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50)
149화 – 휴식과 재정비 (5)
– 한가인
생각을 정리하던 중,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흠. 흠. 일단 내 말 좀 하겠네.”
“말씀하세요. 할아버님.”
“따지고 보면 나도 이 문제에서 온전히 중립적인 처지는 아니네만, 그래도 날 믿고 회의에 포함한 점은 고맙다는 말부터 하겠네. 우선 아리의 모친 되시는 미로 양에 관해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말하겠네.
이미 짐작했겠지만 미로는 나보다도 훨씬 선배 요원일세. 평범한 인간인 나와 달리 호텔에 들어가기 전부터 명백한 초인이었지. 근력, 순발력, 체력 등 신체 능력 전반적으로 인간을 능가했고, 다채로운 초능력도 가지고 있었네.”
진철 형이 질문했다.
“듣다 보니 궁금합니다. 그 초인적인 능력의 기원은 뭡니까? 호텔에 들어가기 전부터 초인이었다면 관리국에서 부여한 능력입니까? 하지만 요전에 아리는 관리국에 초능력을 부여할 수단은 없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관리국에 그런 수단은 없네. 그때 했던 대답을 똑같이 해주지. 관리국에 초능력을 부여할 능력이 있다면 내가 왜 일반인이겠나? 당연히 베테랑 요원인 나도 초능력이 생겼겠지. 미로가 어떤 루트를 통해 초인이 되었는지는 나는 모르네. 아리는 알지도 모르지.”
은솔 누나가 질문했다.
“인격적으로는 어떤가요? 지금은 정신적으로 어린아이와 같아졌다는 말은 들었네요.”
“원래도 다소 독선적이고 평범한 사람을 무시하는 성향은 있었다고 들었네. 다만 윤리 의식이 없는 정도는 아니었고, 요원으로서 세상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가짐은 기본적으로 있었지. 물론 이런 정보가 호텔에 들어간 후의 미로를 분석하는 데 의미 있을지는 모르겠네.”
호텔이 부여한 능력과 별개로 이미 초인이었던 존재. 본래는 다소 독선적이면서도 최소한의 선을 넘지는 않는 성품.
대략적인 캐릭터는 알 것 같다.
이쯤 해서 내 생각도 나름대로 정리되어서 의견을 전했다.
“타인을 부활시킨다고 칠 때,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당연히 능력이죠. 우리에게 도움이 될만한 존재여야 합니다. 두 번째로 통제 가능성입니다. 부활시킬 사람은 현재의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통제 가능성이라….”
“지금 부활시키려는 사람 중 우리가 잘 아는 사람 있습니까? 아무도 없죠. 미로에 대한 정보조차도 단편적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아예 모르잖아요? 누굴 믿을 수 있는지는 부활시켜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누굴 통제할 수 있는지는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죠.”
은솔 누나가 답했다.
“일단은 너무 강한 존재면 부담스럽겠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지나치게 강력한 존재는 우리가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송이에게 묻고 싶은데, 우리가 에스타비오를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아?”
송이는 듣자마자 단호하게 대답했다.
“절대로 불가능. 저는 지금도 에스타비오가 시설 내의 외계인들 다수를 혼자 학살하던 광경을 꿈에서 보곤 해요. 그는 아타나시아 중에서도 강력한 존재였으리라고 생각해요. 갑자기 기습한다면, 혼자서 우리 전원을 죽일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니 에스타비오 같은 존재는 배제합시다. 우리가 지금보다 훨씬 강해진 먼 미래에나 다시 고민하든지 말든지 하고.”
엘레나는 다소 아쉬운 듯했다.
“그처럼 강한 존재가 함께한다면 그야말로 프리패스 급으로 거의 모든 시련을 돌파할 수 있을 텐데요!”
은솔 누나는 마음을 정한 듯, 단호히 답했다.
“그건 우리 생각이고, 부활한 에스타비오 생각은 다를 수도 있지. 저능한 유인원들은 다 썰어 죽이고 자기가 모든 유산을 처먹고 호텔을 돌파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할지도 몰라. 기본적으로 외계인, 그것도 인간을 가축으로 쓰던 외계인이라 사고방식 자체가 전혀 예측이 안 가. 배제하자.”
