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51)
150화 – 휴식과 재정비 (6)
– 이은솔
“습관성 비밀 만들기 증후군이라니…. 제가 언니처럼 회의를 숨기기라도 할까 봐요?”
아리만 빼고 회의하려고 한 것 때문에 삐졌구나.
이런 건 원래 들키지 말아야 하는 건데.
딱히 해줄 말이 없어서 칵테일 한잔 섞어서 건네줬다.
“이거나 마셔.”
한잔 쭉 들이킨 아리의 표정이 조금 좋아졌다.
“티켓을 처음 봤을 때는 견디기 힘들었죠. 오랜 꿈의 실현이 다가온 느낌이었으니까. 아마 휴가 첫날 이 회의를 했으면 여러분이 예상한 대로 꽤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요? 며칠 동안 혼자 생각해봤어요.”
“혼자 생각하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어?”
“현실적인 이유가 떠올랐죠. 과연 미로가 사고를 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미로는 딸인 아리도 믿지 못하는구나. 역시 부활은 좀….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예전에 말한 유산을 독식했다는 사람 -”
“한 명은 미로죠. 이미 다들 짐작하시잖아요?”
“…”
“다만 그 부분은 약간 변호해볼게요. 미로뿐만이 아니라 당시의 파티원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인데, 그들이 사회에 있을 때부터 악인은 아니었어요. 호텔의 가혹한 환경에 노출되기도 했고, 한두 명이 이기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하자 결속 자체가 무너지면서 파탄이 났죠.”
“멀쩡한 미로가 지금 우리 파티에 참여하면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네. 물론 제 믿음에 불과하죠. 정작 저는 멀쩡한 미로라는 존재를 만나본 적도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아리는 그 어느 때보다 텅 비어있는 것 같았다. 듣다 보니 약간의 궁금증이 생겼다.
“유산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인데, 미로가 부활한다면 생전에 가지고 있던 유산을 전부 가지고 부활할까?”
“저도 그 점은 궁금해요. 사실, 미로 말고 다른 부활 대상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죠. 생전의 힘은 부활 후에 어느 정도 유지될까요? 축복은 생전과 똑같을까요? 에스타비오를 부활하면 그는 팔찌를 가지고 부활할까요? 의사는 NPC 상태일 때 가지고 있던 치유의 힘을 그대로 가지고 부활할까요?”
“우리의 판단 기준이 되는 그들의 능력이 부활 후에도 유지될지 장담하긴 어렵지. 지금 시점에선 알 수 없는 부분들이고.”
“부활에는 비밀이 많아요. 비밀의 상당 부분은 결국 부활의 방을 가야 밝혀지겠죠. 그때 가서 우린 다시금 토론해야 해요.”
“다시 미로 이야기로 돌아가자. 미로의 지금 정신 상태는 정상이 아니라고 들었어.”
“맞아요. 그래서 첫 번째 부활 대상으로는 적절치 않아요. 다른 수단을 찾아야 하죠.”
“다른 수단?”
텅 비어있던 아리에게 다시금 불길이 깃들었다. 말투도 달라졌다.
“미로는 나를 빚어내면서 망가져서 어린아이가 됐지. 내가 태어난 장소. 나의 시작 지점. 바로 그 장소. 그곳에는 분명 미로를 회복할 방법도 있을 거야. 그 방법을 찾아낸 후에야 미로의 부활은 의미가 있어.”
“네가 태어난 장소라. 어딘지는 모르는 거지?”
“몰라. 설명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내가 태어나자마자 어린아이가 된 상태였으니까. 대체 어떤 방, 어떤 힘이었길래 미로가 혼자서 날 만들 수 있었을까?”
…
여기까지가 아리의 계획인 것 같다.
모종의 일로 지성을 상실한 미로를 부활시키는 일은 딸인 아리 입장에서도 매우 부담스럽다.
아리 말마따나, 24시간 미로 옆에 붙어있을 게 아니라면 미로가 이상한 짓을 하는 걸 막을 수 없을 테니까.
따라서 지성을 회복할 방법을 찾아낸 후에 부활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제야 아까 전 아리가 쉽게 물러난 이유를 이해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의문이 생겼다.
미로는 대체 무슨 수를 써서 혼자서 아리를 만들어냈을까?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밀의 방? 의문의 초능력? 모르겠다.
새삼스럽지만 이 호텔에는 숨겨진 비밀이 너무나 많다.
칵테일 한잔을 더 건넨 후,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너는 지금 내 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솔직히 말해줘?”
“응.”
“보기에 좀 무섭긴 하네.”
