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67)
166화 – 201호, 저주의 방 – ‘더 큐브’ (15)
– 한가인
“… 내가 너희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어.”
“뭡니까?”
“연구소 문밖으로 나오니까 관리국 군대가 있었다고 했지?”
“네.”
“사실, 문밖으로 나오자마자 탈출이 뜬 게 아니었어. 난 관리국 군대랑 베아트릭스가 싸우는 장면도 봤어.”
“네에에???”
다들 놀라서 은솔 누나를 쳐다봤다!
“아니, 그렇잖아. 그때 관리국 군대를 보자마자 생각했거든. 만약, 내가 어딘가 짱박혀서 살아있는 사이에 관리국 군대가 베아트릭스를 죽이면 해결 아닐까?”
“당연히 그럴 수 있겠네요. 애초에 대적자를 꼭 우리가 직접 죽일 필요 없죠. 103호에서도 아타나시아를 죽인 건 ‘삼키는 자’였고.”
“그래서 나도 나오자마자 배지도 써가면서 살짝 숨었어. 관리국도 날 알아보고 공격하진 않았고.”
할아버지가 답답한 듯 물었다.
“아 거참 서문이 왜 이리 길어? 누가 이겼냐?”
“관리국이 이겼으면 제가 유산 가지고 나왔겠죠?”
“…”
“관리국이 처음엔 화력으로 베아트릭스의 몸을 박살 내길래 이기나 했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몸을 다시 만들더니 고함 한번 치니까 지하에서 불멸의 괴물 군단이 쏟아지더라고.”
우리는 말문을 잃었다.
“관리국도 꽤 잘 싸우더라. 그 괴물들 거의 다 어떤 식으로든 죽였어. 그랬으니까 나도 탈출은 했지. 하지만 결국 마지막엔 전세가 베아트릭스 쪽에 기울길래 숨도 안 쉬고 튀었어.”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고 말했다.
“베아트릭스의 성공작이 큐브에만 있는 게 아니었군요.”
“오히려 큐브에 남은 녀석들은 애매한 녀석들 아니었나 싶어. 지하에 있는 놈들이 진짜고.”
“… 그런데 진짜 제 봉인이 풀리면 해결될 것 같으세요?”
누나는 커피 한잔을 천천히 마신 후, 의외로 편안한 분위기로 답했다.
“난 오히려 그 장면을 보고 확신이 섰어.”
“무슨 확신이 섰다는 거죠?”
“201호는 베아트릭스를 힘으로 때려죽이라고 만든 방이 아니라는 말이야.”
“힘으로 때려죽이라는 방이 아니다….”
“힘으로 우격다짐으로 이겨보기엔 너무 강해. 애초에 지구를 지킨다는 조직이 군대를 끌고 와도 졌다니까? 두 번째 시도에서 베아트릭스를 이겨보자고 노력한 여러분에겐 미안한 이야긴데, 여러분이 힘겹게 상대한 베아트릭스는 사실….”
누나는 잠시 말을 멈칫했지만, 엘레나가 마저 대답했다.
“우리랑 그냥 놀아준 수준이었네요. 본인의 진짜 능력은 괴물 창조고, 그 힘으로 만들어낸 성공작들은 본부 지하에 묻어두고는 쓰지도 않았으니까요.”
“맞아. 그냥 놀아준 수준인 거야. 베아트릭스는 우릴 상대로 제대로 된 위기감을 느낀 적이 없어. 그리고, 그렇게까지 강하니까 오히려 확실하지. 힘으로 이기라고 만든 존재가 아니야. 그리고, 호텔은 불가능한 미션을 주진 않지. 힘으로는 이길 수 없는데 가능한 일이다. 간단하지? 싸우지 않고 이길 방법이 있어. 반드시.”
저주의 방, 102호 – 공포의 저택의 성운의 용의 태아를 떠올렸다. 정상적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였지.
시나리오가 여러 차례 꼬이고 꼬여서 별수 없이 ‘강림’이라는 치트키로 돌파했지만,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면 힘으로 싸울 일 자체가 없는 상대였다.
베아트릭스도 유사하다. 관리국의 군대조차 무너졌다면, 사실상 우리 일행의 현재 무력으론 어찌할 수 없는 존재다.
“이제 와서 보면 올빼미가 두 번이나 전한 ‘견지망월’도 그런 의미였겠군요. 베아트릭스랑 싸우라고 만든 방이 아닌데, 왜 베아트릭스라는 손가락에 집착해서 힘으로 이길 생각만 하는가? 말은 다 그럴듯합니다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나는 담담히 날 가리켰다.
“진짜 제가 해답일까요? 혹시, ‘빙의’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빙의로 해결할 문제는 아닐걸? 그것도 일종의 ‘힘으로 이기는 방향’인데, 그쪽은 틀린 것 같아. 가인이 너, 분신이 눈앞에 있다고 해서 본체에 빙의할 수 있어?”
