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61)
160화 – 201호, 저주의 방 – ‘더 큐브’ (9)
– 두 번째 시도, 김아리
“엘리자베스 팀장님, 이 저택이 바로 헤스벗 저택입니다.”
“흠. 이런 장소에서 벌써 세 자릿수의 인명이 희생당했다는 말인가?”
“지금 같은 속도면 내년쯤엔 네 자릿수일 겁니다.”
“그걸 막으려고 우리가 온 것 아니겠나. 들어가세.”
— 덜컹!
“이 소리는 뭐지?”
“엘리자베스 팀장님! 문이 잠겼습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본부에 연락해!”
“뭐지? 뭐죠? 전파가 끊겼습니다!”
— 삐이이이익!
머릿속에 울리는 신호음과 함께 정신이 돌아왔다.
첫 번째 시도 때처럼 허우적거리는 동료들은 없었다.
대신 대화창이 바로 깜빡였다.
이은솔 : 최초의 저택 캡처.
이후의 ‘틀린 그림 찾기’를 위해 은솔이가 눈으로 첫 번째 저택을 여기저기 캡처하는 사이, 나는 갑작스러운 통신 차단으로 인해 당황한 체하며 엘리자베스를 붙들고 시간을 끌었다.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되었다.
“으악!”
“올리버? 대체 뭐지?”
“이, 이거 보십시오!”
예상대로다. 벽에 걸린 거대한 거울에 선명한 핏빛 글씨가 떠올랐다.
Go down.
가인이가 첫 번째 저택에서 바로 저 글씨가 나오는 거울을 부숴보는 게 어떠냐고 했었지?
어쩌면 저 거울 뒤에도 탈출 루트가 있을지 모른다.
시험해볼 가치는 있다. 어차피 여차하면 악마 소녀와 싸울 각오를 했고, 전력도 지금이 가장 강하다.
김아리 : 승엽. 거울 옆으로. 탈출 준비.
박승엽 : 네.
엘리자베스를 관찰하며 총을 거울에 겨눴다.
엘리자베스는 별 반응이 없다. 오히려 빨리 쏘지 않고 뭐하냐는 분위기다.
실제로 관리국 요원의 대응 프로토콜을 떠올려보면 ‘뭔가 이상하다’ 싶은 장소에 일단 총부터 쏘고 수류탄을 던지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대응이다.
요원은 공포영화 주인공이 아니므로 이상한 장소를 맨몸으로 가지 않는다. 지구에 존재하는 혼돈체의 9할 이상에게 총과 폭탄은 통한다.
— 탕! 쨍그랑!
요란한 소음과 함께 거울이 깨졌다.
…
거울 뒤엔 평범하게 벽이 있었을 뿐이다. 이 부분은 가인이의 예측이 틀렸구나.
첫 번째 방에서부터 바로 탈출할 수는 없다. 탈출할 수 있는 방은 한정되어 있다.
어차피 첫 번째 방은 출구가 하나뿐이므로 어디로 갈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지하 통로로 이동했다.
*
두 번째 저택으로 진입했다.
변화가 없다면, 이 저택의 괴물은 카펫에 숨어있다.
이은솔 : 거실 카펫 형태 변함. 이 장소에 괴물.
예전과 똑같이 두 번째 저택의 괴물은 카펫에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김묵성, 차진철이 은근슬쩍 엘리자베스의 뒤편으로 이동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엘리자베스의 입이 열렸다.
“거실 쪽으로 한번 가봐.”
우리는 시키는 대로 거실 쪽으로 이동했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카펫으로 다가가지 않은 채 주변을 살폈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답답함을 느낀 엘리자베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거기! 잡담 그만하고 조금 더 성실히 수색해.”
“헛, 팀장님. 죄송합니다.”
“바닥 쪽도 한번 살펴봐.”
명백히 카펫을 지칭한 발언. 이 정도면 됐다. 두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첫째, 엘리자베스는 역시 괴물의 위치를 알고 있다.
둘째, 올리버를 우리와 구분하지 않고 제거하려 한다.
바로 차진철이 ‘실수인 것처럼’ 엘리자베스를 카펫 쪽으로 강하게 밀쳤다.
엘리자베스는 거의 기절할 듯이 놀라며 황급히 뒤로 일어서며 즉시 총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늦었다.
“할미가 말했지? 신발 신고 카펫 위로 올라오면 안 된단다!”
카펫에서 튀어나온 괴물이 양손으로 엘리자베스의 다리를 붙들고 –
“아가리 닥쳐라.”
붙들고 뭘 하기 전에 차진철이 손으로 괴물의 목덜미를 잡더니 그냥 힘으로 끌어냈다.
카펫 밖으로 끌려 나온 괴물의 형상은 제법 끔찍했다.
상반신은 인간 노파를 흉내 낸 듯했지만 하반신은 그냥 살점이 마구잡이로 솟아있었다.
차진철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괴물 노파의 입을 벌린 후 별을 소환해서 그 안에 밀어 넣었다.
3초도 지나지 않아서 괴물 노파는 그냥 꿈틀거리는 흙과 금속, 살점이 뒤섞인 기이한 형태로 변했다.
