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6)
15화 – 102호, 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1)
15화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5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102호(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
현자의 조언 : 3]
덜커덩 덜커덩
“아 진철아, 운전 좀 안정적으로 해 봐. 엉덩이 아파 죽겠다 야.”
“허 참 누님 제가 SUV는 처음 몬다니까요. 이거 감각이 좀 달라서 그럽니다.”
턱!
“앗! 으으…”
“윽! 머리… 형 속도 좀 줄여보세요”
“우리 저택 도착하기도 전에 여기서 다 죽겠다.”
“아니 대체 그놈의 저택은 무슨 포장도 안 된 길을 이렇게 오래가야 나오는 겁니까.
누님 예전부터 많이 가보셨다 하지 않았어요?”
“음… 사실 내가 어릴 때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긴 해. 큰아버지는 그때부터 저택에 사셔서…
야 그래도 돈도 안 내고 풍광 좋은 저택에 가는 건데 왜 이리 불만이 많아!”
“불만이 아니라… 너무 멀고 가는 게 고달파서 하는 이야깁니다.”
“근데, 저택에 주인 되시는 분은 계신가요?”
“음… 송이야 나도 며칠 전에 전화 드렸는데, 아무래도 큰아버지께서는 최근 몸이 안 좋으셔서 서울 병원에서 못 내려오신다는 것 같더라고. 잘됐지 뭐~”
“네??”
“헛, 아프신 게 잘됐다는 게 아니고, 고용인들 빼면 우리끼리니까 그게 잘 됐다는 거야.”
“고용인도 있어요?”
“하녀 한분하고 집사 한분 이렇게 두 명 만 있다고 들었어.”
“하녀에 집사에 진짜 본격적인 저택이네요. 그런 올드 스타일은 고향에서도 못 본 것 같은데”
“그리고 우리가 거길 가는 거지.”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머릿속에서, 어떤 고장 난 라디오의 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한 감각과 동시에,
‘정신이 들었다.’
동시에 나 말고도 정신을 차린 나머지 사람들 전원이 입을 다물었다.
무슨 일인가. 102호에 진입하고, 아마도 거의 30분 이상 정신을 반쯤 잃은 채로 영화를 본 기분이다.
마치, 내가 배우로 나오는 영화를 본 것 같은 기이하기 짝이 없는 감상.
당연하게도, 차가 멈췄다.
“이건 대체… 진짜 갈수록 세상 이상한 일은 다 겪는군.”
“지금, 뭐죠? 전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이상하게-”
“누군가 우리 몸을 조종해서 한 20,30분 동안 역할극을 했지. 아마도 이놈의 호텔이.”
뒤늦게, 다 같이 상황을 정리했다.
102호에 진입하고 30분 가까이 우리는 몸의 통제권을 잃었고,
무언가가 우리 몸을 조종해서 저택으로 가면서 마치 연극이라도 하듯이 상황을 설정했고, 정보를 머릿속에 욱여넣었다.
그나마 현역 배우 지망생, 엘레나가 상황을 제일 먼저 이해했다.
“우린 지금 일종의 배역을 받은 것 같네요. 저, 은솔언니, 진철씨, 가인씨, 송이 이렇게 다섯은 은솔누나의 ‘큰아버지’라는 사람의 대저택으로 가는 상황.
승엽이를 제외한 다섯은 대학 동아리 모임, 승엽이는 언니 동생. 이런 식의 정보가 쭉 떠올랐는데? 다들 비슷하신지?”
“나도… 똑같아. 물론 나한테 큰아버지가 있다는 건 오늘 처음 알긴 했지만. 호텔이 30년 넘게 몰랐던 가족을 잘도 만들어 줬네.
게다가 대학생이라니, 나머지는 몰라도 나랑 진철이는 솔직히 -”
그리고 다들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다.
대학생. 은솔누나나 진철형은 두 명 다 30대 초반이니, 대학생 나이에선 좀 벗어났다.
그나마, 은솔누나는 옷차림에 따라선 가능도 할 것 같지만, 진철 형은 솔직히 무리… 일 텐데
지금, 그 둘은 누가 봐도 확연할 정도로 ‘어려져’ 있었다.
“대학생처럼 보이네요.”
멍한 표정으로 대답이 나왔다.
“그러네. 한 10년은 젊어졌네.”
