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54)
153화 – 201호, 저주의 방 – ‘□ □□’ (2)
– 김아리
세 번째 저택으로 향하며 대화창으로 내 추론을 전했다.
저택에 존재하는 문 너머의 공간은 비틀려있고, 심지어 계속해서 변하는 듯했다.
저택의 수는 하나가 아닌 것 같다.
슬슬 대화창 활자도 아낄 필요가 있어 보여서 말을 줄인 후, 세 번째 저택으로 진입했다.
이번에 우리는 후문으로 들어왔다.
저택의 모습은 과거의 모습과 별 차이가 없었다.
아까 전, 올리버가 카펫에서 겪은 참사를 목격한 탓에 우리는 함부로 발을 떼지 못했다.
결국 엘리자베스가 지시하기 시작했다.
“함부로 흩어지지 말고 순차적으로 응접실 쪽 방부터 살핍시다. 행동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하고, 괴물이 덮칠 수 있으니 즉시 반응할 준비 합시다. 그러면 출발!”
저택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 탐색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세 번째 저택에서 카펫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곧 우리는 응접실을 지나쳐서 거실로 향했고, 차진철이 처음으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차진철? 무언가 이상한 것을 찾았습니까?”
“다들 이쪽으로 좀 와봐! TV가 좀 이상하다.”
다가가자마자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TV는 기묘하게 깜빡거리며 점멸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저택은 카펫, 세 번째 저택은 TV인가?
괴물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들 긴장한 채 총을 집어 드는 순간 –
TV가 켜졌다.
— 찌직! 찌직! 팟!
“어? 어어! 갑자기 켜졌어!”
“뭐죠? 누가 리모컨 건드린 것 아니 -”
갑자기 국민학교 시절부터 들어봤던 국기에 대한 맹세의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뚜— 뚜 — 뚜 뚜뚜! 뚜— 뚜 — 뚜 뚜뚜! 잠시 후, 선서가 있겠습니다. 장난감 여러분은 모두 정자세로 대기하시기 바랍니다./
장난감? TV에서 멘트가 나오는 순간, 이해할 수 없는 힘이 우리의 움직임을 전부 멈췄다.
/선서.
나는 노예로소이다.
눈이 있어도 진리를 보지 못하니 눈뜰 자격이 없소이다.
귀가 있어도 머나먼 소리를 듣지 못하니 들을 자격이 없소이다.
내 모든 것을 위대한 분께 바치리다.
서약하나니, 부디 내 팔다리를 곱게 도려내어 간장 반 후라이드 반으로 튀겨서 맛있게 드셔주시옵소서!/
황당한 내용의 선서가 울려 퍼진 후, 우리의 입이 강제로 움직이며 저 내용을 따라 읽었다.
/모두가 서약하셨습니다. 서약에 따라 반반 치킨을 튀겨볼까요? 딩동댕!/
개 미친 소리와 함께 TV 영상에선 끓는 기름 가마솥이 나타났다!
갑자기 디스플레이에서 검은 손이 뻗어 나와 엘레나를 붙들어서 TV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 파아아아!
진철의 앞에 별이 나타났다. 움직일 수 없지만, 별을 소환할 수는 있는 건가?
하지만 이건 실수야!
진철 본인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유도 기능 따위는 없는 별도 움직이지 못한 채 진철 앞에 머물렀고, 별과 TV의 거리보다 별과 우리의 거리가 더 가까웠다.
TV가 변이하기 전에 먼저 옆에 있던 송이의 피부부터 뒤집히려 하고, 나도 머리카락이 살덩이로 변하는 끔찍한 감각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뒤늦게 상황을 깨달은 진철은 바로 별을 다시 역 소환했다.
결국 TV에서 솟아난 팔은 움직이지 못하는 엘레나를 ‘디스플레이 안쪽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TV 안에 준비된 초대형 가마솥은 끓는 기름으로 가득 찬 채 펄펄 끓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너무 명확해서 모두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 탕! 탕!
총소리와 함께 디스플레이가 터졌다.
즉시 묶여있던 우리의 몸은 풀렸고, 디스플레이로 상반신 전체가 들어갔던 엘레나는 튕겨 나왔다.
시선을 돌리자,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묵성의 손이 보였다.
원격 손 장갑은 몸이 멈춘 상태에서도 조작할 수 있었구나!
엘리자베스가 호들갑을 떨었다.
“묵성! 잘했습니다!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질 뻔했어요.”
나도 정말 심장 떨어질 뻔했다.
