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45)
144화 – 한 장의 티켓, 한 벌의 옷, 한 번의 기회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72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모두와 함께 호텔 복도에서 깨어났다. 반가운 만남과 재회의 기쁨을 느끼기 전, 그야말로 아찔한 기분을 느끼며 호텔을 돌아보았다.
대체 얼마 만인가?
힘겹게 시련을 넘었는데, 또 시련이 있고, 그 시련도 넘었는데 또 시련이 있고. 제대로 된 휴식 한번 가질 틈 없이 시련의 연속! 몸이 힘들기 이전에 정신이 아예 녹아버린 느낌이 들었다. 깨어나서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 동료들을 돌아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날 보던 동료들도 다들 입꼬리가 휘어지는가 싶더니 곧 복도 전체에 승리의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정말 오랜만에 봐서 그립기까지 한 은솔 누나가 입을 열었다.
“우리 일단 밥이나 먹으러 가자! 보상은 밥 먹고 나면 주려는 모양인데?”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철 형은 다소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허공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고개를 이리저리 휙휙 돌렸다.
묵성 할아버지가 지적했다.
“멧돼지 너, 아까부터 왜 그러냐? 자꾸 허공을 뚫어지게 보는 것이 무슨 귀신이라도 나타났냐?”
의외로 형은 진지하게 답했다.
“아까부터 뭔가 허공에서 반짝반짝합니다. 사람 같은 게 흐릿하게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데…. 혹시 제가 기절한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 장내에 침묵이 감돌았다. 형에겐 너무 큰 일이 생겼었지. 다들 설명을 꺼렸다.
105호로 돌아가던 사이, 퍼펙트 라이프를 클리어한 사람들은 이미 봤던 알람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떴다. 앞에 적힌 ‘시련의 의도’도 흥미롭긴 했지만 결국 이미 깬 시련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좋다.
그것보다는 역시 보상의 내용이 모두의 흥미를 끌었다.
한 장의 티켓, 한 벌의 옷, 한 번의 기회.
그리고 가장 큰 기여를 쌓은 사람에게 주어진 특별한 보상. 조만간 주어질 이 물건들의 정체에 관한 이야기꽃이 피었다.
*
— 탈칵.
화장실을 다녀온 후 식탁을 바라보자 분위기는 매우 흥겨웠다. 자리에 앉아서 옆에서 탑을 쌓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플레인 도넛 위에 삼겹살 세 장, 삼겹살 위에 안심 스테이크 한 장, 그 위에 돈까스 소스를 섞고 구운 토마토를 올린 후 마지막은 돈까스.
…
보다 못한 아리가 입을 열었다.
“승엽아. 그 혈관 폭탄 버거는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크지 않아?”
“괜찮아요.”
잠시 헛웃음을 지은 후 주변을 돌아보았다. 조금 더 진행한 사람들이 조금 더 일찍 탈락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관문의 방을 진행했는지 열심히 떠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평소엔 그런 행동하지 않을 것 같던 엘레나도 자랑스럽게 자신이 어떻게 에스퍼 호의 선원들을 속였는지 진철 형이나 은솔 누나에게 설명 중이었다.
물론, 마지막에 제압당해서 제물이 될 뻔했다거나, 퍼펙트 라이프에선 갑자기 대형 사고를 칠 뻔했던 일은 굳이 설명하지 않고 있었다.
진철 형은 일찍 탈락한 것이 한스러운 분위기로 아쉬워하면서 우리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다. 본인의 몸에 마녀가 깃들었다가 퇴치 당했다는 이야기엔 한참 동안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평화로운 분위기. 폭탄 발언을 하나 꺼낼 타이밍이다.
— 탕! 탕!
“자~ 주목해주세요.”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식사 중에 갑작스러우시겠지만, 보상 중 하나는 이미 주어진 것 같습니다.”
정말로 갑작스러운 내 말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장 먼저 상황을 일부 이해한 사람은 묵성 할아버지였다.
“가장 큰 기여를 쌓은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보상은 네가 얻었냐? 짐작은 했지만.”
할아버지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특별한 보상의 주인이 나이리라고 많은 사람들이 짐작했던 것 같다.
솔직히 명백히 나 아님?
두 번째 시련 마녀의 숲은 아리마를 휘어잡은 내 역할이 컸다. 세 번째 시련 지킬 앤 하이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 추리가 활약했다.
나머지 시련은 나 혼자서 활약했다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역할이 작은 것도 아니었다.
“맞습니다. 어떤 보상인지도 좀 전에 확인했습니다.”
혼자 확인했다는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좀 전이라면, 화장실 다녀올 때 확인한 거야?”
