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4)
13화 – 휴식, 호텔 지하층 – ‘살아있는 수영장’ (2) Fin
13화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3일차현재 위치 : 계층 지하층, 수영장
현자의 조언 : 3]
꿈틀
꿈틀
갑자기 바닥이 출렁거렸다. 내가 뭔가 밟기라도 한건가? 의아하게 생각하던 순간,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니시발이게뭔데개시발으아아아아아!”
비명소리와 욕설이 수영장을 가득 채운다.
무언가, 무언가 이상한 것들이 ‘솟아올라왔다’.
바닥에서, 벽에서, 천장에서 갑자기 입술이 튀어나왔다.
마치, 거대한 사람의 입술만 떼어서 붙여둔 것 같은 거대한 입술이 벌어진다.
팔뚝만한 혓바닥. 아니 저렇게 쭉쭉 늘어나는걸 무슨 ‘혓바닥’ 이라고 부를 수는 있는가?
개구리의 혀가 저런 느낌으로 쭉쭉 늘어나서 파리를 잡아먹긴 하지.
문제는,‘우리가 파리 역할이었다.’
콰당!
순간적으로 균형이 무너졌다.
당황해서 시선을 오른쪽 다리로 옮기자, 바닥에서 솟아오른 혓바닥이 발목을 휘잡고 있다.
놀라서 다리를 이리저리 휘저어도 보고, 손으로 끔찍하기 짝이 없는 혓바닥을 떼어내려 시도했지만 어림도 없다.
두터운 밧줄이 다리를 꼭 붙들기라도 한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익!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울음소리.
뭐지?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입술’이 아무리 봐도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는 모양새로 비틀어진채 소리를 지르는게 보였다.
과연, 진철 형은 우리랑 다르다. 그냥 숫제 힘으로 혓바닥을 ‘뜯어내서’ 내동댕이 치자 입술이 비명을 내지른 것이다!
저 괴물도 고통을 느끼는구나. 마치 사람 혀처럼.
맨손으로 밧줄을 뜯어내는 듯한 괴력으로 혓바닥을 두어개 끊어버리자, 질리기라도 한건지 더 이상 혓바닥이 진철 형 쪽으로 가지 않는다.
그렇게 되자 진철 형은 빠르게 돌아다녔고, 1분도 안되서 은솔누나가, 승엽이가 그리고 내가 자유를 찾았다.
그러나 – 사태는, 이제 시작이었다.
“어푸, 어푸 흐어어억 쿨럭, 제발, 제발 으아악!!!”
하필 이 시점에서 물 속에 있던 두 사람, 엘레나와 송이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다가가서 수영장 안쪽을 보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입술. 거대한 – 입술. 너무나 거대한 입술.
수영장 바깥의 벽이나 바닥에서 솟아난 입술들과는 크기가 차원이 다르다.
이쯤 되면 무슨 고래의 입 수준의 크기가 아닌가?
그 안에서 나온 혀의 굵기도 차원이 달랐다.
다른 혀들의 굵기가 얇은 팔뚝 수준이었다면, 저 혀는 왠만한 사람 다리만한 굵기.
심지어 혀는 한개도 아니고 두개였다.
내가 뭘 어떻게 하기도 전에 진철 형이 다가갔다.
어떻게든 해결이 되겠지. 요 며칠간, 저 형의 상식 밖의 괴력은 여러차례 확인했다.
사람 다리만한 굵기의 혀라고 해도…
주먹으로 콘크리트를 으깨는 괴력의 소유자라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으리라.
상황은, 내 희망적인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으윽, 아니 진짜 이 새끼는 주둥이가 왜 이렇게 커! 가인아!! 와서 같이 당기자!”
정신없이 달려갔다. 형은 한 팔로는 엘레나를, 다른 한 팔로는 송이를 당기는 차력쇼를 벌이다가 한 손을 놓았고, 나는 죽을 힘을 다해 송이를 당겼다.
당기면서 – 순간 의아했다.
혀의 힘이 강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결국 혀.
강철처럼 단단한 건 아니다.
나 정도 힘으로도 물컹한 감촉인데, 그간 봐온 진철형의 힘이라면 충분히 혀 자체를 힘으로 끊어버릴 만 하지 않았나?
이미 다른 사람을 구할때 작은 혀들을 무슨 썩은 밧줄 끊듯이 1,2초만에 툭툭 끊는걸 보았기에 큰 혀라 해도 어렵지 않을 줄 알았는데.
가까이 다가서 송이를 당기기 시작하고서야 문제를 알았다.
