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68)
167화 – 201호, 저주의 방 – ‘더 큐브’ (16)
– 김아리
… 기묘한 공간이다. TV 너머의 공간은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고 거대한 방이었다.
계획대로 다른 동료들은 모두 내 피를 통해 ‘이 장소는 안전하다’라고 믿으며 눈을 감은 채 걷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나만 송이의 팔찌를 통한 보호를 받은 채 맨정신으로 공간을 지나가기 시작했다.
안전하게 지나갈 방법을 알아냈으면서도 굳이 맨정신으로 지나가는 이유?
단순하다. 0차원의 눈이라는 놈이 대체 뭐 하는 존재인지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다.
0차원의 눈, 아마도 201호의 죄수.
그는 대체 이 시나리오에서 무슨 역할을 담당 중일까?
지금까지는 사실상 시나리오의 배경설정 이외의 역할을 찾지 못했다.
‘삼키는 자’처럼 대적자와 대립관계인 것도 아니고, ‘원장 선생님’처럼 대적자에게 힘을 내려준 것도 아니며, ‘주’처럼 대적자에게 신으로 섬김받는 것도 아니다.
굳이 따지면 최종 결전 이전까지 존재감이 없던 ‘성운의 용’과 비슷한 느낌이다.
0차원의 눈의 역할은 아직도 미지수다.
아마도 봉인에서 깨어날 가인이가 파헤쳐야 할 부분 아닐까?
멀찍이서 본부에서 준비해 둔 군부대 20명 정도가 보였다.
은솔이 말에 따르면 시설 전체의 군부대는 30명 정도고 나머진 연구원이라고 하던데, 과반수를 끌고 왔다.
이 공간엔 0차원의 눈이 있다.
저들은 우리 쪽으론 다가올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우리가 자신들에게 도착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
팔찌의 보호 덕택에 들어오자마자 의식이 날아가는 일은 피한 것 같다.
지금 한번 확인해볼까?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 그대로 주저앉았다.
압도적인 시선이 폭력적으로 나를 꿰뚫었다!
팔찌의 주인이 아닌데도 본능적으로 느꼈다.
절대 오래 버틸 수 없다.
보려고 해선 안 되는 존재였어! 감히 비루한 호기심을 채우려던 내 판단 착오다.
실수다 실수다 ㅅㅣㄹㅅㅜㄷㅏ ㅅㅣㄹㅅㅜㄷㅏ ㅅㅣㄹㅅㅜㄷㅏ 러ㅏ이ᅟᅥᆷ리ㅏ더집
RKKJ;L53NCV15POV-UMOF0QM56NJK3L23BJK543
NBJ-L4FZD908S1238815FA809SD85B5HJ4K25GLP31P5HJ2KJ4131030503450412JK42314J
*
‘이제부터 재밌을 것 같으니 봐줬다.’
*
나를 조각조각 분해하던 시선이 사라졌다.
정신이 반쯤 나가고, 머릿속에서 문자와 숫자조차 무너지며 의식이 나가기 직전에야 풀려났다.
모르겠다. 대체 저 존재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한 가지 사실만은 명확히 느꼈다.
저 존재는 베아트릭스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아득한 격을 가진 존재다.
대체 수석연구원은 무슨 수로 저런 존재를 봉인했다는 걸까?
그는 대체 뭐 하는 인간인가?
“아리야?”
나는 눈을 감고 있는 동료들을 피리 부는 소녀처럼 이끌고 있었다.
그런 내가 갑자기 멈춰서자 기다리던 송이가 의아해했다.
출발하자. 더 이상 지체하면 동료들에게 걸린 암시가 풀릴 위험이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0차원의 눈이 가하던 압박감이 사라졌다.
본부 세력은 그걸 모르는지 한참 멀리서 대기 중이다.
이거 괜찮은데?
상대의 예측보다 이른 타이밍에 움직이는 건 언제나 옳으니까!
김아리 : 시작!
동시에 동료들의 눈이 전부 뜨였다.
봉인 해제된 후, 송이 어깨 위에서 찍소리도 내지 않고 있던 우리의 아홉 번째 동료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가라~! 생체 섬광탄!”
*
– 이은솔
“가라~! 생체 섬광탄!”
저건 또 뭔 소리야? 70년대 개그인가?
하긴, 페로가 살아있는 섬광탄 비슷한 역할이긴 하지.
페로가 그 와중에 고개를 한번 홱 돌려서 아리를 노려본 후, 앞으로 날아가서 변신했다.
— 키에에엑! 키에에엑!
귓가를 찌르는 듯한 스크리밍과 동시에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우리는 미리 귀를 막기도 했고, 마음의 대비도 했지만 상대는 아니다.
급습당한 본부의 군부대는 미치광이들처럼 서로에게 사격해대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별을 소환한 차진철이 포탄처럼 날아들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본부의 군인들이 하늘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성능 좋은 방탄복을 입은 진철이 별을 들고 날뛰자 완전히 무적의 초인 같았다.