“이봐 팀장, 조심해야지.”
“차진철! 내가 할 말이다! 갑자기 밀치다니 -”
“나 아니었으면 괴물에게 바닥에 끌려가서 죽었을 텐데, 고맙다는 생각이 들진 않나?”
“… 그 부분은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네 행동에도 좀 더 주의를 기울이도록.”
“그럴 생각이야. 이제 제일 위험한 존재를 제압해야지.”
“무슨 -”
— 덜컹!
차진철은 즉시 엘리자베스를 양손으로 강하게 붙들었다.
김묵성이 바로 달려들어서 헬멧과 방탄복을 벗기고, 은솔이는 준비해온 단단한 끈으로 그녀를 의자에 묶었다.
당연히 이 와중에 가만히 있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다들 뭐합니까? 무슨 짓이에요?”
경악해서 달려드는 올리버는 송이가 손 몇 번 까딱해서 제압했다.
두 번째 시도. 우리는 두 명의 NPC를 모두 제압했다.
상황이 정리되자 송이가 다가왔다.
“아리야. 올리버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글쎄? 엘리자베스랑 같은 편은 아닌 것 같네. 올리버도 우리와 구분하지 않고 괴물 밥으로 주려고 했어. 그렇다고 믿을 만한 존재일지는 모르겠어.”
웅성거리는 느낌으로 동료들이 제압된 엘리자베스 주변에 모여들었다.
동료들은 큐브 들어오기 전만 해도 엘리자베스를 고문이라도 할 기세였지만, 그런 일은 시킨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애초에 그런 무식한 수단이 필요하지 않기도 하고.
“꽉 붙잡아. 눈동자를 꽤 오래 마주쳐야 해.”
“꽉 잡고 있다.”
엘리자베스가 눈을 감지 못하게 붙든 사이, 3분 정도 시선을 마주치며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암시를 걸었다.
“좋아~! 이 정도면 성실하게 대답할 준비는 됐지?”
“…”
“첫 번째 질문. 연구소로 안전하게 가는 방법이 뭐야?”
“무슨 말이지?”
“TV가 있는 방에서 디스플레이 너머의 공간. 안전하게 가는 방법이 뭐냐고.”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잠시 고개를 돌려서 엘레나를 확인했다.
엘레나는 바로 O를 그렸다.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의미.
엘리자베스가 내 암시에 저항해서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질문을 바꿔볼게. 동료가 어딘가 갇혀있어. 주변은 새하얗고,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장소야. 알아?”
“본부를 말하는가?”
“좋아. 이제 네가 좋아하는 ‘본부’라는 표현으로 바꾸지. TV 너머의 공간이 본부 맞지?”
“맞다.”
“안전하게 가는 방법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무슨 위험이 있다는 말이지?”
아무 위험이 없는데 대체 뭘 궁금해하냐는 답변이 나왔다.
대답하는 본인도 답답해함이 느껴진다. 대화의 핀트가 계속 어긋나고 있다.
옆에서 송이가 답답한 목소리로 채근했다.
“그냥 큐브에 대해 아는 것 다 말하라고 하면 안 돼?”
암시에 대해 알고 있는 묵성이 제지했다.
“그런 질문을 하면 하염없이 난잡한 대답만 할 거다. 구체적인 질문을 해야 해.”
“나머진 그냥 조용히 있어. 엘리자베스, TV를 통해 본부로 가는 방법 설명해.”
“귀마개를 착용한 채 TV를 켠다. 눈을 감은 채로 화면을 통과해서 200M 정도 직진하면 본부 내 격리시설 13 – 4호에 도착한다.”
… 대답이 약간 이상한데?
동료들은 생각보다 쉬운 해법에 기뻐하며 떠들기 시작했다.
진철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 그냥 눈만 감으면 되는 거였냐?”
송이도 헛웃음 섞인 반응을 보였다.
“엄청 쉽네요? 와~! 무슨 대단히 창의적인 해법이 필요할 줄 알았는데.”
엘레나는 믿기지 않는 듯했다.
“보기만 해도 정신이 이상해질 정도로 엄청난 존재인데, 그냥 눈만 감으면 되는 건가요?”
승엽이는 이 와중에 기뻐했다.
“귀마개! 제가 떠올린 해법하고 비슷하죠? 비슷하죠? 음소거나 귀마개나 같은 원리니까! TV 소리를 듣지 않는 거잖아요.”
묵성은 한숨을 쉬며 칭찬해줬다.
“그래. 잘했다, 잘했어. 그나저나 이상한데…. 그런 초월적인 존재에게 겨우 눈을 감는 게 통할 리가 없는데.”
엘레나는 혼란스러워했다.
“할아버님 말씀엔 동의하지만, 엘리자베스의 말엔 거짓이 없어요.”
이상하다. 방금의 대답에서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방금의 대답엔 엘리자베스 본인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중요한 사실이 숨겨져 있다.
하지만 그 위화감에 대해 여유롭게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누나! 악마 소녀! 어떤 존재인지 물어봐요.”
