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57)
156화 – 201호, 저주의 방 – ‘□ □□’
– 유송이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놀라서 세면대 쪽을 바라보았을 때, 이미 상황은 망해 있었다.
거울을 깨트리고 괴물 같은 소녀가 튀어나왔다!
산발이 된 머리카락, 흰자만 남아 꿈틀거리는 기괴한 눈동자.
소녀는 단 일격에 아리를 죽인 후, 아리 머리만 집어 든 채 우리에게 다가왔다.
“얘는 예뻐서 봐줬다~! 너희는 나랑 아주 오래 놀아야 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할아버지와 은솔 언니가 정신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소녀는 마치 시원한 샤워라도 하는 분위기로 총알 세례를 받아들였다.
총알은 소녀의 피부조차 뚫지 못하고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도 동시에 팔찌를 써서 그녀가 인지하는 감각을 차단하고 왜곡했다.
소녀는 잠시 비틀거린 후, 금속을 긁는 듯한 목소리를 내었다.
“뭐야? 너 이상한 힘을 쓰네?”
— 짝!
박수 소리와 함께 소녀의 양손에서 눈알이 솟아났다!
으아! 저게 뭐야 대체?
보기만 해도 혐오스러운 건 둘째치고, 새롭게 생긴 눈으로 정보를 파악하기 시작하자 팔찌가 막혔다.
하지만 나도 이젠 나름대로 베테랑이라고! 나만큼 괴물 많이 본 여고생은 없어!
… 이거 좋은 거 맞나? 하여튼 바로 머리가 뜨거워질 기세로 팔찌의 범위를 확장했다.
“눈알이 4개가 된다고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손에 생긴 눈알까지 팔찌의 범위에 넣는 순간, 소녀가 갑자기 크게 웃었다.
“너! 제법 강하구나?”
동시에 저택 자체가 마치 살아있는 공간처럼 꿈틀거렸다.
벽에서 바닥에서 시계에서 테이블에서 의자에서 모든 곳에서 눈알이 솟아 나왔다!
그야말로 저택 전체가 그녀의 눈이 된 상황.
나 역시 이를 악문 채 103호를 나온 이래 ‘다양한 관점’을 그 어떤 순간보다도 전력을 다해 사용했다.
의식이 허공으로 붕 떠오른다.
다양한 관점의 힘이 저택 전체로 뻗었다.
*
– 이은솔
숨이 막힌다.
솔직히 내게 무슨 짐승 같은 육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바보 천치라도 지금 상황은 눈치챌 수 있었다.
바로 저 소녀다! 이 지옥 같은 공간의 지배자!
우리는 반드시 저 여자애를 쓰러트려야 한다.
아리 머리통만 들고나온 괴물 같은 소녀는 총알을 무슨 BB탄 취급했다.
나비는 고릴라에 써버렸고, 총은 장난감 취급하고.
벌써 답 없네.
그나마 좀 먹히는 힘을 가진 송이가 나로서는 이해할 도리가 없는 영역의 싸움을 벌이고 있었지만, 다른 세상 이야기다.
묵성 할아버지도 별수 없는 표정이었다.
…
이럴 때가 아니지!
도망이라도 가기 위해 송이가 시간을 버는 틈에 정문 쪽으로 뛰려는 순간 –
“귀찮게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그 말과 함께 벽에서 손이 튀어나와서 내 다리를 붙들었다.
황급히 온 힘을 다해 손을 뜯어내려 했지만 내 힘으론 어림없었다.
이 여자애, 완전히 장난치는 분위기다. 보아하니 송이와의 싸움조차도 딱히 전력을 다한 싸움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가 여러 저택을 돌파하는 과정을 관찰했고, 이 정도 전력으로는 자신을 위협할 수 없다는 확신을 얻은 듯했다.
나와 할아버지가 허우적거리던 사이, 결국 견디지 못한 송이의 눈, 귀, 코, 입 등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송이야!”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방을 메웠다.
“그 정도가 네 한계야? 별로네.”
바닥에 미끄러지듯 쓰러진 송이가 중얼거렸다.
“너는 대체…. 이 공간은 뭐지?”
악귀 같은 소녀는 입을 쭉 찢은 상태로 느릿하게 송이에게 걸어갔다.
송이의 몸에서 심장이 뽑히기 직전, 송이는 한 마디의 단말마를 남겼다.
“창문이 -”
창문? 창문이 뭐? 말을 더하기 전에 송이가 죽었다!
황급히 주변을 살폈지만, 첫 번째 저택에서부터 확인했다.
이 저택에 창문 따위는 없다.
