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53)
152화 – 201호, 저주의 방 – ‘□ □□’ (1)
– 김아리
“엘리자베스 팀장님, 이 저택이 바로 헤스벗 저택입니다.”
“흠. 이런 장소에서 벌써 세 자릿수의 인명이 희생당했다는 말인가?”
“지금 같은 속도면 내년쯤엔 네 자릿수일 겁니다.”
“그걸 막으려고 우리가 온 것 아니겠나. 들어가세.”
— 덜컹!
“이 소리는 뭐지?”
“엘리자베스 팀장님! 문이 잠겼습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본부에 연락해!”
“뭐지? 뭐죠? 전파가 끊겼습니다!”
— 삐이이이익!
헤스벗 저택에 진입한 후, 머릿속에 울리는 신호음과 함께 정신이 돌아왔다. 다른 사람들도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역시 가인이가 봉인 당했구나. 가인이를 제외한 7명이 보였다.
아찔할 정도로 많은 정보가 뇌에 실시간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주변엔 익숙한 동료들과 익숙하지 않은 두 명이 있었다. 갑자기 7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허우적거리기 시작하자, NPC 2인도 당황해서 우릴 돌아봤다.
“다들 왜 그러십니까? 괜찮으십니까?”
저 남자의 이름은…. 떠올렸다. 올리버, 요원이다.
“저택의 이상 현상이 벌써 시작됐나? 나는 아직 못 느끼겠는데?”
저 여자의 이름은…. 떠올렸다. 엘리자베스, 역시 요원이고 이 팀의 리더이다. 우선은 내가 상황을 수습하자.
“갑자기 머리에 강렬한 신호음이 들렸습니다. 아마 위치상 입구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들린 것 같네요.”
“그렇습니까? 아리 요원은 괜찮으신지?”
“괜찮아요, 올리버. 엘리자베스! 우리에게 약간만 휴식 시간을 줘요.”
“OK. 마침 의자도 많으니 잠시 쉬도록 하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동료들도 정신 차리기 시작했다. 주변엔 의문의 NPC가 둘이나 있는 상황. 결국 우리는 대화창을 쓰기 시작했다.
이은솔 : 내 옷 이거 뭐야?
김묵성 : 방탄 방검복.
박승엽 : 이거 진짜 총?
김아리 : 응. 무서우니까 총구 내려.
차진철 : 우리가 무슨 특수부대 요원 역할?
김묵성 : 주목! 이 무대에서 우리는 전원 관리국 요원이다.
김아리 : 이 저택은 이상 현상이 발생 중. 다수 희생자 발생. 처리를 위해 우리가 온 것.
슬슬 동료들도 상황을 이해한 것 같다. 웃기게도 우리는 이 무대의 관리국 요원이 된 상태였다. 우리 중 직급이 가장 높은 사람은 팀장, 엘리자베스였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미 이 저택에 들어왔다는 점이다. 더 일찍 정신을 차렸다면 ‘탈출 루트’ 확보 차원에서 한 명 정도는 아예 저택으로 가지 않고 차 타고 도망가는 방식을 썼을 것 같은데….
아마 꼼수 방지 차원인 것 같다. 우린 저택에 진입하고, 문이 잠긴 후에야 깨어났다. 슬슬 우리가 정신을 차린 기색을 보이자 건너편에서 엘리자베스와 올리버가 다가왔다. 차라리 우리끼리만 있는 게 더 편하다. 저 NPC들은 왜 있는 걸까?
뭔가 이유가 있을 텐데. 대화창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김묵성 : 아리, 너 저놈들과 시간 좀 끌어라.
김아리 : ?
김묵성 : 승엽이 저놈 꼬락서니 봐라!
무슨 말인가 해서 봤더니, 승엽이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총구를 눈에 가져다 대고 관찰 중이었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졌다. 묵성은 승엽이나 송이에게 기초적인 총기 교육이라도 시키려는 것 같았다.
대체 호텔은 뭐 하자고 이런 애들한테 돌격 소총씩이나 쥐여준 거야?
불길하다.
저주의 방을 여러 번 경험했지만, 호텔은 한 번도 ‘돌격 소총’ 이나 ‘방탄 방검복’ 같은 요란한 장비를 준 적이 없다. 의미 없이 저런 강력한 장비를 줄 리가 없다.
아무래도 이 시련에서 우리는 상당히 격렬한 전투를 하리라는 직감을 느꼈다. 나는 엘리자베스와 올리버에게 외부와 연락할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하며 시간을 끌었다.
30분 정도 흘렀을까? 탈출 방법을 찾는 동시에 겸사겸사 저택의 구조도 살폈다. ‘저택’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조금 화려한 부잣집 정도의 크기다. 예전 공포의 저택 때처럼 ‘한국에 이런 저택이 있는 게 말이 되냐?’ 수준의 터무니없는 크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내부의 방은 네 개였다. 거실, 서재 등도 고풍스러웠다. 나갈 수 있는 길은 정문과 후문이 있었는데, 둘 다 잠겼다. 그 이상의 소득은 없었다. 외부로 나갈 방법은 없었다. 문은 완벽히 잠겨있었다. 진철의 괴력으로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무전기는 먹통이다.
