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52)
151화 – 2층 진입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80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예상대로 2층이 열렸다는 호텔의 알림.
평온하게 글을 읽어가던 우리는 마지막 문장에서 멈칫했다.
‘2층은 난방이 잘되지 않습니다. 다소 추울 수 있음에 유의해주세요.’
…
바로 고개를 들자 이미 헛웃음을 터트리거나 뒷목을 잡는 사람들이 보였다.
“호텔에서 ‘다소’ 추울 수 있다고 하면 어느 정도일까요?”
묵성 할아버지는 기가 찬다는 투로 말했다.
“이 병신 새끼들은 남극도 선선한 날씨라고 할 놈들 아니냐? 당연히 그냥 가면 얼어 죽을 온도겠지!”
자연스레 모두의 눈이 은솔 누나에게 향했다. 누나의 표정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날 보지 마! HP 마켓의 구매 횟수는 다 썼다고! 이상한 것 사지 않았어. 애초에 호텔에서 이런 경고를 미리 해주지 않았잖아. 난 필수적인 소모품들로 꽉꽉 채워서 가방에 챙겼다고!”
“누님, 진정하시죠. 아무도 누님 탓을 하지 않았습니다. 횟수는 언제 다시 찹니까?”
“3일은 더 필요해. 그리고 휴가가 끝났으니까 3일이나 여기서 대기하면 호텔에서 별 지랄을 다 할 텐데!”
당황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할아버지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정들 해라. 어차피 저쪽에서 이렇게 치사하게 굴면, 우리도 진상짓으로 대응해주면 그만이다.”
진상짓? 무슨 말인가 싶어 묵성 할아버지를 돌아보았다.
할아버지는 호텔에 화려하게 장식된 커튼을 눈대중으로 재고 있었다.
그 행동을 보자 할아버지의 생각을 즉시 이해했다.
“다들 자기 방에서 이불 같은 것 챙겨서 나옵시다! 호텔 비품으로 임시 방한복이라도 만들어서 올라갑시다.”
모두가 빠르게 호텔로 흩어졌다. 누구는 프런트나 입구 쪽의 천을 뜯어오려고 움직였고, 누구는 105호에서 이불을 챙기러 갔다. 누군가는 식탁보를 챙겨오는 듯했다.
나도 최대한 여기저기서 호텔의 천을 뜯어내는 ‘진상짓’에 동참했다. 솔직히 죄책감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30분 가까이 흐른 후, 엘리베이터 앞에는 사람 키보다도 높은 푹신한 천이 한가득 쌓였다.
우리는 그 천을 칼과 가위, 테이프 등으로 대충 조립해서 임시 방한복 비슷한 무언가를 만들었다.
진짜 방한복에 비하면 무게도 무겁고, 매우 불편하고, 보기에도 웃겼지만, 최소한 따뜻했으므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이제 진짜 2층이구나. 드디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잠시 서로를 돌아보며 웃기도 하고, 장난도 친 후 은솔 누나가 2층을 눌렀다.
— 위이잉! 위이잉! 띵!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 [현재 위치 : 계층 2, 복도]호텔에 도착한 지 80일 차.
드디어 2층에 도착했다.
*
호텔에서 쓰는 단어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내 견해는 묵성 할아버지와 비슷하다. 호텔에서 쓰는 표현은 ‘우주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우주의 평균 온도는 절대영도에 근접한 영하 270도라고 한다.
동시에 우주에는 표면 온도만 5,000도가 넘는 별들이 넘쳐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호텔에서 말하는 ‘다소 추운 날씨’에는 영하 50도의 남극도 포함될 수 있고, ‘다소 따뜻한 물’에는 1,000도가 넘는 용암도 포함될 수 있다.
— 후우웅!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산 채로 얼어붙을 듯한 상상을 초월하는 냉기가 들이닥쳤다!
거의 피부를 찢어버릴 듯한 엄청난 냉기의 바람 속에서 우린 엘리베이터에서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한 채 굳어버렸다.
심지어 분명히 ‘호텔’이라면서 눈보라가 몰아치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경악한 은솔 누나가 황급히 엘리베이터의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자마자 모두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아니 진짜 미쳤냐?”
“세상에 실내에서 눈이 내리는 호텔이 어딨어…. 이건 난방의 문제가 아니잖아!”
“저주의 방에 가기도 전에 얼어 죽겠는데요?”
“나는 그럭저럭 버틸 만한 것 같다.”
모두의 눈이 그 남자, 진철 형에게 쏠렸다.
진철 형은 실제로 우리와 달리 그다지 표정이 많이 바뀌지 않은 상태였다.
