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62)
161화 – 201호, 저주의 방 – ‘더 큐브’ (10)
– 두 번째 시도, 김아리
‘한가인 수석연구원’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다들 순간적으로 멈칫거렸다.
봉인 당했다면서 시나리오 내에서의 역할도 있었어?
올리버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사실 저도 애리조나팀에 관한 이야기는 건너 들은 이야기라 정확히 아는 건 아닙니다.”
“잔말 말고 그냥 설명이나 해.”
“알겠습니다. 베아트릭스는 대략 1990년대에 노스캐롤라이나 인근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발견 당시부터 특유의 기괴한 능력이 있었죠.”
“무슨 능력이지?”
“기밀 사항이라 정확히는 모릅니다만, 괴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들었습니다. 다만 발견 당시엔 능력에 하자가 많아서 관리국에서도 베아트릭스를 이용하기보다는 제거하려 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자?”
“괴물을 통제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이해했다. 괴물을 만들어내기만 하고 통제하질 못한다면 그건 그냥 자연재해나 다름없다. 무기로 사용하긴커녕 최우선 제거 대상이 되어야 마땅한 능력이다.
묵성이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그 단점을 고친 모양이지?”
“바로 그 부분이 한가인 수석연구원의 성과라 들었습니다. 모종의 방법을 통해 베아트릭스가 자신이 만들어내는 괴물을 통제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여전히 심각한 문제가 남은 모양입니다.”
“베아트릭스가 괴물을 통제할 수 있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는데, 정작 본인이 베아트릭스를 통제하지 못했군.”
“그런 것 같습니다.”
고민하던 송이가 물었다.
“베아트릭스의 힘은 괴물을 만들어내는 것뿐인가요? 맨손으로 사람의 머리를 뽑아낼 정도의 괴력이나 총알을 BB탄처럼 여길 정도의 내구성 같은 건 없어요?”
“네? 제가 알기로 베아트릭스는 괴물을 만드는 초능력을 제외하면 본인은 그냥 인간 소녀입니다.”
?
이상하다. 우리가 싸운 베아트릭스는 ‘괴물 만들기’는 보조 능력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터무니없는 존재였다.
맨손으로 내 머리를 뜯어냈고, 돌격소총의 총알 세례를 시원한 샤워처럼 여기던 그 육체적 강함은 우리를 소름 돋게 만들었다.
은솔은 별것 아니라는 답했다.
“능력을 강화하기라도 했나 봐. 우리의 수석연구원 한가인 군이 연구를 열심히 하셨다잖아.”
“아이, 참. 가인 오빠는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적을 더 강하게 만들다니!”
둘이 농담을 나누는 사이에 승엽이는 진지하게 물었다.
“가인 형이 베아트릭스를 강하게 만든 거예요? 호텔 들어오기 전에?”
저절로 한숨이 나와서 승엽이 뒤통수를 한 대 쳤다.
“넌 제발 조용히 좀 해. 올리버, 더 아는 건 없어?”
“죄송합니다.”
“그럼 이제 진행하자. 일단 그 TV 방으로 가야겠네. 겸사겸사 방의 규칙도 좀 알아보고.”
다 같이 일어서서 방을 살펴보기로 했다.
정확히 5초 후, 사고가 났다.
“으아아악!”
우리가 말리기도 전에, 올리버는 말을 많이 했더니 목마르다면서 냉장고를 열었다.
살아있는 냉장고는 음식을 저장하는 대신 올리버를 저장하기로 했다.
황급히 냉장고를 부쉈지만, 올리버는 그 잠깐 사이에 냉장고에서 잘 숙성된 냉동 소시지처럼 변했다.
“…”
“…”
송이가 허탈해했다.
“NPC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많은 정보를 알려줘서 죽진 않길 바랐는데요….”
“얘는 조심성이 좀 부족하네. 이 방의 괴물은 찾아내지 못한 상태였는데.”
“… 첫 번째 시도 때도 올리버부터 죽었었지? 그때는 엘리자베스가 함정에 빠트렸다고 생각했는데.”
묵성이 한숨을 쉬며 정리했다.
“이래저래 오래 살았을 친구는 못 되는구먼.”
은솔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직업을 잘못 고른 사람이네. 관리국 일은 실수가 많은 사람은 절대 하면 안 되는 것 같은데. 어쨌든 우린 바빠. 방의 규칙이나 빨리 찾자. 승엽이 찍기에만 의존하는 건 불안하다는 가인이 말이 일리 있어.”
“저번에 했던 이야기긴 한데, 별로 저택을 부숴보는 건 어떻습니까?”
“이번엔 베아트릭스랑 제대로 싸워보기로 했잖아. 저택을 별로 다 부수려면 꽤 오래 써야 할 텐데, 미리부터 몸 상태를 악화시킬 필요 있을까?”
