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64)
163화 – 201호, 저주의 방 – ‘더 큐브’ (12)
– 이은솔
“침입 목적은 무엇입니까?”
“…”
“본부와 관련한 정보는 어떻게 얻으셨는지?”
“…”
아, 망했어.
“가능하면 점잖게 대해드릴 때 말해주시는 쪽이 서로 편할 겁니다.”
“…”
“이쯤 하겠습니다. 어차피 제대로 된 심문은 조만간 아르타닌이 도착한 후에 저쪽 분을 상대로 시작할 예정이니까요. 그나저나…. 당신의 ‘눈’은 범상치 않군요.”
그나마 난 ‘눈’ 때문에 곱게 대해주는 것 같아.
건너편의 묵성 할아버지는 벌써 얻어맞는 소리가 들렸으니까.
대체 뭘 하다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한숨을 쉬면서 기억을 되짚어봤다.
*
일행과 헤어진 후, 나와 할아버님은 TV의 디스플레이로 진입했다.
아리의 암시로 인해 당시엔 별 위험이 없는 장소라고 믿었고, 눈을 감은 채로 한참 동안 직진했다.
‘탁’! 하는 소음과 함께 무언가에 부딪힌 후, 우린 눈을 뜨고 주변을 돌아보자마자 깨달았다.
엿 됐다.
사방에 총을 든 군인이 가득했다.
모두가 우리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었으니 대항할 방법이 있었겠는가?
우리는 순식간에 제압당한 채 끌려와서 심문당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대화창은 문제없이 작동해서 계획은 세울 수 있었다.
이은솔 : OK?
김묵성 : 개새끼들. OK.
‘본부’라는 장소의 사람들은 우리에게 물어볼 것이 많은 기색이다.
생각해보면, 이 사람들 입장에선 신기하겠지.
지금은 아리의 최면이 풀려서 깨달은 사실인데, TV 디스플레이 너머엔 이해할 수 없는 광기의 근원이 있었다.
그런 불가해한 괴물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것이 바로 광기를 피하는 방법!
그런데, 이 해결법은 단순하면서도 실행하기가 극히 어렵다.
괴물이 딱히 투명한 존재가 아니므로 보는 순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따라서 시선을 가려야만 하는데, 시선을 가리는 순간 정상적인 지능을 가진 사람은 즉시 위화감을 느끼지 않겠는가?
‘이 장소엔 눈으로 보면 안 되는 무언가 위험한 것이 있다.’
딱 그 정도 인식만으로도 광기의 전염을 피할 수 없었다.
사실상 아리의 오래된 피를 통한 최면술이나 그와 유사한 특수한 방식이 아니고선 대응하기 어려웠다.
이런 어려운 대응법을 우린 완벽하게 실행하면서 들어왔다.
당연히 ‘본부’의 사람들은 우리가 이런 사실을 대체 어떻게 알아냈는지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 전 만났던 본부의 높으신 분, ‘패트릭’이 나타났다.
“신분은 확인했네. 은솔 양이라고 했나?”
“내 이름은 대답한 적 없는데.”
“자네들 이름은 사전에 보고 받았거든.”
“이젠 숨기지도 않네. 당신들은 관리국에 스파이라도 심어둔 거야?”
“하하! 눈빛이 살아계시는데? 그 눈, ‘단안거조 이브락스’의 물건 아닌가?”
단안거조라는 단어는 들었지만, 이브락스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
“대체 그 눈을 어떻게 사람에게 이식했지? 아무리 관리국의 기술이라도 가능한 일이 아닌데?”
“…”
“이거 참, 입이 너무 무거우신 분이군. 걱정하지 마시게. 아르타닌을 가져왔으니까.”
아까부터 들은 단어, ‘아르타닌’. 대체 뭘까?
패트릭은 이해하지 못해 갸웃거리는 내 반응을 다르게 해석했다.
“허허. 두려워하실 것 없네. 아르타닌이 사람에게 얼마나 해로운지는 나도 잘 알고 있지. 아가씨께 주사할 생각은 없으니 마음 편히 있으시게. 험한 일은 늙은이가 겪는 게 맞지 않겠는가?”
“네 팔에나 꽂아라 개새끼야!”
이은솔 : 아르타닌 뭐임?
김묵성 : 강력한 자백제.
이은솔 : Aㅏ
김묵성 : 걱정 no. 원리 안다. 대응 가능.
대응책이라. 보아하니 본부의 사람들은 ‘아르타닌’의 효력에 관해 자신감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할아버님도 관리국 요원이시니까 믿을 만하겠지. 나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이은솔 : 이상하게 나에게 친절.
김묵성 : 네 눈, 관리국 기준으로도 대단한 보물.
이은솔 : 눈을 뽑으려고 할까?
김묵성 : 관리국 기술로도 이식 못함. 당연히 이놈들도 못 함.
갈수록 태산이네. 짐작은 했지만 내게 친절한 시늉이라도 하는 건 눈 때문이었다.