창문을 깨트려서라도 나갈 수 있나 확인해봤는데, 이 저택엔 창문이 존재하지 않았다. 호텔 파티 7명과 NPC 2명이 이 저택을 파헤쳐야 할 것 같다.
더 시간을 끌어봐야 하나? 잠시 묵성 쪽을 살펴봤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겨우 방아쇠는 여기 있고 총구는 사람에게 향하지 않게 해라. 정도만 가르친 상태였다.
저래서야 승엽이, 송이, 은솔 셋은 총을 정상적으로 다룰 수 없다. 차진철이야 군대 다녀왔으니 당연히 문제없겠지만 의외로 엘레나도 금세 알아듣는 기색이다.
총을 다뤄본 경험이 있나? 아니면 이런 부분의 센스가 있나? 모를 일이다.
어떻게든 총기 문외한 세 명을 위해 더 시간을 끌어봐야 –
“으어억!”
“올리버? 대체 뭐지?”
“이, 이거 보십시오!”
요란법석을 떠는 올리버의 시선을 따라 벽에 걸린 부자연스럽게 큰 거울을 바라보았다.
선명한 핏빛 글씨가 떠올랐다.
Go down.
의미는 명확했다. 이제 움직이라는 의미다. 호텔에서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안 내려가고 버티면 곧 ‘징계’가 시작되겠지. 별수 없다. 묵성도 한숨을 쉬며 모두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문으로 가라 후문으로 가라도 아니고 ‘down’? 내려가는 길이 있나? 비슷한 생각으로 주변을 돌아보던 엘리자베스가 뭔가 발견했다.
“다들 이쪽으로!”
엘리자베스는 내가 3번째 방의 문이라고 착각했던 문을 연 상태였다. 문 뒤에는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있었다.
대화창이 깜빡거렸다.
김묵성 : 시키는 대로 하려니까 불길한데? 내려가야 하나?
김아리 : 다른 아이디어 있어? 저택을 나갈 방법도 없고.
이은솔 : 일단 아래로 가자.
문 뒤편의 계단을 통해 잠시 내려가자 일종의 통로처럼 보이는 길이 나타났다. 대체 저택 지하에 뭐가 또 있는 거지? 동료들이 어리둥절한 것도 잠시, 덜컹하는 소리가 났다.
이 소리? 저택에 처음 들어왔을 때 들었던 소리다! 바로 진철이 반응했다.
“아까도 이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문이 잠겼어!”
진철은 잽싸게 걸어오던 길을 되돌아가서 처음 출발했던 장소로 돌아갔다. 아니, 돌아가려 했다.
잠시 힘쓰는 요란한 소리가 들린 후, 진철은 돌아와서 모두에게 말했다.
“입구가 막혔다. 이제 돌아갈 수 없어졌다.”
처음에 저택에 들어오자 문이 잠기면서 바깥으로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저택 내의 지하 통로로 들어오자 지하 통로의 입구가 잠기면서 저택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뒤로 돌아갈 수 없다. 오직 직진만 있을 뿐. 어쨌거나 계속 지하 통로에 남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별수 없이 직진해서 출구로 나왔다. 통로의 출구로 나오자마자 우리는 벙 쪘다.
*
“이게 대체….”
“혹시 우리가 길을 헷갈려서 뒤로 걸었나요? 직진만 하지 않았나?”
우리는 저택 지하 통로를 통해 한참을 걸어간 끝에 저택 정문으로 돌아왔다.
말이 되나?
하지만 이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어쩌다 보니 헤스벗 저택으로 되돌아온 우리는 황당해하며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아까 한번 살펴본 저택이라 새삼 살펴볼 필요도 없는 장소였다. 익숙한 벽지, 화분, TV, 식탁, 도자기 등이 스쳐 지나갔다. 창문이 없는 답답한 인테리어는 덤이다.
주변을 살피던 엘리자베스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리에게 지시했다.
“거실 쪽으로 한번 가봐.”
나도 거실 쪽으로 이동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실 근처의 푹신한 카펫도 –
?
카펫의 털이 좀 길어졌나?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차, 아까 나와 함께 저택을 수색했던 올리버도 의아함을 느꼈다.
“조금 디자인이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까?”
올리버는 카펫에 발을 살짝 가져다 댔다.
“내 관찰력이 제법 뛰어난 편인데, 아까는 이렇게 발이 쑥 들어가지 않은 -”
— 찹!
카펫에서 거무튀튀한 손이 튀어나와서 올리버의 발을 붙들었다!
“할미가 말했지? 신발 신고 카펫 위로 올라오면 안 된단다!”
순식간에 올리버는 카펫 ‘아래로’ 끌려들어 갔다. 카펫 아래에 성인 남자가 들어갈 공간 따위가 있을 리 없는데!