“진짜 내가 여기 와서 별 해괴한 경험 다하는데… 어이구 진짜”
“대학생 역할이면 전 오히려 나이가 늘어났네요…”
“그래도 딱히 송이를 더 나이 들게 만들 진 않은 것 같은데?”
“저랑 엘레나 언니랑 가인 오빠는 외모변화는 없는 느낌이네요.”
“대학생 배역을 시켜야 되니까, 진철형하고 은솔누나 시간도 돌려 준 모양이네요.
죽였다 살렸다도 하는데 어리게 만드는 거야 쉽겠죠.”
“이왕이면 호텔 나가서도 나이는 유지됐으면 좋겠는데…”
“아니 근데 언니! 승엽이는 지금 어디 있는 거죠?”
“‘설정’에 따르면 저택에 미리 가 있다는 것 같네.”
“아마 일종의 인질인가 보네요.”
“인질이라니? 갑자기 가인아 그게 무슨 소리야?”
“아, 제가 지금 정신 차리자마자 옆에 창을 보니까 우리가 가야 할 곳 이름이…
무려 ‘공포의 저택’ 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별 끔찍한 일은 다 일어나겠죠.
그런데 이렇게 저택 가기 전에 우리가 다 같이 정신을 차렸으니…
그냥 저택을 안 가 버리면 어떨까 생각 중 이었거든요.
바로 그걸 노리고 승엽이를 미리 보내둔 게 아닐지.
무조건 저택을 오게 만들려구요.”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난 어찌 됐든 어차피 가긴 가야 할거라 본다.
우리가 안 가고 뻗대면, 아마 별 개지랄해서도 가게 만들겠지.
갑자기 좀비가 나타나서 도망치다 보니 저택에 도착했다.
뭐 이 정도 시나리오 나오지 않겠냐?”
“진철이 너 며칠 된 것 같지도 않은데 저택 전문가 다 된 것 같다?”
“그러면, 일단 저택으로 다시 출발하도록 해요. 어떤 식으로든 가게 만들 장소라면 그냥 우리 발로 가야 험한 일을 덜 겪지 싶어요.”
“그런데 진철 형 길 알아요? 그동안은 사실 형이 운전한 거 아니잖아요.”
“음… 사실 길은 옆에 지도 붙어 있는데 진짜 문제가 하나 있다.”
“네?”
“이거 스틱차야. 자동 아니고.”
그리고 침묵이 감돌았다.
“형, 형 면허는 혹시…”
“따기는 1종 보통으로 따긴 했는데 10년 동안 스틱차를 손댄적이 없다. 혹시 수동 운전할 줄 아시는 분?”
“전 면허가 없어요…”
“고등학생이 있으면 이상하지. 근데 나도 자동이야. 가인이 너는?”
“저도 면허가 없습니다…”
“혹시 엘레나양은… 아닙니다. 이거 큰일이네요. 억지로라도 몰아봐야 되나”
“제가 몰게요.”
다시, 침묵이 감돌았다.
“엘레나씨? 이거 그러니까”
“제가 예전에 한국 면허도 따다가 알게 된건데, 자동이 대부분인건 한국이 특이한 거고 러시아는 수동이 아직 80%예요. 그러니까 비켜보세요.”
그렇게, 아무도 몰지 못하던 수동 차는 30대 전직 격투기 선수, 30대 커리어 우먼을 제치고 20대의 외국인 아가씨가 몰아갔고,
저택에 도착할 때까지 다들 입을 다물었다. 진철형은 내가 본 표정 중 가장 딱딱한 표정을 풀지 않았다.
저택에 다가갈 수록, 차 안의 분위기는 점점 어두워졌다.
‘공포의 저택’은 대체 어떠한 장소일까.
저택으로 다가갈 수록 점점 주변 숲의 분위기가 이질적으로 바뀌어갔다.
나무는 점점 장대 같이 솟아오른 침엽수 일변도, 어딘가 섬뜩한 분위기로 차를 쳐다보는 새들.
기분 탓인 걸까?
멀찍이- 저택이 보이기 시작한다.
뒤쪽으로는 거대한 산을 등지고 있고, 앞으로는 한국에 이런 호수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대단히 거대한 호수.
그 호수 사이에 차가 다닐 수 있는 다리가 있었고, 우리는 그 다리를 통해 저택으로 다가 갔다.
정말로, 저택이다. 한국의 대부분의 주택처럼 직사각형 성냥갑을 뒤집어놓은 모양새가 아니다.