“솔직히 흉하지. 뭐, 외견상 흉해진 정도는 괜찮아. 그 정도 각오가 없던 건 아니니까. 내가 걱정하는 부분은 호텔에서 나간 후의 회복이야. 솔직히 이 정도 큰 변화가 생길 줄은 몰랐거든. 내 뼈를 갈아내서 거대한 안구를 박은 느낌인데, 이런 것도 관리국에서 치료할 수 있어?”
아리는 무슨 말인가 하는 표정으로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무릎을 ‘탁’ 쳤다.
“아하! 약간 오해한 것 같은데요?”
“그냥 반말해. 맨날 말투를 바꿔서 더 헷갈려. 오해?”
“보통 사람은 인간의 안구 크기가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몰라. 겉으로 드러나는 눈 크기는 안구 전체의 크기가 아니라 동공 주변 일부분에 불과해. 거대한 안구라니, 혹시 새로 얻은 눈이 원래 눈보다 한 1.5배는 크다고 생각한 거야?”
“1.5배까진 아니고 1.3배는 커진 줄 알았는데.”
“조금 쉽게 생각해봐. 사람 두개골 내부에 무슨 여분의 부품을 넣기 위한 빈 공간 따위가 있겠어? 갑자기 특정 신체 부위만 30%나 커지면 그걸 담을 공간이 없어. 담으려면 아예 인체 개조 수준의 수술을 해야겠지.”
“안구 자체가 커진 상황은 아니라는 말이야?”
“약간 커지긴 한 것 같아. 꺼내 보기 전엔 확답은 못 하겠지만. 다만 30%씩이나 커지진 않았어. 지금 눈이 커 보이는 건 안구 자체의 크기 변화와 다른 문제야.”
“노출이 많아졌다는 말인가?”
“그래. 지금 넌 비유하자면 과도한 앞트임, 뒤트임 수술을 한 것 같은 상태야. 원래 보통 사람은 앞트임 뒤트임 수술만 해도 눈이 한 10~20%는 커 보이니까. 오른쪽 안구의 크기 자체가 30%나 커진 게 아니고, 안구에서 노출된 부분이 30% 정도 많아진 상태지. 그러니 밖으로 나가면 고칠 수 있어.”
두개골을 갈아낸 건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흉해 보인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밖에 나간 후의 일은 그렇다 치고, 우선 당장 조금 덜 흉하게 바꿀 수는 없을까? 물론 상인은 눈으로 인한 손실은 호텔에서 회복할 수 없다고 하긴 했는데.”
“그 말은 진짜 눈을 회복할 수 없다는 말이겠지. 네가 원하는 건 흉함은 줄이는 정도니까 회복할 수 있으리라 봐. 다만….”
“다만?”
“애초에 의사가 왜 이런 흉한 시술을 했을까?”
“…”
“잠깐 눈 감지 말고 가만히 있어 봐.”
그 말과 함께 아리는 내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더니 확 다가왔다.
타오르는 불길이 깃든 듯한 신비한 눈동자가 내 눈을 직시했다. 그에 대응하듯이, 내 눈은 아리의 눈을 꿰뚫어 보며 안구 표면의 핏줄 하나하나를 관찰했다.
“신기한 눈이네. 정말 신기해. 무슨 망원경을 모사한 구조인 걸까? 하나의 동공 주변을 3개의 점과 같은 작은 렌즈가 감싸고 있어.”
“내 눈이 신기하게 생기긴 했지.”
아리는 다시 멀어지더니 말을 이어갔다.
“의사가 재미로, 혹은 널 괴롭히려고 안구의 노출을 늘리진 않았겠지. 필요해서 했을 거야. 아마도 동공 주변의 3개의 렌즈 전체를 외부로 노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인 것 같아.”
“그럼 별수 없는 걸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야. 하지만 흉함을 덜어내고 싶은 마음도 이해해. 언젠가 의사를 부활시킨다면, 수술 한 당사자에게 직접 개선해줄 수 없냐고 물어봐.”
눈과 관련한 상담도 끝났다.
새삼스럽지만, 의사를 부활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내 눈을 시술해준 사람이라면, 조금 덜 흉한 방향으로 바꿔주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때까지 일상생활은 안대로 가린 채 하도록 하자. 오늘 하루도 끝나간다.
*
– 한가인
성공할 수 있을까?
어제 저녁, 토론을 끝마친 후 조언을 사용해서 얻은 유용한 공격 수단!
이론은 깨달았지만, 실제 해보기 전엔 장담하기 어려웠다.
누구에게 부탁해볼까? 고민하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중, 멀리서 아리가 다가왔다.
“뭐해? 어린애처럼 빙글빙글 돌기나 하고.”
이 타이밍은 운명인가? 잘 됐다.
“사실, 요 며칠간 틈틈이 조언으로 순간이동에 대해 열심히 물어봤거든.”
“괜찮은 대답이라도 얻었나 봐? 꽤 즐거운 분위기네?”
