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47)
146화 – 휴식과 재정비 (2)
– 한가인
“잠깐! 주목!”
방호복 앞에서 어찌할 바 모르던 우리 앞에서 아리가 크게 외쳤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인 후, 아리는 말을 이어갔다.
“방호복 문제는 우리가 피해 다닌다고 해결되지 않아요. 결국은 결정을 내려야 하죠.”
은솔 누나가 모호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 밥 먹으면서 -”
“아니에요. 밥 먹으면서 회의하면 또 더 생각해보고 결론 내리자는 말이 나오겠죠. 지금! 지금 결정합시다.”
지금껏 봐온 그 어떤 순간보다도 단호한 태도로 아리는 계속 말했다.
“결국 방호복과 관련된 문제의 핵심은 이 물건을 평소에 누가 관리하는가죠? 관리하는 사람이 입고 몰래 탈출하는 상황을 두려워해서 아무도 손대지 못하고 여기 내버려 둔 상태니까요.”
솔직히 맞는 말이다. 다들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이 물건은 우리가 반드시 써야 합니다. 단순히 탈출 기능만 있는 도구가 아니라는 사실은 다들 알고 계시죠? 도검불침. 수화불침. 이 두 가지만으로도 초현실적인 성능의 방어구임을 알 수 있죠. 이런 물건을 호텔에서 왜 줬을까요?”
내가 대답했다.
“필요한 장소가 있으니까.”
“정답! 2층 어딘가에서 이 물건은 반드시 쓰일 겁니다. 어쩌면 우리는 용암에 들어갈 수도 있고, 극저온의 눈보라를 헤치고 나아가야 할지도 모르죠. 맨몸으론 다가갈 수도 없는 날카로운 물건들 사이를 헤집고 다닐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조용히 듣고 있던 진철 형이 입을 열었다.
“이 말을 네가 꺼내는 건 아리 네가 관리하겠다는 말이지?”
“맞아요. 방호복과 관련된 제일 큰 문제는 관리하는 사람이 밤에 입고 몰래 탈출할지도 모른다는 부분이죠? 단순히 감성적으로 이 사람은 믿을 만하다. 정도의 근거로는 불충분하죠. 혼자 탈출하지 않으리라는 더 확실한 근거가 있는 사람이 관리해야 합니다.
전 호텔에서 이미 한번 탈출했어요. 그런데도 구할 사람이 있어서 돌아왔죠. 엄마를 구하기 전에는 절대 나가지 않으리라는걸 이미 행동으로 입증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리 있는 말이다. 아리는 이미 탈출했는데도 목적이 있어서 돌아온 사람이다.
목적을 이루기 전엔 절대 나가지 않을 것임이 누구보다도 확실하다.
송이가 한 가지를 지적했다.
“엄마를 구한 후에는? 아! 네가 가지고 도망갈까 봐 의심한다는 말은 아니야! 그냥 -”
“괜찮아. 확인할 건 해야지. 그 부분도 문제없어. 방호복을 통한 탈출은 1인용이잖아? 따라서 엄마를 구한 후에도 바뀔 건 없지. 물론, 의심하자면 끝이 없겠지. 극단적으로는 내가 엄마만 탈출시키는 상황을 염려할 수도 있을 거야. 그렇게까지 걱정된다면, 미로가 부활한 후에 다시 한번 이야기하자.”
다소 걱정스러운 투로 진철 형이 물었다.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도 아리 네가 할 생각이냐?”
“그건 아니에요. 상황에 따라서 적합한 사람이 써야겠죠. 애초에 이 옷의 외형을 봐요. 평소에 걸어 다니면서 입을만한 외형이 아니잖아요? 필요한 순간에 입을 옷이고, 그때그때 필요한 사람이 쓰는 쪽으로 합시다. 다만, 쓰고 나서 내게 반납하도록 하고.”
잠시 장내가 조용해졌다.
이 정도면 방호복 사용에 대한 기준은 정해진 느낌이 든다.
1. 상황에 맞게 필요한 사람이 쓴다.
2. 쓰지 않을 때는 기본적으로 아리가 관리한다.
3. 아리의 엄마, 미로가 부활한 후에는 다시 이야기해 보자.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딱히 반대하는 사람이 없는 듯했다.
일단 방호복과 관련된 ‘신뢰의 문제’가 해결되자, 논의는 급격히 탄력을 받았다.