어려울 것 같다. 이건 마치 TV를 보고 TV에 나오는 사람에 빙의할 수 있냐는 느낌의 질문인데, 그 정도는 불가능하다.
“눈앞에 있는 베아트릭스의 분신이나 괴물에만 빙의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러니까 가인이 네 빙의로도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괴물이 한두 마리가 아닌데, 그중 한 마리에 빙의한다 해서 의미가 있을까? 그냥 괴물 군단을 부려서 가인이 네 몸을 파괴하면 베아트릭스가 이길 거야.”
옆에서 같이 음료수를 마시던 아리가 대답했다.
“은솔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네. 베아트릭스는 힘으로 이길 방법이 없고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할아버지도 이제 은솔 누나가 자신만만하게 나온 이유를 이해한 듯했다.
“애초에 베아트릭스를 이 정도 괴물로 키워낸 건 수석연구원이다. 그놈이 바보 멍청이가 아니라면 당연히 베아트릭스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도 준비해 뒀겠지. 물론 그 수단이 완벽하진 않아서 당한 모양이지만, 수단 자체는 있겠지.”
듣다 보니 누나가 ‘내 봉인만 해제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한 데에는 근거가 있었다.
베아트릭스는 힘으로 이길 수 없고, 호텔은 불가능한 미션을 주지 않는다.
게임에 비유하자면, 스탯을 보니까 체력이 99999인데 무적 치트까지 붙어있는 보스 몹이 나온 상황!
처음에야 몰라서 우격다짐으로 싸웠다. 그러나 상대의 힘을 어느 정도 깨닫고 나니, 애초에 싸워서 이기라고 나온 상대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싸우지 않고 제압할 방법이 반드시 있다.
그 수단을 준비해뒀을 존재는 정황상 수석연구원이다. 괴물을 숨 쉬듯이 만들어내는 소녀를 데리고 실험까지 한 사람이 통제 수단을 준비하지 않았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혹시 그 수단이 무엇인지는 패트릭의 방에 관련 자료가 있었나요?”
누나가 가볍게 한숨 쉬었다.
“그걸 찾았으면 그것부터 이야기했겠지. 다만, 정황증거는 있어.”
“정황증거?”
“일종의 일기였는데, 베아트릭스는 수석연구원을 두려워했다는 기록이 많았어.”
이해했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괴물인 베아트릭스가 두려워했다면, 두려워할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늦은 시간이라서인지 피곤한 기색으로 송이가 끼었다.
“이 정도면 우리끼리 할 말은 거의 다 한 것 같아요. 가인 오빠 조언이나 빨리 쓰죠?”
동감이다. 우리끼리 할 말은 거의 했고, 시간도 늦었다.
불친절한 후원자의 조언을 들을 시간이다.
[조언 : 3 -> 2]‘수석연구원에게 베아트릭스를 제압할 방법이 있을까?’
있을 것 같긴 했지만, 조언을 통해 정확히 확인할 필요는 있다.
[개 주인은 개 줄을 멀리 두지 않는다.]이미 우리끼리 반쯤 확신했을 정도로 정보를 많이 모은 분야에 관한 질문이기 때문일까?
제법 친절한 대답이 나왔다!
제압 방법이 존재하는 건 물론이고, 그 방법은 개 주인, 즉 수석연구원 근처에 있다는 말이 아닌가?
대답을 동료들에게 전하자 다들 표정이 밝아졌다.
엘레나가 신기한 듯 물었다.
“대답이 꽤 친절하네요? 사자성어를 던지지도 않고?”
이제는 그 답을 안다.
“우리끼리 충분한 정보를 모아서 정답에 도달한 후 재확인하는 질문이라서 그래요. 불친절할 때는 정보 자체가 부족해서 답을 모르는 상황에서 물어볼 때고.”
“뭔가 이해가 가면서도 황당하지 않아요? 애초에 잘 모르니까 질문을 하는 건데, 잘 모르니까 불친절하게 대답해준다니.”
“그러게요.”
호텔을 나가기 전에 올빼미를 한 대라도 쳐보고 나가는 게 내 소원 중 하나다.
은솔 누나가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봐봐! 내가 말했지? 정황상 가인이 네 봉인과 해결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힘으로는 절대 못 이긴다, 하지만 깨는 게 가능하다. 이 말은 싸우지 않고 이길 방법이 있다는 뜻이고, 그걸 위한 수단을 준비해뒀을 사람이 수석연구원 말고 있겠어?”
일행의 추측과 조언의 결과가 일관된 방향으로 나오자 나도 다소 마음이 놓였다.
남은 두 개의 조언은 방의 해결을 위해 필수적인 질문을 위해 사용했다.
…
대답의 내용은 어느 정도 예상한 범주였고, 의외인 부분도 있었다.
베아트릭스의 본체가 있는 장소를 알았다.
또한, 다른 동료가 아닌 ‘내’가 봉인 당해야만 했던 이유 또한 깨달았다.