유일하게 저 악마를 멈춰 세울 수 있던 송이마저 죽고 나자 모든 것이 끝났다.
벽에서 나무뿌리 같은 단단한 물체가 솟아 나오며 이번엔 묵성 할아버지까지 단단히 옭아매었다.
“너희는 재밌는 재주 없니?”
*
– 박승엽
역시 써야겠네.
최대한 쥐 죽은 듯이 방호복의 헬멧 너머로 상황을 바라보았다.
아리 누나, 송이 누나가 차례로 쓰러지고, 은솔 누나와 묵성 할아버지도 벽에 묶였다.
그런데도 나에 대해선 그 어떤 견제도 없는 걸 보니, 저 괴물은 내가 이미 죽었거나 기절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
이제부터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다.
저 괴물은 남은 우리를 가혹하게 다룰 생각이 분명하다.
결국 탈출 버튼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위기에서 단 한 번은 구제해준다는 우리의 희망!
일회용 소모품이므로 최대한 아끼자는 이야기도 했었지만, 지금이 바로 최후의 순간 같다.
할아버지가 내 곁에 뒀던 버튼을 집어 드는 순간 –
— 퉁!
갑자기 내 손이 옆의 테이블에 부딪히며 소음을 냈고, 모두의 이목이 내게 쏠렸다.
동시에 TV가 켜졌다! 지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내 몸이 돌처럼 굳었다.
아니, 이 타이밍에? 당황하다가 정신 차렸다.
딱 이 타이밍에 TV가 켜진 게 우연일 리가 없다.
저 여자애는 이 공간의 모든 괴물을 지배하고 있다.
— 팅! 탱그르르르~!
애매한 타이밍에 내 몸이 굳어서 버튼이 바닥에 떨어지고 테이블 아래로 굴러갔다.
/선 서/
또 그놈의 선서 소리와 함께 어쩌고저쩌고 개소리가 TV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리의 대응도 그때와 똑같았다. 묵성 할아버지의 장갑이 비행하며 사격해서 TV를 깨트렸다.
“에~! 맞다. 너희 아까도 이런 식으로 풀었지. 미안 미안~ 건망증이 심해서 그래!”
은솔 누나는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총을 쐈다.
사격 대상은 본인의 다리를 묶고 있던 바닥에서 튀어나온 손.
총격으로 손이 터져나갔고, 총알은 동시에 누나의 다리까지 작살냈다.
그 와중에도 누나는 버튼을 향해 전신을 던졌다.
동시에 할아버지의 장갑도 버튼을 향해 날아갔다.
이쯤 되자 악마 같은 소녀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외쳤다.
“대체 그게 뭐길래 이 지랄이니?”
버튼 옆에서 또 손이 튀어나와서 버튼을 붙들고 바닥으로 스며들었다.
은솔 누나와 할아버지의 표정에 절망이 깃들고, 한순간에 벽에서 솟은 나무뿌리들이 모두를 덮어버렸다.
— 찰박… 찰박…
이미 사방에 가득한 피.
그 피를 밟으며 소녀는 어느샌가 버튼을 자신이 쥔 채 내게 걸어왔다.
점점 숨이 가빠짐을 느낀다.
흉물스러운 손가락이 헬멧을 건드린다.
“너, 이 옷 제법 단단하더라?”
“…”
“대답 안 해? 저 은솔 누나라는 여자는 아직 살아있어. 내가 손가락 하나하나 뽑아줄까?”
“뭐가 궁금하세요….”
“신기해서 그래. 그동안 너희는 간만 보지 않았어? 갑자기 이렇게 많은 초능력자를 쏟아붓다니. 이유가 뭐야? 하필 보고해줄 애도 죽어버렸네.”
무슨 말일까? 이해할 수 없었다. 간만 봤다? 갑자기 초능력자를 쏟아부어?
설정상 우리는 관리국 요원이니까 관리국을 칭하는 건가?
내가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하자 소녀는 예리하게 읽어냈다.
“넌 알고 있는 게 없구나. 그냥 장기 말이네.”
— 찌걱. 찌거억.
“신기한 옷이야. 콩이의 주먹도 견디는 방어구라니.”
다시 온몸이 뜨겁다.
그리고 원망스러웠다. 대체, ‘천운’은 무얼 하고 있을까?
발동한 이래로 지금까지 한순간도 운이 좋았던 적이 없다.
오히려 탈출 버튼을 쓰려는 순간 손이 테이블에 부딪혀서 들키기나 하고 –
…
저거 대체 뭐야?
“재미없나 봐?”
“좀 그래. 너무 약하기도 하고, 뻔하기도 하고.”