만약 묵성이 장갑을 조종해 총을 쏴서 TV를 터트리지 못했다면, 우리는 꼼짝도 못 한 채 TV 내부로 끌려간 엘레나가 –
…
그만 상상하자. 상상만으로 속이 역해졌다.
진철은 뒤늦게 울긋불긋 피어오른 송이의 피부를 보며 당황해서 사과했고, 송이는 상황이 다급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내 머리카락에도 촉수가 섞였네. 뭐, 나가기만 하면 호텔이 없애 주겠지.
나는 황급히 엘레나에게 달려갔다.
“괜찮아? 엘레나?”
TV 안쪽으로 끌려갔다가 튕겨 나온 엘레나는 말이 없었다.
“엘레나?”
엘레나는 혼이 나간 표정으로 날 돌아봤다.
그제야 주변 사람들도 모여들었다.
“엘레나? 괜찮아?”
“엘레나 언니?”
엘레나의 입이 열렸다.
“봤어…. 봤어….”
“뭘 봤다는 소리야?”
“TV 안쪽에 눈이 있었어.”
“눈? 갑자기 무슨 말이야?”
“눈.”
“엘레나? 괜찮습니까?”
“눈 눈 눈 눈 눈 눈 눈 눈 눈 눈 눈 눈 눈 눈 눈 눈 눈 눈 눈 눈 눈 눈 눈 눈.
틈새에서 번뜩이는 눈을 보라. 바깥에서 내려다보는 눈을 보라. 어두운 밤길을 걸으며 뒤에서 누군가 널 관찰함을 느꼈는가? 방안에서 혼자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갑자기 타인의 시선을 느꼈는가? 어린아이들은 굴러다니는 인형이 자신을 바라본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새벽의 하늘에선 아침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을 괄시하는 시선이 있다. 정오의 땅에선 활기로 가득 찬 세상을 고요히 응시하는 눈동자가 있다. 아아! 온 세상이 곧 눈이로다. 나는 지평선을 뒤덮는 3,000개의 시선을 보았다. 가장 위대한 눈은 심연부터 하늘까지 그 어떤 곳도 놓치지 않은 채 담았나니, 당연히 우리 또한 그 안에 있노라.”
???
갑자기 엘레나는 말을 멈춘 후, 눈을 부릅뜨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여기에도 있으시군요. 아니, 이 장소 전체에 있으시군요. 모두 안녕!”
— 탕!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엘레나가 쏟아내는 기괴한 말에 모두가 어어어 하던 순간, 엘레나는 즉시 총을 쏴서 자살했다.
급격한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우리는 넋이 나갔다.
*
삽시간에 일어난 충격적인 두 번째 사고, 광기에 휘말린 엘레나의 자살.
호텔에 들어온 이래 동료가 죽는 일은 흔한 일이다. 누군가 죽고, 밖에 나가서 다시 만나는 일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언젠가부터 여려 보이던 송이나 승엽이도 동료가 죽는 일에 적응한 지 오래였다.
하지만….
이번 죽음은 호텔에서 지켜본 동료의 죽음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기괴하다.’
승엽이는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행운을 통해 방을 고른 것 아니에요? 그러면 안전한 방이 나와야 하는데! 왜 내가 고른 방에서 -”
엘리자베스 앞에서 대놓고 축복 이야기를 꺼내다니!
당황했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박살이 난 TV 주변을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이러다가 승엽이가 울겠다 싶어서 급히 가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신 차려. 당연히 잘 안될 때도 있는 거지. 애초에 액티브 스킬, 이제부턴 ‘천운’이라고 할게. 여하튼 천운을 쓴 게 아니라 그냥 감으로 찍은 거잖아.”
나름대로 작은 말소리로 위로해줬다. 승엽이는 여전히 덜덜 떨었다.
진철도 와서 덧붙였다.
“승엽이 네 잘못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골랐다고 위험이 없었겠냐?”
은솔이 다가왔다.
“다들 정신 붙들어 매! 그보다 대충은 알 것 같은데? 문을 통해 이동하면 새로운 저택이 나타난다. 새로운 저택엔 다른 요소는 같지만 딱 하나, 어딘가 달라진 물건이 있다. 그 물건에 괴물이 있다. 맞지?”
“그리고 괴물이 덮칠 때까지는 약간 시간을 준다는 점도 있어. 바로 덮친 적은 없잖아.”
듣고 있던 송이가 대답했다.
“일종의 ‘틀린 그림 찾기’인가요? 제한 시간 내에 틀린 그림을 찾아라?”