축복의 힘이 갈수록 강해진 끝에 냉기에 대한 저항성도 부여한 것일까?
형은 다시 태연한 투로 말했다.
“내 기준으론 그냥 제법 추운 겨울 날씨 정도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너무 격한 반응을 보여서 놀랐다.”
“저도 괜찮아요!”
“승엽이 너는 방호복을 입었으니까 당연히 괜찮지. 조용히 해봐.”
“네….”
“일단 1층으로 돌아가서 다시 이야기하자.”
1층으로 돌아온 후, 우리는 다시 계획을 세웠다. 어설프게 만든 간이 방한복은 분명 도움은 됐지만, 장기간 버틸만한 추위가 아니었다. 1시간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진철 형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나머지 사람은 밑에 있고, 나랑 가인이만 올라가서 탐색합시다. 가인이는 방호복 입고.”
“그래! 가인이가 조언이 있으니까 탐색에 꼭 필요할 거야.”
아리가 바로 날 진철 형 쪽으로 밀었다.
잠시 후, 나는 방호복을 입고 진철 형과 둘이서 2층으로 다시 향했다.
*
“확실히 이걸 입으니까 외부 온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네요.”
“뭐라고!”
“이 걸 입 으 니 까 춥 지 않 아 요!”
“뭐?”
노답이네. 그냥 대화를 포기하고 걷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를 나오고 1분도 지나지 않아 나와 형의 대화는 엄청난 눈보라의 소음 속에 완전히 막혔다.
심지어 대화창을 통한 소통도 불가능했다. 묵성 할아버지가 1층에 있기 때문인가? 물리적인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은데?
모르겠다. 새삼스레 따지기엔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호텔이다.
2층의 상황을 탐색하려 했지만 정말 쉽지 않았다. 방호복은 추위를 완벽히 막아줬지만, 눈보라로 인한 시야의 차단과 이동의 불편함까지 막아주진 못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서 눈이 아니라 사실상 손으로 탐색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진철 형은 길을 잃을까 두렵기라도 했는지 계속 방호복 후면을 붙잡고 날 따라오기만 하고 있었다.
몇 가지는 느낄 수 있었다.
일단 2층의 넓이는 매우 광대하다. 1층보다 훨씬 큰 건 확실하다. 수평적으로도 더 넓고, 높이라는 면에선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높다.
천장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눈’이 어떻게 들어오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탐색 10분 정도 지난 후, 벽면을 따라 움직이던 손에 무언가 ‘탁’하고 걸렸다.
걸린 부분에 헬멧을 들이대자, 거대한 얼음 뒤편에 ‘201’이라는 숫자가 보였다.
드디어 2층의 첫 번째 방을 찾았다. 진철 형을 손짓해서 얼음 쪽으로 데려왔다.
형도 의미를 알아듣고 처음엔 손으로 얼음을 뜯어내려다가, 버거웠는지 나중엔 날 뒤로 밀어내고 별을 잠시 소환해서 얼음을 소멸시켰다.
방을 찾았으니 탐색은 이쯤 하자. 시야가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더 움직이다간 길을 잃기 딱 좋다.
강력한 눈을 얻은 은솔 누나가 방호복을 입고 탐색하면 좀 나을까?
형을 데리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돌아가던 중, 답답하기도 하고 화도 나서 조언을 썼다.
[조언 : 3 -> 2]‘미친 새 놈아! 2층은 계속 이런 상태냐?’
[예의를 지킬 것. 2층은 보수 공사가 필요하다.]보수 공사. 예상하지 못한 단어가 나왔다.
조언을 더 써볼까? 고민하다가 그만뒀다. 오늘 저주의 방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횟수를 남겨둬야 할 것 같다.
물론 어차피 난 봉인될 것 같긴 하지만, 모르는 일이다. 다른 사람이 봉인 당할 수도 있다.
여하튼 눈보라가 몰아치는 2층 상태는 호텔 기준으로도 정상은 아닌 듯했다.
한참 이리저리 헤매며 간신히 엘리베이터로 돌아왔다.
*
나와 형이 나오자마자 다들 우르르 몰려들었다.
나는 대답하기 전에 먼저 은솔 누나에게 방호복을 주고 다시 한번 탐색해 보라고 요청했다.
누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2층으로 올라간 사이 다른 사람들이 질문하기 시작했다.
“어땠어?”
“뭔가 찾았어?”
나는 발견한 사실들을 알렸다.
엄청난 눈보라로 인한 시계의 차단, 생각보다 광대한 공간, 201호의 위치, 조언에서 말하는 ‘보수 공사’.
아무 생각 없이 날 붙잡고 따라오던 것 같던 형도 의외로 한참 설명했다.