“으음….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겠네.”
*
– 김아리
10분 정도 저택을 샅샅이 뒤진 후에야 깨달았다.
전혀 모르겠다. 적어도 저택 내부를 뒤져서 저택의 정문, 후문, 지하 문이 어디로 연결되는지 알 방법은 없는 것 아닐까?
경험상 이제 조만간 움직이라고 뜰 것 같다. 무시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도 궁금하긴 하지만….
옆에 앉아있던 은솔이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어쩌면 들어오는 문, 나가는 문의 관계를 분석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들어오는 문. 나가는 문.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다.
나와 은솔이는 함께 첫 번째 시도 때의 기억을 찬찬히 되짚으며 종이에 차근차근 써 내려갔다.
첫 번째 저택에선 Go down이라는 말을 듣고 지하로 내려갔다.
다음으로 두 번째 저택의 정문으로 들어갔다.
두 번째 저택에선 카펫에 괴물이 숨어있었다. 엘리자베스는 우리를 후문으로 끌고 가려고 했지만, 승엽이는 두 번째 저택의 정문으로 되돌아가자는 선택을 했다.
다음으로 세 번째 저택의 후문으로 들어갔다.
세 번째 저택이 바로 TV 방이었다. TV 방에서 엘레나가 자살한 후, 승엽이는 세 번째 저택의 후문으로 되돌아가자는 선택을 했다.
다음으로 네 번째 저택의 정문으로 들어갔다. 여기선 나무가 이상했지.
이 시점에서 승엽이는 자신감을 완전히 잃었다. 엘리자베스는 우리를 네 번째 저택의 후문으로 끌고 가서 고릴라와 충돌하게 했다.
!!!
두 가지 규칙을 발견했다!
최소한 약한 괴물이 있는 방, 고릴라 같은 특급 괴물이 있는 방을 구분할 수 있는 –
— 투콰쾅!
뭐야?
“으하하! 역시 이게 맞았다! 다들 이쪽으로 와라!”
“캬! 멧돼지 너 이 새끼 마음에 들었다!”
너무 놀라서 은솔이와 함께 소리가 난 쪽으로 뛰어갔다.
차진철은 승엽이로부터 방호복을 벗겨낸 후, 방호복을 붙들고 저택에 마구 휘둘러서 외벽을 무너트린 상태였다.
아마 방호복을 준 호텔도 차진철이 방호복을 ‘절대 부서지지 않는 망치’처럼 쓰리라는 예측은 못 했을 것 같다.
무너트린 저택 외벽 바깥엔 불투명한 벽이 있었고, 그 벽을 통해 통로로 연결된 다른 방의 상황이 어렴풋이 보였다.
“크! 할배가 추천한 아이디어 아닙니까? 그런 감각이 관리국에서 구르면서 쌓인 짬입니까?”
“척하면 척이지, 뻔한 것 아니냐?”
차진철과 김묵성은 언제 이렇게 사이가 좋아졌는지, 낯 뜨거울 정도로 서로를 칭찬하며 자신들의 뛰어난 판단력에 감탄 중이었다.
옆에 있던 은솔이가 허탈한 표정으로 열심히 끄적이던 종이를 비행기로 접어서 날려버렸다.
*
– 이은솔
— 투콰앙! 우르릉!
“이쪽은 아니네. 저거 뭐지? 누님 저거 뭡니까?”
“… 엄청나게 큰 뱀 같아. 아마 고릴라 친구 아닐까?”
— 쿠르르릉!
“오! 이쪽이다. 다들 와라!”
편안하네.
아까 나랑 아리가 큐브의 규칙을 분석하며 머리 싸매던 기억이 떠올랐다.
들어온 문과 나가는 문의 위치, 승엽이와 엘리자베스의 선택을 고려하자 몇 가지 규칙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시간 낭비였다.
그냥 벽을 때려 부수고 옆방을 직접 보는 쪽이 훨씬 쉽고 확실하다.
아, 물론 나한테 쉬운 일은 아니다. 진철이에겐 쉽다는 이야기지.
어릴 때 영화 ‘큐브’를 봤다.
그때 등장인물들이 서로 두뇌 싸움을 치열하게 하고 소수의 법칙과 관련된 방의 규칙을 연구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까 다들 힘이 약해서 문제였네.
그냥 주먹으로 벽을 부수고 나가면 되는데 그걸 못해서 다들 죽었구나.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식으로 네 번 정도 이동한 후, TV 방에 도착했다.
“잠깐! 우리 도착했어. 진철아, 벽 부수기 전에 잠깐 이리 좀 와봐.”
“아, 도착했습니까?”
“그래. 넌 아까부터 확인도 하지 않고 무작정 벽만 부숴서 잘 모르겠지만.”
