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48)
147화 – 휴식과 재정비 (3)
– 한가인
탐욕의 손이 사용된 직후, 주변 공간이 울리는가 싶더니 이젠 친근함까지 느껴지는 상인이 나타났다.
첫 번째로 사용했을 때는 마물 퇴치 이벤트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싸워서 해결하는 이벤트이리라 생각했지만 틀린 것 같다.
전혀 다른 유형의 이벤트가 발생했다. 이번엔 거래 이벤트인가?
다들 다소 당황하며 상인을 주목했다.
붕대를 펄럭이며 상인은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고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은솔 고객님의 요청으로 제가 직접 왔습니다. 호텔이란 험난하고 고단한 장소! 강력한 보물이나 초능력 없이는 버텨내기 어려운 장소 아니겠습니까? 강해지고 싶다는 소망! 이해합니다. 저 또한 심히 공감하는 바입니다. 물론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아시겠지요?”
은솔 누나가 다소 피곤한 투로 말했다.
“그냥 빨리 이야기해. 또 어떤 물건을 팔러 왔고, 이번엔 뭘 대가로 치러야 하는지.”
“어떤 물건을 팔러 왔냐? 이런~ 이런! 오해입니다. 이번엔 물건을 팔러 오지 않았습니다.”
“무슨 말이지?”
“죄송하지만, 이번에 가져온 상품들은 저로서도 감히 팔 수 없는 귀한 물건들입니다. 안타깝지만 호텔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없습니다.”
“호텔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설마 파는 게 아니라 빌려주는 거야?”
“눈치가 빠르시군요. 맞습니다. 이번에 제가 보여드릴 상품들은 호텔 밖으로 가지고 나가실 수 없습니다. 나가시는 즉시 회수할 예정입니다. 다만, 대여료는 돌려드리지 않습니다.”
상품은 ‘신체’, 그리고 대여료.
불길한 직감이 느껴졌다. 설마 해서 물었다.
“대여료라는 게…. 설마, 우리의 원래 신체?”
상인은 대답 대신 입꼬리가 찢어질 정도로 벌렸다. 충분한 대답이었다.
상인은 점점 재밌어진다는 듯, 상세한 설명을 시작했다.
“상품은 모두 특정한 신체 조직! 원하시는 분은 자신의 진짜 신체와 교환해서 빌려 가시면 됩니다. 호텔에서 나갈 때는 전부 회수합니다. 즉, 진짜 신체는 대여료로 지불하고, 빌려드린 신체 조직은 나갈 때 회수당한다는 말입니다. 더 설명이 필요합니까?”
명확히 이해했다. 한마디로 밖으로 나가면 신체장애가 남는다는 이야기다.
다들 숨이 멎은 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묵성 할아버지가 질문했다.
“치료는 가능한가?”
“호텔 내에선 불가! 대여료로 지불한 진짜 신체는 105호에서도 회복할 수 없습니다. 사실 회복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이상한 일입니다. 빌려드린 신체 조직이 남아있는데, 진짜 신체를 회복시키면 팔이 3개가 되는 것 아닙니까? 다만, 호텔 밖에서는 알아서 하십시오. 재산과 의학의 힘을 빌려서 이식받아 회복할 수도 있겠지요?”
진짜 신체를 대가로 바쳐서 특별한 신체와 교환하고, 그렇게 얻은 신체도 호텔에서 나갈 때 도로 회수하는 일종의 대출 거래.
듣고 있자니, 대가가 이것뿐이라면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팔 하나를 내어주고 강력한 힘을 가진 팔을 얻었다 치자.
호텔 내에서야 강력한 힘을 가진 팔이 있으니 손해랄 것이 없다.
호텔 밖으로 나가면 어떻게든 치료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예컨대 관리국의 힘을 빌린다면 사라진 팔 정도는 어떻게든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슷한 생각을 한 아리가 질문했다.
“어째 너답지 않게 조건이 너무 좋은데? 다른 대가는 없어?”
상인은 재밌다는 듯 대답했다.
“하하! 제가 받아 가는 대가는 이게 전부입니다. 제가 사기라도 치는 것 -”
…?
잠시 상인이 말을 멈추었다.
.
.
.
갑자기 상인의 입이 상하좌우 십자로 찢어지고 내부에 숨겨진 헤아릴 수 없는 수의 톱니 같은 이빨이 나타났다!
언제나, 심지어 우리가 때리던 순간에조차 웃음을 잃지 않던 상인이 그야말로 지상에 내려온 악마에 비견할만한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상인은 은솔 누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하하 참, 후원자분께서 ‘보다 친절한 설명’을 하길 바라시는군요.”