호수를 넘어가자마자 보이는 화려한 정원, 여기저기 솟아오른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조각상.
그리고 사람 손으로 열 수 있나 싶은 거대한 정문.
차가 다가가자 자연스럽게 정문이 열렸고, 다들 차에서 내렸다.
정문 옆에는 정말이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기괴한 조각상이 있었다.
형상은 사람이 되, 팔은 여섯이고 심장은 기괴할 정도로 거대하다.
너무나 거대하게 조각된 심장이 상체에서 튀어나와서 꿈틀거리는 듯한, 말 그대로 괴물 같은 조각.
그 조각을 주시하던 중 궁금함을 참지 못한 송이가 조각의 발치를 툭툭 건드렸고,
그 모습이 또 귀여웠는지 은솔누나가 송이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쯤 저택에서 사람이 나왔다.
노인 한 명과 두 소년소녀.
“신사 숙녀분들, 저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양복을 입은 풍채가 당당한 노인이 가볍게 묵례하며 인사했다.
다들, 차에서 내리며 어색하게 인사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그러니까 어… 이은솔 이라고…”
“허허, 어르신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아가씨께서 대학 친구분들과 함께 저택에 며칠 머무르실 예정이니,
부족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전화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셨지요.
안타깝게도, 어르신께서는 몸이 좋지 않으셔서 자택에 부재하십니다마는….
저는 저택의 집사, 김묵성이라고 하고, 여기 이 아이는 부족하나마 제 손녀 김아리라고 합니다.
저희가 부족함 없이 모실수 있을겝니다.”
“아리?”
처음 듣는 이름에 잠시 당황하자, 옆에 서 있던 소녀가 앞으로 나와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저택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이게 대체 뭘까. 보통 생각하는 메이드라고 하면 20대는 되는 나이가 아니었나.
눈앞의 소녀는 아무리 봐도, 10대 초반, 잘해야 13~14살 정도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아아… 의미 없다 싶어서 상념을 털어냈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호텔에 온 후로 이상함과 흔함은 동의어가 되지 않았는가.
13살은커녕 5살짜리 아이가 내가 집사다 해도 그런가 보다 하면 되는 장소였다.
그 보다도, 이 소녀는 정말이지 초현실적으로 비범한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마치 눈처럼 하얀 피부에 인형 같은 이목구비도 대단했지만, 감홍색으로 물든 눈동자야말로 가장 비범한 요소였다.
저런 눈동자는 알비노나 가지는 게 아니었나? 이 소녀는 아무리 봐도 알비노는 전혀 아니다.
머리 색 부터가 칠흑 같이 검은색이 아닌가.
대놓고 이름부터 ‘공포의 저택’ 이라는 장소에서 나타난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소녀였기에,
당연히 엄청난 수상함과 경계심을 동시에 느낄 무렵, 옆에 바보같이 서 있는 소년이 보였다.
“승엽이 너는 누나에게 인사도 안 하니?”
“아, 아, 누나 오셨어요. 다른 분들도 안녕하세요?”
“어이쿠, 엎드려 절받기다 아주. 그냥 눈알이 뽑히겠구나. 이런 곳에서조차 너도 대단하다.”
승엽이는 옆의 소녀에게 아예 눈을 떼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냥 누가 봐도 난 아리를 처음 보는 순간 영원한 운명을 느꼈다는 분위기로 숫제 덜덜 떨면서 아리를 쳐다보다가,
아리가 생긋 웃으며 돌아보기라도 하면 숨도 크게 못 쉰 채 땅바닥만 쳐다보는 꼴을 쳐다보고 있으니 솔직히 웃기다는 말 외에 할 말이 없다.
물론 그 소녀는 대단히 예쁘기도 했지만 –
은솔 누나의 말마따나, ‘이런 곳’. ‘공포의 저택’. 세상에서 가장 수상한 장소에서, 인간이 맞는지부터 의심해야 할 소녀가 아닌가.
그때쯤, 집사의 입이 열렸다.
“혹시, 다들 어디로 가실 지 일정은 세우셨습니까?”
일정은 무슨 일정. 애초에 이런 이상한 저택에 간다는 사실 자체를 1시간쯤 전에 깨달았다.
“하하, 아직은 확실히 계획을 세우지 못했네요.”
“그렇다면 아가씨, 우선은 친구분들과 들어가셔서 짐을 푸시고, 여독을 푸신 후에 저택의 뒷산부터 가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택은 안타깝게도 시내와 거리가 멀어 대단한 문화생활을 즐기기는 어렵습니다만, 풍광만은 어디와 견주어도 지지 않는다 자부합니다.