이변이 일어나자마자 송이, 엘레나 둘다 물 밖으로 나오려고 했지만 늦었고, 그래서 여전히 몸의 태반이 물 안에 들어가 있었다. 당연히, 다리를 붙들고 당기는 혓바닥도 물 속에 있다.
물 안에서는 가만 떠있는 것조차 힘겨워 하는 사람이 어떻게 저 안에 들어가서 혓바닥을 끊어낼 수 있겠는가!
사실, 수영을 잘 해도 문제다.
힘이 강한것과 별개로,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게 아니고서는 물 안에서 몸을 지탱할게 없는 상태에선 제대로 힘을 쓰기도 어렵다.
조금씩, 조금씩, 나와 송이가 동시에 수영장 바닥으로 끌려갔다.
쩌어어어억!
수영장 바닥의 입이 벌어진다.
물이 소용돌이 치며 거대한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더더욱 버티기 힘든 압력이 가해지는 걸 느낀다.
아아… 입! 저 입! 벌어진 입에서 셀수없이 많은 혐오스러운 이빨들이 번뜩인다.
최소한, 저기 들어가면 곱게 죽기는 글렀구나.
저 안에 들어가서 죽는거에 비하면, 101호에서 얼어죽었던건 꽤나 자비로운 죽음이 아니었는가.
입이 벌어지자 송이의 비명과 울음이 섞인 소리가 두배는 커졌고, 이젠 귀가 먹먹해졌다.
팅그르르르-
그때, 무언가 금속의 물체가 내 옆으로 떨어졌다.
은제 단검.
101호를 들어가기로 했던 아침, 복도에서 찾았던 장식용 단검이다.
정작 101호에선 쓰지도 못했지만, 그 후로도 가지고는 있었지.
워낙 화려하고, 비싸보여서 내심 앞으로도 들고다닐 생각이었고, 승엽이나 진철이형과 저걸 가지고 이런저런 장난을 치며 놀던 생각이 난다.
딱 봐도 어마어마하게 비싸보이는 몇천만원, 어쩌면 몇억짜리 예술품을 가지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승엽이가 뭐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내 옷에서 단검을 꺼내서 던진거구나.
의도를 이해했다. 단검을 집어들고, 죽을 힘을 다해 혓바닥을 찔렀다.
이 혀는 힘이 강한것이지 강철처럼 단단한게 아니니까, 날붙이를 버틸 수 있을리가 없다!
쑤욱-
예상대로 단검이 혀를 파고들었다.
아주- 엄청나게 질긴 고기를 자르는 듯 한 뻑뻑한 질감.
토가 나올 정도의 악취와 피가 튀어올랐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먹먹해진 귀조차도 뻥 뚫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비명소리가,
다른 모든 소리를 억누르고 수영장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마침내 나와 송이가 자유를 얻었다.
“오빠, 오빠, 고맙 – 퉤엣, 고맙 – 쿨럭, 아니”
“그런 말은 나중에 하고 숨이나 고르고 있어”
“너야말로 그런 소리는 나중에 하고 여기 혀도 좀 찍어라!!!!!!!!!!!!!!”
쩌렁쩌렁 울리는 굵은 고함소리
엘레나의 발목의 혀를 찍기 위해 정신 없이 달려갔다.
[당장 몸을 바닥으로 숙이세요!]? 뭐지 갑자기 이게 무슨 –
그리고 하늘을 날았다.
살면서 이렇게 허공에 붕 떠본 것은 처음이다.
갑자기 시야가 훅 떠올랐고, 내 몸은 무슨 7, 8m를 새처럼 훌훌 날아가서 벽에 부딪쳤다.
“아아아아아아악!!!!!!!!!!!! 하 씨바아아아아아알!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온몸이 으스러진것 같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누가 망치로 두들겨 패는 감각.
뒤늦게, 알아차렸다. 저 미친 혓바닥이 – 마치 투포환처럼 날아와서 날 강타했다.
아하, 그래서 허리를 숙이라는 경고가 떴구나.
그런데 어떡하란 말인가.
좀 미래라도 읽고 미리미리 경고를 해주지 그랬냐.
그거 봤을때는 이미 늦었다고…
아하, 이 와중에 저 ‘경고’의 메커니즘을 일부 깨달았다.
‘현자의 조언’은 언제나 위험이 실제로 현실화됐을때, 불과 몇 초 내에 위기가 덮칠때나 뜨는 것.
우리가 호텔 편의시설을 돌아다니고, 수영장에 들어가던 순간까지도 ‘현자의 조언’이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수영장에 저 입이 나오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심지어, 입이 나오고도 경고는 즉시 뜨지 않았고, 입의 혀가 나를 반 죽이기 직전이 되서야 경고가 뜬 것이다!