저주의 방, 201호 – ‘더 큐브’.
지금 정도의 정보라면, 내가 깨어난 후 해결까지 1시간이면 충분하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85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엘리베이터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오늘 해결할 수 있을까요?”
“그랬으면 좋겠다.”
어제의 긴 토론으로 나름대로 해법을 얻었기 때문일까?
동료들에게 긴장과 동시에 기대감이 느껴지는 반응이 보였다.
“아침이라서 조언 횟수도 새롭게 차긴 했네요. 혹시 궁금한 점?”
누나는 단호하게 답했다.
“엄청 많아. 그러니까 아껴둬.”
사실, 어차피 아낄 생각이었다. 예의상 한번 물었지.
일행이 세운 계획은 사실상 ‘한가인 봉인 해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이걸 위한 정보는 거의 다 얻었다.
모르는 내용은 내가 깨어난 다음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가다.
수석연구원 한가인이 해방된 후 어떻게 해야 할지는 현재로서는 모르는 부분이 많다.
추후 깨어날 내가 수석연구원의 기억을 바탕으로 알아서 해야 한다.
그러니 이후에 깨어날 내가 쓰는 게 낫겠지.
— 띵! 동!
엘리베이터 알람과 함께 엄청난 한기가 몰아쳤다.
정말이지 이놈의 한기도 큰 문제네!
201호가 해결되고 파티타임이 시작된 후에 ‘호텔 수리 이벤트’가 발생하리라 짐작 중이긴 한데,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전혀 모르겠다. 애초에 어떤 병신같은 호텔이 수리를 고객에게 시키는 거야?
“다들 화이팅이다!”
혼자 달려가서 문에 도착한 진철 형이 화이팅을 외치며 문을 여는 순간, 한참 뛰어가던 나도 문에 빨려 들어갔다.
…
…
…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거품.
이젠 익숙한 시험관. 바깥을 바삐 쏘다니는 사람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이 흐릿해진다.
…
…
…
— 쨍그랑!
[봉인이 해제되었습니다!]이제, 주인공이 나설 시간이다!
*
– 세 번째 시도, 김아리
“엘리자베스 팀장님, 이 저택이 바로 헤스벗 저택입니다.”
“흠. 이런 장소에서 벌써 세 자릿수의 인명이 희생당했다는 말인가?”
“지금 같은 속도면 내년쯤엔 네 자릿수일 겁니다.”
“그걸 막으려고 우리가 온 것 아니겠나. 들어가세.”
— 덜컹!
“이 소리는 뭐지?”
“엘리자베스 팀장님! 문이 잠겼습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본부에 연락해!”
“뭐지? 뭐죠? 전파가 끊겼습니다!”
— 삐이이이익!
초반 진행은 과거와 다르지 않다.
차이점이 있다면, 더 이상 엘리자베스와 놀아줄 생각이 없었다는 점 정도?
날뛰기 시작하면 다른 방의 괴물을 불러오는 등 이상한 짓을 하니 미리 처치하는 게 낫다.
“어이, 팀장.”
“차진철? 나에게 무슨 불만이라도 -”
— 뽀각!
“엑스트라는 그만 빠질 시간이다.”
차진철이 즉시 엘리자베스의 목을 360도 꺾어버린 후, 혹시나 괴물이 될까 싶어 잠시 관찰했다. 다행히 아예 죽여버리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물론 옆에서 올리버가 뭐라 뭐라 요란하게 소리쳤지만, 김묵성이 그냥 두들겨 패서 따라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미안하지만 이 인간은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낫다.
은솔이가 다가왔다.
“요번엔 그냥 첫 번째 루트 그대로 가자. 그때 TV 방 금방 나왔지?”
“그래. 첫 번째 저택에서 지하, 두 번째 저택에서 정문. 이러면 바로 TV 방이었어.”
얼마 지나지 않아 다 함께 TV 방에 도착했다.
선서! 가 시작되자마자 음소거를 눌러서 본부로 통하는 길을 열었다.
여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차진철이 감탄스럽다는 듯 외쳤다.
“시원시원한데?”
“긴장을 풀지 마라. 본부 진입 후부터 본격적으로 한바탕해야 하니까. TV 너머엔 본부의 특수부대가 제법 많다.”
김묵성의 말대로 TV 앞에 서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 가인이 녀석의 봉인을 풀고, 수석연구원의 기억을 통해 베아트릭스를 제압할 방법을 찾아내면 이 지긋지긋한 큐브도 끝이 아닐까?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아아~ 알고는 있지만, 안전하게 본부로 들어가는 방법은 하나뿐이지.
한숨을 크게 쉬며 주사기를 꺼내야 했다.
“제발 다들 돈이라도 좀 내. 사람 피를 이렇게까지 빨아먹다니. 뱀파이어의 힘을 얻는 유산을 얻었는데 왜 피를 빨리기만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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