또, 언덕 너머로는 시원한 계곡도 있고, 호수에서 가벼운 뱃놀이를 즐기시는 것도 가능합니다. 저택 근처에는 역사가 깊은 근사한 성당도 있지요.”
애초에 저택에 뭐가 있는지부터 아는 사람이 없으니 다른 의견을 낼 사람도 없었고,
그래서 우리의 일정은 짐을 풀고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저녁 식사 전까지 가볍게 산을 오르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저택의 화려하기 그지없는 방에 각자의 짐을 풀고 씻은 후, 우리는 ‘작전 회의’를 위해 모였다.
“근데, 가인아. 승엽이는 어디 간 거냐?”
“어… 이상하네요. 아까 씻을 때만 해도 근처에 있었는데?”
“아! 아까 보니까 하녀 분 일을 도와 준다면서 달려갔어요.”
“어이쿠 걔는 진짜 미치겠구나. 진짜 여기가 무슨 행복한 꿈의 저택이라고 착각중인 거 아니니.
송이 너는 그걸 또 보고만 있었어?”
“너무 갑자기 뛰어가서…”
“자, 자. 어차피 누님도 뭐 중학생 믿고 회의 할 생각이었습니까?
남은 사람들끼리 진행 합시다. 가인이 너는 혹시 그 창에서 뭐 알게 된 것 없냐?”
“저택의 이름 말고는 아직은 딱히 뜬 게 없습니다. 공포, 라고는 하지만 원흉이 뭔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줄 만한 정보가 없네요.”
“차근차근 목표설정부터 해 보자. 우리의 제1목표는 무엇인가.
이미 다 같이 101호를 겪었을 때, 끝날 때 떴던 안내문을 보면 짐작은 해볼 수 있지.
제1목표는 ‘한 사람이라도 살아남는 것’. 그것만 이루면, 나머지가 다 죽어도 부활할 수 있어.”
“그런데에에… 언제까지 살아야 하는 걸까요?”
“그걸 이제부터 추측 해 봐야지. 단순하게는 최대한 오래 살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리고 오래 살려면, 우선 대체 뭐가 우릴 위협하는지도 알아야 할 것이고.”
“그거는 뭐, 솔직히 뻔한 것 아닙니까.”
솔직히 나도 동의했다. 누가 우리를 위협할 것인가.
물론 보이지도 않는 괴물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거야말로 지금부터 예측하긴 어려운 것.
그보다는 아까 만났던 집사와 어린 메이드부터가 이 세상 모든 수상함을 뭉쳐둔 듯한 분위기가 아니던가.
“집사 할아버지, 그리고 그 여자애 둘은 보자마자 딱 위험하다 느낌이 왔네요.”
“100%지. 그리고 내가 운동 좀 한 거 알지? 그 할배는 내가 보자마자 알았다.
옷으로 가릴수가 없는 근육이 티가 날 정도더라. 그 정도면, 노인이니까 약하겠거니 했다간 큰코다친다.
아마 가인이 너랑 팔씨름해도 이길 거다.”
“하지만 메이드분은 무슨 싸울만하게 생기진 않았던데요.”
“물론 외모는 어린애긴 하지만 알 수는 없는 일이지.”
“저는 집사나 메이드분도 메이드분인데, 정문의 조각상이 너무 이상했어요.”
“저는 그 다리. 아까 운전하면서 오는데…다리 상태가 어딘가 약했어요. 고향에서 라스푸티차가 일어나는 시기의 상태 같달까…”
“라스푸티차요?”
“러시아 쪽에서 눈이 녹는 시기에 도로가 흙범벅이 되는 걸 말하는 건데, 아마 엘레나 말은 다리에 습기가 차단이 제대로 안돼서 진흙 같은 상태였다는 말을 하는가보네.”
“맞아요.”
우리는 이 저택의 어떤 요소가 얼마나 수상하고, 얼마나 위험해 보이는지 30분 정도 의견을 나누었다.
그렇게 우리의 머릿속에서 저택이 살인 함정으로 가득 찬 지옥으로 변해가고, 집사와 메이드가 연쇄살인마 조손으로 탈바꿈할 때쯤,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 시나리오는 좀 장편입니다. 그래서, 글자수도 좀 늘려가면서 나름대로 빠르게 진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