은솔 누나의 후원자가 뭔가 개입했나?
누나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고맙다고 전해드려.”
상인의 표정에 다시 억지웃음이 돌아왔다. 후원자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인지, 그는 훨씬 상세한 설명을 시작했다.
“이런 설명은 참 재미없습니다만, 별수 없군요. 엄밀히 말해 제가 받지 않으므로 대가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관점에서 부담스러운 점이라면 더 있습니다. 바로 새롭게 얻을 신체 조직 자체가 주는 부하죠.
사람의 몸은 정교한 기계와도 같은 것. 신체 일부에만 이형의 힘이 깃든다 해서 부하가 그 부위에만 걸리는 게 아닙니다. 변이된 팔은 상반신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변이된 눈은 두뇌에 영향을 끼치죠. 그리고 그 부하 역시도 호텔 내에선 치료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 대가, 신체 전반에 가해지는 부하.
어찌 보면 이쪽이 진짜 대가가 아닌가 싶다.
첫 번째 대가인 진짜 신체의 소멸이야 호텔 내에선 신경 쓸 필요 없고, 호텔 밖에선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두 번째 대가인 신체 전반에 가해지는 부하는 호텔 내에선 치료할 수 없다고 하니, 당사자가 버텨내는 수밖에 없다.
각자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는 사이, 상인은 본격적으로 상품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첫 번째 물건은 검고 탁한 비늘로 뒤덮인 팔이었다.
“이 물건은 아브라스 일족의 강력한 전사의 팔입니다. 성인 남자의 3배 이상의 힘을 낼 수 있고, 내구력은 날붙이를 튕겨낼 정도는 되지요. 도마뱀도 울고 갈 재생력은 덤입니다. 실상, 이 팔 하나만 있으면 모두가 숙련된 전사가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물건은 새하얀 털로 뒤덮인 역발형 다리였다.
“이 물건은 에세데 산 주인의 오른쪽 다리입니다. 그 강함과 강도는 감히 인간의 다리와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용수철 같은 근육을 사용하면 한달음에 20M, 30M를 뛰는 것도 가능하죠. 무엇보다 이 신축성! 이 다리는 무려 상황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물건은 거의 주먹만 한 크기의 대형 안구였다.
“필로테 섬의 단안거조의 눈입니다. 100M 밖의 하루살이도 알아보고, 날아가는 화살에 적힌 글자도 알아볼 수 있는 대단한 시력을 가지고 있죠.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 눈은 무려 카메라처럼 현재 시야에 들어온 풍경 전체를 캡처할 수 있거든요. 더 놀라운 사실!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불가시의 존재들조차 어렴풋이 잡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 물건은 척추였다.
“플록시안의 등뼈입니다. 이 물건은 -”
아리가 바로 끊었다.
“잠깐. 이 뼈의 대가는 우리 척추를 뽑아가는 거지?”
“그렇습니다.”
아리는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건 안돼. 관리국 기술력으로도 척추를 통째로 재생할 방법은 아직 없어. 애초에 척추가 사라지면 지구로 돌아가자마자 즉사할 것 같은데? 다들 나가자마자 죽을 생각은 없지?”
나는 아리에게 물었다.
“척추에만 이런 반응이네? 팔, 다리, 눈은 회복할 수 있지?”
아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은 재생은 아니고 의안이지만, 대충 다 회복할 수 있어.”
등뼈를 제외한 나머지 상품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탐욕의 손을 쓴 당사자, 은솔 누나는 저 물건들이 모두 탐스러운 기색으로 상인에게 붙어서 더 자세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주변을 돌아보자, 관심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명확히 분류되었다.
대체로 저런 물건 없이도 믿을만한 힘이 있는 유산 소유자, 나와 진철 형, 송이, 아리 등은 시큰둥한 기색이었다.
솔직히 유산에 비하면 그리 대단한 물건으로 보이지 않았고, 저 상품이 신체에 주는 부하가 유산의 자유로운 사용에 방해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엽이는 상당한 흥미를 보이길래 내가 끌어냈다. 이미 진철 형이나 묵성 할아버지와는 의견을 나눈 부분인데, 축복 ‘행운’을 고려할 때 저주의 방에서 방호복을 평시 사용하기에 가장 적절해 보이는 사람이 승엽이다.
어차피 방호복을 쓴다면 이형의 육신은 별 의미가 없다.
결국 엘레나와 묵성 할아버지, 은솔 누나 셋이서 열심히 토론하기 시작했다.
