내다니!
뒤늦게 화가 나서 입을 부풀리고 있자, 뒤에서 누가 나를 불렀다.
“와~ 송이 방금 치이는 줄 알고 놀랐네.”
뒤를 돌아보자 페로를 데려오라고 성화였던 친구 중 한 명, 연아가 있었다.
“나도 놀랐어.”
“조심해. 3학년 선배 중 한 명도 오토바이에 치여서 입원했대.”
“3학년 선배?”
“응. 들어보지 않았어? 가인 선배.”
“처음 들어봐. 유명해?”
“유명한 정도까진 아닌데, 잘생겼다고 좋아하는 애들 몇 명 있잖아.”
“그래?”
그런가 보다 하고 고개를 돌렸다.
…
“연아야.”
“응?”
“혹시 그 선배 성이 ‘한’이야? 한가인?”
“맞아. 너도 알아?”
“아니…. 그냥 갑자기 떠올랐어.”
정말 그냥 갑자기 떠올랐다.
학교에서는 더 이상 특별한 일은 없었다.
저녁 무렵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언제나 그랬듯이 평화로운 내 집.
도착하자마자 하얀 솜뭉치 같은 해피와 하루 반나절은 자면서 보내는 솜이가 와서 날 건드렸다.
한참 해피, 솜이와 기쁨의 회전 회오리 춤을 추다 보니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송이 너는 집에 들어올 때마다 그 춤을 추니? 옆에서 페로가 황당해하는 것 안 보여?”
“뭐 어때~! 페로도 같이 추면 될 거야.”
페로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방으로 날아갔다.
“엄마! 아빠는?”
“네 아빠는 오늘은 좀 늦으신단다. 요즘 왜 이리 야근이 잦으신지 몰라. 병원 일이 바쁘긴 하지만 집에도 신경을 좀 쓸 것이지.”
병원 일이 바빠 집에 잘 들어오지 못하는 아빠에 대해 섭섭해하는 엄마.
왠지 이 장면을 보는 것 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예전엔 아빠가 어디 가든지 말든지 엄마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내 엄마 아빠는 항상 사이가 좋았어.
마침 가족 카톡방에 아빠가 글을 올렸다.
/사랑하는 송이, 예은 씨! 늦어서 미안해요~!/
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닭살 돋는 문장을 보면서 내가 엄마를 미친 듯이 놀리고, 엄마는 부끄러워하다가 날 발로 차면서 저녁 식사도 끝났다.
오랜만에 공휴일까지 낀 짧은 연휴 기간에 가족 여행을 가게 되었다.
식사가 끝난 후, 방에 들어가려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 왜 이러지?
갑자기 머릿속에 이상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부모님은 매일 서로에게 고함을 질렀다.
서로 보란 듯이 다른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고, 변호사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이상한 기억이다. 내 부모님은 항상 사이가 좋으셨으니까.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
샤워하며 이상한 기억을 전부 씻어낸 후, 침실로 들었다.
…
…
— 덜컹!
침대가 뒤흔들리는 감각과 함께 놀라서 눈을 떴다.
내 앞에는 세상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불가해한 괴물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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