포기하기엔 아까운 보물인데, 다른 사람에게 이식시킬 기술력은 없다.
눈을 써먹고 싶으면 날 죽이지 않고 살려야만 한다.
당연히 아르타닌인가 뭔가 하는 극히 해로운 자백제 따위는 쓸 수 없겠지.
베아트릭스에게 세뇌 능력도 있는 것 같던데, 나에게 그런 힘을 쓸 생각인 듯했다.
잠시 후, 군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불투명한 녹색 액체가 담긴 주사기를 가져와서 할아버님의 팔에 주사했다.
김묵성 : 난 3시간 내 사망. 힘내라.
이은솔 : 나가서 봐요.
적들의 심문이 시작됐다.
요원 경력만 수십 년에 달한다는 베테랑의 자백제 대응법은 어이없으면서도 창의적이었다.
*
패트릭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김묵성. 이제 대답할 준비가 되셨나?”
“그래.”
“일단, 조금 전의 일부터 확인하지. 꼬맹이 데려와라!”
꼬맹이?
잠시 후, 수레에 승엽이가 실려 왔다! 정확히는 방호복이 실려 왔다.
내부의 승엽이는 이미 의식을 잃었거나 죽은 것 같았다.
“너희 일행이지? 뭐, 이미 죽은 것 같긴 하다만. 아까 전 ‘쓰레기통’에 떨어졌다. 굉장히 특수한 우주복 같은 물건을 입고 있는 듯한데, 도저히 벗길 수 없었다. 어떻게 벗기지?”
김묵성 : 헬멧에 손을 올리면 센서가 동작한다. 아마 너희는 호텔 참가자가 아니라서 벗길 수 없을 거다.
“내부에서 직접 조작해서 연다. 강제로 열면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다.”
할아버님? 무슨 소리죠? 갑자기 무슨 폭발? 방호복에 그런 기능이 있었나요?
게다가, 그 앞의 대화창 대답은 또 뭐지?
… 설마?
“제일 궁금한 것부터 묻지. 대체 본부로 들어오는 방법은 어떻게 알았지?”
김묵성 : 201호의 첫 번째 시도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가인 녀석의 조언을 써가며 파악했다.
“… 내부의 첩보가 있었다.”
“내부의 첩보? 설마! 우리 쪽에도 사람을 심었나?”
김묵성 : 모르지 병신아.
“주기적인 보고를 받았다.”
설마 자백제에 대한 대응법이라는 게….
“이놈의 말을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눈동자의 색을 봐라. 아르타닌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도 관리국 쪽에 엘리자베스를 심었는데, 관리국이라고 못하리란 법은 없지. 누굴 심었나?”
“그건 모른다. 나는 첩보의 내용만 알고 있다.”
건너편에서 대화를 들으며 감탄했다!
그 잠깐 사이에 할아버지가 떠올린 자백제의 대응법은 간단했다.
질문에 대한 진실된 답변은 ‘대화창’을 통해 나에게만 답하고, 그 후 육성으로는 거짓말을 하는 것!
신기하다. 대체 저 자백제의 원리가 뭐길래 이런 식의 대응이 통하는 걸까?
처음으로 이 할아버지가 ‘베테랑 요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 패트릭과 주변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다급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놈도 스파이의 정체는 모르는 모양입니다.”
“주기적인 보고를 받았다니 첩보의 내용을 물어봅시다.”
“좋지. 묵성, 최근에 받은 보고는 뭐가 있냐?”
김묵성 : 그딴 거 없어 병신아!
“…”
“왜 대답이 늦지? 조지, 눈동자를 다시 확인해라!”
“아르타닌의 효력은 작동 중입니다. 잠시 기다려보시죠.”
김묵성 : 시발! 대답이 안 떠올라. 은솔아, 그럴듯한 말 좀 지어내라 빨리!
으아악! 할아버님! 조금 전까지 완전 베테랑 같았잖아요! 갑자기 나한테 왜 그래요?
이은솔 : 페로! 페로! 여기 어딘가 잡혔을 듯!
“… 최근엔 괴물로 변신하는 힘이 있는 특이한 앵무새를 포획했다고 들었다.”
“뭐라고? 그건 불과 어제 있던 일이다! 벌써 보고가 들어갔어?”
“대체 본부의 보안 체계가 어떻게 된 겁니까? 어디서 이렇게 정보가 술술 새는겁니까?”
“연구동 쪽 아닙니까? 앵무새는 연구동 2–9에 가뒀을 텐데요?”
임기응변으로 떠올린 페로에 대한 언급은 저들에게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이었나보다.
페로가 있는 장소, 연구동 2-9. 기억해뒀다.
잠시 후, 주변의 사람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아마도 패트릭 본인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심복 소수를 제외하곤 전부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한 듯했다.
“묵성, 이곳에 온 목적은 무엇이지? 관리국은 우리에 대해 얼마나 파악했나?”