묵성 할아버지가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눈 말고는 함정이라니까! 팔다리는 별것 아니다. 딱 보면 모르겠냐? 팔다리는 결국 그냥 힘 세지게 해주는 것 아니냐? 무식한 힘은 진철이도 있고, 페로도 있고, 방호복도 있다. 대체제가 많아. 하지만 압도적인 시각 능력! 이건 대체제가 없지.”
은솔 누나는 절반은 동의하면서 절반은 다른 의견을 냈다.
“눈이 제일 좋다는 의견은 동의하는데, 팔다리도 괜찮지 않아요? 어차피 관심 있는 사람도 셋이니 한 명은 눈, 나머지 둘은 팔다리 식으로 셋 모두 챙기는 쪽이 좋아 보이는데.”
엘레나도 끼어들었다.
“전 다리는 진짜 함정 같아요. 팔은 한쪽만 강해져도 나름대로 의미 있겠지만, 다리가 한쪽만 강해지는 게 의미 있을까요? 달리기든 뛰기든 점프든 다리로 하는 행동은 대부분 양다리의 균형이 필요한데. 다리 한쪽만 강해진다고 제대로 뛸 수 있을까요?”
“음 다리는 진짜 함정 같네. 그러면 눈과 팔만?”
나도 내 생각을 전했다.
“결국 얻으실 분이 결정할 문제긴 한데, 엘레나는 얻지 않는 쪽이 나아 보여요.”
엘레나가 궁금하다는 듯 내 쪽을…. 정확히는 내 발 쪽을 바라보았다.
아직 시선을 마주치는 게 어색하다.
“이 신체 조직들은 유용할 것 같긴 한데, 유산이나 축복의 힘에 비견될 정도는 아닙니다. 따라서 이 상품들로 인해 유산이나 축복의 운용에 방해가 생기면 곤란하죠. 작은 힘을 얻으려다 큰 힘이 약해지면 소탐대실 아닙니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은솔 누나의 ‘부귀’나 묵성 할아버지의 ‘소통’은 축복이 신체와 별 상관이 없어서 괜찮아 보입니다. 저 신체 조직이 몸에 부하를 준다 해도 부귀나 소통은 별 영향을 받지 않죠.
반면 엘레나, 예전의 일을 떠올려보세요. 정의 활성화 전에 입은 부상은 활성화 후에도 치료할 수 없습니다. 그 부상으로 인해 정의를 쓰고 나서도 기절하거나 무력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엘레나가 내 말을 이해했다.
“새로운 신체 조직을 쓰다가 몸에 타격이 누적되면, 그 타격으로 인해 정의를 쓰다가 쓰러질 수도 있겠네요. 그러면 저는 포기할게요.”
결국 은솔 누나가 눈, 묵성 할아버지가 팔을 얻는 방향으로 결정이 났다. 두 사람이 상인에게 다가갔다.
상인의 앞에 선 은솔 누나는 다소 두려운 듯 물었다.
“나는 눈, 이쪽 할아버님은 팔을 얻기로 했어. 그런데, 어떻게 줄 생각이지? 설마 내 눈과 할아버님의 팔을 네가 직접 뜯어내서 -”
“세상에! 누가 그렇게 무식한 행동을 한단 말입니까? 야만인입니까? 마취도 없이 눈을 뽑고 팔을 뜯어낸다니! 그런 짓을 하면 사람은 죽어요. 쇼크사한단 말입니다. 아시겠어요?”
“…”
저 새끼, 저번에 만났을 때는 대가로 당장 손가락과 사지를 자르라고 하지 않았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상품은 여러분이 주무시는 동안 저희가 아프지 않게 알아서 붙여드릴 예정입니다. 혹시나 해서 말이지만 밤에 이 악물고 자지 않고 버티지는 말아주세요. 서로 피곤한 일이 생길 뿐입니다.”
대출 거래가 체결되었다.
상인은 거부당한 다른 신체 부위들을 집어넣고, 팔과 눈알만 우리 앞에서 다시 한번 보여준 후 사라졌다.
…
강력한 힘을 얻기 위한 대가라고 봐야겠지만, 두 신체 부위 모두 인간의 팔, 눈과 생김새가 너무 다르다.
특히 눈알은 크기로 미뤄볼 때 사람의 두개골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엘레나가 다리를 금방 포기한 데에는 외형적인 흉측함도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런 흉측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눈과 팔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각오 역시 보통이 아니겠구나.
새삼스럽지만 다시 한번 누나와 할아버지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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