마치 공간 사이로 올리버가 스며들어 가듯이 사라졌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참사에 모두가 반응하지 못했다.
“으아아아아악! 으어억!”
비명이 들려온다. 아주,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비명이.
— 빠지직! 쩌어억! 찌익!
사람의 신체를 쥐어뜯고 분해하는 소리가 저택 전체에서 들려왔다.
10분, 어쩌면 그 이상.
올리버의 비명은 끊이지 않고 우리의 귀를 자극했다.
…
상상도 하기 힘들 만큼 끔찍한 참사 앞에서 다들 말문을 잃었다. 마침내 주변이 조용해진 후에야 대화창이 깜빡거렸다.
유송이 :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저택 지하로 내려갔더니 저택 입구로 돌아와?
이은솔 : 순환 구조인가? 지하와 입구가 연결된 저택?
엘레나 : 이 방의 이름조차 모르니 답답하네요!
동감이다.
새삼스럽지만, 우리가 그간 저주의 방을 시작하자마자 가인이 상태창으로 방 제목을 확인했던 것이 생각보다 의미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방의 제목부터 모르겠다.
시나리오 이해는 당연히 없다.
조언을 구할 방법도 물론 없다.
정말이지 최소한의 정보도 주어지지 않은 채, 기괴한 살인 저택에 그냥 던져졌다.
대화창을 쓰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이번에 하려는 말은 엘리자베스도 들어야 한다.
“다들 주목. 계속 가만히 있으면 또 거울에서 움직이라고 하겠죠?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어디로 갈지도 생각해야 해요. 저택엔 세 가지 길이 있죠. 정문, 후문, 지하.”
묵성이 의견을 냈다.
“사실상 하나 남은 꼴 아니냐? 지하로 내려갔더니 정문으로 돌아왔잖아. 지하와 정문은 연결된 것 같다. 무의미한 루트지. 후문만 남았다.”
엘리자베스도 끼어들었다.
“그러면 후문으로 가자.”
정황상 남은 길은 후문뿐이다. 후문으로 가야 하나?
헷갈린다! 이럴 때 조언이 있으면 힌트라도 줄 텐데. 평소엔 허술한 행동이나 하던 그 녀석이 제법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침착하자. 없는 것은 없는 것이고, 있는 것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애초에 특정한 인물, 특정한 능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파티를 저격하는 것이 2층의 컨셉, 봉인이 아니던가!
정보가 부족해서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태. 이 상태에서 주어진 정보를 기반으로 적합한 판단을 내리도록 도와주는 힘이 ‘지혜’라면….
그런 것 없이도 그냥 정답을 찍는 능력이 있지.
“승엽아. 어디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승엽이가 기우뚱하다가 옆의 의자에 부딪히며 넘어졌다.
순간적으로 쭉 뻗은 손은 우리가 들어온 정문을 향해 있었다.
“앗! 누, 누나, 죄송해요. 이게 방호복을 입으니까 제 몸이 갑자기 부풀어 오른 상태라서 주변과 자꾸 부딪히는 -”
“아니, 잘했어.”
됐다. 이제는 알 것 같다. 이미 행운의 선택은 이루어졌다. 오히려 승엽이가 내 말을 듣고 고민해서 고르면 그건 오답이다.
“정문으로 가죠.”
내 말에 묵성은 의아해했다.
“우리 지금 정문을 통해 들어온 상태 아니냐? 이 저택은 지하와 정문이 연결된 상태라니까?”
엘리자베스도 어이없어했다.
“지하 통로 입구가 잠겼던 것 잊었나? 정문으로 되돌아가서 지하 통로를 되짚어 가 봐야 잠긴 입구로 돌아갈 뿐이다.”
나는 이제 슬슬 알 것 같았다.
“생각이 있으니까 그냥 정문으로 돌아가 봐요. 애초에, 정문과 지하가 연결된 상태라는 생각은 좀 이상하지 않아요? 우리가 최초에 어딜 통해 저택으로 들어왔죠?”
당연히 정문이다.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정문은 당연히 바깥과 통해 있었다. 그런데, 저택에 들어온 후 갑자기 정문과 지하가 연결됐다.
이 저택은 공간이 뒤틀려있다.
그걸 떠올린 묵성이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결국 모두가 내 의견대로 정문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엘리자베스는 여전히 후문으로 가는 게 맞지 않냐며 투덜거렸지만, 모두의 의사를 꺾진 않았다.
*
다시 똑같은 과정을 걸쳤다.
정문을 열자 또 지하 통로가 나타났고, 지하 통로로 모두가 들어가자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갈 길이 막혔다.
지하 통로를 쭉 따라가자 아까는 잠겨있던 문이 이번엔 열려 있었다.
…
아니지. 내 생각대로라면, 아까는 잠겨있던 문이 이번에 열린 것이 아니다.
이 문은 우리가 처음 발견한 문이다.
문을 열고 ‘세 번째’ 저택으로 진입했다.
이 기괴한 세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저택이 존재한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