나는 모두의 앞에서 씩 웃으며 일어섰다. 하! 솔직히 진짜 어떻게 설명하기 힘들 정도의 쾌감이 뇌리를 가득 메운다. 정말로 초인이 된 듯한 즐거움을 주체할 수 없었다.
모두의 앞에서 자랑스럽게 양팔을 들어 올리며 정신을 집중했다. 화장실에서 확인한 ‘깃털 문신’.
문신을 의식함과 동시에 사용법은 저절로 알았다.
번쩍!
타앗! 하는 느낌으로 나는 식탁 반대편에서 나타났다!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 –
— 우당탕!
…
나는 허공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
“…”
잠시 장내에 침묵이 감돈 후, 아리가 물었다.
“그… 순간이동이야? 공중으로 이동해서 추락한 건 혹시 고의?”
“…”
“위치 조절이 좀 어려운가 보네. 그 능력도 연습 좀 해야겠다.”
“바로 또 쓰진 못해. 몇 시간은 필요해.”
“그래. 대단한 능력이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순간이동 하자마자 추락사하지 않으려면 연습이나 열심히 해.”
뭔가 약간 쪽팔리긴 하지만 다시 일어서서 양손을 들었다!
“와! 보셨나요? 전 이제 순간이동 능력이 생겼습니다!”
승엽이는 감탄하면서 외쳤다.
“형, 방금 그거 완전 현실 점멸 같았어요.”
아리는 이 와중에 초를 쳤다.
“방금 그 능력까지 보니까 확실해졌어. 2층에서 처음으로 봉인 당할 사람은 무조건 너일 듯.”
“…”
다들 뒤늦게 축하해주면서 식사 시간은 끝났다.
*
식사 시간이 끝나고, 기다렸다는 듯이 호텔은 알림을 띄웠다.
/식사는 맛있으셨습니까?
다시 한번 고된 시련을 이겨낸 분들께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늘부터 일주일 후, 2층이 개방됩니다. 2층에서 여러분은 지금까지의 시련보다도 한 차원 더 높은 시련을 직면하시게 됩니다.
물론, 지금껏 여러분이 보여주신 실력과 여러분이 이미 쌓아왔던 보물의 힘이라면 충분히 돌파할 수 있습니다. 일주일의 휴식 동안 충분히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시기 바랍니다.
추신 : 여러분이 고대하시는 바로 그것! 프런트로 이동해 주세요./
송이가 기뻐하며 외쳤다.
“요번에는 일주일인가요? 꽤 오래 쉬네요! 탐색 같은 것도 할 필요 없으니 이번엔 진짜 푹 쉬도록 해요.”
송이는 엘레나의 팔을 붙잡으며 몇 마디 덧붙였다.
“수영도 하고, 스키도 타고!”
엘레나는 크게 당황하며 부끄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은솔 누나는 참기 힘든 표정으로 모두를 독촉했다.
“프런트로 빨리 가자!”
프런트 중앙엔 거대한 보물 상자 같은 물건이 있었다. 진철 형이 고개를 까딱거리며 다가갔다.
“그냥 열어봅시다.”
툭 하고 버튼을 눌러서 상자를 열자, 호텔에서 말했던 세 개의 보상이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한 장의 티켓, 한 벌의 옷, 한 번의 기회.
진철 형이 이게 뭔가 하는 표정으로 붉은색의 버튼을 들어 올렸다. 아무것도 없이 딱 버튼만 붙어있는 작은 상자.
‘한 번의 기회’
상자 옆면엔 간략한 설명과 함께 이름이 쓰여있었다.
‘탈출 버튼’
옆에 서 있던 나는 티켓을 집어 들었다. 티켓 뒷면엔 간략한 설명이 쓰여있었다.
/소망의 티켓!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습니다. 용도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요?/
뭔 개소리야? 용도를 그냥 적어 놓으라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짜증을 내려던 순간, 내 옆에 있던 아리의 표정이 변했다.
그녀의 얼굴에서 격렬한 충동, 애절한 갈망, 간절한 소망, 숨길 수 없는 탐욕이 뒤섞인 혼란의 소용돌이 같은 감정의 폭풍이 나타났다.
아리는 거의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서 내가 들고 있는 티켓을 잡으려 했고, 나도 모르게 아리의 손을 밀어냈다.
“…”
“… 미안해. 조금 당황했어.”
“티켓의 용도를 알겠네. 진정하도록 해. 네 마음은 우리 모두 이해하고 있으니까.”
“…”
침묵이 감도는 장내. 나는 이 티켓의 ‘다양한 용도’ 중 적어도 한 가지 용도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이 티켓은 호텔에서 죽은 자를 부활시킬 수 있다.