김묵성 : 저주의 방, 201호가 이 장소니까 왔지 병신아! 관리국은 무슨 관리국!
“‘타락’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애리조나 지부의 실종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라 들었다. 우리는 헤스벗 저택을 탐색한 후 애리조나 지부 생존자들의 타락에 관한 정황을 보고하는 선발대다.”
“대체…! 대체…!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알아냈단 말이냐! 애리조나, 어떻게 그런 정보까지!”
“무언가 이상합니다! 엘리자베스에겐 관리국이 본부를 인식했다는 보고가 전혀 없었습니다!”
“엘리자베스도 이미 그들의 의심 대상이었을지도 모르지.”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이놈들은 헤스벗 저택에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엘리자베스를 죽이지 않았습니까? 이미 엘리자베스의 정체를 알고 있던 겁니다!”
극비사항이 관리국에 전부 새어나갔다는 대형 사고(?)에 놀란 패트릭과 비서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이, 할아버님의 답변에서 심상치 않은 단어를 읽어낸 사람이 있었다.
“보고라고? 보고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지?”
“6시간 단위로 정기 보고가 필요하다.”
감탄이 나왔다. 할아버지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패트릭 님, 정말 큰 일입니다! 이놈들이 여기 잡혀있는 동안 정기 보고를 못 했을 것 아닙니까?”
이제 슬슬 내가 끼어들 타이밍이다.
“이제 상황을 깨달으셨는지? 조만간 타격대가 들어옵니다. 그때는 이곳의 전력으로는 숨 한번 쉬지 못하고 다 죽을 것 같은데….”
“관리국 이야기가 나오니 자신감이라도 생기셨나? 지금 네 앞엔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그리고 넌 우리의 전력에 대해 모르지.”
“이곳의 전력이라면 베아트릭스 말인가? 지금 우리 일행이 베아트릭스와 싸우고 있을 텐데.”
“… 곧 베아트릭스 님이 그놈들을 제압하고 돌아오실 것이다.”
“믿음이 대단하네. 베아트릭스는 네 말대로 엄청난 강자이니, 관리국 군대가 쳐들어와도 어떻게든 도망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싸움 속에서 너희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주변이 조용해졌다.
관리국의 군대가 곧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저들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새삼스럽지만, 현실에선 막연하고 뜬구름 잡는 조직으로만 느꼈던 관리국이었는데….
진짜 대단한 조직이구나.
따지고 보면 지금 나는 아무 무력도 없는 인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관리국을 등에 업고 허세를 좀 부리니까 다들 어쩔 줄 몰라 했다.
패트릭의 침착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잘난 체 하려는 건 아닐 테고, 할 말이 있는 듯 한데 서로 말장난은 그만둡시다.”
“관리국에 스파이까지 심었으면 연락할 수단도 있죠?”
이은솔 : 연락 보통 뭐로 해요? 빨리빨리!
김묵성 : 보안 스마트폰.
일반 회사랑 비슷하네.
“보안용 스마트폰, 분명 있잖아요?”
“…”
“줘봐요. 내가 정기 보고 해서 별일 없다고 해줄 테니까.”
“정기 보고를 거짓으로 해줄 테니 안전하게 내보내달라? 믿기 어려운데? 당신에게도 아르타닌을 주사해보고 싶군.”
이번엔 살짝 굽혀줄 타이밍이다.
“보고 할 때 당신들이 옆에 있으면 되잖아? 내용이 이상하면 바로 끊든지. 나도 살자고 하는 일이야. 당신들에게 죽는 것도 문제지만, 관리국에게 죽는 것도 문제라서.”
“관리국에게 죽어? 대체 무슨 – 아. 그렇군. 그놈들이 무식한 놈들이긴 하지. 시설 채로 날려버릴까 봐 걱정하는 모양이지?”
“…”
“하하하! 이것 참, 의외로 겁이 많으신데? 보아하니 ‘애리조나 지부’가 정확히 어떤 장소인지는 잘 모르시는 모양이군. 그런 걱정은 마시게. 장담컨대 그들은 절대로 이 시설을 부술 수 없으니까!”
패트릭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관리국이 자신들의 시설을 폭격 같은 수단으로 통째로 날려버릴 가능성은 절대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근거가 뭘까? 관리국이 이 시설의 위치를 모른다?
자신들의 정보가 관리국에 새어나갔다고 믿고 있는 상태인데, 시설 위치를 몰라서 안전하다는 단순한 생각을 하진 않을 것 같다.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다. 관리국이 이 시설을 통째로 파괴할 수 없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도 패트릭은 협상에 응했다.
“뭐, 좋네. 급한 불은 꺼야지. 하지만…. 헛수작은 부리지 않으시는 걸 추천하네.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거의 다 왔다.
이제 나는 적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관리국에 ‘지원 요청’을 들키지 않게 하고,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 그나저나, 가인이 녀석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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