의미는 알 수 없지만, 2층은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나는 단순히 얼어붙은 얼음으로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알고 보니 일종의 구역을 나누는 벽이 다수 설치된 상태라고 한다.
여기에 진철 형은 한 가지 의견을 꺼냈다.
“보수 공사라는 말까지 들으니 느꼈다. 지금 2층 상태는 한마디로 완공이 덜된 빌딩과 비슷하다. 원래는 여러 개의 방이 있어야 했는데 공사가 덜 끝나서 어설프게 구획만 나눠진 거지. 외부와 차단도 제대로 안 된 상태라 바깥의 눈이 들어오는 모양이다.”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송이가 중얼거렸다.
“세상 어떤 호텔이 완공도 덜 끝난 상태로 고객을 부르나요….”
“괴물이 득실거리고 방문을 열면 다른 세상이 나타나는 호텔이라면 공사가 덜 끝난 상태로 고객을 소환할 수도 있겠지.”
승엽이가 다소 다른 관점의 견해를 냈다.
“보수 공사. 이거 약간 RPG 게임식으로 말하면, 일종의 ‘수리 이벤트’와 연결되는 것 아닐까요? 호텔 수리 퀘스트가 발생한 거죠.”
나도 어이없어서 한마디 보탰다.
“고객이 수리해야 한다고? 호텔을?”
말해놓고 보니 그러려니 했다. 이곳은 또 그럴 만한 장소지.
아리가 한숨 쉬며 입을 열었다.
“자! 자! 당장 오늘은 뭘 해야 할지부터 고민하자. 수리 이벤트인지 뭔지도 문제지만, 우리 휴가는 어제 끝났어. 오늘 당장 저주의 방에 들어가지 않으면 호텔이 특수 이벤트를 열어줄걸?”
묵성 할아버지도 의견을 냈다.
“내가 보기에 그 수리 이벤트라는 건 파티 타임중에 진행해야 할 문제 같다. 그 이벤트를 하는 동안은 저주의 방에 들어가지 않아도 봐준다면 모르겠지만, 딱히 그런 알림은 없어서 하는 말이다.”
한참 의견을 나누던 중, 은솔 누나가 돌아왔다.
누나가 알아낸 사실은 대체로 우리와 비슷했지만 한 가지 신기한 이야기가 추가되었다.
“천장이 아예 없어요? 천장 너머로 산이 보인다고요?”
“확실하지 않아. 눈보라가 너무 심해서 내 눈으로도 한계가 있었어.”
할아버지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갈수록 태산이구나.”
은솔 누나가 우리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찌 됐든 오늘 우리는 저주의 방에 들어가야 해. 가인이가 찾아냈다는 201호로 바로 가? 다들 이 웃기는 방한복 입고 201호로 열심히 뛰면 얼어 죽기 전에 도착할 것 같긴 하네.”
잠시 고민해봤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할아버지 말마따나 2층을 어떻게 정상적으로 만들지에 관한 고민은 휴식 기간에 해야 할 것 같았다.
다른 방은 도무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는데, ‘201호’만 엘리베이터에서 멀지 않은 장소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우리의 이런 추측에 설득력을 더했다.
일단 201호부터 깬 후 파티타임을 얻어서 그 기간에 2층을 정상화하라는 호텔의 출제 의도가 아닌가 싶다.
결국 가장 연약한 승엽이는 방호복을 입고, 나머지는 임시 방한복을 입은 채로 정신없이 뛰어서 201호로 달려갔다.
10분 미만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잠깐 사이에 난 피부에 얼음 칼날이 날아오는 느낌을 받았다.
워낙 추워서 의례적으로 서로 응원할 여유도 없었다. 앞에서 뛰던 진철 형이 즉시 201호의 문을 열었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80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2, 201호(저주의 방 – ㅁ ㅁㅁ)
현자의 조언 : 2]
— 부르르르
…
사방에서 거품이 피어오른다.
나는 거대한 시험관 같은 장소에 갇혀있는 듯했다.
바깥의 사람들이 바삐 쏘다닌다. 저 사람들은 일종의 연구원들인가?
내가 흐릿하게 눈을 뜨자 뭐라 뭐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시야에 ‘봉인’ 어쩌고 하는 호텔의 알림이 떴다. 역시 첫 번째 봉인 대상은 나네.
혹시나 해서 마도서를 소환하려 해봤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자력으로는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아리의 말이 떠올랐다.
심지어 방 이름이 뭔지도 알려주지 않네. 내 봉인이 풀린 후에야 알 수 있는 건가?
…
의식이 흐릿해진다.
다들 잘 할 수 있지? 전 좀 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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