“응. 꽤 디테일한 조언이 제법 나왔어. 그 중엔 새로운 공격 수단에 대한 설명도 있었지.”
“새로운 공격 수단?”
후후. 아리의 저 기대감 가득한 표정을 보라! 아리도 보고 싶어 하는 게 틀림없다. 한번 시험해볼 생각을 하자 벌써 기분이 좋아졌다.
“잘 봐! 한 번 보여줄게. 조심해.”
“너 설마 나한테 -”
— 부웅! 탓!
몸 전체가 훅 당겨지는 감각. 누군가 거대한 손으로 날 잡아당기는 다소 불쾌한 느낌이 드는가 싶더니 내 위치는 순식간에 이동했다.
— 쿠당탕!
순식간에 아리가 벽으로 튕겨가서 부딪혔다!
“어때? 대단하지? 이 기술은 순간이동을 통해 나와 상대의 좌표가 겹치면 어떻게 될까? 라는 간단한 발상에서 나왔어. 여기에 올빼미는 보다 자세한 설명을 해줬지. 위치가 겹칠 경우, 질량이 더 작은 쪽이 튕겨 나가. 이렇게만 보면 -”
한참 설명하던 중, 아리가 일어섰다.
“참 대단한 기술이네. 나도 내 신기술 하나 보여줄게.”
아리는 갑자기 허공을 붕 떠올라서 내게 날아오더니, 내 몸을 쳐서 날렸다.
— 휙! 쾅!
거세게 벽에 부딪힌 충격에 잠시 숨을 쉬기 힘들었다.
“…”
“이건 내 신기술이야. 난 사람을 주먹으로 쳐서 날리는 힘이 있어.”
잠시 장내에 침묵이 감돌았다.
아리가 한숨을 한번 쉬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서, 원리가 뭐라고? 좌표가 겹치면 더 가벼운 쪽이 튕겨나간다?”
“기본적인 원칙은 그게 맞아. 다만 나도 몰랐던 사실인데, 순간이동 직후엔 내 질량이 평소보다 훨씬 무거운 판정이야. 정확히 말하면, 순간이동의 원리와 -”
“아 됐고! 너만 쓸 수 있는 능력의 원리를 설명해서 뭐 해? 설명충이야? 요지는 그 ‘겹치기 순간이동’으로 어지간한 상대는 다 날려버릴 수 있다는 말이네.”
아리는 약간 화가 난 것 같다.
“맞아.”
“부활에 관해선 물어본 적 없어?”
“한번 물어봤는데 더 이상 말해줄 수 없다는 분위기였어. ‘앞서가지 말라’고 하더라. 티켓은 2층에서도 얻을 수 있다는 정도가 대답해줄 수 있는 한계 아니었을까?”
“조언에도 한계는 있겠지. ‘호텔의 기원을 알려줘’ 이런 질문은 받아주지 않을 테니까.”
“일주일의 휴가도 이제 거의 끝났네. 내일이면 끝인 게 아쉽다.”
아리는 잠시 손가락으로 뭔가 센 후 대답했다.
“너도 순간이동 숙련도가 제법 쌓인 느낌이고, 방호복을 어떻게 다룰지도 대충 정해졌고, 탐욕의 손도 썼고, 부활에 관한 이야기도 했네. 대충 해야 할 일은 다 한 것 같아. 내일 자정에 2층이 열리려나? 아니면 모레 아침? 열리는 대로 넘어가도록 하자.”
“축복의 성소가 열리지 않은 게 아쉽네. 관문의 방에서 쌓은 기여도로 축복을 강화할 수 있는 사람도 있었을 것 같은데.”
“뭐, 축복의 성소는 ‘파티 타임’에만 개방되니까.”
“2층이 열린 후로도 1층으로 돌아올 수 있지? 설마 2층 진입 후로 축복의 성소를 쓸 수 없는 건 아니겠지?”
“나 때는 1층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 하지만 호텔은 항상 바뀌니까. 지금도 내 기억과 다른 부분이 많아.”
“은솔 누나가 이것저것 주문하는 것 같던데.”
“너도 슬슬 2층 준비해. 마음의 준비든 뭐든.”
남은 휴가 기간엔 더 이상 별다른 일은 없었다.
7일간의 휴가가 끝난 다음 날 아침, 호텔의 디스플레이에서 알림이 떴다.
/사랑하는 고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마침내 호텔 파이오니어의 2층이 개방되었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시련을 이겨내고 두 번째 단계까지 도달한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제 여러분의 앞에는 새로운 도전, 새로운 보물이 기다립니다.
모두 엘리베이터로 이동해주세요.
+ 참고사항 : 2층은 난방이 잘되지 않습니다. 다소 추울 수 있음에 유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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