진철 형이 다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방금 이야기한 ‘통제 가능 여부’라는 점에서 보면 미로 양도 아웃 아닙니까?”
“미로는 적어도 에스타비오 보다는 상황이 낫긴 하지. 최소한 아리는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송이가 불안한 듯 의견을 냈다.
“만일 미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부활시키려고 하면 아리가 격하게 반대하지 않을까요? 그러다가 우리 사이에 내분이라도 생기면 어떡하죠?”
…
그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 털컥!
문이 열리며 침묵을 깨트리는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너무 유치한 애라고 생각한 것 아니야?”
“으아앗!”
“쿨럭!”
갑자기 아리가 난입했다!
모두가 놀라서 당황하며 묵성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할아버지는 놀라서 양손을 휘저었다.
“나 아니다! 나 아니야! 개인 톡 이런 거 아니야!”
잠시 킥킥거리던 아리가 끼어들었다.
“오해하지 마. 애초에 이 호텔에 사람이 수백 명도 아니고, 겨우 8명인데 갑자기 나 말고 어디론가 싹 사라지면 이상하다고 느끼는 게 정상이지. 너무 허술한 ‘작당 모의’ 아니야?”
허술한 작당 모의나 하고 있던 우리는 부끄러워서 그냥 고개를 숙였다.
이런 비밀회의는 할 거면 들키지나 말아야 하는 건데!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송이가 물었다.
“그…. 어디부터 들었어?”
“네가 했던 말부터 들었어. 미로 말고 다른 사람을 부활시키면 내가 격하게 반대해서 싸움이 생길지 모른다고 하던 부분.”
결국 우리는 그 앞에 했던 이야기를 아리에게 전해줬다.
진철 형이 냈던 티켓은 우리 자신을 위해 아끼자는 의견.
다음으로 묵성 할아버지가 했던 미로에 대한 간략한 설명.
내가 제시한 선택의 기준, 능력과 통제 가능성.
조용히 경청하던 아리는 나름의 생각을 밝혔다.
“진철이가 낸 의견은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호텔에서 제일 큰 위협은 저주의 방이지? 저주의 방은 그 특성상 전멸 또는 전원 생존이 있을 뿐, 특정 몇몇만 죽고 나머지는 살아나온다는 가능성은 없잖아.”
“나도 그 생각은 했다. 네 말대로 저주의 방만 생각하면 우리 자신을 위해 티켓을 아낀다는 선택지는 의미가 없지. 누군가 죽은 상황은 전원 몰살일 테고, 그때는 티켓을 써줄 사람이 없을 테니까. 하지만 호텔의 위협에 저주의 방만 있는 것은 아니지. 미션의 방처럼 이미 희생자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진행하기 어렵다 싶으면 포기할 수 있는 방도 있고, 호텔 자체도 가끔 특수 이벤트를 열곤 하니까.”
아리는 즉시 재 반박했다.
“위협 전부가 저주의 방은 아니지만, 한 90%는 저주의 방이지. 미션의 방은 층 전체에 딱 하나 있었고 2층에도 있을지는 알 수 없잖아. 호텔에서 여는 특수 이벤트는 우리가 저주의 방만 꼬박꼬박 들어간다면 통상 발생하지 않아. 가장 큰 위협, 저주의 방에 집중해서 생각해봐. 동료를 늘려서 전력을 강화하면 저주의 방을 더 쉽게 돌파할 수 있으니까 위험을 줄일 수 있어.”
그쯤에서 은솔 누나가 잘랐다.
“티켓을 아낄지 말지에 관한 이야기는 그쯤 하자. 어차피 부활의 방을 찾은 후에 다시 이야기해볼 문제고, 만약 그 시점에 우리 중 누군가 죽어있다면 당연히 최우선 부활 대상은 우리 자신이니까.”
“타인을 부활시킨다는 전제로 말하자는 이야기죠?”
“그래. 사실 그 경우의 네 의견이 궁금해서 묻는 거야.”
아리는 나머지 사람을 한 번씩 훑어본 후, 대답했다.
“제 의견도 아까 가인이 생각과 비슷해요. 능력과 통제 가능성. 단어 선정도 괜찮네. 그리고 모두가 내게 한 가지 오해하는 듯한데, 난 첫 번째 티켓을 꼭 미로에게 써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 없어요.”