송이도 그사이에 도착해서 팔찌로 번쩍번쩍하며 군인들이 자기들끼리 사격하게 했고, 할아버님과 아리도 방아쇠를 연거푸 당겼다.
…
다들 잘 싸우네.
나와 엘레나, 승엽이 이렇게 셋은 뒤에서 그냥 구경 중이다.
15분 정도 흘렀을까? 슬슬 싸움이 끝났다.
상당수의 군인은 죽거나 도주했고, 본부 쪽에선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 쪽으로 차진철이 달려왔다.
“누님, 이 정도면 거의 다 해치운 겁니까?”
“본부 내에 10여 명은 더 있을걸? 그렇다고 해도 지금 너에겐 큰 문제는 아닐 것 같아. 그나저나 진철이 너는 완전히 히어로물에 나오는 초인 같네. 양손으로 군인 한 명씩 들고 던질 때는 진짜 그 녹색 괴물 같았어.”
“하하하! 힘도 힘인데, 이 옷 덕분이죠.”
“방탄복? 총알의 관통은 막아주지만 충격까지 다 막아주진 못하던데.”
진철이는 그냥 씩 웃었다. 하기야, 충격은 나나 송이 같은 신체적으로 평범한 인간에게나 문제겠지.
“이 옷을 호텔에서 구할 방법이 없겠습니까? 이 옷만 다른 저주의 방에서도 입을 수 있다면 제가 한 1.5배는 강해질 텐데요.”
보통 방탄복도 아니고, 관리국 특제품을 구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할아버님이 긴장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베아트릭스가 오지 않았다.”
살짝 뒤쪽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거리는 벌렸지만, 기본적으로 이 장소는 0차원의 눈이 있는 장소 같으니까요. 아마도 여기서 싸우긴 싫다는 의미겠죠.”
— 탈칵!
진철이가 본부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이제 다음 페이즈다.
*
솔직히 그 앞의 싸움에선 그냥 손가락만 빨았지.
이제부턴 내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서 방호복을 내가 입은 게 아니던가!
잠시 동료들에게 손짓한 후, 살짝 일행과 거리를 벌리며 주변으로 스며들 준비를 마쳤다.
— 탕! 탕! 탕!
사방에서 총격 소리가 들려온다.
— 파아아아아!
방호복을 뚫고 살갗을 찌르는 듯한 별의 파동도 느껴졌다.
그 사이, 나는 단안 거조의 눈에 온 정신을 집중해서 패트릭을 찾아 헤맸다.
…
…
찾았다.
이은솔 : 패트릭 발견. 요란하게.
동료들이 지시대로 최대한 요란하게 장내를 혼란으로 몰아넣기 시작했다.
차진철은 갑자기 나에게 총을 쏘라는 듯이 뛰어들었고, 페로는 연거푸 스크리밍을 내질렀다.
나는 숨을 죽인 채 투명화해서 패트릭에게 다가섰다.
패트릭은 특수하게 생긴 통로 옆에서 사태를 관망 중이었다.
아니다 싶으면 저 통로를 통해 어딘가 도망갈 생각이겠지? 그렇게 되면 서로 피곤하다.
브로치를 열자 나비가 즉시 날아오르려 –
안돼.
네가 느려터진 속도로 날아가는 동안 패트릭이 화려한 네 모습을 보고 놀라서 도망갈 게 뻔하잖니?
이번엔 주인님만 믿고 있으렴.
나비를 붙들고 직접 패트릭에게 다가갔다.
투명화를 위해 숨을 참은 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서 슬슬 숨이 가빠온다.
말소리가 들려온다.
“대체 저놈은 뭐지? 10발은 맞았잖아!”
“평범한 신체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건 나도 보면 알아 이 병신 새끼야! 베아트릭스는 어디 있지? 탈출 통로 쪽은 준비됐나?”
“곧 오실 겁니다! 저놈들이 날뛰기 시작한 지 아직 몇 분 되지 않았습니다. 탈출 통로 쪽은 10분 내로 준비됩니다.”
“폭탄이라도 던져라!”
“패트릭 님, 그건….”
“별수 없지 않냐? 이대로라면 시설이 저놈들에게 -”
“안녕~!”
가볍게 손을 뻗어 나비를 패트릭의 몸에 심었다.
즉시 내 모습이 드러났고, 경호원이 날 붙잡으려는 순간 패트릭이 거친 신음을 토해내며 쓰러졌다!
경호원들이 놀라서 패트릭을 어디론가 움직이려고 했지만, 나는 그냥 패트릭을 붙들고 버텼다.
응 방호복~! 이거 입고 있으면 나도 힘 엄청 강해!
경호원들 얼굴이 시뻘게진 채 날 잡아떼려고 요란이지만 아무 소용 없다!
응 방호복 입으면 겁나 무거워~!
나도 0.3 차진철 정도는 된 기분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버티던 중, 결국 장내를 정리한 동료들이 합류했다.