그제서야 – 이 ‘조언’에 생각보다 약점이 많음을 알았다.
하지만 이미 늦은게 아닐까.
죽을 것 같다.
이건 정말, 사람의 몸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간게 아닐까.
트럭에 치이면 이런 감각인가.
너무나, 너무나 아프다.
오히려 너무 아파서 정신을 잃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그리고, 어디선가 – 붉은 액체가 뿌려지는것이 보인다.
저건 뭘까. 이 와중에도 궁금하다. 은솔 누나가 이상한 통을 휘두르면서 액체를 마구 뿌린다.
신기하게도, 그 액체는 그야말로 마법과도 같은 힘을 보였다.
액체가 닿을때마다 혓바닥들이 화들짝 놀란 것처럼 도망가는 정도를 넘어서 그냥 널부러져서 파들파들 떨었다. 심지어, 큰 혀조차 다르지 않다.
큰 혀에 통을 비울 기세로 액체를 들이붓자, 나를 강타한 혀와 엘레나를 붙들던 두 혀가 좀전까지 보인 역겨울 정도의 기세가 한순간에 사라진것처럼 그냥 바닥을 굴러다니며 덜덜 떨었다.
은솔 누나는 대체 무슨 기적의 마법약이라도 얻어온 것인가. 저런 괴물을 저렇게 쉽게 무력화시키다니?
입이 – 닫힌다.
수영장에서 일어나던 소용돌이가 멈춘다.
그리고, 마침내 혼란이 가라앉았을때,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나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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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언니 언니 오빠 오빠 오빠 어떡해요 어떡해요… 가인오빠가 안일어나요 안일어나 가인오빠? 오빠?”
“송이야 정신 사나우니까 제발 가만히 좀 있어봐. 진철이 너 운동 좀 했다면서? 응급처치 이런 거 못해?”
“지금 하고 있는 겁니다. 팔이… 팔이 그냥 다 으스러졌어요. 그나마 팔쪽이 충격을 흡수를 해서 이 정도지, 배를 맞았으면 이미 죽었을 겁니다”
“팔…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이거… 이거 아무리 봐도 팔만 다친 게 아니야 그지? 날아갔어… 나도 봤어. 가인이가 그냥 10m는 날아가서 박혔어!”
“저도 봤습니다… 이거 안 봐도 내장도 다 지랄이 났어요. 이거는, 이거는… 제가 이렇게 부목만 댄다고 될게 아니라 의사가 와야되는데, 아니 시발 호텔 개새끼들아 의사가 와야된다고!!!!! 안들리냐!!!!!!!!!!”
“누나… 누나… 그 마켓에서 뭐라도 사야되지 않아요? 무슨 포션 그런 것 없어요?”
“거기 마켓 품목은 일반 상식에서 안 벗어나… 총도 없는데 무슨 포션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사실 있어도 답이 없어. 이미 캡사이신 샀고 지금 감고 있는 붕대도 사서 주 3회 다 썼어.”
말소리. 말소리. 너무 시끄러워서 어렴풋이 정신이 든다.
아하, 그 기적의 마법약의 정체는 캡사이신이었구나.
생각해보니, 혓바닥이지.
혓바닥에 캡사이신 원액을 들이 붓는데 그걸 버티는게 더 이상하다.
이건 그 혀가 얼마나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닌것.
새삼스레, 그 혼란한 와중에 캡사이신을 떠올린 누나의 순발력도 대단하다.
어느샌가 내 팔에 뭐가 닿아있고, 사람들이 허둥대고 있다.
울고있는 소녀. 그럴필요는 없는데.
정신이 나간 것처럼 서서 덜덜 떨고 있는 아가씨.
저런 미녀의 걱정을 받는 걸 보니 헛 살진 않았구나.
달리고 있는 소년. 쟤는 대체 왜 달리고 있는 걸까.
정신이 나가서 스스로 뭘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그리고, 시야의 한편에서 깜빡이는 알림
[즉시 105호로 돌아가세요]105호, 휴식의 방.
‘휴식’이라는 의미는, 단순히 먹을 것과 마실 것, 자는 곳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끝이 아니었던 건가?
생각해보면 어릴때 했던 게임에서 ‘여관’은 자고 일어나면 체력과 마력이 전부 차는 곳이긴 했지…
정말이지 죽을 힘을 다해서 딱 두마디 뱉었다.
“105호, 105호”
그게 나에게 남은 모든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