긴장이 감도는 보상은 티켓 뿐만이 아니었다. ‘한 벌의 옷’을 묵성 할아버지가 낑낑거리며 꺼내 드는 순간 모두가 침묵에 잠겼다. 그 물건은 사실 ‘옷’이라기엔 너무나 거창했다. 차라리 ‘우주복’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물론 우주복도 굳이 따지면 옷의 일종이긴 하다.딱 봐도 대단히 뛰어난 내구성을 지닌 우주복처럼 보이는 옷에는 명패가 붙어있었다.
‘방호복 : 도검불침(刀劍不侵), 수화불침(水火不侵)’
호텔에 도착한 지 72일 차.
우리는 첫 번째 탈출 도구를 얻었다.
*
프런트를 지나쳐서 3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다과 테이블. 언제나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와 간식이 준비되어있는 그 테이블에 오늘은 그 어떤 음료도, 간식도 놓이지 않았다. 우리가 다 치워버리고 거대한 물건들을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보상을 얻고 나면 모두가 기뻐하며 즐기는 분위기가 되리라 생각했는데….
우리는 그저 말없이 테이블 위에 있는 물건들을 바라보았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은솔 누나가 그나마 딱히 문제 될 구석이 없는 보상, 탈출 버튼을 들었다.
“다들 설명은 읽어봤지? 워낙 단순하니까. 단 한 번! 버튼을 누르면 저주의 방에서 즉시 탈출합니다. 횟수는 카운트됩니다.”
다들 말이 없어서 나라도 대답했다.
“말 그대로 ‘탈출’ 판정을 강제로 만들어주는 도구네요. 일회용인 것 같고, 5회부터 난이도가 악랄해지는 횟수는 세는 것 같아요. 탈출 판정이니 그 시점에서 죽은 사람들도 당연히 부활시켜 주겠죠? 설명대로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는 도구네요.”
“사실상 한 목숨 추가 같은 느낌이라 좋네.”
“약간 불안하기도 합니다.”
“뭐가?”
“이런 물건을 주는 걸 보니 2층이 얼마나 힘들까 싶네요.”
“아~ 그런 생각 벌써 하진 말자.”
탈출 버튼을 내려놓은 후, 우리는 다시 침묵에 잠겼다.
이번엔 내가 티켓을 다시 잡았다.
“다양한 용도가 있다고 하고, 용도 중 하나는 ‘부활’인 것 같은데. 맞아?”
아리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아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것 하나로 바로 부활시킬 수는 없는 것 같네. 예전에 말한 ‘부활의 방’ 같은 장소를 찾아내야 하나? 그 장소에서 이 티켓을 쓰면 되는 거야?”
아리가 입을 열었다.
“나도 어디서 어떻게 쓰는지 까지는 몰라. 그냥 예전에 들었던 티켓과 외형이 똑같아서 알아봤을 뿐이야.”
“그래. 아무래도…. ‘누구를’ 부활시킬지 우리가 한번은 이야기해 봐야겠네.”
아리는 말이 없었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은솔 누나가 답했다.
“일주일이나 쉰다고 했잖아? 중간에 한번 이 주제로 진지하게 대화해보자. 다만 미리부터 딱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봐. 어차피 ‘부활의 방’이라는 장소를 찾아내지도 못했잖아. 아마도 2층에 가야 있겠지. 또, ‘다양한 용도’가 있다고 하니 다른 용도들도 찾아내야지. 부활에 비견될 정도라면 다른 용도들도 엄청난 가치가 있을 테니까.”
“그렇죠. 한번 이야기는 해봐야겠지만, 지금 딱 정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
또다시 침묵. 결국 우리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한 벌의 옷’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답답한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었던 진철 형이 옷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 이거 답답하네. 이게 뭐 별거라고 이렇게 떨고 있습니까? 아무렴 누가 밤에 이걸 입고 몰래 튀기라도 할까 봐요?”
바로 그 생각을 하고 있던 다른 7명의 사람이 전부 움찔 했다. 그 반응에 진철 형도 입을 굳게 다물더니 방호복을 다시 내려놓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엘리베이터 비밀번호 이야기는 그냥 하지 말았어야 했나?
… 그만두자. 이미 지나간 일이다. 게다가 모두를 속이는 일은 그만두기로 다짐하지 않았던가.
이 또한 우리가 이겨내야 할 또 하나의 시련이다.
한숨을 쉬며 뜨거운 감자가 된 ‘방호복’을 쳐다보았다.
2층에 가기 전, 일주일의 휴식 시간.
우리는 방호복이나 티켓 따위가 우리를 흔들 수 없도록 다시금 관계를 굳게 다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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