묵성이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이번엔 틀린 그림은 맞게 찾았지. 한 가지 실수한 점이라면 TV를 찾자마자 총으로 쏘지 않은 것이라고 본다. 그냥 권총으로 디스플레이를 날리니까 괴물이 즉시 사라지지 않았냐?”
“다음 저택에선 틀린 부분을 찾자마자 바로 총으로 쏘자.”
송이가 과격한 의견을 냈다.
“일일이 찾기보다 그냥 저택 진입하자마자 소총으로 주변을 다 부수는 쪽은 어때요?”
묵성이 바로 반박했다.
“송이 네 손에 쥐어진 건 소총이지, 미사일이 아니다. 저택의 모든 물건을 하나하나 쏴서 부수는 일은 생각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결정적으로 총알이 부족하다. 하지만, 닥치는 대로 부숴보자는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다. 난 아까부터 우리가 적의 의도 위에서 놀아나는 불쾌한 느낌이 들거든.”
저택을 박살 내자는 아이디어엔 동의하나, 소총 말고 다른 수단을 쓰자는 이야기다.
아까부터 엘리자베스는 어딘가 돌아다니는 중이다. 그걸 확인한 차진철이 급히 다가왔다.
“별로 주변을 닥치는 대로 부숴봅시다. 저 여자는 기절시키든지 하고.”
“그냥 둬도 괜찮아 보이는데? 묵성이 원격 조종 손 쓰는 걸 보고도 딱히 추궁하지 않잖아. 우리가 초능력자라고 생각 중인 것 같아. 그보다 별에 시간제한 있지 않아?”
“시간제한? 아, 오래 쓰면 나 자신이 버티지 못하긴 하지. 하지만 내 몸보다 이 저택이 더 먼저 붕괴하리라 본다.”
송이가 불안한 듯 답했다.
“저택이 하나가 아니잖아요. 나간 후에도 저택이 있다면?”
묵성은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정문, 후문, 지하 문 등 저택에 준비된 통로로 움직이면 다른 저택이 나오지. 그런데, 별로 저택을 부숴서 ‘문을 만들어서’ 나가면 그때도 다른 저택이 나올까? 아니라고 본다. 내 생각엔 적들이 준비한 이 무대 바깥을 나갈 수 있을 거다.”
보아하니 묵성과 진철은 별의 힘으로 저택을 부숴보자는 견해다. 논리도 이해가 갔다.
저택 내에 준비된 통로로 움직이는 것 자체가 적의 손에 놀아나는 행위이니, 아예 저택을 부숴서 의도 밖에서 움직이자는 것.
다만 이들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저주의 방엔 대적자가 있어. 보통은 그 존재를 싸워서 제거해야 했지. 지금은 그 대적자가 나타나지도 않은 상태야. 대적자가 나타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차진철이 제한 시간이 있는 별을 기물 파괴용으로 한참 써버린 후에 대적자가 나타나면, 우린 허무하게 몰살당할지도 몰라.”
은솔이도 끼어들었다.
“동의. 지금 강림이 있는 가인이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잊지 마. 별과 진철이는 싸움이라는 영역에서 우리 전력의 90%는 차지하잖아. 기물 파괴에 힘을 다 써버리는 건 위험하다고 봐.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인데.”
은솔이는 잠시 고개를 돌려서 엘리자베스의 위치를 확인하고 말했다.
“별로 저택을 부숴서 해결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가인이가 아니라 진철이를 봉인했겠지. 진철이가 봉인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별로 닥치는 대로 부숴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증거가 아닐까?”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별로 저택을 부숴보자는 사람과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온 상황.
거의 항상 은솔의 의견을 따르는 차진철이 의견을 굽혔다.
“누님 생각대로 합시다. 다만, 어떻게든 탈출한 후에 다시 한번 이야기해봅시다.”
차진철은 진짜 설득당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위험한 장소에서 우리 사이에서 발언권이 강한 은솔이가 의견을 냈으니, 지금은 은솔의 의견을 대놓고 반대하고 싶지 않은 기색이다.
나가서 다시 이야기하자는 의견을 강하게 냈다.
그나저나…. 엘리자베스가 아까부터 좀 이상한데?
송이도 의아해했다.
“아까부터 혼자서 뭘 하는 거죠? 마치 우릴 배려해서 편하게 이야기할 시간을 주는 느낌인데.”
나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저 여자가 우릴 배려 중인 게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 꿍꿍이가 있다면?
엘리자베스 관점에선 오히려 우리가 본인을 배려해서 알아서 자기들끼리 떠드는 중인 상황이겠지.
머리가 점점 복잡해진다.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진다. 새삼스레 허술한 그놈이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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