가까이 가면 TV가 작동하겠지. 굳이 다가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곧 할아버님의 장갑만 날아올라 TV 근처의 리모컨을 챙겨왔다.
그 후에 다 함께 TV 근처로 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TV가 켜졌다.
/선-/
딱 ‘선’ 소리 나오자마자 할아버지는 장갑으로 음소거 버튼을 눌렀다.
디스플레이가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파티를 분리할 시간이다.
“계획대로 나랑 할아버님은 TV로 이동할게.”
“언니! 화이팅!”
이건 좀 귀엽네. 송이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할아버님과 함께 디스플레이로 –
“잠깐, 잠깐만.”
아리가 나를 붙들어 세웠다.
“왜 그래?”
“생각 좀 할 게 있어서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 엘리자베스가 했던 대답이 어딘가 이상했거든.”
엘리자베스의 대답? 눈을 감고 디스플레이를 통과해서 한참 직선으로 걸어가면 된다고 하지 않았었나?
뭐가 이상하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리는 예리한 면이 있지. 모두가 아리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갑자기 아리는 주사기를 꺼내더니 피를 뽑기 시작했다.
“아리야?”
아리는 대답 대신 피가 담긴 주사기를 나와 할아버님에게 내밀었다.
의아해서 다시 물으려던 차, 할아버님이 내 팔을 잡았다.
“우리가 모르는 쪽이 나은 모양이지?”
“맞아. 감이 왔어. 그런데, 너흰 모르는 쪽이 나아.”
그렇게 말하는데 뭘 어쩌겠는가? 별수 없이 나중에 설명해주길 기대하며 할아버님과 아리 피를 나눠마셨다.
가인이가 주기적으로 마신다는 소문이 도는 명약, 아리의 피 맛은 비리고 씁쓸했다.
*
– 김아리
우리 앞에서 은솔이와 묵성이 TV 디스플레이로 들어가서 사라졌다.
우리 중에서 ‘어른’을 담당하던 두 사람이 떠나갔다.
믿음이 가야 하는데…. 뭔가 물가에 애만 보낸 느낌이라 마냥 마음이 편하진 않다.
신기한 건 은솔이보다 묵성이가 더 애 같고 불안했다.
“아리야아아….”
“뭔데?”
“두 사람에게 왜 갑자기 피를 먹인 거야?”
“엘리자베스와의 대화가 떠올라서.”
“아까부터 대화가 이상하다고 했었지? 그런데 뭐가 이상해?”
다른 사람들도 궁금한 것 같다.
잠시 천장을 바라보며 기억을 되짚었다.
“대화 초반에 본인 입으로 말했지? ‘TV 너머엔 위험이 없는데 뭘 궁금해하는지 모르겠다’라고.”
“그랬나?”
“그랬어. 그 대답부터 이상했지. TV 너머에 위험이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우리 추측이 아니야. 이미 한 번 들어갔다 나온 엘레나를 통해 확인한 사실이지. 그런데, 엘리자베스는 위험이 없다고 말했고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어.”
“이상하네.”
“더 이상한 건 그다음이야. 본인 입으로 위험이 없다면서, TV 내부로 진입할 때 ‘눈을 감은 채로 화면을 통과한다’라고 설명했지. 이 행동은 일종의 안전 수칙, 주의 사항이야. 자기 입으로 위험이 없다면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을 해.”
“진짜 이상하네? 잘못 알고 있는 정도를 넘어서 스스로 알고 있는 지식 간에 모순이 있네?”
“그래서 추측해봤을 뿐이야. 어쩌면 ‘위험을 모르는 것 자체’가 위험 회피 수단이 아닐지.”
“위험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라야 한다? 그래서 피에 뭔가 했구나?”
“추측이야. 나중에 방을 나간 후 물어보자.”
— 쾅! 우르릉!
송이와 대화를 나누던 사이, 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차진철!”
“음?”
“이제부턴 조금 천천히 부숴.”
“걱정하지 마라. 체력 관리는 충분히 하고 있으니까.”
“아니, 네 체력 관리 때문이 아니라 이제부턴 거울을 부수면서 가야지. TV 너머로 사람들을 보냈으니 이젠 베아트릭스가 있는 방을 찾아야 하잖아.”
“아 그렇네!”
아 그렇네! 라니….
계획을 아예 잊은 듯한 말에 순간 어이가 없었다.
하긴, 충분히 힘이 강하면 머리는 좀 쉬어도 되겠지.
이후로는 쉬면서 저택 어딘가의 거울에서 Move! 가 뜰 때까지 기다린 후, 거울을 부수면서 진행했다.
일곱 번째 저택에 도착했을 때, 거울에서 ‘다른 메시지’가 떴다.
Did you find me?
하! 이제 시작이구나?
처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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