“미안. 이번엔 좀 재밌게 해줄게.”
“오! 그 -”
그제야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소녀가 휙 돌아섰다.
머리만 남고 몸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지며 저택 사방에 널려 있는 아리 누나의 피가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머리만 남은 아리 누나의 눈동자에서 기묘한 광채가 드러났다.
핏물이 마치 소용돌이처럼 회전하며 악마와 같던 소녀를 결박했다!
그 불가해한 광경을 지켜보며 나는 토할 뻔했다.
이 순간 만큼은 대체 누가 악마고 정의의 호텔 파티인지 모르겠다!
그냥 악마 둘이 싸우는 것 아니야?
그 와중에 자유로워진 내 몸을 이끌고 허겁지겁 일어섰다.
평소보다도 활발히 돌아가는 머리가 아까의 생각을 이어갔다.
지금의 나는 천운이 발동되어 ‘우주의 기운’이 가호하는 사람!
결코 불운한 일이 발생할 수 없다.
탈출 버튼을 쓰려는 순간 손이 테이블에 부딪히며 버튼을 떨어트린 일.
운이 없어서 생긴 일이 아니라 운이 좋아서 생긴 일이다!
일회성 소모품을 쓰지 않고도 탈출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 쓰지 말라는 의미로 떨어트린 것임이 분명했다.
아까 전 송이 누나가 죽기 직전 외쳤던 ‘창문’이라는 단어.
창문이라곤 단 한 개도 없는 이상한 저택.
이 저택엔 창문이 있었다.
안에서는 바깥을 볼 수 없고, 바깥에서만 안쪽을 볼 수 있는 기묘한 창문이 있었다.
단지, 보통 생각하는 창문처럼 생기지 않아서 알아채지 못했을 뿐.
나는 악마가 튀어나온 깨진 거울 앞에 섰다.
온몸을 거울 안으로 내던지며 뛰어들었다.
압도적인 시선을 느꼈다.
시선을 느낀다.
하늘에서, 땅에서, 바다에서, 공기에서, 산에서, 강에서 –
이 세상 전체의 모든 곳에 깃든 시선을 느낀다.
삼라만상의 모든 객체에 위대한 눈이 깃들었노라.
내 시작은 미약한 벌레이나 –
— 텅!
하염없이 떨어지다가 어딘가 튀어나온 창틀에 부딪히며 정신이 다시 돌아왔다.
뭐지? 방금 대체 뭘 본거지?
혼란 속에서 내 몸은 끝없이 회전하며 느릿하게 낙하했다.
바닥이라는 게 없는 어둠 속을 끝없이 낙하하며 조금 전 까지 내가 있던 저택, 아니 ‘저택들의 집합’을 바라보았다.
끝없이 움직이는 저택들. 중간중간에는 딱 봐도 터무니없는 괴물이 대기하고 있는 방.
하염없이 어디론가 떨어지고, 또 떨어지면서 생각했다.
저주의 방, 201호. 이 빌어먹을 장소의 정체.
더 큐브.
그것이 201호에서의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당신은 탈출했습니다!/
*
‘이번에도 쟤는 운으로 탈출했네?’
‘언제까지 날로 먹을까?’
‘자질이 없으면 203호에서 끝날 거야.’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81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2, 복도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한숨 깊게 자다가 정신이 퍼뜩 들었다.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피부를 얼음 칼로 찌르는 듯한 냉기에 완전 소름이 돋았다!
주변에 여기저기 흩어진 이불을 모아 만든 방한복을 대충 걸쳤다.
“으아! 진짜 더럽게 춥네. 와! 이 날씨 미쳤어? 다들 뭐 많이 알아냈어요?”
나 대신 열심히 수고한 동료들! 당연히 대단한 활약 한 것 맞지?
다음 회차쯤 해결 각? 나는 슬슬 막타나 치면 되는 건가?
캬! 막타만 쳤다고 유산 챙겨가면 그건 또 미안한 일인데!
아닌 것 같다.
딱 봐도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았다.
몇몇 사람은 추위조차 느끼지 못하는지 멍하니 앉아있었다.
덜덜 떨고 있는 엘레나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
눈보라 때문에 못 들었나? 조금 더 가까이 가서 –
— 탁!
고개를 살짝 들이밀자, 엘레나가 나를 거칠게 밀어서 주변의 눈밭에 쓰러졌다.
…
우리 이젠 사회적 거리두기 할 정도의 관계는 아니지 않나요.
이상하게 ‘눈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엘레나는 거의 기절할 듯한 반응을 보였다.
아무래도 모두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1층에 가서 모두와 진지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한숨 잘 자고 나와서 무척 개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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