“물어볼 테니까 조용히 좀 해. 엘리자베스, 이 저택을 여러 차례 지나치다 보면 외부와 통하는 거울이 있는 저택이 나오지?”
“그렇다.”
“그 거울 뒤에는 엄청나게 강한 존재가 있지?”
“베아트릭스 님을 말하는가?”
“베아트릭스? 어떤 존재야?”
“…”
“어떤 존재지?”
“너, 재주가 좋네? 강력한 최면술인가?”
갑자기 암시가 풀렸다!
어떠한 전조도 없이 갑자기 풀려서 미처 대응하지 못하던 사이, 엘리자베스는 몸 전체가 불투명해지더니 몸이 기이하게 뒤틀렸다.
— 끄르륵!
마치 피부가 피아노 건반이라도 된 것처럼 역겹게 흔들거리더니, 엘리자베스는 순간적으로 엄청난 괴력을 내며 끈을 전부 뜯어내고 우리에게 벗어났다.
바로 차진철이 달려가서 붙들었다.
다음 순간, 엘리자베스의 입에서 사람 팔뚝만 한 크기의 혀가 개구리처럼 쭉 뻗더니 저택에 걸려있던 시계 왼편의 벽을 향해 날아갔다.
“뭐냐? 우릴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벽을 왜 -”
— 쿠르릉!
혀와 충돌한 벽면이 무너졌다. 무너진 벽면엔 알 수 없는 버튼이 숨겨져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모두의 표정이 해쓱해졌다.
뭔가 개수작을 부렸구나! 그 시점에서 난 엘리자베스를 더 심문할 생각을 포기했다.
“차진철! 죽여!”
진철은 즉시 양손으로 엘리자베스의 목을 꺾었고, 그걸로도 불충분하다 여겼는지 별을 잠시 소환해서 가뜩이나 흉측해진 몸을 아예 돌덩이로 만들었다.
— 쿠르릉! 우르릉!
저택 전체가 흔들린다.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나려 한다.
“다들 이쪽으로 오세요!”
다급하게 외치는 승엽이의 목소리를 향해 모두가 후문으로 달렸다.
아, 결국 또 승엽이가 찍은 대로 움직이네.
지금은 별수 없지. 그냥 꽝 방이 아니길 기도하자.
후문을 닫기 직전, 무언가 터무니없는 존재가 벽을 무너트리며 넘어오는 장면을 보았다.
굳이 확인할 생각은 들지 않아 후문을 닫고 다음 저택으로 달렸다.
*
– 김아리
“헉, 헉, 헉. 다들 괜찮아?”
다들 가쁜 숨을 들이켜고 있었지만, 별문제는 없어 보였다.
으! 아쉽다. 물어봐야 할 질문이 한참 더 남아있었는데!
이해하기 어렵다. 투명해지는 능력은 알고 있었지만, 괴물로 변신하는 힘이라니?
그런 힘은 첫 번째 시도 때 우리와 싸우면서도 쓰지 않았다.
게다가 암시를 푸는 힘까지! 대체 뭐지?
그 와중에 송이의 제압에서 풀려난 올리버도 옆에서 같이 헐떡거렸다.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올리버에게 향했다.
“뭐, 뭡니까? 저는 스파이가 아닙니다.”
엘레나가 고개를 끄덕거리고, 그걸 확인한 묵성도 침착하게 답했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네. 엘리자베스는 자네도 해치려 했지.”
“아까는 몰랐습니다. 전 엘리자베스가 스파이? 배신자? 그런 존재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은 대체 어떻게 아셨습니까? 게다가, TV니, 본부니 하는 건 다 무슨 소리입니까?”
대답하기 애매하다. 어차피 우리 쪽이 인원도 많다 보니 묵성은 그냥 깔아뭉갰다.
“이런 장소에서 내가 자네에게 3박 4일 동안 설명이라도 해줘야겠나? 상세한 설명은 나가서 해주도록 하지. 그보다, 자네는 뭐 할 말 없나?”
올리버는 우리, 특히 차진철을 두려워하며 답했다.
“할 말이라고 하면…. 여러분과 엘리자베스의 대화에서 제가 알아들은 단어라곤 ‘베아트릭스’ 뿐입니다만.”
!!!
아니 제일 중요한 단어를 알아들었어? 바로 달려갔다.
“뭔데? 토씨 하나 빼먹지 말고 베아트릭스에 대해 아는 것 다 털어놔.”
차진철이 친근하게 웃으며 올리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진철의 손엔 할머니 괴물을 찢어내면서 묻은 살점 덩어리가 여전히 엉겨 붙어있었다.
“이상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당신을 위해서 하는 이야깁니다.”
올리버는 온몸을 떨며 처량하게 대답하기 시작했다.
“베아트릭스, 정확히는 혼돈체 1283, ‘불길한 상상’이 정식 명칭이죠. 그녀는 오래전 ‘한가인’ 수석연구원이 지휘하는 애리조나 지부의 최대 성과였습니다. 그 능력을 관리국이 온전히 통제할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세계를 수호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되리라는 이야기도 있었죠. 그랬기 때문에 베아트릭스의 폭주와 한가인 수석연구원의 실종은 크나큰 비극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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