모두가 지난 며칠간 방호복과 관련한 궁금증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식사조차도 제쳐두고 모두 모여서 방호복의 기능을 하나하나 실험하기 시작했다.
*
한참 허우적거리던 진철 형이 방호복을 벗었다.
“이거 생각보다 힘드네.”
묵성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어째, 평소의 너보다 더 둔한 느낌이다?”
“오히려 내 움직임을 이 물건이 막는 느낌입니다.”
방호복의 구동계를 만지작거리던 아리가 입을 열었다.
“미묘하게 관리국 강화복하고 비슷하네. 애초에 이 물건, 무게가 100kg이 넘어. 사람이 근력으로 움직이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의 동작을 센서가 읽어내고 알아서 움직이는 식인 것 같아. 쉽게 말해 방호복을 입고 내는 근력은 사용자 본인의 힘과 무관하고 방호복 구동계 자체의 힘을 내는 식이야.”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강한 사람이 방호복을 입으면 오히려 힘이 약해질 수 있다는 말인가?”
“일반적으로는 흔치 않은 일이겠지. 승엽이만 해도 이걸 입고는 제법 힘이 강해졌잖아. 어지간해선 방호복을 입으면 강해진다고 봐야 맞아. 다만 ‘지나치게’ 강해서 강화복이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우리 중 딱 한 명 있을 뿐이야.”
옆에서 송이가 끼어들었다.
“난 아까부터 크기가 바뀌는 게 제일 신기해. 승엽이가 들어가면 승엽이에 딱 맞는 크기가 되고, 내가 입어도 내게 딱 맞고. 진철 오빠가 팔을 집어넣으니 저절로 커졌잖아? 무슨 마법인가?”
아리는 조금 다른 의견을 냈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관리국 물건도 사용자 체형에 어느 정도 맞추긴 해. 크기와 무관하게 무게는 계속 같은 것으로 보아 오컬트적인 힘이 아니라 엄청난 과학일지도….”
별 의미 없는 이야기 같다. 호텔에 들어온 이후로 엄청난 과학과 오컬트적인 힘은 아무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보다 아까부터 언급 중인 ‘관리국 강화복’이라는 단어가 더 신경 쓰였다. 그런 물건도 있어?
— 탕! 탕!
두 발의 총성. 묵성 할아버지가 감탄했다.
“히야! 권총 정도로는 표면에 기스도 안 가는데? 더 큰 화력을 시험하지 못해서 아쉽다. 진철이 네 힘으로는 어떠냐?”
“입은 채로 주먹으로 벽을 쳐보기도 하고, 방호복 자체에 힘도 써봤는데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다만?”
“방호복 자체는 한없이 튼튼하지만, 내부의 사람에겐 충격이 가긴 가는 것 같습니다. 많이 줄어들긴 합니다.”
이제 마지막 실험의 순간이 왔다.
나와 송이, 진철 형이 서로를 돌아보며 끄덕였다.
방호복 안에 있는 사람은 아리였다.
첫 번째로 나선 사람은 송이였다.
팔찌에서 희뿌연 섬광이 번쩍하자마자 방호복 내의 아리가 손을 마구 저었다. 멈추라는 이야기다.
방어 실패.
다음으로 내가 마도서를 꺼냈다.
정신만 붕 뜬다 싶더니 순식간에 방화복 안으로 들어온 내 정신을 느꼈다.
들어온 김에 볼을 한번 꼬집고 나갔다.
방어 실패.
이쯤에서 이미 짐작했다. 하지만 확인은 해봐야겠지.
장소도 프런트 쪽으로 옮기고 모두가 거리를 벌린 채로 진철 형이 별을 잠깐 꺼냈다.
정말 잠깐 꺼냈지만, 찰나의 순간에 방호복의 도색이 바로 벗겨지는 광경을 보고 형은 즉시 집어넣었다.
놀랍게도 별이 사라지자 방호복의 도색은 느릿하게 원상 복원되었다.
방어 실패.
이 정도로 방호복에 대한 성능 시험이 마무리되고 대략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1. 진철 형을 제외한 사람들은 방호복을 입으면 힘이 약간이나마 강해진다.
2. 누가 입어도 각자의 체형에 맞는 크기로 변화한다.