???
순간적으로 다들 놀랐다.
엄마에게 쓰자고 주장할 생각이 없었어?
다들 당황하는 와중, 누나는 ‘첫 번째’라는 단어를 캐치 했다.
“‘첫 번째’ 티켓이라…. 넌 티켓이 더 있으리라고 봐? 어차피 여러 장 얻을 수 있으니까 꼭 첫 번째에 미로를 부활시키는 일에 목매달 생각 없다? 결국 호텔을 나가기 전에 부활시키면 되는 문제니까?”
진철 형도 재빨리 물었다.
“그것도 과거의 경험이냐?”
“애매해. 그때는 티켓을 더 얻지 못했어. 다만, 티켓을 얻을 방법이 더 있다는 말은 당시에도 나왔지.”
이후 아리가 추측의 근거를 몇 가지 제시했다. 티켓의 용도가 여럿이라는 점, 과거의 어렴풋한 기억 등.
나는 더 확실한 답을 얻기로 했다.
[조언 : 3 -> 2]‘티켓을 더 얻을 수 있냐?’
[관문의 방은 2층에도 있다.]올빼미 특유의 돌려 말하는 화법. 그러나 이 답변의 의미는 즉시 이해했다.
2층 관문의 방의 보상으로도 티켓을 얻을 수 있다.
동시에 아리가 말하는 과거의 어렴풋한 추측의 실체도 이해했다.
아리가 종종 언급한 바에 따르면 그때도 지혜의 소유자가 있었다고 한다.
보나 마나 그는 직접 올빼미에게 물어서 나와 같은 답을 얻었겠지.
다만, 망해가는 파티라 그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은 지혜의 소유자를 관찰해서 어렴풋한 추측만 했으리라 짐작했다.
내가 그럴 필요는 없다. 즉시 모두에게 올빼미의 답을 알렸다.
티켓을 얻을 수단은 더 있으므로 꼭 첫 번째 티켓으로 미로를 살리겠다고 집착할 필요가 없다.
아리의 생각을 이해했다. 긴장이 살짝 풀린 분위기에서 아리가 계속 말했다.
“난 가인이가 말한 능력과 통제 가능성이라는 기준이 상당히 적절하다고 보고, 그 기준으로 대상을 분류하면 사실상 한 명만 남는다고 봐요. 우선 승엽이를 구해줬다는 차승진 씨. 미안하지만 능력적으로 볼 때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 같진 않아요.
에스타비오, 그리고 안타깝지만 제 어머니 미로도 통제 가능성이라는 면에선 하자가 있죠. 초월적인 힘을 가진 외계인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 제 어머니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어머니 옆에 24시간 붙어있을 수는 없으니까. 세 명을 거르니 한 명 남았죠?”
결국 나도 내심 생각하던 사람이 남았다.
능력적으로 너무나 유용한 특출난 치유 능력을 갖춘 사람, 우리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전투력을 갖추진 않은 사람.
의사, 김상현이다.
휴가 5일 차. 칵테일바에서 나눈 부활 토론의 결론은 누군가를 부활시키겠다면, 첫 번째 대상은 의사가 제일 적절하리라는 방향으로 정해졌다.
*
– 이은솔
토론이 끝나고 모두가 칵테일바에서 나가서 하나둘 사라졌다.
…
바에 남은 사람은 나와 아리 둘이었다. 아리는 의뭉스러운 분위기로 물었다.
“하실 말씀 있으세요? 남으라고 신호하시길래 남았는데.”
“응. 물어보고 싶은 게 몇 가지 있어서.”
“뭔가요?”
“눈에 관해서도 상담할 게 있지만, 그보다 먼저 물어볼게. 미로에 대한 네 태도. 예상과 너무 다른데?”
“…”
“아까 네가 한 말은 굉장히 논리정연했어. 그래서 이상했지. 얼마나 위험한 장소인지 뻔히 알면서 이 호텔로 돌아올 만큼 엄마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잖아?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의 부활이라는 주제에서 냉정하다는 사실 자체가 좀 이상해. 혹시 숨긴 게 있으면 그냥 털어놔. 습관성 비밀 만들기 증후군은 이제 좀 고칠 때도 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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