끝이 보인다. 패트릭을 확보했다.
“은솔 언니! 수고하셨어요.”
“이제 시작이지. 자, 이 인간 붙잡아봐.”
차진철이 패트릭을 붙잡은 사이에 악몽 나비를 회수했다.
시간으로 치면 5분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패트릭은 10년은 늙은 것 같다.
나비가 빠져나오자마자 고통으로 가득한 신음이 튀어나왔다.
“끄허억! 꺼허억!”
“이제 얘를 3층으로 끌고 가면 돼. 아리야?”
아리는 어딘가 불안한 표정이었다.
“아리야?”
“계획 짤 때도 말했지만 좀 불안하네.”
“최면술이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아?”
“응.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
그 사이에 패트릭이 깨었다.
“크흐윽…. 3층이라. 3층이라면…. 봉인과 그분이 있는 장소군. 관리국 놈들이니 설마 봉인을 망치려고 온 건 아닐 테고, 수석님을 구출하려고 왔느냐?”
“눈치가 전혀 없진 않네?”
“으흐흐…. 우습지도 않구나. 정말 그자를 구출하러 왔어? 너희는 수석연구원이 진정 세상을 구한 영웅이라도 되는 줄 아느냐? 내가 왜 그를 배신했는지는 아냐? 너희 같은 톱니바퀴들은 아무것도 -”
“이놈 말 하염없이 들을 셈입니까? 시간이 없으니 빨리하자. 아리야.”
차진철의 말이 맞다. 언제 베아트릭스가 난입할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아리도 한숨을 쉬며 예전 엘리자베스에게 했던 것처럼 한참 패트릭과 눈을 맞댔다.
3분 정도 지났을까? 패트릭의 입에서 침이 줄줄 흐르며 아리의 지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잘 됐어?”
“아마도.”
“그 대답은 불안한데.”
“여러 번 말했지만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 장담 못해. 다들 긴장 늦추지 말고 감시해.”
대부분 사람이 죽거나 도망친 본부, 우리는 패트릭을 데리고 목표하는 장소로 움직였다.
외부인은 출입할 수 없는 문도 여럿 있었지만, 패트릭을 확보했으므로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
… 걸어가다 보니,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의문이 떠올랐다.
“아리야.”
“응?”
“애초에 패트릭은 왜 배신했을까?”
“…”
“생각해보면, 이 사람은 원래도 관리국 높은 신분이었어. 애리조나 지부의 고위직이었지. 그런 사람을 관리국에서 허투루 대했겠어? 상당한 부와 명예를 줬겠지. 그 자체가 강력한 배신 방지책이기도 하고.”
“그랬겠지. 관리국에서 그 정도 직책이면 손자까지 먹여 살리고도 남을 만큼의 재산을 쌓았을 거야.”
“그런데 왜 배신했을까? 배신의 대가로 음지에서 괴물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살게 됐잖아. 이 답답한 본부 바깥으로 쉽게 나오지도 못하고.”
승엽이가 대답했다.
“베아트릭스가 협박한 게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기록의 내용, 말투를 보면 그런 느낌은 아니었어. 패트릭과 베아트릭스는 일방적인 관계보다는 협력관계, 동업자에 가깝다고 느꼈거든.”
아리도 동의하는 느낌으로 의견을 냈다.
“아무리 베아트릭스가 강하다고 해도 결국 수석연구원이라는 존재의 손 위에서 놀아나던 실험체. 운 좋게 풀려났다 한들, 이 거대한 시설을 관리할 능력이 있었을까? 큐브의 관리부터 지하에 괴물을 보관하는 설비까지. 이런 시설의 관리는 평생 실험만 당하던 악마 소녀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수십 년 동안 관련 지식을 쌓은 전문가의 영역이지.”
계획을 짜면서 우리가 지속해서 의문을 품었던 지점이 있다.
우리의 추측과 올빼미가 해준 조언의 결과를 고려할 때, 수석연구원에게 베아트릭스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있던 건 확실하다.
그런데 대체 왜 당했을까? 단순히 방심해서?
허술한 사람도 아니고, 0차원의 눈을 봉인해 세상을 구했다는 엄청난 인간이 단순히 방심해서 자신의 실험체에게 당한다?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
어쩌면.
패트릭이 수석연구원을 배신하고, 그 과정에서 베아트릭스를 풀어준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수석연구원이 당한 것도 이해가 간다.
베아트릭스에 대한 통제 수단은 마련해뒀겠지만, 설마하니 내부의 관리자가 배신하리라는 예상을 하긴 힘들었을 테니까.
왜 배신했을까?
관리국이 제공하는 부와 명예를 버리고, 실험체의 힘을 빌려 가면서까지 세상을 구했다는 상관을 배신한 이유는 대체 뭘까?
아리의 암시에 당하기 전, 패트릭이 했던 말을 떠올린다.
‘너희는 그자가 진정 세상을 구한 영웅이라 여기느냐?’
다음화 보기