3. 방호복 자체는 무적에 가깝지만,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으면 내부의 사람은 위험할 수 있다.
4. 유산의 힘은 방어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아리가 입고 방 쪽으로 떠났다.
모두가 방호복의 기능과 활용에 대해 생각하던 중,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은솔 누나가 입을 열었다.
“필요할 때 쓰려면 저주의 방을 진행하면서 저 물건을 가지고 다녀야 하나?”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무게가 사람보다도 무거워. 저울이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진철이보다도 훨씬 무거워. 100kg도 훌쩍 넘을 텐데, 저걸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
“상황을 봐야겠지만, 가능하면 누군가 입고 다녀야겠네요.”
“저런 요란한 물건을? 평소에? 누가?”
아무래도 호텔에서 평소 보관하는 사람(아리)과 별개로, 저주의 방에서 입고 다닐 사람도 정해야 할 것 같았다.
마침, 유용한 축복이 있음에도 본인의 물리적인 능력이 너무 부족해서 축복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한 명 떠올랐다.
*
– 이은솔
방호복에 대한 분석도 끝나고 식사도 마무리될 무렵, 가인이가 내게 ‘탐욕의 손’을 다시 한번 쓰자는 제안을 했다.
주변을 돌아보자 엘레나나 송이, 진철이도 다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기들끼리 이미 합의한 모양이다. 결국 나도 탐욕의 손을 쓰기로 했다.
동료들은 각기 전투를 위해 나름대로 준비한 후 프런트 쪽에 모였다.
주변을 돌아본 후, 탐욕의 손을 쓰기 위해 ‘소원’을 생각했다.
…
[탐욕의 손 : 1]종종 나와 다른 동료들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곤 한다.
‘더 강해진다’라는 목적을 위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내자는 판단.
정말이지 보통 사람의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을까?
평범한 인간을 능가하는 힘을 얻은 초인들이기에 내릴 수 있는 판단이다.
동료들은 이미 별의 힘으로 만물을 비틀고, 저울을 불러내서 군대를 으스러트리고, 손짓 한 번으로 사람의 감각을 희롱하고, 천사의 힘을 빌리거나 사람의 몸을 빼앗을 수 있는 초인들이니까.
때때로 동료들은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내게 던지곤 한다.
역시 재벌 집안 출신이라 우리 같은 소시민을 이해 못해! 같은 느낌의 농담들.
호텔 바깥에서 만났다면 그럴 수 있다고 인정했겠지.
하지만 호텔에 들어온 후론 대체 무슨 말인가 싶다.
재벌이니 뭐니 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저 사람 중 아무나 호텔 밖으로 나가도 재벌 따위는 하루아침에 무너트릴 수 있을 텐데….
나는 종종 이해하기 어렵다.
대체 이 사람들은 왜 아직도 내 말을 이렇게 잘 들어줄까?
힘의 격차가 일정 이상 벌어지면 정상적으로 대화조차 어려운 것이 만고의 진리가 아니던가?
솔직한 이야기지만, 나도 주주총회에서 콩알만 한 지분으로 입을 여는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아직 내가 입을 열 때마다 경청하는 동료들을 보고 있으면 고맙기도 하고, 뭐 하는 사람들인가 싶기도 하다.
이럴 때 보면 호텔에서 이 파티를 뽑을 때 ‘착해서 뽑았다’라는 아리의 농담은 사실 냉철한 분석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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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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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함이다.
나의 나약함이다.
모두가 초인으로 변해가는 호텔에서, 나만 아직도 인간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이토록 나약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무력함을 벗어던지고자 하는 소망을 품은 채 탐욕의 손을 바라보았다.
요전의 나비 브로치, 아직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지만, 그 정도 물건으론 부족해.
나를 더 나아갈 수 있게 해줘.
이런 나약한 생각에 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게끔 도와줘.
적어도 내가 동료들을 보면서 열등감에 휩싸이지 않을 수 있게 힘을 빌려줘.
[탐욕의 손 : 1 -> 0] [이루어졌다.]‘네가 직접 고르거라.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참가자의 요청으로, 휴식 시간이지만 깜짝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깜짝 이벤트 : 이상한 상점 오픈!/
익숙한 존재가 나타났다. 재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하하하! 이거 이거~ 아주 우수 고객분들이시군요? 제 도움이 이렇게나 간절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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